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와 대응방안’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2월 18일자로 발표하는 CEO Information 제743호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와 대응방안 - 도요타 리콜사태를 계기로’ 보고서 주요내용

최근 도요타 대규모 리콜사태의 주원인으로 과도한 원가절감과 해외생산 거점 확대가 지목되면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문제점이 부각되고 있다. 1980년대부터 歐美와 일본 기업은 가격경쟁력 제고, 무역장벽 우회, 현지 대응력 확대, 환차손 회피 등 다양한 이점을 활용하기 위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도 2000년대 이후 비용절감과 시장개척을 위해 글로벌 생산시스템 도입을 본격화했다. 원화가치 상승에 따라 해외진출의 유인이 더욱 커지고 있는 한국기업은 글로벌 생산시스템과 관련한 리스크에 대해 체계적인 분석 및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글로벌 생산시스템 구축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의 유형은 발생의 원천과 영역을 기준으로 크게 5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유형 ① 자사 해외공장의 품질불량은 현지인력에 본사의 생산시스템을 완벽하게 전수하지 못하고 과도한 원가절감을 추진하면서 품질관리가 소홀해져 발생한다. 유형 ② 해외에서 조달한 부품의 품질불량은 해외 부품기업과 노하우 공유 등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하고 납품단가 인하에 주력할 경우, 부품기업이 품질개선보다 비용절감에 전력하게 되면서 나타난다. 유형 ③ 해외 경쟁기업으로의 기술유출은 현지의 전·현직 직원에 대한 관리부실 등 핵심기술에 대한 보안유지 소홀로 일어난다. 유형 ④ 해외 부품기업에 대한 협상력 약화는 세계각지에 글로벌 공급거점을 둔 부품기업에 대한 수요 확대로 거대화된 글로벌 부품기업이 등장하고, 이에 완제품기업이 의존하게 되면서 부품기업의 협상력이 커져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유형 ⑤ 해외 정부 및 여론과의 마찰은 해외 생산국가나 생산된 제품의 판매국가 정부와 마찰을 빚는 경우로, 현지의 親환경 기준준수나 노동조건 관리에 소홀할 경우에 나타나는 리스크이다.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는 한국기업에게도 예외가 아니므로 경각심을 가지고 선제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시스템의 지역적 확장은 다양한 사회·문화권으로의 확장이므로 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를 통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현지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주된 리스크로 언급되는 품질불량 이외에도 기술유출, 협상력 약화, 정부와의 마찰 등 글로벌 생산시스템에서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에 대해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대응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도요타의 경우와 같이 고객신뢰가 높은 기업일수록 문제발생 시에 타격이 크므로 철저한 사후 대응을 통해 고객이탈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Ⅰ.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빛과 그늘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가 이슈화

최근 도요타, 혼다 등의 대규모 리콜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문제점이 부각. 품질관리의 모범으로 꼽히던 도요타가 2009년 말부터 부품결함을 이유로 1,000만대 이상의 대량 리콜을 실시하여 신뢰에 치명타. 결함의 주원인이 과도한 원가절감과 해외 생산거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지목되면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

경쟁력 유지와 생존을 위해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 일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은 ① 가격경쟁력 제고, ② 무역장벽 우회, ③ 현지대응력 확대, ④ 환차손 회피 등의 이점을 보유. 미국의 경우 일본 등 후발국의 도전으로 경쟁력을 상실하자 1980년대 구조조정을 통해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며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확대. 애플은 대표상품 ‘iPhone 3GS’를 대만에서 위탁생산하며, 삼성전자의 프로세서와 SD램, 도시바의 플래시메모리와 디스플레이 등을 이용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반복적인 엔高를 겪으며 해외직접투자(FDI)와 해외생산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가 92.5% 절상되는 동안 일본의 FDI는 1985년 122억달러에서 1989년 675억달러로 5.5배가 급증. 일본 제조업 해외생산 비중: 2.9%(1985년)→16.2%(2004년). 마쓰시타(現파나소닉)는 1994년 643억달러의 매출 중 30%를 해외생산분이 차지

