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일본의 재정위기, 왜 표면화되지 않나?’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5월 6일자로 발표하는 SERI 경제포커스 제291호 ‘일본의 재정위기, 왜 표면화되지 않나?’ 보고서 주요내용

1. 일본 재정의 불가사의

전 세계에 재정불안이 확산

2009년 하반기 이후 국가채무를 둘러싼 시장불안이 고조. 2009년 10월 그리스 정부의 재정통계 분식 행위, 2009년 11월 두바이정부계 지주회사의 채무상환연기 요청, 2010년 1월 아이슬란드 대통령의 영국과 네덜란드 정부에 대한 채무상환법안 서명 거부 등 국가채무관련 문제가 잇달아 발생. 특히 그리스發재정불안은 포르투갈, 스페인,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 PIIGS 국가로 파급되면서 글로벌 금융불안을 야기. 최근 PIIGS 국가의 CDS 프리미엄이 재차 급등하고 영국, 일본, 미국등 G7 국가의 CDS 프리미엄도 상승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 과정에서 각국의 재정상태가 크게 악화되어 재정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 세계경제는 각국의 구제금융, 경기부양책 등의 영향으로 금융위기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위기의 불씨인 ‘부실, 채무’가 ‘민간’에서 ‘정부’로 이전

재정위기는 2010년 세계경제 불안의 최대 뇌관으로 부상. 재정상태로 볼 때 PIIGS 국가뿐 아니라 선진국 대부분이 불안한 상태. 이 때문에 IMF 등 국제금융기관이 재정위기를 경계. 세계경제포럼(WEF)은 2010년 1월 보고서에서 2010년 리스크의 첫째요인으로 국가채무위기(Sovereign Debt Risk)를 거론. 2010년 2월 캐나다 정상회담, 2010년 4월 IMF 보고서에서도 선진국의 ‘소버린 리스크’를 경계

국가채무 측면에서 일본의 재정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

일본의 재정 관련 지표는 세계 최악의 상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국가채무(GDP 대비 비율)가 급등하여 2009년217.6%까지 증가. 재정위기가 표면화되고 있는 PIIGS 국가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2009년 기준)은 58~124% 수준. 2010년에는 순채무 잔고(GDP 대비 비율)에서도 이탈리아를 넘어설 전망. 재정악화 속도 면에서도 일본이 G7 국가 중 가장 빠른 편

이 때문에 일본의 재정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나, 일본 국채의 신용등급 및 가격은 안정 상태를 유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재정적자가 지속되고 국가채무가 급증하면서 재정위기 및 일본 국채가격 폭락론이 제기되기 시작. 지금도 일본의 재정 파탄과 국채가격 폭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채가격은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국채도 순조롭게 발행 중. 국채 신용등급도 비교적 높은 수준을 유지

2. 일본 재정의 버팀목

대외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극히 희박

일본 국가채무의 대부분을 일본 국내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 문제가 당장 대외 채무불이행으로 이어지기는 힘든 구조. 2009년 말 기준 일본 국가채무의 93.8%를 일본 자국민이 보유. 은행, 보험, 연금기금 등 일본 국내 금융기관이 66.9%를 보유. 외국인 보유 비율은 2004년 이후 빠른 속도로 증가하였으나, 서브프라임사태, 리먼 사태 등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감소세로 반전

구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일본 국채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현저히 낮은 수준. G7 주요 선진국은 국채의 30~50%를 외국인이 보유. 비록 일본의 국가채무가 GDP의 2배 수준이지만, 채권자가 대부분 일본국민이므로 사실상 대외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희박

일본은 무역수지 흑자와 해외투자 성과로 창출되는 소득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적으로 달성. 1980년대 이후 일본은 연평균 1,000억 달러 수준의 무역 흑자를 지속. 글로벌 금융위기 및 엔고의 여파로 2008년 4/4분기와 2009년 1/4분기일시적으로 적자로 전환되었던 무역수지가 재차 흑자로 반전. 해외투자(직접투자 및 증권투자) 확대에 힘입어 소득수지 흑자도 늘어나, 2000년대 중반 이후에는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지속. 경상수지 흑자는 민간부문의 저축 초과로 정부부문의 저축 부족분을 보충하고 남은 상태를 의미

주요 선진국 가운데 일본이 유일하게 경상수지 흑자를 지속.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대부분 국가는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일본은 GDP 대비 3% 내외의 흑자를 유지

경상수지 흑자에 힘입어 축적한 막대한 대외순자산도 일본 재정의 대외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일조. 2009년 말 현재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97조 엔으로(약 1조 달러) 외국인이 보유한 일본정부 채권(국채 및 단기증권 합계) 51조 엔의 약 2배

금리가 낮아 국채 이자부담이 경미

국가채무 잔고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의 저금리정책으로 인해 채무에 대한 이자부담은 오히려 경감되는 현상이 장기간 지속. 일본정부는 버블 붕괴 이후 종전 6%(공정할인율)였던 정책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려 1995년 9월에는 0.5%까지 인하하고 1999년 2월부터 사실상 제로금리정책을 실시. 이 때문에 1990년 8% 수준이었던 국채수익률(10년 만기 국채 평균 수익률)이 2000년대 이후 2% 미만으로 하락. 그 결과 국가채무(국공채 잔고)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지급이자는 오히려 감소. 국가채무 잔고 대비 지급이자 비율이 1990년대 초 7% 수준에서 2000년대 중반 4% 수준까지 하락

