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본 그리스 재정위기’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가 2010년 5월 19일자로 발표하는 SERI 경제포커스 제293호 ‘정치경제적 관점에서 본 그리스 재정위기’ 보고서 주요내용

1. 그리스 재정위기 현황

그리스 재정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은 유로체제

그리스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차입이 어려워지자 디폴트 가능성을 제기. 2009년 그리스의 GDP 대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수준은 각각 13.6%와 115.1%로 유로존 최고 수준. S&P는 2010년 4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인 ‘BB+’로 조정

그리스 재정위기는 유로체제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 그리스 재정위기가 표면화된 2009년 말 이후 유로화 약세가 지속. 그리스 장기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동안 유로화의 對美달러 환율은 2010년 5월 7일 현재 2009년 최고점(11월 25일) 대비 15.5% 하락

일시 봉합된 그리스 재정위기

2010년 5월 EU와 IMF의 공동 구제지원 발표로 금융시장이 일단 진정되었으나 구조적 불안 요인은 상존. 5월 2일 EU와 IMF는 그리스에 대해 3년간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5월 10일에는 유로화 안정을 위해 7,500억 유로 규모의 긴급기금 조성에 합의. 그리스의 10년 만기 장기국채금리는 5월 7일 12.5%에서 5월 10일7.8%로 하락

그리스가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규모를 ‘안정성장협약(Stability & GrowthPact)’이 허용하는 수준으로 낮추려면 고통스런 디플레이션 정책이 불가피. 그리스 경제가 2010∼2012년 평균 -1.0%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정부는 2014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내로 줄이겠다고 발표. 뉴욕대의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교수는 재정난에 시달리는 그리스 등 남부 유로존 국가들이 통화가치의 평가절하를 위해 수년 내에 유로화를 포기할지 모른다고 전망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EU에 대한 시사점을 제시. 방만한 재정운용을 야기한 그리스 내부의 문제와 함께 EU가 그리스 사태발생 시 왜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에 실패했는지 EU 거버넌스의 문제도 분석. EU 거버넌스는 EU 회원국들의 정책을 조율하고 EU 차원의 공공정책을 결정하는 제도와 절차. 또한 EU가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의존해 그리스의 재정안정화를 도모하는 방식에 문제점은 없는지 검토

2. 위기의 정치경제적 원인

1) 그리스 국내 요인

경제적 원인: 재정수지와 경상수지의 동반 악화

그리스는 이미 1980년대 초부터 방만한 재정운영을 지속. 그리스는 GDP 대비 국가부채가 1980년 22.3%에서 2000년 103.4%로 증가하여 유로화 가입 조건을 충족하는 데 실패. 그리스 정부가 재정통계를 조작해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규모를 속여 2001년 유로화에 가입. 그리스는 2008년 금융위기의 여파로 최근 들어 재정적자가 급증한 아일랜드와 차이. 아일랜드도 한때 GDP 대비 국가부채 규모가 100%를 넘었으나, 1980년대 중반 이후 국가부채를 성공적으로 조정해 재정안정화를 시현

2001년 유로화 가입 이후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로 경상수지 적자가 급증. 2000∼2008년 사이 그리스의 단위노동비용이 25.0% 증가. 반면, 독일의 단위노동비용은 같은 기간 -0.2% 감소. 그리스는 유로화 가입 이후 환율조정이 불가능해지면서 단위노동비용 상승이 고스란히 수출 경쟁력 약화로 전가. 2000∼2008년 그리스의 연평균 경상수지 적자는 GDP 대비 12.3%로 1990∼1999년 평균 1.8%에 비해 급증

정치적 원인 ①: 포퓰리즘에 의해 경제가 왜곡

20세기 그리스는 남미처럼 잦은 政變으로 인해 정치불안을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미흡. 터키 오토만제국에서 독립한 이후 공화정과 입헌군주정을 반복했고, 1967∼1974년 기간 중에는 군부 독재정권을 경험. 2차 대전 이후부터 1974년 사이에 대부분 총리들의 임기가 1년 이내로 단명