대만 등 신흥국 기업도 低임금의 이점 상실을 극복하고 新시장 개척을 위해 해외진출을 강화. 딩신(頂新)그룹은 1988년에 중국투자를 시작해 캉스푸(康師傅)라면을 대히트시키며 중화권 음식료업계의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확대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요인이 동반 발생. 생산거점이 확대되고 공급선이 다변화되면서 암묵지의 해외이식, 재고 및 품질 관리의 효율성 확보가 곤란하고 기술유출 위험도 증가. 도요타의 경우 ‘글로벌 생산추진센터(GPC)’ 운영을 통해 해외생산거점의 품질관리에 만전을 기했음에도 허점이 노출. GPC는 일본공장에서 축적된 숙련 작업자의 암묵지를 동영상, 그림, 설명 등의 형식지 콘텐츠로 전환하여 훈련자료로 활용

한국기업도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에 주목할 필요

2000년대 이후 한국기업도 비용절감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생산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 원화 강세, 高임금 등 국내 高비용에 따른 원가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고시 장개척을 위해 해외투자를 확대. 2004∼2007년 원화는 달러 대비 28.3% 절상 등 두드러진 강세를 보임에 따라 제조업 해외직접투자가 같은 기간 3.4배 증가. 한국 자동차산업의 국내생산 대비 해외생산 비율: 3.4%(2001년)→38.1%(2008년). 2009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규모(제조업 기준)는 57억 3,000만달러로 2003년(23억 8,000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

한국기업도 글로벌 생산시스템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품질저하, 핵심기술 유출 등 관련된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및 선제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

Ⅱ.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

리스크의 유형 구분

글로벌 생산시스템 구축 시에 나타날 수 있는 리스크의 유형을 발생원천과 영역에 따라 분류. 문제의 원천이 내부(自社의 해외공장에서 발생)인 경우와 외부(해외부품기업에서 발생)인 경우로 구분. 리스크 발생영역이 제품 차원(제품 자체의 문제), 기업 차원(관련기업과의 문제), 정부 차원(해외정부와의 문제)인 경우로 구분

생산거점이 해외로 확장되고 부품공급선도 전 세계로 다양화되어 기업의 내·외부에 리스크 발생 가능성이 증가. 최근 문제가 된 품질문제뿐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 발생하는 경쟁기업으로의 기술유출이나 부품업체에 대한 협상력 약화, 정부 차원에서 발생하는 해외정부와의 마찰 등 다양한 리스크가 존재

유형 1. 自社해외공장의 품질불량

무리한 글로벌 생산 확대와 원가절감의 부작용

해외생산이 무리하게 확대됨에 따라 국내수준의 품질관리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가능성. 특히 단기간의 집중적인 해외생산 확대와 극한의 원가절감을 동시에 추구할 경우 품질관리의 실패 확률이 상승

본사와 물리적, 문화적, 언어적 거리가 존재하는 해외공장은 숙련인력의 발굴·육성 및 본사의 품질관리시스템 이식이 곤란. 1903년부터 테디베어를 생산해온 슈타이프(獨)는 2004년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했으나 품질저하 및 높은 이직률 등으로 4년 만에 철수

사례: 도요타

도요타는 지속된 엔고 및 무역마찰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개선하기 위해 2000년대부터 해외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 환율변동에 민감한 재무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해외생산을 확장. 엔/달러 환율이 2001년 125엔에서 2009년 93엔까지 상승하는 동안 도요타 해외생산 비중은 33.8%에서 60.3%로 증가. 2000∼2009년 동안 도요타의 해외생산 대수 증가속도는 연평균 10.2%로 닛산(8.4%), 혼다(5.7%)를 상회. 對美통상마찰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 내 생산기지를 증설. 2001∼2007년 북미의 생산대수는 110만대에서 163만대로 증가

해외생산 확대에 따른 품질 및 기능 문제로 인한 제품의 리콜사례 급증. 해외공장의 급격한 확장으로 본사의 생산시스템이 완벽하게 전수되지않아 품질관리에 문제가 발생. 미국 내에서는 일본 자동차기업 중 유일하게 도요타만 2000년 이후 리콜 대수가 현저하게 증가

