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전통의 재발견’

서울--(뉴스와이어)--그동안 한국의 전통은 근대화·산업화의 과정에서 현대와 동떨어진 것으로 인식되어 일상생활에서 소외되어왔다. 그러나 최근 전통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전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복고주의, 웰빙·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현대화·과학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개선이 병행되어 현대적 활용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① 상품, ② 기술·소재, ③ 콘텐츠의 3가지 측면에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활용하고 산업화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다. 첫째, 한옥, 막걸리, 전통가구와 같은 전통상품들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됨은 물론, 아이디어와 첨단기술을 통해 단점이 보완되고 고기능성 상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둘째, 발효기술, 천연염색기술 등의 전통기술들이 바이오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기술과 융합해 기술적 혁신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산업과 상품에 응용되어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또한 약리작용이 우수한 전통 한방재료를 사용한 다양한 신상품들이 개발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놀이, 음악, 문양, 색상 등은 현대적 감각으로 재탄생되어 영화, 공연예술, 디자인, 인테리어 등의 모티브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 고유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고 현대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전통의 역할 및 가능성을 재검토해야 하며, 시대에 맞는 니즈를 파악하여 지속적으로 진화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① 전통에 현대적 의미를 부여하고(재해석), ② 아이디어 및 첨단기술을 접목해 전통의 감성적·기능적 가치를 향상시켜(개선), ③ 다양한 산업과 상품에 적용함으로써 활용범위를 확장(융합)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전통의 활용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다. 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전통소재 및 전통기술의 과학화를 위한 산업체와 학계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지역별로 특색 있는 전통자원을 발굴해 다자인, 홍보 등 마케팅 활동을 지원해야한다. 또한 한식, 공예, 공연 등의 세계화 사업을 통합해 추진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1. 전통의 부상

전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

최근 전통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부상하면서 전통에 대한 관심이 증가. 전통 발효기술로 제조된 막걸리가 건강과 미용에 도움을 주는 웰빙酒로 인식되며 국내외 수요가 급격히 확대. 한옥마을, 한옥형 호텔, 한옥펜션 등이 등장하여 한옥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신세대들의 전통 체험의 場으로 활용되고 있음. 한옥 숙박 등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전주 한옥마을의 관광객 수가 빠르게 증가. 전통 한방 방식을 생활에 응용, 상품화하여 히트한 사례도 증가.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LG생활건강의 ‘수려한’ 등 전통 한방 소재및 의학을 적용한 기능성 화장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

전통 부상의 배경

웰빙·친환경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전통의 가치가 재조명되기 시작. 웰빙·친환경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산됨에 따라 천연재료를 사용하는 전통의 자연친화적 의미가 부각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반동현상과 불안정한 경제상황으로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주의가 등장. LP 레코드, 턴테이블, 트랜지스터 라디오 등 복고풍 상품의 수요가 증가

과학화가 진행되면서 전통에 대한 재해석과 개선이 병행되어 현대적 활용가치가 증가.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설명하기 힘들었던 전통의 우수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고 재발견되기 시작. 산업 간·기술 간 융합으로 인해 전통의 활용영역도 확장

2. 전통 재발견의 유형

① 상품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단점을 보완하여 현대인의 수요에 맞게 상품화. 전통한옥의 구조를 현대인의 주거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변경. 단열효과가 좋은 자재를 사용해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웠던 난방문제를 해결하는 한편, 화장실을 집안으로 들이고 주방도 서구식으로 개량. 나무, 돌, 기와 등 한옥의 기본 재료를 사용하면서 내부 자재는 친환경 최신 건축자재를 사용. 전통가구에 현대적 감각과 실용성을 부여하여 대중화를 촉진. 한샘은 전통 소반인 개다리소반을 현대의 식탁문화에 적합하게 형태를 변형

전통상품에 현대적 기술을 적용하여 상품성과 기능성을 강화. 한지에 첨단기술을 접목해 항균성, 조습성, 통풍성을 강화하여 서예, 창호지, 공예지 등 전통적 용도 이상으로 활용영역을 확장. 창호, 벽지, 장판지 등 친환경·기능성 건축자재로 활용. 한지에서 추출한 섬유를 임산복, 스포츠 의류, 속옷, 유아복 등의 소재로 사용

막걸리의 제조기술과 냉장유통 시스템을 개선해 유통기한을 연장함으로써 수요 확산의 걸림돌을 제거. 살아 있는 효모의 활성을 조절하고 외부 공기의 유입을 차단하는 ‘발효제어기술’을 개발해 기존 10일인 냉장 유통기한이 30일로 연장. 한옥에서 사용하던 미닫이문에 첨단센서를 장착해 소음과 안전성을 강화한 시스템 도어를 개발. 한솔홈데코는 미닫이 문에 센서를 부착하여 기존 미닫이 문의 단점인 소음을 없앤 속도 조절형 첨단 미닫이문을 상품화

