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기업생태계를 가꾸는 지혜:이타자리(利他自利)’

서울--(뉴스와이어)--기술발전과 시장통합 가속화로 비즈니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참여자들 간 상호의존성이 증대되면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타자리(利他自利) 경영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풍요롭게 가꿈으로써 스스로의 이익과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다. 자신이 속한 생태계의 참여자들에게 혁신에 필요한 장소, 역량 등을 제공하여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면 자신의 성장도 가능해진다는 지혜에 기반하고 있다.

이타자리 경영은 이타(利他)의 범위와 자리(自利)의 직접성 정도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플랫폼 모델로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집단을 이어주고 신뢰를 형성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의 건강과 상생(相生)을 도모하는 모델이다. 애플의 콘텐츠 오픈마켓인 앱스토어가 대표적인 예이다. 플랫폼 구축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참여자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며, 플랫폼이 성장하면서부터는 혼잡을 줄이고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두 번째는 개방형 협업 모델로서 외부 개발자와 고객 등 기업 외부로부터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내부의 자원을 외부에 개방하는 협업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모델이다.

외부 개발자와의 협업을 통해 R&D 생산성을 높인 P&G가 대표적인 예이다. 내외부간 협력 관계를 전략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세 번째는 선물경제 모델로서 공짜 선물을 통해 공동체의 후생을 증진하는 한편, 기업은 이미지 가치가 상승하여 새로운 수요와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다. MIT의 강의 콘텐츠개방이나 무료로 제공되는 구글어스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짜 마케팅의 상술과 구별할 필요가 있으며, 철저하게 선의와 친절에 기초해야 한다.

향후 기업의 핵심 성공요인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디자인하는 역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개발이나 R&D에 들이는 노력만큼 생태계 디자인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발굴에 노력하고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외부 파트너들과의 공정한 수익 배분 기준을 확립하고 비전과 리스크를 공유함으로써 생태계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듯 기업은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와 자신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킴으로써 전략적 파트너를 확보하고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해나갈 수 있다.

1. 이타자리(利他自利) 경영의 필요성

남을 이롭게 하여 나를 이롭게 한다

비즈니스 생태계 간 경쟁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생태계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략의 필요성이 증대. 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은 내부의 역량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의 역량에 의해서도 결정된다는 인식이 확산. 건강한 사람도 공기가 나빠지면 숨을 쉴 수 없고, 내실 있는 기업들도 경제위기 속에서 연쇄 도산하듯 모든 주체는 생태계와 운명을 공유

‘이타자리’ 경영이란 기업이 자신이 속한 생태계의 참여자들에게 혁신에 필요한 장소, 역량 등을 제공하여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경영. 기업과 생태계의 이해관계를 동일시하고, 생태계 내 참여자들의 잠재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혁신 수단과 기회를 제공. 공급업체부터 유통업체, 경쟁자, 고객, 나아가 사회와 자연까지도 경쟁우위 창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

생태계의 몰락은 他생태계의 공격이나 경쟁에서 비롯될 수 있지만, 생태계 내 참여자들의 지나친 자기중심적 태도에 의해서도 가능. 참여자 간에 더 많은 가치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는 것은 생태계전반의 생산성을 저하시켜 동반 몰락을 초래할 가능성. 최근 불거진 도요타의 위기는 강력한 외부 경쟁자의 공격이 아니라, 제품 공급을 둘러싼 내부 생태계의 문제로부터 발생

이타자리 경영의 3가지 유형

이타자리(利他自利) 경영은 이타(利他)의 범위와 자리(自利)의 직접성정도에 따라 3가지로 구분

① 플랫폼 모델: 판매자와 구매자 등 서로를 필요로 하는 두 집단을 연결해주고 신뢰 관계를 형성함으로써 생태계 전반의 혁신을 촉진(애플의 콘텐츠 오픈마켓인 앱스토어 등)

② 개방형 협업 모델: 기업 외부로부터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하고 동시에 내부의 자원을 외부에 개방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외부 개발자와의 협업을 통해 R&D 생산성을 높인 P&G 등)

