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 SLOW’

서울--(뉴스와이어)--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느림과 여유도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며 ‘속도의 경제’와 ‘느림의 미학’이 공존하고 있다. 소비자는 무조건 시간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 때로는 과거로 회귀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또한 변화 속도가 빠른 도심 공간을 벗어나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생활함으로써 여유를 찾고 있으며 경쟁에 지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우열의 비교대상으로 여기던 타인의 마음까지 돌아보려는 경향이 있다. 이와 아울러 편의성을 쫓는 과정에서 소홀히 했던 건강을 돌보고 궁극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방식을 실천하고자 한다.

이러한 슬로 트렌드의 부상은 기업에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인 동시에 기존 경영관행에 변화를 요구하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느림의 가치를 기존산업과 비즈니스에 접목해 新사업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

기업 내부적으로도 느림을 접목해 기존의 스피드 경영을 보완해야 한다. 스피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제품의 품질 저하, 경영자원의 남용, 낮은 수준의 혁신 반복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생산 효율성 제고, 성과 추구 등 스피드 경영의 장점에 여유와 자율, 일과 삶의 균형, 꼼꼼한 품질관리 등 ‘슬로 경영’의 장점을 결합하여 창의성과 직원 만족도, 기업가치 등을 제고해야 한다.

기업은 新기술 출현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느림의 가치를 통해 만족을 얻으려는 니즈가 동반 상승함을 명심해 新사업 기획 시 더 빠르고 더 새로운 것을 탐색하던 습관에서 ‘더 느리고 옛 것’의 가치를 재점검하는 방향으로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CEO의 신념과 리더십을 통해 슬로 경영을 성공적으로 조직에 접목해야 한다. 정부는 슬로 비즈니스 육성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킴과 동시에 취약부문인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는 것을 정책의 중점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 또한 슬로 비즈니스를 활용하여 속도 경쟁에서 지체되고 있는 지방을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Ⅰ. 느림의 가치와 슬로 트렌드의 키워드

부상하는 느림의 가치

IT의 발달로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느림과 여유도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며 ‘속도의 경제’와 ‘느림의 미학’이 공존. 성장 중심 가치관이 지배하는 성과주의 및 경쟁심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삶의 속도를 늦추고 정신적 여유를 찾으려는 욕구가 확산. 명상, 도보관광 등 느림을 통해 삶의 본질에 대한 성찰과 여유를 되찾으려는 경향이 증가. 느림의 가치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봄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찾는 것에서 발현

느림의 가치가 부상하면서 시간이나 효율성, 성과 등에 대한 관점도 변화. 시간관리의 목표는 주어진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는 것뿐 아니라 남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여유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까지 포함. 창조경영의 시대에는 ‘잘 쉬는 것도 경쟁력’이라는 인식하에 임직원의 여가와 재충전이 경영의 중요한 과제로 등장. 더 빨리, 더 많이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천천히 만들더라도 더 가치있고 고급스럽게 만드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확대. 느림의 가치가 담긴 슬로푸드, 수제품 등이 고급품으로 평가. 경제적 성과를 측정함에 있어서 GDP 위주의 양적 지표 이외에도 삶의 질이나 만족도를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할 필요

소비문화로 정착되는 슬로 트렌드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와 고소득 젊은 층 등이 웰빙족에 합류하며 衣·食·住·樂전반에 슬로 트렌드가 깊숙이 침투. 패스트푸드에 제동을 거는 슬로푸드 움직임과 더불어 한식의 현대화, 각종 질병 및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이 맞물려 슬로 붐이 촉진. 1990년대부터 ‘웰빙’, ‘로하스’, ‘오가닉’ 에 이어 최근에는 매크로바이오틱 등 신개념 트렌드가 등장. 발빠르게 유행을 따르는 ‘패스트패션’과는 달리 親환경과 정성에 초점을 맞춘 ‘슬로패션’도 중산층 소비자를 중심으로 인기. 의류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줄이기 위해 오래 입고 다시 쓰자는 취지로 ‘슬로패션’이 등장→ 자연염색 재료를 사용하고, 유해성원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의류를 고가에 판매

‘금전’과 더불어 소비의 필수자원인 ‘시간’을 많이 보유한 은퇴자가 증가함에 따라 주거 및 여가에서 슬로 트렌드가 더욱 활성화될 전망. 도심을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느리게 사는 슬로비(Slobbie)족의 등장으로 ‘슬로홈’, ‘슬로시티’가 건설업계 新화두로 부상