② 기술·소재

전통기술이 다양한 산업과 상품에 응용됨으로써 부가가치를 획기적으로 제고. 전통발효기술의 활용범위를 식품에서 의료·미용 산업으로 확장. 인삼과 홍삼을 발효시켜 난치성 질환인 아토피, 비염 등의 치료에 활용. 한방의학과 발효기술을 활용한 탈모 예방 샴푸 및 기능성 화장품들이 개발. 직물염색에만 활용이 국한되었던 천연염색기술을 식품, 화장품, 모발염색, 친환경 페인트 등에 응용. 식물에서 추출한 색소를 사용하는 천연염색은 합성염색에 비해 항균성, 친환경성, 인체적합성이 우수

약리작용이 우수한 전통 한방재료들을 발굴하여 다양한 신상품을 개발. 고삼, 황백, 백선피 등 습기를 빨아들이는 효과가 뛰어나고 차가운 성질을 가진 한약재를 기저귀와 생리대의 재료로 사용. 면역증강 효과가 우수한 홍삼을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여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복용의 편리성을 증대. 한국인삼공사는 홍삼을 환, 캔디, 젤리 등의 형태로 개발하여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까지 고객층을 확대함으로써 2008년 약 6,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숙취해소, 소화력 향상 효과가 있는 헛개나무를 원료로 한 기능성 음료들이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출시

③ 콘텐츠

한국인의 정서, 의식 등 무형문화를 현대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재해석하여 문화 콘텐츠의 원천으로 활용. 한국인의 감성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情)을 창작 모티브로 영화화.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2009년)>는 농촌문화의 전통을 여든 살 노인과 마흔 살 소의 교감으로 표현해 300만 관객을 동원. 고유의 집단적 놀이문화와 음악을 현대적 감각의 공연예술로 발전. 전통놀이인 사물놀이의 리듬을 모티브로 한 공연인 <난타>가 국내외시장에서 히트 (매출: 1997년 30억 원 → 2008년 150억 원). ‘숙명가야금연주단’과 비보이그룹 ‘라스트원’이 가야금과 비보이댄스를 결합한 공연을 성공적으로 상연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대변하는 문양·색상·형태에 현대적 감수성을 가미하여 디자인의 모티브로 응용.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건축물을 디자인. 2015년 완공 예정인 133층 높이의 상암 DMC 랜드마크 빌딩은 전통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봉수대를 형상화

실내 인테리어에도 전통양식을 접목하여 한국의 아름다움을 부각. 호텔신라는 G20 정상회담 등 주요 행사에 대비해 2010년 초 영빈관의 카펫에 전통 도자기 문양을 차용하고 창살 패턴을 적용하는 등 전통요소를 활용해 재단장. TV, 컴퓨터, 휴대폰 등 IT 제품에도 전통문양을 접목. 2010년 5월 코엑스에서 개최된 ‘2010년 월드 IT 쇼’에서는 나전칠기 및 자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아이폰 케이스가 등장

3. 시사점

溫故而知新을 통한 새로운 사업기회 모색

전통이 생존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현대적 감각에 의한 재창조즉, 溫故而知新의 지혜가 필요. 한국 고유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전통의 역할 및 가능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 전통이란 이름으로 옛것을 무조건 미화하려는 국수주의, 배타주의와는 구별. 시대에 알맞은 니즈를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진화시킬 때 전통의 현대적 가치가 제고

자국만의 독특한 감각이나 보유기술을 현대의 상품 및 서비스에 접목해 차별화를 꾀하고, 이를 산업화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 전통의 형식적인 접목이 아닌 현대에 맞는 창조적 감성과 새로운 미의식을 접목. 마케팅과 제품디자인에 활력을 불어넣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가치와 희소성을 제공

再解釋, 改善, 融合을 통해 전통의 활용가치를 극대화

전통을 현대에 맞게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재해석, 개선, 융합 등의 과정이 필요

- 재해석: 전통 상품, 기술·소재, 콘텐츠 등 전통의 원형이 현대에서 어떠한 가치를 갖는지를 명확히 소구
- 개선: 아이디어 및 첨단기술을 통해 전통의 감성적·기능적 가치를 확대
- 융합: 다양한 산업과 상품에 적용함으로써 활용범위를 확장하고 부가가치를 창출

재해석, 개선, 융합 등 각각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전통의 활용가치가 극대화. 최근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막걸리가 대표적인 사례. 뒤끝이 안 좋고 시골에서나 마시는 술에서 식이섬유, 아미노산, 유산균 등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 웰빙주로 재해석 → 발효기술개선을 통해 유통기한을 연장 → 전통 도자기, 한식 등과 융합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

국가 차원에서는 전통의 보존뿐만 아니라 산업적 활용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수립이 요구. 전통소재 및 전통기술의 과학화를 위한 산업체와 학계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지원. 물질성분 구조 및 기능적 매커니즘을 과학적으로 규명하여 생산확대, 품질관리 등의 어려움을 극복.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지역별로 특색 있는 전통자원을 발굴하고 디자인, 홍보 등 마케팅 활동을 지원. 일본은 2007년 지역 전통자원을 활용한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중소기업 지역자원활용촉진법’을 제정. 한식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미를 알릴 수 있는 전통공예, 전통공연의 세계화 사업을 통합적 관점에서 추진할 필요. 한식, 전통공예, 전통공연을 융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국가의 문화적 자산으로 활용 [이준환 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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