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신흥국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일본기업’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3월 3일자로 발표하는 SERI 경제포커스 제282호 ‘신흥국에서 활로를 모색하는 일본기업’ 보고서 주요내용

1. 일본의 대외전략 변화

일본이 對신흥국 전략을 대대적으로 강화

일본 정부와 기업은 對신흥국 전략을 대폭적으로 수정해 신흥국 중산층및 빈곤층(BOP) 시장을 경제성장의 돌파구로 삼는 움직임을 가시화. 일본 정부는 ‘통상백서’를 통해 기존 선진국 중심의 수출전략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신흥국 진출에 대한 자국기업들의 분발을 촉구. 일본기업들도 생산체제를 포함한 글로벌 전략을 신흥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등 신흥국 시장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對신흥국 전략을 재정비

對신흥국 전략 변화의 배경은 ①선진국·고부가가치 중심 전략의 한계 노출, ② 對신흥국 수출 호조, ③신흥국 중산층 및 BOP시장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 고조 등

선진국·고부가가치 중심의 기존 전략이 한계를 노정

선진국 시장과 고부가가치 제품에 중심을 둔 일본의 산업구조 및 기업전략이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를 증폭시킴. 금융위기의 여파로 선진국 시장의 수입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쟁국에 비해 일본의 수출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확대. 고부가가치 제품에 역점을 둔 수출전략도 수출 감소 폭 확대에 한몫. 2008년 10월~2009년 3월 수출 감소분에 대한 각 품목의 기여도는 자동차(14.8), 일반기계(9.4), 전기기계(7.3) 등 주력 품목 중심

對신흥국 수출이 일본경제의 구원투수 역할

신흥국의 빠른 경제회복으로 對신흥국 수출이 증가하는 등 신흥국이 일본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 G20 內신흥국 그룹인 G11은 2010년 9.7%의 견조한 성장이 예상. 특히 중국과 인도는 2009년도에도 성장률이 각각 8.7%, 7.2%를 기록

중국 및 對아시아 수출 증가가 2009년 2/4분기 이후 일본의 3분기 연속플러스 성장을 견인. 주요 수출 제조업 30개 사의 2009년 4/4분기 지역별 매출액은 구미의 경우 전년동기비 30% 감소한 반면 신흥국은 4% 증가. 해외 매출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신흥국이 구미 선진국을 상회

전 세계적으로 신흥국 중산층 및 BOP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

금융위기로 증발한 선진국의 수입 수요를 대체할 시장으로서 신흥국 중산층 및 BOP 시장이 부상. OECD는 미국의 가계소비 위축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를 대체할 소비 주체로서 아시아의 중산층을 지목. 국제금융공사(IFC)는 110개국 약 40억 명의 개도국 BOP 시장 규모를약 5조 달러로 추정하고 식품과 에너지 등 8개 유망업종을 선정

2. 전략 변화 유형 및 사례

일본기업의 전략 변화 유형은 크게 5가지로 압축

금융위기 이후 일본기업을 둘러싼 비즈니스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기존의 전략으로는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가 곤란. 한국과 중국 등의 제조 경쟁국 및 로컬 기업의 성장으로 세계 시장에서 기업 간 판매 경쟁이 심화. 신흥국 중산층 및 BOP 시장이 확대되면서 신흥국 內제품 니즈도 다양화. 선진국向제품을 신흥국에 그대로 투입하거나 제품의 디자인 및 사양을 미세 조정하는 기존의 전략이 한계를 노출. 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코어제품 및 부품을 자사에서 생산하는 블랙박스화 전략을 추진하면서 신흥국 시장 변화 감지 능력이 약화

신흥국 시장 內경쟁심화 및 다양화되고 있는 제품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일본기업의 전략 변화는 크게 5가지 측면에서 관찰 가능. 설계, 제조, 판매의 3대 밸류체인 內5개 전략 부문에서 수정을 시도