③ 선물(膳物)경제3) 모델: 생태계의 이익에 기여하는 선의(善意)를 실천함으로써 기업의 이미지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요와 사업 기회를 창출 (MIT大의 강의 콘텐츠 무료 개방 등

2. 이타자리 경영의 유형별 성공요인

① 플랫폼 모델: 상호 니즈를 지닌 두 집단을 연결하라

플랫폼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판매자와 구매자 집단 간에 탐색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여주는 일종의 장터. 구매자가 많을수록 판매자가 몰리고, 이는 다시 구매자의 증가를 유발함으로써 플랫폼의 가치가 상승. 반면, 플랫폼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이용자 수가 많아 혼잡해지면 내부의 탐색비용이 높아져 성장에 제약

따라서 플랫폼 구축 초기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참여자 확보가 관건. 한 측의 이용자에게 원가 이하의 가격을 설정하거나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열어 초기에 일정 수준 이상의 참여자를 확보. 중소규모 신문사의 경우 초기에 일정 수준의 독자 수를 확보하기 위해 신문을 무료로 배포. 후발사업자인 구글은 애플에 대항하여 안드로이드 콘텐츠 마켓과 운영체제(OS)를 모든 개발자 및 제조업체에 개방

이후에는 내부 탐색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시스템이 필요. 서로 믿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폐쇄형 플랫폼을 통해 거래의 질을 관리하고 통제하여 내부 탐색비용을 낮춤.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는 구매자가 판매자를 평가하는 시스템을 통해 판매자의 신뢰성을 향상시켜 참여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 애플 앱스토어는 모든 콘텐츠를 승인 후에 거래하게 하며 개발도구도 통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양측 간 거래가 발생할 수 있는 환경과 편의를 제공하고 양측 또는 어느 한쪽으로부터 플랫폼 사용료를 징수. 플랫폼을 이용하는 한쪽 집단의 수가 늘어나면 다른 쪽 집단의 효용이 증가하는 특성을 이용하여 전략적인 요금 책정이 가능. 경우에 따라 한쪽 집단이 플랫폼을 무료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

후발사업자의 경우 플랫폼을 차별화하여 이용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 영국의 3위 이동통신사인 3UK는 이용자들이 자사의 이동통신망에서 모바일 인터넷전화 Skype를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시장점유율 확대

플랫폼 사업자는 혼자만의 혁신이 아닌 플랫폼 참여자들의 혁신을 유도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생태계의 진화를 도모하는 리더십이 필요. 참여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시간이 흐를수록 정체상태에 빠져 생태계의 역동적인 공진화(共進化)를 구현할 수 없는 한계

산업의 성격이 달라지면 플랫폼 기업의 위상과 경쟁 구도가 달라지므로 이타자리 전략도 변화시킬 필요. 가치창출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 플랫폼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옮겨감에 따라 제조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사례 증가. 애플, 인텔, 노키아, HP 등의 제조업체가 단말기, 운영체제(OS), 오픈마켓 등의 이종(異種) 플랫폼을 동시에 구축하여 개발자 및 이용자와 상생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전략을 추진 중

② 개방형 협업 모델: 참여와 협업을 유도하라

개방과 공유, 참여를 바탕으로 가치사슬의 모든 영역에서 협업을 통해 경쟁력 제고가 가능. 외부 협력을 통해 부족한 내부자원을 보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연구개발부터 마케팅까지 기간과 비용을 줄이는 등 전략적 유연성 확보

개방의 철학만으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구현되지 않으므로 내부와 외부 협력자 간 관계를 전략적으로 디자인할 필요. 외부 협력자들에 대해 공정한 보상기준을 확립하고 협력에 필요한 내부 정보에 접근성을 보장. 또한 개발비용과 리스크를 공유함으로써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의 전략적 비전을 구축하고 이해관계를 일치. 외부로부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빠르게 수용할 수 있도록 개방적인 조직문화와 유연한 생산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

