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자연에서 배우는 리스크 관리법’

서울--(뉴스와이어)--최근 도요타 차량 리콜 사태 등으로 인해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오늘날의 경영 현실에서 자연계의 생존능력 원리는 기업의 위기대응에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자연은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생존위협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스스로 형성해왔다. 자연계의 위기대응 특성은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율(autonomy)이다. 자연은 위협에 직면했을 때 위협을 감지한 요소가 중앙의 통제를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인체의 자율신경계는 눈 깜박임, 재채기 등의 활동을 통해 외부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활동을 스스로 수행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서도 자율성을 도입함으로써 환경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교세라는 전 회사를 독립채산제로 움직이는 10명가량의 소규모팀으로 나눔으로써(‘아메바 경영’) 시장변화에 즉각 대응하고 있다.

둘째는 모듈화(modularity)이다. 자연의 많은 생명체는 내부 구조를 구획별로 분리함으로써 유기체의 일부가 손상되어도 전체는 존속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포유류의 면역체계는 몸 전체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구획별로 병균을 방어하고 있다. 기업도 모듈화된 조직 구조를 가짐으로써 위험에 대한 내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 미국 회계법인들은 과제별로 독립된 팀 또는 자회사를 구성하여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감사 및 소송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있다.

셋째는 가변성(variability)이다. 생명체들은 상당한 행동 변화 및 변신능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위험의 종류에 따라 스스로를 적절히 변화시켜 대응한다. 호주 바다에 사는 흉내문어는 포식자가 접근하면 포식자의 천적으로 변신해 포식자를 퇴치한다. 가변성은 기업이 경영 위기에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하고 재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IBM, 노키아 등은 경영위기에 빠졌을때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근본적인 변신을 이룸으로써 재도약에 성공하였다.

넷째는 잉여(redundancy)이다. 자연은 하나의 요소가 기능을 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준비해두고 있다. 물고기나 양서류는 배아·영아 단계에서의 낮은 생존율에 대비하여 많은 숫자의 알을 낳는다. 잉여는 갑작스런 사고 발생 시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역할을 한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입주해 있던 많은 기업이 업무 마비 상태에 빠졌지만 Bank of America는 다른 지역에 백업시스템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다.

다섯째는 협동(cooperation)이다. 생명체들은 대내외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적의 위협이나 환경의 혹독함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야생의 얼룩말 무리는 사자가 접근하면 머리를 안쪽으로 향한 채 원형으로 무리를 지음으로써 강력한 방어 대오를 형성한다. 기업에서도 각종 제휴 및 협력관계를 통해 경쟁, 환경 변화, 사고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다. 서울지역에 흩어져 있던 소규모 탁주 제조업체들은 서울장수막걸리로 연합함으로써 주류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자연의 위기대응 특성들이 기업 경영에 주는 시사점은 첫째, 환경의 불확실성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위험의 예측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으므로 기업은 위험을 예측하려 하기보다는 위험에 대비하여 조직의 내성을 강화해야 한다. 둘째, 지나친 효율일변도의 경영방식은 조직의 장기적인 생존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환경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응하여 큰 번성을 누렸던 생물종들이 변화에 취약해져 쉽게 도태되었음을 명심해야 한다.

1. 자연의 놀라운 생존 능력

위험을 극복해온 자연

자연은 수십억 년 동안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생존 위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형성.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약 35억 년 전으로 그동안 지각변동, 운석 충돌, 기후 급변 등을 겪으며 진화를 거듭. 종의 생존을 위협하는 숱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며 성공적으로 진화해온 종들만이 현재까지 생존. 포식자의 지속적인 위협과 생존을 위한 내부 경쟁 또한 생존 능력의 향상과 진화를 가속화

자연에는 위협요인이 발생했을 때 대응을 최적화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재. 자연계의 위험은 대부분 예측 불가능한 것들이어서 사전에 인지하고 대비책을 세워놓는다는 것은 불가능. 자연은 위험을 예측하기보다는 위험의 충격을 흡수하고, 변화된 환경속에서 새로운 생존방식을 습득할 수 있는 적응력과 유연성을 보유

자연계의 생존 원리는 기업의 위기대응방식에 많은 시사점을 제시. 지구상에 현존하는 모든 유기체들은 장구한 세월 속에서 검증된 탁월한 생존 능력을 보유. 자연 속에 체화된 생존 능력의 원천은 기업의 생존 능력을 높이는데도 활용이 가능

예측보다 대응 중심의 리스크 관리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 빈발하는 경영환경에서 리스크관리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 도요타 차량 리콜 사태 등은 글로벌 기업들도 돌발적인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 돌발위험의 발생 가능성이 증대하면서 위험의 예측 가능성은 줄고 있으며 디지털화,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위험의 파급력은 증폭. 도요타의 경우 종래 핵심역량으로 내세워 왔던 도요타생산시스템이 위기의 뇌관으로 부상

자연계 생존 능력의 원리를 파악함으로써 기업의 위기대응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가능. 종래 기업은 사전에 예상되는 위험 목록을 작성하고 대응책을 마련했으나 실제 효과는 의문. 예상했던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으며, 사전에 예상 가능한 위기는 대부분 심각한 위기가 아님. 유연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위협에 대해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그 영향을 최소화해야 함. 위험을 미리 예측해서 대응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내적인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