해외생산이 급격하게 확대되는 가운데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구하면서 품질문제가 더욱 확산. 도요타는 2000년 이후 그룹 전체에 걸쳐 총원가의 30%를 삭감하는 극한의 원가절감 활동인 CCC21(Construction of Cost Competitiveness 21)을 시작. 해외생산을 급격하게 확대하는 동안 해외 고용자 수를 줄이는 등 무리한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

해외생산 시 비용절감을 위한 개발기간의 단축 및 아웃소싱의 확대가 품질관리의 핵심인 ‘도요타생산방식(TPS)’ 정착을 저해. 개발기간 단축과정에서 품질 및 안정성 실험의 대부분이 가상실험으로 대체되어 품질문제를 발견하는 검증 기회가 축소. 국내는 물론 해외공장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부품의 아웃소싱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주부품에 대한 품질제어 능력이 약화. 2010년 대규모 리콜사태의 원인이 된 가속 페달은 북미부품업체 CTS에 설계를 전적으로 의존했으며, 도요타는 승인만 하는 방식을 통해 계약

품질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도 도요타는 즉각적인 개선조치를 실시하지 않아 2010년 역대 최대 규모의 리콜사태에 직면. 2000년대에 들어서 미국 내 리콜 건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위험신호가 있었으나, 비용절감을 우선시하여 실질적인 대처방안을 도출하는데 소홀. 2006년 모건스탠리는 도요타가 품질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2008∼2010년 대규모 리콜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안전사고 발생 직후에도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축소 또는 은폐를 시도하려다 旣구축한 미국 내 소비자 및 정부의 신뢰를 상실. 2010년 리콜 발생의 도화선이 된 2009년 8월 28일 렉서스 ES350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상당기간 무대응으로 일관

유형 2. 해외 부품업체로 인한 품질불량

공급업체와의 느슨한 협력관계 및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

현지 부품기업과의 느슨한 협력관계가 품질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 해외 부품조달의 경우 지속적인 품질개선이 어렵고, 문제 발생 시원인 파악이 곤란해지는 등 공조체제에도 균열이 우려. 최근 도요타 리콜사태에 대해서 도요타와 美부품업체 CTS는 서로 다른 원인을 제시하면서 상대방의 잘못이라고 논쟁. 해외 우수업체 발굴에 드는 비용이나 긴 리드타임으로 인한 재고비용 등도 해외조달의 장점을 상쇄. 기존 협력업체가 영세하거나 해외생산을 위한 부품 주문량이 작을 경우 협력업체의 동반 해외진출이 곤란. 1차 협력업체는 동반 해외진출이 가능해도 1차 협력업체에 납품하는 2차 협력업체는 상대적으로 영세하여 해외진출에 애로

원가절감을 위한 과도한 납품단가 인하압력이 품질불량을 유발하고, 부품 공용화 확대는 불량부품의 문제를 대규모로 확산시켜 위험을 증폭. 부품·소재업체는 무리한 납품단가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인건비가 싼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저가 소재를 활용. 부품 공용화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반면, 한 부품에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제품에 공통된 문제가 발생해 대량 리콜로 연결될 위험

사례: 노키아

노키아는 최근 협력업체에서 공급한 배터리와 충전기의 품질불량으로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자발적 리콜을 실시. 2007년 마쓰시타가 공급한 휴대폰 배터리 4,600만개를 리콜했으며, 2009년 BYD(中)가 공급한 휴대폰 충전기 1,400만개를 리콜. 두 경우 모두 협력업체의 ‘제조과정에서의 결함’으로 밝혀졌으며, 원가절감을 위해 인건비가 낮은 중국에서 생산한 것이 원인

신흥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현지생산 및 현지 협력업체를 적극 활용하면서 리콜문제가 발생. 선진시장의 휴대폰 수요 포화로 2003∼2004년 매출하락 위기를 겪었던 노키아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전략으로 전환. 신흥시장의 저가 노동력을 활용하는 등 비용절감에 초점을 맞추던 현지협력업체는 품질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여 대규모 리콜사태를 야기. 배터리와 충전기의 공급기업으로 선정된 마쓰시타와 BYD는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노키아에 공급