이 때문에 일본의 국가채무 규모(GDP 대비 비율)가 세계 최고 수준임에도불구하고 국채에 대한 이자부담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 2008년까지 일본의 국채에 대한 금리 부담은 GDP의 1% 중반 수준에 불과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국채 매입처가 존재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일본 금융기관과 개인들은 일본 국채를안전성과 수익성을 보장하는 자산의 성격으로 인식하여 적극 매입. 그동안 일본 금융기관, 특히 은행들은 유력 투자처가 없어 국채를 안정자산으로 선호.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경우 총 금융자산에서 국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1997년 말 5.5%에서 2009년 말 22.5%로 급증. 보험 및 연금기금 역시 같은 기간 13.9%에서 36.8%로 증가

1,400조 엔이 넘는 가계금융자산은 일본 금융기관의 국채 매입 재원을 지탱하는 자금줄 역할. 일본의 가계금융자산은 1990년 994조 엔에서 2009년 1,456조 엔으로 증가. 2009년 말 현재 가계금융자산의 약 60%가 금융기관 및 보험·연금기금의 자산운용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정기예금(465조 엔)과 보험·연금기금(398조 엔)으로 구성. 가계도 2000년 이후 국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가담. 가계의 국채 매입 잔고가 2000년 8조 7,000억 엔에서 2009년 말 35조엔으로 9년간 4배 규모로 확대

이 때문에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국채 소화에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全無. 일본정부는 국채만기가 도래하면 차환을 발행하여 기존 국채를 상환하고, 금융기관이나 가계는 상환자금으로 다시 국채를 사는 구조가 반복. 일본정부가 재정적자를 보전하고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발행하는 국채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 재정 투융자자금 조달 목적의 국채발행분을 포함한 국채 총 발행 규모가 2001년 이후 130~160조 엔 규모로 증가

3. 전망 및 시사점

일본의 재정위기는 표면화되고 있지 않을 뿐 문제가 심각

국가채무가 GDP의 2배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는 재정위기가 표면화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 자국민 중심 국채 보유, 경상수지 흑자 등 일본의 독특한 특성으로 인해 대외 채무불이행 가능성은 희박. 일본 금융기관의 국채 선호 성향과 천문학적 규모의 가계금융자산을 바탕으로 국채 소화도 당분간 별 어려움이 없을 전망

하지만 현재와 같은 세입세출 구조가 지속될 경우 국공채 발행액과 국가채무가 늘어나 일본의 재정위기 가능성은 점점 현실화될 가능성. 1990년 이후 일본 재정은 세출 증가, 세수 감소로 적자가 반복되는 구조. 향후 특단의 조치나 대책이 주효하지 않은 한 적자재정 구조가 지속되어 국공채 발행액이 늘어나고 국가채무(GDP 비율)가 증가. 고령화의 진전으로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늘어남에 따라 세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기는 어려운 실정.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데다 잠재성장률이 1%대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수를 대폭적으로 늘리기도 어려움

고령화의 진전 등으로 가계저축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국채소화의 자금줄인 가계금융자산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고,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국채매입도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 따라서 현재와 같은 일본 특유의 국채보유 구조와 저금리 구조 등이 무한정 지속되기는 어려움. 영국 ‘이코노미스트’誌는 그리스, 아일랜드, 영국에 이어 일본의 재정을 세계에서 4번째로 지속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

재정지출 효율화와 성장잠재력 제고를 통한 세수기반 확충이 중요

재정준칙을 확립하고 재정지출을 효율화. 재정지출에는 포퓰리즘이 작용하기 쉽기 때문에 안이하게 생각할 경우 국가채무가 증가하기 쉬움. 일본 특유의 상황 때문에 일본정부는 물론 일본 국민도 재정 악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사실

2009년 한국의 국가채무잔고의 GDP 비율은 33.2%로 OECD 국가 평균(90.0%)을 크게 하회할 정도로 낮지만 증가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 한국의 국가채무는 외환위기 이후 1997~2009년간 연평균 15.2% 증가. 한국도 인구고령화로 인해 의료, 보건, 복지 등 사회보장 관련 지출이 확대되어 재정지출이 팽창할 수밖에 없는 상황. 건전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정준칙을 확립하고,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인 제정지출과 사회보장지출의 급팽창을 제어할 필요

성장동력 확충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여 세수기반을 확충하는 것이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 첨단지식산업, 소재·에너지 산업 등 차세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투자와기존 산업의 생산성 향상을 촉진하는 제도 개선을 통해 잠재성장력을 제고. 재정지출 감축만으로는 재정의 건전성 유지에 한계가 있으므로 ‘낮은 세율,넓은 세원’의 기조하에 비과세 및 세제감면 제도를 정비하여 세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등 성장친화적인 조세정책을 운영. 일본의 재정이 악화된 데는 버블 붕괴 이후 장기침체로 세수 증가가 세출 증가를 따라가지 못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명심 [구본관 수석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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