2. 자연의 위기대응 5대 특성

자연의 위기대응 시스템이 갖고 있는 특성은 ①자율, ②모듈화, ③가변성, ④잉여, ⑤협동. 자연의 위기대응 시스템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5가지특성으로 요약이 가능. 각 연구에서 지적한 특성들을 취합하여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의 과제 두 축으로 분류 및 통합. 시스템은 구조, 능력, 행태로 구분하고 리스크 관리 과제는 대응최적화와 피해 최소화로 구분

① 자율(autonomy)

외부에서 위협이 가해졌을 때 위협을 감지한 개별 요소들이 중앙의 통제를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대응. 개체들은 수평적 상호작용을 통해 자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 인체는 의식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외부위험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수행(눈 깜박임,재채기 등). 자율적인 대응을 위해 각 개별 요소가 독립적인 감지 및 반응 능력을 보유하고 행동 규칙을 내재화

기업에서도 돌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들에게 자율적인 대응능력과 대응 규칙을 체화시킬 필요. 자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하고 교육과 정보공유를 확대

② 모듈화(modularity)

위험이 닥쳤을 때 그 효과가 조직 전체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조직을 구획별로 분리. 대부분 유기체의 내부구조는 양분이나 에너지의 흐름으로 맺어진 기능적 연결관계가 구획별로 나뉘어 있어 일정 정도 분리가 가능.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약 500~600개 정도의 림프절(임파선)이몸 전체에 흩어져 있어 구획별로 병균에 대한 방어를 책임. 유기체 조직의 일부가 파괴되어도 나머지 조직은 자기 완결적으로 기능을 수행하여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거나 조직 재생을 담당

기업에서도 인사·재무·기술 등 기능별 역량이 한 곳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조직을 구성함으로써 위험 분산이 가능. 독립채산제를 기반으로 자기 완결적 조직형태를 유지하는 사업부제는 모듈화의 대표 사례. 2001년 엔론사 파산 이후 회계법인들에 대한 감사 및 소송이 증가하자 많은 회계법인들은 과제별로 독립된 팀 또는 자회사를 구성하여 과제를 수행

③ 가변성(variability)

위협의 종류에 따라 대응방식을 선택적으로 변화. 대부분의 생물체들은 상당한 행동 변화 및 변신 능력을 보유. 변화 능력의 기초에는 구성요소의 다양성이 존재하며 다양한 요소들의 조합을 선별적으로 바꿈으로써 변화가 가능

기업에서도 변화하는 환경에 지속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신력(Dynamic Capability)이 필요. 변신력은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여 기업이 스스로의 자원을 재구성하는 능력으로 최근 들어 중요한 경쟁력 원천으로 부상

④ 잉여(redundancy)

하나의 요소가 기능을 상실할 경우를 대비하여 그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다른 요소를 준비. 유기체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복수의 요소 혹은 다수 복제물의 집합을 보유. 동일한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는 대개 복수로 존재하기 때문에 하나가 손상되더라도 다른 것이 작동하여 그 기능을 수행. 물고기나 양서류는 배아·영아 단계에서의 낮은 생존율에 대비하여 엄청난 숫자의 알을 낳음- 언뜻 보기에 낭비와 비효율로 비춰질 수 있는 것들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데는 효과적

기업에서도 중요 기능은 복수의 조직이 분담하도록 하거나 위급 시다른 조직이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해야 함.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 건물에 입주해 있던 많은 기업이 업무마비 상태에 빠졌지만 Bank of America는 다른 지역에 백업시스템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영업을 계속할 수 있었음. 대부분의 기업들은 중요 부품의 경우 공급선을 복수로 운용함으로써 유사시를 대비

⑤ 협동(cooperation)

대내외적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적의 위협이나 환경의 혹독함에 효과적으로 대응. 많은 종이 구성원 간에 또는 외부의 다른 생물체와 공생관계를 구축. 얼룩말 무리는 사자가 접근하면 머리를 안쪽으로 향한 채 원형으로 무리를 지음으로써 강력한 방어 대오를 형성. 눈이 어두운 딱총새우는 자신의 집을 망둥어에게 은신처로 제공하는 대신 망둥어가 경계를 서게 함으로써 위협에 대비

기업에서도 각종 제휴 및 협력관계를 통해 경쟁, 환경 변화, 사고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 중소기업들의 경우 대기업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공생의 길을 택하는것이 가능. 남대문 시장 가죽제품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브랜드에 대항하기 위해 가파치라는 공동브랜드를 창출. 서울지역에 난립해 있던 탁주 제조업체들은 서울장수막걸리로 연합하여 브랜드, 제조공정, 품질의 통일을 이루고 ‘막걸리 붐’을 일으키면서 주류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

3. 시사점

환경의 불확실성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서 생존하는 법을 익히는 것은 더욱 중요. 복잡성이 증대된 현실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는 요인을 사전에 모두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측 불가능한 위협요인에 대한 조직의 내성을 갖추는 것이 필요

위험이 점증하는 환경에서는 효율의 극대화보다 생존의 지속성이 상위의 가치. 주어진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여 큰 번성을 누렸던 생물종들은 변화에 취약해져 쉽게 도태되었음. 자연에서 배우는 위기대응 체계는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 요건

자연의 위기대응 조직 내에 구현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 기업별 상황을 고려하여 5대 특성의 조직 내 구현 여부를 점검 [김창욱 수석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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