슬로 트렌드의 4大키워드: 감속, 親환경, 감성, 건강

소비자는 슬로 트렌드에 담긴 新가치를 추구함으로써 만족과 균형감을 느끼고 속도경쟁에 따른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에 대처

- ⓛ ‘감속’(시간 가치 재해석): 무조건 시간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속도를 줄이거나 정지, 때로는 과거로 회귀하는 데서 즐거움을 느낌

- ② ‘親환경’(공간 가치 재해석): 변화속도가 빠른 도심 공간을 벗어나 변화는 더디지만 자연친화적 공간에서 생활함으로써 여유를 창출

- ③ ‘감성’(마음 돌보기): 경쟁에 지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보는 것은 물론, 우열의 비교대상으로 여기던 타인의 마음까지 돌아봄

- ④ ‘건강’(몸 돌보기): 편의성을 쫓는 과정에서 소홀히 했던 건강을 돌보고 궁극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생활방식을 실천

슬로 트렌드의 부상은 기업에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인 동시에 기존 경영관행에 변화를 요구하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 슬로 트렌드에 착안하여 유망한 新사업 기회를 탐색하는 한편, 기업내부적으로 느림을 체화하고 이에 부응하여 조직을 재정비할 필요

Ⅱ. 슬로 비즈니스의 유망 분야

1. 슬로 트렌드의 비즈니스化

느림의 가치를 기존 산업과 비즈니스에 접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경쟁구도를 변화. 즉시성, 속도가 핵심 경쟁력인 비즈니스에 느림을 활용하여 차별적 가치를 창출하는 逆발상을 시도. 프레시니스버거, 크라제버거 등은 親환경 재료를 사용하고 시간이 더 걸리는 직화구이 등의 조리법을 내세워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의 가치를 변화시키고 프리미엄 햄버거 시장을 창출. 효율성과 스피드만으로는 차별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므로 親환경, 감성적 만족 등의 가치로 재무장할 필요

고령화와 웰빙 트렌드 확산에 대응하여 심신에 여유를 부여하고 일상에 휴식을 제공하는 ‘슬로 비즈니스’가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의 은퇴는 ‘슬로 비즈니스’ 활성화의 기폭제로 작용. 약 810만 명의 베이비부머가 건강한 노년(strong senior)을 형성함으로써 여유시간을 소비하는 休관련 시장이 확대될 전망. 고령사회가 될수록 더 큰 성장기회는 시간절약형 비즈니스가 아니라 시간소비형 비즈니스에서 발생

스피드 경쟁에 익숙한 기업일수록 미래 ‘슬로 비즈니스’ 선점을 위한 대응책 마련이 필수.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는 ‘The Natural Step’ 신념에 근간한 親환경비즈니스가 뚜렷한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실정. 인터페이스, 이케아 등의 기업은 내추럴 스텝에 근거해 재료 구매, 제조, 운송, 시설 건설, 폐기물 관리 등 모든 프로세스를 변화

2. 슬로 비즈니스의 4대 유망 분야

슬로 트렌드를 활용하여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슬로 트렌드의 키워드에 대응하는 분야를 적극적으로 발굴할 필요. 물질적인 측면의 삶의 질(건강, 식사 등)과 정신적인 측면의 삶의 질(스트레스나 걱정이 없는 즐거움)을 제고하는 비즈니스를 창출

① 시간의 슬로 비즈니스: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비즈니스

머스크(Maersk): 화물선의 감속 운항으로 비용절감 실현

세계 최대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컨테이너선의 항해 속도를 절반으로 줄여 원가를 절감하고 환경보호에도 선제적으로 대응. 세계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선 항해 속도를 기존 시속 24∼25노트(44∼46㎞)에서 시속 12노트(22㎞)로 감속. 이로 인해 이산화탄소 30% 감축, 연료비 30% 절감, 비운항 선박투입을 통한 선복과잉 문제 개선 등의 효과가 발생

비용과 빠른 배송에 초점이 맞춰져왔던 운송업계에 새로운 기준이 되고있는 환경적 측면에서의 지속가능성에 발 빠르게 대응. 유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통한 환경보호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면서 ‘느림의 효율’이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 고객을 대상으로 운송 속도를 줄이는 대신 연료절감과 지구온난화방지 효과를 거두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설득. 바쁘게 돌아가는 기항 스케줄은 선박을 추가로 투입하여 해결. 국내에서도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이 감속운항 움직임에 동참