노키아는 불량원인을 신속하게 발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 비난여론 확산이나 고객요구 발생 이전에 무상으로 교체해줌으로써 신뢰추락을 방지. 전 세계에서 100여건의 과열사고가 발생한 상황에서 신속하게 리콜을 결정하여 사고 확산을 방지. 마쓰시타와 BYD는 리콜에 소용되는 비용 일체를 부담

유형 3. 自社해외 공장에서 경쟁기업으로 기술유출

핵심기술 해외 이전에 따른 유출 리스크 증가

해외공장 운영을 위해 핵심기술을 이전할 경우, 현지 경쟁업체로의 기술유출 리스크가 증가. 본사에 비해 인력관리가 어려운 해외공장의 경우 현지직원의 전직에 의한 기술유출 위험에 노출. 해외공장의 장비 보수, 금형 제작 등을 의뢰받은 현지기업이 관련노하우를 경쟁기업에 제공하는 사례도 발생. 현지기업에 금형제작을 외주하는 경우, 타 경쟁기업이 계약 관계상우위를 악용해 외주기업으로부터 도면을 받아 중국이나 동남아에 재발주

사례: 혼다오토바이

혼다는 1990년대 후반 중국시장에서 설계도면 및 기술 유출에 따른 현지기업의 저가 모조품 제조로 현지 및 인근 수출 시장에서 큰 피해. 혼다는 1982년 중국 현지기업과의 기술제휴를 통해 생산을 개시한 후 1992년 광저우에 합병기업을 설립하면서 시장진출에 성공. 1990년대 중반까지 호조를 보이던 오토바이 사업은 199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현지기업의 모방제품 남발로 인해 시장점유율이 급락. 중국 시장점유율: 5.1%(1995년)→ 2.5%(2001년). 1999년까지 연간 판매 대수가 약 60%를 차지했던 베트남에서도 중국제 모방제품의 침투로 2001년 점유율이 20% 미만으로 추락

하이테크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제품특성과 지적재산권 보호가 미흡한 현지 특성 때문에 모방이 쉽다는 사실을 사전에 간파하지 못해 역풍. 오토바이는 자동차에 비해 모듈화 및 표준화가 용이해 쉽게 모방할 수 있음을 간과. 중국은 모방제조가 쉽고 지적재산권 보장이 미흡해 피해가 가중. 중국의 모방업체는 혼다 등 일본기업의 기본모델을 자사기술 범위내에서 시장특성에 맞게 개조한 후, 업계 내 유통되고 있는 공용부품을 모아 가공. 2001년 말 기준 중국정부에 약 1만 8,000 차종이 등록되었으나 일본기업과의 제휴 19사를 제외한 약 70%의 제품이 모방제품으로 추정

혼다는 현지 모방기업의 인수합병 및 제품 현지화로 대응하는 한편, 지적재산권 소송 등 정면돌파로 시장지위를 회복. 2001년 톈진(天津)혼다와 모방업체인 하이난신다저우(海南新大洲)를 합병한 다음 ‘혼다’ 단일 브랜드로 통일해 제작. 도시 부유층을 겨냥한 고품질·고가격 전략을 수정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농촌을 겨냥한 중품질·저가격 모델 개발에 주력.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중국법의 철저한 분석을 통한 ‘현지식 논리’를 근거로 지적재산권 소송에서 승소

유형 4. 해외 부품기업에 대한 의존으로 협상력 약화

글로벌 부품기업 등장으로 인한 위협

글로벌 생산시스템 확산으로 세계 각지에 글로벌 공급거점을 둔 부품기업이 출현. 해외진출 시 자사의 글로벌 거점을 일괄적으로 지원해주는 특정부품기업과의 거래를 선호. 이 과정에서 보쉬(자동차), 홍하이(전자), 아르셀로미탈(철강) 등 전 세계에 공급거점을 가지고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지원하는 기업이 부상

