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농어촌학교 교사감축이 교육격차해소 대책인가?”
1. 법정 정원에 크게 미달하고 있는 중등교원수
현재 중등교원의 연도별 교원정원 확보율은 법정 정원에 크게 못미치는 수치이다.
2008년 중등교원의 경우 중등교원 법정정원 177,360명에 훨씬 모자라는 142,392명으로 정원확보율이 80.3%에 불과하다. 즉 법정정원 대비 중등 교원은 35,000명 정도가 부족한 실정이다. 부족한 법정정원은 과도한 수업시수와 타교과목의 수업을 담당하는 이른바 상치교사의 확대, 과밀학급 등으로 이어져 수업이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결국 현재 중등학교의 경우 100명의 교사가 수업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80명의 교사가 나머지 20명의 수업까지 대신하는 상황을 정부는 방치해온 실정이었다. 특히 최근 방과후 학교의 확대실시, 사교육없는 학교운영, 전시행정으로 인한 잡무 증가 등과 맞물려 교육 현장의 교사 수업과 업무량은 임계점에 도달해 있는 상황이다. 그러기에 교육여건 개선 사업을 통한 교원정원의 대폭 충원을 기대해 왔다.
2. 2010년 초,중등 교원증원 ‘0’- 실질적인 대규모 감원정책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밝혀진 ‘2010년 교과부의 중등교원 배정 계획’에 의하면 교사들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증원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는 대규모로 감원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어 시도교육청과 학교현장을 분노와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현재 확인된 교과부의 가배정 계획안에 따르면 2010년 초중등교원 배정을 위해 교과부가 행자부에 신청한 6,000여명에 10여%에 불과한 700여명만 배정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이중 보건과 영양교사 등을 제외한 초·중등 교원은 올해 기준으로 동결되어 일선 학교의 정원축소현상이 심각한 양상이다. 특히 800여명의 교사가 감원되는 전남, 500여명이 교사가 감원되는 부산, 소규모 학교가 밀집해 있는 경북 전북 등에서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3. 전공과목 교사 없는 농어촌학교, 교육격차 확대 불가피
⑴ 교육의 질 저하
법정정원 미확보로 인한 실질적인 정원 감축은 우리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중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그러기에 이번 정원 감축은 교사들의 수업증가와 상치교사의 증가, 학급당 학생수의 증가, 각종 업무 폭주로 노동 강도가 심화됨으로써 교육의 질은 떨어지게 되어 장기적으로는 도시와 농어촌 지역간 교육격차의 확대와 사교육의 확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최근의 잡무 폭증과 방과후 학교의 확대 등으로 교사가 일상적으로 진행해야할 수업 준비와 연구활동, 학생과 학부모와의 상담활동 등 교육 본래의 기능을 상실하게 되는 문제점도 오래전부터 지적해 왔다.
2005년도 국정감사 자료에서도 중등학교에서 전공과 다른 교과목을 가르치는 상치교사 수가 전국적으로 이미 2,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 상치교사는 경남, 강원, 전남, 경북 등 도서벽지가 많은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농어촌 지역 교원 감축으로 인해 상치교사 비율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또한 전교조 울산지부가 조사한 2008년 상치교사 현황 자료에 의하면 00지역의 중등교원(중고등학교 교사)의 5.5%인 296명(중학교 139명, 고등학교 157명)이 상치과목을 가르치고 있었으며, 모고교에서는 윤리와 일반사회 교사가 국어교과를 가르치는 사례도 확인된 바 있다.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교원 정원 감축이 계속될 경우 상치교사의 비율은 10%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⑵ 농어촌 교육의 고사(枯死)
또 하나의 심각한 문제는 농어촌 교육의 고사(枯死)이다.
이번 교원정원 가배정안에서는 특히 전남, 경북, 전북 등 농어촌 지역의 초 중등 교원의 정원이 대폭 줄어 열악한 농어촌교육을 한층 더 심각한 수준으로 몰아가고 있다. 6학급 이하의 소규모학교가 밀집되어 있는 전남은 학급 수는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무려 800명의 교사를 감원해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경북지역은 3학급 규모 학교의 교사 정원을 일괄적으로 8명에서 7명으로 줄인 상황이다. 경북지역 3학급 학교는 전체 중학교 293개중 129개교(44%), 전체 고등학교 193개교 중 17개교(약 9%)로 중등학교의 절반을 넘는 것으로, 절반 이상의 학교가 교육여건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는 교사 정원 배정기준을 학급당 기준에서 학생수 기준으로 변경한 것에 따른 부작용의 결과이다.