⑴ 제품 기획

설계 단계부터 신흥국 중산층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기획

선진국형 제품을 부분 조정하는 기존 전략에서 탈피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제품을 설계 및 기획. 신흥국 부유층 시장 공략에 성공한 기업들이 중산층을 겨냥한 제품을 출시했으나, 제품 설계 시 고급사양을 고집하면서 가격을 낮추는 데 실패. 품질과 디자인에서 기존 부유층에게 외면을 받는 한편, 여전히 높은 가격이 유지되어 중산층에게 외면을 받는 미스매치가 발생. 고부가가치 제품의 성공 패턴을 버리고 새로운 개발 철학을 통해 현지 중산층의 니즈를 직접 공략하는 사례가 증가

⑵ 제품 생산

자사 생산 중심에서 현지 생산 중심으로 전환

현지 시장의 ‘니즈’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잃어버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목적으로 국내 생산 거점의 해외 이전을 재개. 일본기업들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자사 기술 및 노하우의 현지 유출을 방지한다는 명분下에 핵심 제조공장의 국내 U턴을 본격화. 범용 기능을 갖춘 제품의 생산은 해외에 남겨두고 고기능 고부가가치제품은 자사에서 생산하는 2중 생산 체제를 구축

하지만 금융위기로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일본 제품이 신흥국 제품에 밀리기 시작했으며, 신흥국 시장과의 연계감도 약화. 환율 변화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경쟁국 기업들이 현지 및 자사 생산을 병행함으로써 가격경쟁력에서 일본 제품을 압도. 이에 따라 현지 직접 생산뿐만 아니라 합병회사의 형태까지 포함하는 광범위한 생산 기지 이전을 추진. 이는 국내 첨단소재 및 부품업체와의 연계, 납기 단축과 같은 국내 생산의 이점보다 현지 시장 파악 및 비용 절감을 우선하겠다는 의미

품질과잉 문제 극복을 위해 설계 기준마저 변경

품질을 다소 낮추더라도 저가격 실현을 위해 설계 기준을 과감히 변경하고 부품조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조달처를 전 세계로 확대. 과거 대부분 일본기업은 신흥국 현지시장이 요구하는 품질 수준보다 더높은 품질의 제품을 제조해 신흥국은 물론 전 세계 일반 고객들에게도 외면받는 ‘품질과잉’ 문제에 직면. CD-R의 경우에도 대만 OEM 업체들은 일본의 발주업체가 지정한 재료, 사양, 품질관리 항목을 100% 준수하기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

톱다운식 명령 전달을 통해 지금까지 금기시해왔던 설계 기준을 과감히 손질해 신흥국 눈높이에 맞는 가격을 실현. 안정성과 내구성을 훼손시킬 위험이 있는 설계 기준의 변경에 미온적인 엔지니어들을 움직이기 위해 본사의 톱다운식 명령체계까지 동원. 품질과잉에 따른 가격 상승을 회피하기 위해 일본 내 핵심 생산기지에서 조차 국내 부품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해외 조달로 전환

⑶ 제품 판매

브릭스 중산층과 개도국 BOP를 중심 타깃으로 설정

일본기업의 경쟁력이 비교적 유지되고 있는 브릭스 시장에서는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중산층을 주요 타깃으로 설정.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저비용기술 개발 및 중산층 마케팅을 강화하는 ‘볼륨존 이노베이션’을 본격화. 동일 소득 및 소비수준을 갖춘 셀(계층)별로 수요특성을 파악해 투입 제품을 결정하는 ‘세그먼트’ 전략'을 추진. 소득 및 연령구조의 변화를 고려해 자동차, 가전 등 일반 내구재뿐만 아니라 생활용품 등 비내구재와 서비스 판매를 강화. 비아세안 및 아프리카 지역의 BOP 시장도 장기적인 수익을 염두에 두고제품 판매의 주요 타깃에 포함. 시장 특성상 단기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BOP 시장에서는 장기적관점에서 수익 창출을 위한 기반 다지기 및 네트워크 구축에 전력

철저한 현지 밀착형 마케팅으로 BOP 시장을 공략

동남아 및 아프리카 BOP 시장에서는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도입. 3공(共) 전략 등 아프리카 시장의 단점을 보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 현지 NGO/NPO와 연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수익성과 연결되는 기업 CSR 활동도 강화