글로벌 생산거점뿐만 아니라 연구개발력까지 보유한 글로벌 부품기업이 소수·거대화되면서 완제품 생산기업의 협상력이 약화. 수요기업이 제품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을 위해 부품기업에게 생산뿐만 아니라 설계와 기초연구까지 위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부품소재기업 간 인수합병이 증가하면서 글로벌생산거점과 연구개발력을 가진 글로벌 부품소재기업이 소수·거대화

사례: 반도체 제조기업

세계 웨이퍼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일본기업이 원재료 부족難을 틈타 웨이퍼 가격인상 또는 무리한 장기계약을 요구. 신에츠, 썸코 등 세계 웨이퍼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일본기업이 2000년대 중반 웨이퍼 재료인 폴리실리콘의 공급이 부족해지자 수요자인 반도체 기업에 10% 이상의 가격인상을 요구. 동시에 계약기간과 공급수량기준 등의 조건을 유리하게 변경. 웨이퍼 가격이 매년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1년 단위 기존 계약을 2년 장기계약으로 변경. 웨이퍼의 공급조건을 특정 수량기준이 아닌 수요기업의 생산비율기준으로 변경 → 수요기업의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웨이퍼 기업의 공급규모가 자동적으로 늘어나 타 업체와의 신규계약이 곤란. 이에 일부 반도체 기업은 독일 웨이퍼 기업과 공동으로 싱가포르에 웨이퍼 공장을 건설하는 등 공급선을 다변화

유형 5. 해외 정부 및 여론과의 마찰

관리소홀로 정부규제나 비난여론에 직면

해외 생산공장이나 부품공급기업이 親환경 기준 준수나 노동조건 관리에 소홀할 경우 비난 여론이나 정부와의 마찰이 발생할 우려. 현지 생산국가의 환경·노동 규제가 엄격하지 않더라도 판매국가의 규제수준에 미달할 경우 분쟁발생의 가능성이 존재. 최근 해외공장이 주로 위치한 신흥국의 관련 규제가 엄격해지면서 현지 생산국가와의 마찰 가능성도 증가. 중국은 2006년부터 외국 기업에 대해 제한업종, 장려업종, 시장퇴출업종을 지정→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시장퇴출업종에는 중과세 또는 진출 불허

사례: 네슬레

해외에서 생산한 네슬레 제품에서 멜라민 성분이 검출되면서 판매국인 대만, 사우디 정부가 판매를 금지하고 전면 수거를 결정. 2008년 10월 대만 위생당국은 중국에서 생산된 네슬레 분유에서 미량의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고 전량 수거. 문제 제품은 한달 전 위생당국의 판매허가를 받았으나 멜라민 성분에 대한 위험여론이 불거지며 정부가 엄격한 규제를 적용. 수거조치로 인한 대만 네슬레의 피해액은 10억대만달러(약 400억원). 2008년 12월 사우디 식품의약국도 중국산 네슬레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하고 3,550통의 분유를 폐기처리

검출된 멜라민이 소량에 불과해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문제가 확산되어 대만과 사우디 정부의 제품수거 요구에 직면

사례: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2006년 커피원두 생산지인 에티오피아 정부와 커피 상표권분쟁 과정에서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에 직면. 에티오피아 정부는 자국의 고급커피 산지인 ‘이르가체페’, ‘시다모’,‘하라’ 등에 대해 상표권을 등록하려 했으나, 로열티 지불을 우려한 스타벅스가 이를 반대해 마찰이 발생. 국제 빈민구호단체 옥스팜(Oxfam)은 “스타벅스의 커피 상표등록 반대로 에티오피아 커피 재배농가는 매년 8,800만달러의 수익창출기회를 상실했다”며 강하게 비판

에티오피아 커피농가의 수익이 커피 총 판매액의 10%도 안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다국적 커피기업의 대표주자인 스타벅스에 대한 비난이 쇄도. 9만 6,000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이 스타벅스에 전화, 이메일, 매장방문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항의. 스타벅스가 공정무역 확대 방침이나 에티오피아 현지의 사회공헌활동으로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훼손

에티오피아 정부의 상표권 등록에 합의하고 커피생산 농가를 돕기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사태를 진화. 스타벅스는 에티오피아 커피산지의 상표권을 인정하여 이들 제품의 유통과 마케팅에 협력하고 에티오피아 정부는 스타벅스에 대한 로열티 부과를 면제하기로 합의