고객을 혁신의 주체로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적 보상에 더해 창조와 참여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관건. 고객들에게 자신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 마케팅 등의 과정에 반영될 수 있다는 믿음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

인간의 집단적인 협업노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창출이 가능. 컴퓨터로 대체할 수 없는 인간 노동의 세심함, 친절함, 집단성 등의 특징을 활용

③ 선물(膳物)경제 모델: 선물을 통해 평판을 높여라

무료 소프트웨어 배포와 같이 즉각적인 보상을 바라지 않고 가치 있는 재화나 서비스가 거래되는 현상이 선물경제(gift economy). 선물경제는 상호호혜적 이타주의(reciprocal altruism), 사회적 평판획득, 미래를 위한 비공식적 보험 등의 동기로 설명이 가능. 학자들끼리 서로의 논문을 자유롭게 인용하는 문화가 선물경제의 대표적인 예인데, 논문이 인용된 학자는 평판이 증가하고 전체 학자집단은 지식의 양이 증가하는 혜택을 향유

기업 내부의 중요한 지식과 정보를 외부에 공개함으로써 자신이 속한 생태계에서 평판을 획득하고 미래에 R&D 협력 등의 기회 창출이 가능. 정보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비경합재(nonrival good)의 성격이 짙어 선물경제에 적합한 재화 유형. MIT의 오픈코스웨어(Open Course Ware)를 중심으로 시작된 개방형 교육철학은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MIT의 브랜드 가치를 향상

정보공개 문화가 보편화될수록 기업은 미래의 잠재적인 파트너에게 자신이 협력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셈. 시장에는 항상 불완전한 정보의 문제가 존재하므로 어떤 파트너와 협력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위험이 존재. 제약회사는 내부 과학자를 학술대회 논문발표에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생태계에 자사의 가치를 알리고 협력 가치가 있는 파트너를 탐색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선물은 상술이 아닌 철저하게 선의와 친절에 기반한 서비스가 되어야 함. 호의에 기반한 선물경제와 정략적인 공짜 마케팅을 구별할 필요. 공짜 선물 속에 유료 상품의 미끼를 끼워넣는 일부 공짜 마케팅 상술의 경우 오히려 역효과의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선물경제와 구분. 보쉬-지멘스는 브라질의 빈민들에게 절전형 냉장고를 무료로 배포하고 구형 냉장고를 수거하여 친환경 녹색기업이라는 명성을 획득하였으며, 전기사용량 감소분으로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새로운 수익모델도 창출

3. 시사점

환경의 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일수록 가치사슬 전체에 지속적인 통제력을 행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므로 생태계의 상생 원리를 이해할 필요. IBM 등 한때 산업을 지배하던 강자들이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 것도 생태계를 풍요롭고 건강하게 하는 데에 소홀했기 때문. 후발주자도 생태계의 상생 원리를 활용함으로써 기존 강자 추월이 가능

향후 기업의 핵심 성공요인은 자신이 속한 생태계를 전략적으로 디자인하는 역량이 될 것으로 예상. 기업들은 제품개발이나 R&D에 들이는 노력만큼 생태계 디자인이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 외부 파트너들과의 공정한 수익 배분 기준을 확립하고 비전과 리스크를 공유함으로써 생태계의 생산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

외부 개발자, 고객, 일반 대중 등 과거에는 주어진 외부 환경으로만 간주되던 주체들을 전략적 파트너 자원으로 재개념화할 필요. 기업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생태계와 기업의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자원인 동시에 혁신의 주체로 인식하는 이타자리의 지혜 발휘가 필요. 생태계 참여자들 간 거래와 혁신의 표준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Outside-In 혁신과 Inside-Out 혁신을 동시에 실현하는 개방형 협업을 실현하며, 공동체의 후생을 증진하여 존경받는 기업을 구현하는 전략이 필요

가치 창출의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옮겨감에 따라 이종(異種) 플랫폼을 동시에 구축하는 등 이타자리 전략도 변화할 필요 [김진성 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seri.org

연락처

삼성경제연구소 김진성 연구원
02-3780-8255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