중소도시에서는 각 지역을 단위로 철저한 현지 밀착형 마케팅을 시행. 선진국 시장에서 활용하는 제품사업(도메인) 단위의 판매 및 마케팅에서 탈피해 지역단위의 제품 기획 및 개발을 추진. 신흥국 저소득층 지역은 일반적으로 중간유통망이 발달해 있지 않지만 일단 자사 판매망이 구축되면 신제품의 판매가 용이하다는 점을 활용

3. 시사점

일본기업의 對신흥국 전략 변화를 예의 주시할 필요

금융위기 이후 일본 대외경제정책의 변화가 일시적인 전술의 변화인지 또는 국가전략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인지를 가늠할 필요. 일본은 메이지 유신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선진국 중심의 대외전략을 추진해오면서 對신흥국 전략을 상대적으로 도외시. 메이지 유신과 더불어 일본은 ‘脫아시아’, ‘선진入國’의 기치를 내걸고 선진국 따라잡기에 총력. 하지만 금융위기를 전후로 일본 정부와 기업은 ‘親아시아’, ‘親신흥국’으로 대외전략에 전면적인 변화를 시도

현재로서는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대외전략 변화를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 금융위기로 증발한 선진국 수입수요가 정상화되기까지는 상당 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므로 단기간에 선진국 중심으로 회귀하는 것은 곤란. 일본 정부와 기업은 신흥국 성장을 충분히 활용해 對신흥국 수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유일한 ‘성장의 돌파구’라는 데 인식을 공유

신흥국에서 한국 제품과의 경쟁이 더욱 심화

현재까지 신흥국 시장에서는 일본 제품이 비교적 틈새 시장에 머물면서 한국 제품과의 직접적인 경쟁 기회가 적었음. 금융위기 이전까지 일본기업은 가격을 유지한 채 품질을 향상시키는 방식을 통해 구미선진국 시장의 상위 세그먼트를 개척. 신흥시장 내에서도 제품의 주요 타깃이 부유층 및 일부 중산층에 제한. 이로 인해 신흥국 시장에서 중품질·중가격 제품이 주력을 이루는 한국제품과는 직접적인 경쟁 기회가 감소

하지만 일본기업의 對신흥국 전략변화로 신흥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과의 직접적 경쟁이 심화될 전망. 일본은 향후 신흥국 시장에서 고품질·고가격을 기본으로 한 상위 세그먼트에서 중품질·중가격 중심인 하위 세그먼트로 제품을 이동.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사양 및 기능을 단순화하는 전략을 통해 저가격 실현이 가능. 중국과 한국 제품이 주류를 이루는 중하위층 내에 일본기업이 새롭게 진출을 시도하면서 각국 기업간 판매 경쟁이 더욱 심화

신흥국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공유 시스템을 강화

한국 정부와 기업은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수집된 정보에 대한 공유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 한국기업도 신흥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가 증가 추세에 있으나 업종이 제한적이고 일부 대기업 중심. 중소기업은 여전히 정보 및 인프라 부족으로 본격적인 진출이 지연. 정부는 신흥국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 활동을 강화하고 기업과의 정보공유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

기존 시장 및 주력 제품을 유연하게 변화

일본기업 진출로 신흥국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해짐에 따라 신흥국 각 지역의 특색에 맞게 기업 전략을 유연화할 필요. 브릭스 시장은 이미 경쟁이 포화 상태에 달해 있지만 다양한 소득 및 소비 계층이 공존해 시장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큰 상황. 소득 계층뿐 아니라 연령 및 직군 등 세그먼트의 양적 변화를 사전에 감지하고 시장 확대에 필요한 제품군을 빠르게 발굴해 투입. 아세안을 제외한 아시아 빈국 및 아프리카 BOP 시장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수익 창출을 염두에 두고 잠재 시장을 개척할 필요

신흥국의 수요 특성에 맞게 생산전략을 유연화하고 저가격 실현과 공정저감 기술에 대한 R&D 투자를 강화. 플랫폼화 및 다품종 소량화 등 제품 특성을 고려해 생산전략을 유연화. 안정성과 품질이 중요시되는 상품과 디자인과 가격이 더 중요시되는 상품을 양분해 가격을 설정 [정호성 수석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seri.org

연락처

삼성경제연구소 정호성 수석연구원
02-3780-8048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