1975년 민주화 이후에도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정치인과 유권자 간 유착관계로 인해 민주주의가 변질. 집권당은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해 각종 산업 및 농업 보조금, 고용보호, 임금인상 등의 경제적 편익을 제공. 1981년에 처음 집권한 사회당(PASOK)은 그리스 공무원노조(ADEDY)와 그리스 노동총연맹(GSEE)의 지도부를 昔에 포섭하는 전략을 추구. 특히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표를 얻는 대가로 지역 유권자들에게 고용이 보장되는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제공

유로화 가입 이후 그리스 左右정당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민에게 인기가 없는 연금개혁, 노동유연화 등 구조개혁이 지연. 사회당은 1981∼2004년 중 단 4년(1989∼1993년)을 제외하고 줄곧 단독집권. 1989∼1993년 기간에도 우파 新민주당(ND)이 단독집권에 실패하여 사회당 및 극좌 정당인 좌파진보연합(SYN)과 연정을 구성. 1990년대 중반 이후 新민주당의 약진으로 좌우파 정당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그 부작용으로 정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는 개혁정책들이 지연. 2000∼2007년 기간 중 그리스는 주력산업인 관광, 해운, 선박업 등의 호황으로 연평균 4.2%의 고성장을 기록해 개혁 필요성이 반감

정치적 원인 ②: 정부의 갈등조정능력 부족

내각의 응집력 부족으로 개별 부처 간 예산갈등을 조정하는 데 실패. 1975∼1996년 기간 중에는 그리스 재무성이 정부의 예산과정을 주도하지 못하고 내각이 공동으로 예산안을 처리. 국방, 교육, 보건 등 주요 부처들의 과도한 예산요구를 억제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이 부재. 유로화 가입을 위해 1997년 재무성의 예산권한을 강화했으나 국가부채는1996년에 이미 GDP 대비 100%에 육박

2009년 말 재정위기 발생 이후 구조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에 실패. 2010년 2월부터 5월 사이에 정부의 재정개혁안이 발표될 때마다 이에 항의하는 대중시위가 발생. 5월 5일에는 시위대의 화염병 투척으로 아테네 시내 은행에 화재가 발생하여 직원 3명이 사망. 사회당 정부는 재정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IMF에 대한 국민의 민족주의적 감정을 부채질하는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임

2) EU 거버넌스의 취약성

유로존의 통화정책 권한은 유럽중앙은행(ECB)에 귀속되었으나 재정정책은 여전히 개별 회원국의 주권적 사항. 유로존은 회원국들의 경제적 다양성으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만 경기침체가 발생하는 비대칭적 충격(Asymmetric Shock)의 위험이 상존. EU의 자체 예산 비중이 매우 작기 때문에 EU가 비대칭적 충격에 대응해 경기침체가 심한 지역으로 단기적 재정이전(Fiscal Transfer)을 시행할수 없는 형편. 2010년도 EU 자체 예산은 27개 회원국 총 GNI의 1.2%에 불과

디폴트 위기에 몰린 회원국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위기가 다른 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이 농후. 유럽중앙은행法은 유럽중앙은행이 개별 회원국에게 IMF식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 리스본 조약 제125조는 EU와 다른 회원국들에 의한 구제지원도 금지

3) 域內경제대국 독일의 소극적 대응

개별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구제지원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독일, 프랑스등 주요국의 리더십이 필요. EU에는 중앙집권화된 정부가 없기 때문에 유럽정상회의(European Council)에서 그리스 지원 문제를 공동으로 결정. ‘집단행동의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를 극복하고 회원국들 간공조를 통해 그리스를 지원하려면 주요국의 리더십이 필수. 개별 회원국들이 그리스 지원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면서 유로화의 안정이라는 공공재에 무임승차하려고 한 결과 국가 간에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그러나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이 국내 정치사정으로 그리스 구제지원에 소극적으로 일관함으로써 공동 대응이 지연. 독일 메르켈 정부는 그리스 구제지원에 반대하는 국내여론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 州선거(5월 9일)를 의식해 그리스에 대한 조기 지원에 소극적으로 일관. 독일 국민의 61%가 그리스 지원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 NRW 州선거는 독일 기민당-자민당 연립정권이 패배할 경우 독일 연방상원에서 다수 의석을 상실하게 되는 중요한 선거였음