루이비통: 철저한 수작업 정성이 탄생시킨 대표 명품 브랜드

장시간의 수작업을 통해 高품질을 유지하여, 제품에 담긴 시간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신뢰를 획득. 고급 가방을 제작하던 匠人루이 비통(Louis Vuitton)이 1854년 여행용 가방 판매점을 오픈하면서 브랜드 역사가 시작. ‘우아함(Elegance)과 독창성(Creativity)으로 브랜드 전통과 품질을 표현해야 한다’는 사명하에 장인의 수작업 원칙을 고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엄격한 제품 테스트를 거치며 재고는 할인없이 폐기하되, 일단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는 평생 수리보증 서비스를 실시. 루이비통의 대표 디자인인 ‘모노그램 캔버스’가 꾸준한 인기를 얻은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중에도 高성과를 창출. 패션 및 가죽 사업부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증가(2007년 56억유로→ 2009년 63억유로)

남다른 ‘정성’의 가치를 인정받아 高가격, 희소성, 중후함의 상징이 됨. 2010년 브랜드 가치가 198억달러로 명품 중에서도 단연 으뜸. 영국 조사기관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가 매년 발표하는 ‘BrandZTop 100’에서 5년째 1위 명품 브랜드를 유지. 루이비통은 FIFA의 의뢰를 받아 우승 트로피 가죽 케이스를 특별 제작해 남아공 월드컵과 브라질 월드컵 우승팀 시상 시 함께 전달할 예정. 월드컵 우승 트로피와 루이비통 가방은 세계인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상징성

몰스킨(Moleskine): 아날로그적 다이어리로 느림의 미학을 고취

기록의 속도저하 및 효율성 때문에 디지털 기기에 밀렸던 몰스킨 다이어리는 직접 손으로 기록하는 아날로그 속성을 통해 느림의 가치를 부여해 인기. 몰스킨은 1800년대 프랑스 파리의 문구공방에서 유행했던 수첩으로 검고, 단순한 수첩을 이르던 보통명사.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아날로그 필기구를 애용하고, 디지털세상과 아날로그적인 삶이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 디지털 지식노동자를 타깃으로 연매출 700억원을 기록

다이어리를 글, 그림 등 창조적 영감을 적어 넣는, 쓰여지지 않은 책으로 인식하게 한 것이 성공요인. 책처럼 문구점이 아니라 서점에서 판매하고 국제표준도서번호를 부여. 쓰지 않은 몰스킨의 가격은 1∼2만원대이지만 쓰여진 몰스킨은 첫 장에 소비자가 가격을 표기하도록 해 스스로 가치를 부여

② 공간의 슬로 비즈니스: 공간을 풍요롭게 하는 비즈니스

슬로시티 ‘증도’ : 느리게 사는 삶을 추구

전라남도 신안군에 소재한 증도는 갯벌과 염전, 그리고 습지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인정받아 2007년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 여의도 면적 2배에 달하는 140만평의 국내 최대 규모인 태평염전은 국내 천일염의 70%를 생산. 소금창고 건물을 개조한 소금박물관(2007년 근대문화유산 등록), 갯벌생태전시관 등 증도의 자연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을 조성. 도보체험관광 등 슬로 여행의 인기로 증도 방문객 수가 2년 사이에 2.5배 증가(2007년 10.7만명→ 2009년 37.3만명)

민관 협력으로 염전 보존, 인프라 구축 등의 다양한 노력을 전개. 섬 곳곳에 400여대의 자전거를 비치하여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親환경 교통시스템을 구축. 주민들 스스로 증도를 ‘담배연기 없는 건강의 섬’으로 선언하여‘금연조례’를 제정하고 자율 금연거리를 지정

