삼성경제연구소 ‘멈출 줄 모르는 디지털 카메라의 進化’

서울--(뉴스와이어)--간편하게 촬영하고 고화질의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디지털 카메라는 고품질 저가격화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 캐논, 니콘 등 기존 강자들이 선점한 카메라 시장에 비전문업체들이 속속 참여하면서 혼전 양상으로 변모하고 있다. 카메라 산업은 아이디어와 혁신이 지속적으로 넘쳐나던 산업의 전형이었다. 1925년 독일의 라이카가 최초의 35㎜ 카메라인 ‘라이카 A’를 출시하여 카메라 대중화에 포문을 열었으며, 이후 일본, 러시아 등의 후발업체가 시장에 진입하였다. 1950년대에는 일본 업체들이 SLR카메라를 출시하면서독일업체가 독점하던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고, 1980년대에는 필름을 공통분모로 했던 카메라 시장의 패러다임을 붕괴시킨 디지털 카메라가등장하여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최근의 디지털 카메라는 3가지 방향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첫째, 센서 및 이미지 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Intelligence化(똑똑한 카메라)가일어나고 있다. 둘째, Wi-Fi, GPS 등의 통신기술이 융합되고 프린터, 프로젝터 등의 기능이 복합되는 컨버전스(만능 IT기기化)도 진행 중이다. 그리고 3D촬영기능, 아날로그적 감성 등을 제품에 반영하여 고객에게 Fun(사용하는 재미)을 제공하는 것도 디지털 카메라의 최근 경향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발전역사를 통해 와해성 기술이 기존 시장에서 기업이 가진 지위와 역량을 일거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 복·융합화로 인해경쟁이 ‘산업 間’으로 확산되면서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1960년대 독일 카메라 업체의 교훈에서 보듯이 혁신기술의 개발과상업적 성공은 별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생활필수품이 되어버린 디지털 카메라

간편하게 촬영하고 高화질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인기가 높아지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 디지털 카메라 출하 : 2,455만 대(2002년) → 1억 2,105만 대(2008년). 반면, 필름 카메라는 2002년 2,023만 대에서 2007년 79만 대까지 출하량이 감소한 이후 현재는 출하량 집계마저 중지된 상태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확산에는 高품질 低가격화가 결정적으로 기여. ‘무어의 법칙’,‘黃의 법칙’처럼 “달러당 픽셀 數는 매년 倍增한다” 는 헨디의 법칙이 등장했을 정도이며, 실제로 디지털 카메라 화소 數는 1999년 250만 화소 → 2009년 1,500만 화소로 6배 증가. 그러나 同기간 가격은 1만 5,000달러에서 1,000달러로 15분의 1수준으로 하락

2000년대 들어 캐논(日), 니콘(日) 등 기존 강자들이 장악해오던 카메라시장에 파나소닉(日), 삼성이미징(韓) 등 후발업체들이 진입하며 혼전양상이 전개. 캐논이 선두 지위를 지키고 있으나 소니(日), 니콘, 삼성이미징 등의 도전도 만만치 않은 상황. 시장점유율(2008년) : 캐논(21.1%) > 소니(19.1%) > 니콘(11.7%)> 삼성이미징(10.7%)의 順. 소니, 파나소닉, 삼성이미징 등 전자기기를 생산하던 업체들이 브랜드인지도와 기술력 확보를 위해 렌즈업체와 제휴하는 경향이 뚜렷. 소니(↔칼자이스), 파나소닉(↔라이카), 삼성이미징(↔슈나이더)

현재 진행 중인 디지털 카메라의 進化방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거카메라 산업을 둘러싼 革新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 최초의 카메라는 1839년에 탄생했으나,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35㎜ 휴대용 카메라가 등장한 1920년대부터이며, 이후 90년간 카메라산업은 아이디어와 革新이 넘쳐나던 산업의 전형으로 평가