그리스 재정위기 발발 6개월 후인 2010년 5월 초에야 비로소 EU 차원의지원에 합의. 독일은 IMF를 끌어들임으로써 그리스 지원에 따르는 정치적 부담을 덜고자 했으나, 이로 인해 유로체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저하

3. 시사점

그리스는 유로화 고수를 위해 환골탈태가 필요

그리스는 디폴트의 부정적 파급효과와 EU 내 정치적 위상 하락을 고려할때 유로화를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통화정책의 자율성 회복, 환율인상을 통한 수출경쟁력 강화 등 경기부양 수단 확보가 가능. 그러나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할 경우 2001년 아르헨티나의 사례에서 보듯 변동환율제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환투기와 자본유출이 발생해 통화가치의 폭락과 디폴트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 또한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EU의 정책에 대한 발언권이 약화되고 EU 내 이등국가로 전락해 향후 유럽통합 과정에서 소외될 위험을 내포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아 있으려면 이전 정부의 통계조작으로 실추된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도 높은 구조개혁이 불가피. 재정긴축, 세무행정 강화, 노동비용 축소 등 재정안정화와 경쟁력 향상을 위한 조치들이 필요

그리스의 개혁 추진 역량을 감안한 EU 차원의 지원이 필요

위기의 원인을 그리스의 대내적 불균형으로만 보는 독일과 IMF의 접근방법은 그리스 재정개혁의 실패 위험을 도리어 가중. 그리스 정부는 대외불균형 조정에 필요한 환율정책수단을 상실한 가운데 불황기에 재정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 그리스 국민의 35%만이 IMF의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지지하는 것으로 조사. 재정위기를 유발한 그리스 국내 정치구조의 문제가 상존한 가운데 위로부터 추진하는 재정개혁은 선거에 의존하는 민주정부에 부담으로 작용. 과거 포퓰리즘 정치의 수혜자였던 집단들이 일제히 개혁에 저항할 경우 정부 내 개혁 주도 세력이 소수로 전락해 재집권이 어려워질 우려

그리스의 구조개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EU 차원에서 추가 지원이 필요. 그리스에 숨통을 열어줌으로써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반감을 희석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를 추진하거나 2014년으로 정한 재정 정상화 목표연도를 조정하는 방안 등을 고려

유로존의 안정을 위해 독일의 리더십이 절실

독일은 유럽통합의 최대 수혜자로서, EU를 통해 東·西獨통일, 수출시장확대 등을 얻었음. 1989년에 독일의 헬무트 콜(Helmut Kohl) 총리는 유럽경제통화동맹(EMU) 창설을 위한 협상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프랑스로부터 독일 통일에대한 승인을 확보. EU는 독일에게 가까운 수출시장이 되었고, 특히 유로체제 출범 후 독일은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시현. 2000∼2008년 사이 독일은 연평균 GDP 대비 4.4%의 경상수지 흑자를기록 (유로존 16개국 평균 = 0.3%)

독일이 유로존의 안정과 유럽통합의 진전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선도적으로 부담하는 것은 독일의 전략적 국가이익과도 합치. 그리스 재정위기가 다른 PIGS국가들로 전이될 경우 유로존이 와해되고 유럽통합은 후퇴. 독일이 미국, 중국과 더불어 국제질서의 주축이 되려면 독자적으로는 어렵고, 독일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Europe)’을 건설해야 함. EU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GDP는 2008년 현재 미국의 20.2%, 중국의 36.6%에 불과. 독일정부는 유럽통합에 대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 EU 차원의 재정이전장치를 도입하고, EU의 의사결정구조 개선 등 EU 거버넌스 개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 [박 준 수석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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