이러한 이유로 농어촌지역이 교육환경은 조만간 파탄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다. 얼마 전 공개된 수능성적 결과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지역간 학력격차는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면단위 이하 소규모 학교는 전공교사의 부재와 상치교사, 순회교사의 증가로 안정적 교육활동에 심각한 장애를 주고 있으며, 이러한 교사 부족 현상이 계속될 경우 농어촌 지역 소규모 학교는 결국 폐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교원정원 배치과정에서 보여준 교총과 교장단의 이기주의
한편 이 과정에서 교총과 교장단 등이 보여준 이기주의적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애초 교과부는 부족한 교원을 해결하기 위해 43학급 이상에 배치하던 복수교감(전국 848명)을 폐지하는 계획으로 가배정 계획을 확정했다.
그러자 교총 등은 한나라당 의원을 통해 국감장에서 교과부의 취소 방침 답변을 받아내는가 하면, 교총 간부와 교총소속 교장. 교감단 대표들이 교과부를 항의방문 해 복수교감 폐지방침 철회를 확답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원 정원 동결방침을 해제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교감 정원 확보 활동은 결국 수업하는 교사의 축소를 가져와 교육여건의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국교총이 진정으로 교사들의 수업전문성 확보와 교육여건 개선을 주장한다면 교원정원 동결 해제와 수업교사 우선 증원을 요구하고 투쟁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교총이 이에 앞장서기보다는 교감 정원 확보에 우선적으로 나선 것은 교총이 관리자 중심의 단체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것으로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5. 현정부 교원정책은 최악의 ‘싸구려’정책
수능성적 유출 파문 이후 교육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교육격차의 해소를 위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부족한 교사로 인한 상치교사의 증가, 농어촌지역의 열악한 교육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공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교사들과 학생들의 무한경쟁, 학부모의 사교육비 지출경쟁을 통해 열악한 교육여건의 문제를 덮어왔다. 교육주체의 무한경쟁을 강요하는 것은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무를 게을리 한 채 실시할 수 있는 가장 저비용의 정책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저비용 국가교육정책으로 교사들은 지쳐왔다. 오랜 시간 참으며 견뎌온 우리 교사들에게 더 이상 교육여건의 개선 없이 무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 교사가 지치고 의욕을 잃을 때 교육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교육이 더 이상 피폐화되기 전에 교원정원부터 확보하고 이른바 ‘교원의 질관리 방안’을 논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전교조는 교육주체의 염원을 담아 다음과 같은 대책 수립을 촉구한다.
첫째, 교과부는 교원평가 전면시행에 앞서 지금부터라도 법정정원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에 나서야 한다. 국감장에서 보여준 교과부장관의 안일한 태도가 계속된다면 교원정원 문제는 해결방안이 없다. 정부는 교육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할 수 없는 인턴제 교사 확대 등 근시안적 땜질처방을 중단하고 교원 정원 확충에 적극 나서라.
둘째, 국회는 정부가 방기하고 있는 교원정원 확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라. 일자리 창출과 교원정원 확보를 위해 초중등 교원 특별충원법, 농어촌 교육지원특별법 등을 조속히 입법화하고 교원충원 예산확보에 앞장서라.
셋째, 시도교육감들은 교원정원 확보를 위해 자신의 직을 걸고 노력하라.
전교조는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교육청의 대책 수립을 촉구하며 각종 단체와 교과부 및 국회 방문, 국정감사에서의 교원정원 촉구시위, 현장교사들의 집회 및 팩스시위 등의 투쟁을 진행할 것이며, 교원정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강도 대응도 불사할 것임을 밝혀둔다.
아울러 한국 교총에도 교감 정원 확보 등 관리자 중심의 교원정책을 벗어나 교원정원 동결 해제와 수업교사 우선 증원을 우선시하는 교원정책으로 교사, 예비교사, 학무모 등 교육주체들과 함께 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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