▶최초의 카메라, 다게레오타입: 1839년 프랑스 화가였던 루이스 다게르가 카메라 옵스쿠라(camera obscura: 라틴語로 ‘어두운 방’이라는 의미)의원리를 활용해 최초의 카메라인 다게레오타입을 제작. ‘카메라 옵스쿠라’란 어두운 방의 벽면에 뚫린 작은 구멍을 통해 반대편 벽면에 바깥 풍경이 비치는 현상을 의미하며 중세시대 화가들이이를 정밀한 풍경을 그리기 위한 사생도구로 활용. 렌즈를 통해서 들어온 빛을 銀으로 코팅한 구리판에 맺히게 하여 촬영하는 방식이며 사진 한 장을 촬영하는 데 30분 정도의 긴 시간이 소요

2. 카메라의 革新史

① 1920년대 : 70㎜(거치식) → 35㎜(휴대용)
獨逸업체들이 기존 70㎜ 거치식 카메라를 탈피해 35㎜ 휴대용 카메라를 개발한 것을 계기로 카메라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 1925년 라이카(獨)가 최초의 35㎜ 카메라인 ‘라이카 A’를 量産. 크기와 화질에 대한 고객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며 생산량이 1926년 1,600대에서1930년 3만 8,000대로 급증. 1932년 칼자이스(獨)가 ‘콘타렉스’라는 브랜드로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면서 라이카와 경쟁구도를 형성. 1930년대 이후 日, 러시아 등의 업체가 후발주자로 시장에 진입했으나, 기술 및 품질 측면에서 獨逸업체와 경쟁하기에는 역부족. “라이카 35㎜ 카메라의 모방품”이라는 酷評을 감내할 수밖에 없던 상황

② 1950년대 : RF7) → SLR
제2차 세계대전을 치르며 기술력을 축적한 니콘, 캐논 등 日本업체들이 1950년대 후반 SLR카메라를 출시하면서 獨逸製RF카메라가 장악해오던 카메라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성공. 라이카도 뒤이어 1965년부터 SLR 방식의 ‘라이카 플렉스’를 출시했으나 성능에 있어서 경쟁열위로 苦戰. “라이카 플렉스는 프로 사진작가용이라기보다는 아마추어용”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
※ SLR(Single Lens Reflex)카메라 : 렌즈로 들어온 빛을 거울을 통해 직접 뷰파인더에 전달함으로써 ‘보이는 그대로 촬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방식으로 평가받으며 큰 인기를 구가

③ 1980년대 : 아날로그 → 디지털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으로 인해 필름을 공통분모로 했던 카메라 시장의 기존 패러다임이 붕괴되기 시작. 1975년 코닥(美)의 엔지니어였던 스티븐 세손이 세계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 약 4kg 무게에 1만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장착했으며, 이미지 한 장을 카세트테이프에 저장하는 데 20초이상이 소요. 1981년에는 소니가 최초의 상용화 디지털 카메라 ‘마비카’를 출시(28만 화소, 출시가격 60만 엔대)

초기에는 전문가용 디지털 카메라(DSLR) 위주로 시장이 형성되었으나, 점차 보급형 모델(일명 콤팩트 카메라)로 시장이 확대. 1992년 코닥과 니콘이 제휴해 출시한 ‘DCS-100’(130만 화소)이 신문기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며 전문가용 시장을 개척. 1995년 카시오(日)가 출시한 ‘QV-10’이 높은인기를 끌면서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 시대를 개막. 6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장착했으며, 회전렌즈, 컬러액정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추었음에도 가격은 6만 5,000엔에 불과

2000년대 이후 DSLR의 화질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 간편성을 동시에 충족하는 새로운 형식의 디지털 카메라가 등장하며 틈새시장을 창출. DSLR과 같은 렌즈 교환방식과 대형 촬상소자를 채택하는 대신 DSLR카메라에 사용되던 내부 거울을 없애 크기를 절반 수준으로 축소. 올림푸스(日), 파나소닉 등이 관련제품을 출시해 캐논, 니콘 등이 선점한 DSLR 시장을 위협. 올림푸스는 50년 전 자사의 히트모델에 新형식을 적용하여 再발매함으로 써레트로한 느낌을 강조하는 한편, 올드유저의 구매심리도 자극

그러나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이란 엄청난 환경변화에 미처 적응하지 못했던 폴라로이드(美), 교세라(日), 아그파(獨) 등 아날로그 카메라의 강자들은 경쟁 대열에서 낙오. 폴라로이드는 주력상품이던 즉석 인화지 판매에 미칠 부정적 효과를 우려한 나머지 디지털 카메라 R&D 투자를 억제하다가 시장경쟁에 뒤처져 결국 2002년 파산보호를 신청(일종의 워크아웃 상태)