Ⅲ. 한국기업에 대한 시사점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 제고

품질경영의 신화적 기업인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해외생산에 따른 품질불량 문제가 보편적 현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 다양한 지역의 인력 및 협력기업이 하나의 가치사슬로 통합되면서 품질저하, 납기지연 등 관련 리스크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 제품의 복잡도가 높아지면서 품질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나, 지역적 경계가 넓어지면서 어려움이 가중

현지 생산 및 해외 부품구매를 늘리고 있는 한국기업도 이러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선제적으로 관련 위험에 대비.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이에 수반되는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할 필요. 사전 대비에도 불구하고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응조치로 사태 확산을 막고 향후 재발 방지책을 마련. 고객의 신뢰가 높은 1등 기업일수록 문제발생 시 타격이 크므로 철저한 사후 대응을 통해 고객 이탈을 방지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得과 失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 글로벌 생산으로 인한 비용절감, 현지 시장공략 등의 긍정적 효과와 품질저하, 기술유출 등의 위험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진 속도 및 수준을 결정. 근시안적 비용절감보다는 현지 시장공략, 관세장벽 회피, 換리스크방지 등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는 전략을 추구

세계화와 현지화의 조화로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효과를 극대화

생산시스템의 지역적 확장은 단순히 물리적 거리의 확장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문화권으로의 확장임을 명심. 歐美기업은 생산시스템의 매뉴얼화에 익숙한 반면, 아시아 기업은 대면접촉을 통한 노하우 전수방식을 선호. 대면접촉을 통한 노하우 전수방식은 직원들의 근무기간이 짧은 해외공장에서는 품질저하의 위험을 야기. 해외 협력기업과의 관계는 자국 협력기업과의 관계만큼 긴밀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거래관계에 대한 요구사항이나 책임소재를 명확히 할 필요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통해 경쟁력 강화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현지국의 특수성을 존중하는 탄력적인 경영을 추진. 품질강화, 親환경제조 등 기업의 전사적 공유가치는 동일하게 유지하되, 현지 인력이나 협력업체의 운영 등은 현지 실정을 고려. 親환경정책이나 노동환경 등에 지역적 차별을 둘 경우 비난 여론에 직면할 우려가 있으며, 반대로 해외공장 운영에서 본사의 매뉴얼만 강요할 경우 현지인력의 반발을 초래

현지 직원과 본사 간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지역을 넘어선 회사차원의 단합을 유도. 하나의 회사라는 동질감을 갖도록 현지 직원들과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하고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은 전 세계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가치를 전파해왔으며 2007년부터 런던, 상하이, 델리 등에서 간부교육 실시. 현지 및 본사 직원 간의 교류확대로 상호이해를 증진하고 이질감도 최소화

품질불량 이외의 다양한 리스크 요인에 대한 대응에도 철저

현지기업에 대한 기술유출 및 지나친 의존에 따른 협상력 저하를 방지하려면 自國 및 현지 협력업체들과의 상생관계 구축이 중요. 해외진출 시 자국의 핵심 부품기업과의 동반진출은 현지기업에 대한 의존을 최소화하며,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 단기간에 이전이 어려운 암묵지를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동반진출이 경제적인 대안. 기술이전의 범위를 명확히 구분하여 핵심기술을 보호하고, 현지기업으로 이전할 때는 우수기업을 직접 발굴·육성하며 지분투자 등을 통해 통제권을 유지

글로벌 생산시스템의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측면지원도 필수적. 해외정부의 규제강화나 정책변화 움직임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모니터링 서비스를 통해 기업의 신속한 대응을 지원. 각국의 산업별 우수 협력기업에 대한 리스트를 확보하여 한국기업의 해외진출 시에 유용한 참고정보로 활용. 과도한 원화가치의 상승 등 원高상황은 한국기업의 가격경쟁력을 저하시켜 무리한 해외생산 확대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 등을 통해 환율 변동을 축소하는 노력이 필요 [강민형 수석연구원 외]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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