3. 멈출 줄 모르는 디지털 카메라의 進化

① Intelligence : 똑똑한 카메라
피사체의 얼굴, 주변환경 등을 카메라가 자체적으로 인식하여 최적의 촬영모드를 설정한 후 촬영. 인물 촬영 시 피사체의 얼굴을 인식해 얼굴에 초점과 노출을 맞추는 기능이 발전하여 자주 찍는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웃는 순간까지 포착해주는 기능도 보편화·배경에 초점을 맞춰 얼굴이 흐릿하게 촬영되거나, 배경은 밝은데 얼굴은 어둡게 촬영되는 등의 失手를 방지. 내장된 이미지 프로세서가 스포츠, 풍경, 야경 등의 다양한 상황을 인지하고 최적의 사진을 위해 촬영모드를 자동으로 전환. 빠른 동작이 많은 스포츠 촬영 시에는 셔터 스피드를 높여주고, 팬 포커스가 필요한 풍경 촬영 때는 조리개를 조여주는 방식 등

인터페이스, 편집기능 등의 편의성을 높이고 고객의 감성을 자극할수 있는 최신기술을 도입. 사용법을 쉽게 익히게끔 버튼, 다이얼 등의 조작 부위를 최소화하고 조작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터치 스크린, 기울임 감지센서 등을 채용. 터치 스크린에서 피사체를 터치하면 초점과 노출을 자동으로 맞추어 촬영하고, 사진 재생 중에 카메라를 좌우로 기울이면 전·후 사진을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방식

▶듀얼 LCD 디지털 카메라-셀프촬영의 불편함을 해소: 삼성이미징은 세계 최초로 카메라 전면에 LCD를 내장한 디지털 카메라를 2009년 8월 출시. 셀프 촬영한 사용자들이 표정이나 구도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몇 번이고 다시 촬영한다는 점에 착안. 거울처럼 보며 찍는다는 제품 콘셉트를 전달할 수 있도록 ‘VLUU MIRROR’라는 직관적 제품명을 부여. 전면 LCD는 애니메이션 등도 재생할 수 있어 어린 아이를 촬영할 때 시선을 카메라로 유도하는 효과도 발휘

② Convergence : 만능 IT기기
디지털 카메라에 동영상, MP3 재생은 물론 텍스트 뷰어 등의 기능까지 포함시킴으로써 PMP, MP3 등 他휴대용 IT기기 시장까지도 위협. 高화소 경쟁으로 성능이 향상된 이미지 프로세서를 활용하여 MP3, 동영상 재생 등의 기능을 디지털 카메라에 추가. 디지털 카메라는 이미 음성 및 이미지 압축 등이 가능한 프로세서를내장하고 있어 기능 추가에 드는 비용부담도 거의 없는 편

찍은 사진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프린터, 디스플레이 기기 등을 융합시켜자기 완결성을 높인 디지털 카메라도 출시. 폴라로이드는 2009년 자사의 즉석 인화기술을적용해 세계 최초로 프린터가 내장된 디지털카메라를 발표(출시가격 200달러대). 휴대용임을 감안해 잉크가 필요 없는 열전사 방식을 도입하였으며, 촬영한 사진 한 장을 약 60초 만에 출력

오프라인 기기였던 디지털 카메라에 Wi-Fi, GPS 등 무선통신 기능이 추가되면서 온라인 기기로 진화. Wi-Fi 기술을 이용해 무선 인터넷에 직접 연결하여 촬영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블로그, 이메일 등에 전송. 고화질 이미지를 저장하기 위해 고용량 메모리 카드를 추가로 구입해야하는 가격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 내장된 GPS를 이용해 촬영한 위치를 스스로 파악하고 위치정보를사진과 함께 저장해주는 위치인식 카메라도 등장하여 여행, 하이킹사진 등을 효과적으로 정리하는 데 일조. 유명 사진공유 사이트인 플리커, 피카사 등은지도의 특정 지점과 그 곳에서 촬영한 사진을 매치시켜줌으로써 사용자들로부터 好評을 받음. 2009년 8월 현재 플리커에는 위치정보를 포함한사진이 약 8,500만 장 등록

▶카메라를 프로젝터로 변신시킨 니콘: 니콘은 세계 최초로 프로젝터 내장형 디지털 카메라를2009년 9월 출시 예정. 촬영한 사진을 카메라 중앙에 위치한 프로젝터로벽, 화면 등에 투사하며(최대 40인치 크기) 감상. 카메라 렌즈 생산을 통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초소형 프로젝터 모듈개발에 활용. 크기와 배터리 용량의 한계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프로젝터의 낮은 밝기, 짧은 연속투영시간 등의 기술적 제약을 개선하는 것이 남은 과제

③ Fun : 사용하는 재미
최신 기술을 부가하거나 아날로그적 감성을 추가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제품이 속속 출시. 얼굴 인식기능을 활용하여 파티 등 행사에서 무작위로 촬영하는 카메라가 등장. 소니는 회전, 각도조절 등을 통해 피사체를 스스로 찾아다니며 매우 다양한 구도의 사진을 촬영해주는 카메라 주변기기 ‘파티샷’을 2009년 9월 출시 예정. 부지불식간에 촬영되었기 때문에 행사 등을 마친 후 촬영한 사진을 감상하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 눈에 비치는 모습을 더욱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입체사진을 촬영할수 있는 카메라도 등장

촬영된 이미지의 품질을 의도적으로 저하시키거나 아날로그 카메라의 조작감을 최신 디지털 카메라에 재현해주는 등 역발상의 재미도 부가. 올림푸스는 2009년 신상품에 과거 싸구려 카메라에서나 볼 수 있었던 주변부가 어둡고 빛바랜 색감을 가진 이미지를 주는 ‘토이카메라’ 모드를 추가. 엡손(日)은 필름을 장전하던 아날로그 카메라의 셔터 레버를 디지털 카메라(R-D1)에 다시 장착해줌으로써 사용자들에게 촬영할 때의‘손 맛’을 제공

▶후지필름의 3D 카메라:후지필름(日)은 2009년 8월 세계 최초로 3D사진을 촬영할 수있는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 제품 좌우에 달린 2개의 렌즈가 동시에 사진을 촬영하고카메라가 이를 합성하여 입체사진을 생성. 내장 디스플레이나 별도로 판매하는 3D 모니터로 전용 안경을 쓰지 않아도 입체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기존 3D 기술과의 가장 큰 차별성. 2개의 렌즈를 이용하여 화각, 노출 등이 서로 다른 사진을 동시에 촬영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

4. 시사점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출현으로 기존 시장에서의 지위나 역량이 일시에 무력화될 수 있는 리스크에 유의. 본업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메가트렌드를 놓치는 愚를 범하지 않도록 유념. “라이카는 자사의 역사에 대해 너무나도 큰 긍지를 가졌던 나머지현재와 장래에 대해 간과하고 있었다”. 폴라로이드에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주었던 즉석 인화지 생산설비는 디지털기술의 등장으로 말미암아 정리해야 할 천덕꾸러기로 변모

複·融合化의 진전에 따라서 경쟁의 場이 ‘산업 內’에서 ‘산업 間’으로 바뀌고 있으므로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출현할 수 있음을 명심. 他분야에서 지배적 기술을 가진 강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선두를 위협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대. 소니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킨 디지털 카메라 ‘마비카’도 실제로는 오랫동안 축적된 VCR기술(동영상 화면 저장)을 응용한 결과

發明(혁신기술 개발)과 大衆化(상업적 성공)는 별개일 수 있다는 점에 유의. 시대를 바꿀 수 있는 혁신기술을 개발하고도 사업화에 성공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다수. 카메라 관련 주요 혁신기술은 獨逸(35㎜)과 美國(디지털)업체에 의해 탄생했음에도 결국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것은 日本업체였음을 명심. 비록 혁신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후발주자라 하더라도 관련기술을 가진 업체와의 제휴, 소비자의 숨겨진 감성을 자극하는 작은 기술 등을 통해 확고한 시장지배력을 장악할 가능성은 상존. [삼성경제연구소 이승현 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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