③ 마음의 슬로 비즈니스: 마음을 여유롭게 하는 비즈니스

움프쿠아(Umpqua)은행: 은행과 카페의 결합으로 편안함을 제공

미국 서부 오리건 州의 중소 지방은행인 움프쿠아은행은 은행과 카페를 결합하여 고객이 오랜 시간 머무를 수 있도록 공간을 조성. 호텔급의 안내 데스크, 고급 카페, 인터넷 이용 회의실 등을 설치하여 첨단, 스피드, 신뢰 등으로 대표되는 은행의 이미지를 편안, 친근으로 변화. 영화 상영, 요가, 뜨개질 강습, 디자인 강좌 등을 정기적으로 개최해 은행을 잘 찾지 않던 젊은 층, 가정주부 등을 고객으로 유인. 감동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직원들을 리츠칼튼의 서비스 스쿨에 파견하여 40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함. 은행과 카페를 결합한 지점의 평균 예금액은 일반 지점의 130%이며, 금융상품 판매액은 일반 지점의 200%

움프쿠아은행은 슬로뱅킹 이론(slow banking)의 모범 사례로 각광. 슬로뱅킹 이론에 따르면 고객이 지점에 머무는 시간이 길수록 투자하는 금액도 상승. 2003년 카페를 결합한 은행을 처음으로 개설할 당시 1년간 목표액1,500만달러를 9개월 만에 약 3배 초과 달성(5,000만달러 유치). 같은 지역의 경쟁사 지점에 비해 3배가량 많은 투자를 유치

글로벌 경기침체를 맞은 은행이 비용절감을 이유로 지점을 축소할 때 움프쿠아은행은 지점을 고객유치의 핵심공간으로 인식하여 오히려 확대. 뱅크오브아메리카는 2009년 7월 전체의 10%에 달하는 6,100개의 지점을 정리하기로 결정. 반면, 움프쿠아은행은 2006년 127개였던 지점 수를 2009년 151개로 확대

리소나은행: 업무 처리시간의 완급조절로 투자를 유치

리소나은행(日)은 효율을 추구하는 시간절약형, 경험을 즐기는 시간소비형의 서로 다른 욕구에 대응하기 위해 업무 처리시간의 완급을 조절. 소매금융사업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리소나은행은 2004년부터 고객의 대기시간 단축에 주력. 창구직원과 창구 뒤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업무구분을 없앰으로써 바쁜 시간에 서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도입. 직원의 업무의욕이 향상되고 평균 4분이던 대기시간도 실시 8개월만에 1분으로 단축.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은행에 온 고객들 중 빨리 업무를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 고객들이 있어 한계에 직면

금융상품에 대한 상담 및 판매 업무의 시간(차분한 대응)과 예금인출등의 사무적인 업무의 시간(빠른 대응)을 이분화. 업무시간의 이분화와 함께 업무창구의 이분화도 동시에 추진. 사무적인 업무 창구에는 높은 카운터를 설치해서 안쪽에서 직원도선 채로 대응. 사무적인 업무의 속도가 기존보다 2배 빨라져서 담당자를 반으로 줄이고 금융상품 판매 담당 직원을 증원. 금융상품 판매 창구에는 부스나 개별 좌석을 마련해 차분하게 고객을 맞는 방식으로 전환

④ 신체의 슬로 비즈니스: 건강한 신체를 유지시키는 비즈니스

기무라 아키노리의 기적의 사과: 자연농법으로 썩지 않는 사과를 재배

일본 아오모리 縣의 기무라 아키노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에 구애받지 않고 비료 등 성장촉진제를 완전 배제한 100% 자연농법을 시작하여 10년만에 썩지 않는 사과를 재배하는 데 성공. 후쿠오카 마사노부가 쓴 ‘자연농법’을 읽고 감동하여 자연농법으로 사과를 재배하기로 결심. 사과는 농약을 안 쓸 경우 수확량이 90% 이상 감소하기 때문에 2년 연속 무농약 재배를 할 경우 수확량은 0%. 자연농업 재배 9년 만에 처음으로 사과 꽃이 만개하고 10년이 되는 해에 드디어 썩지 않는 사과가 탄생. 기무라의 사과는 온라인 판매에서 3분 만에 품절되고, 이 사과를 재료로 만든 수프는 1년이나 기다려야 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 1991년 태풍이 아오모리 縣을 휩쓸어 대부분 사과농장이 도산했지만 기무라의 농장은 자연농법으로 내성이 강해져 80%의 수확량을 확보

농약, 화학비료, 천연비료, 농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힘으로사과 나무가 스스로 회복하도록 최대한 방치한 逆발상이 성공의 시작. 잡초, 해충, 들쥐, 토끼도 방치했고 사과나무가 병에 걸릴 경우 식초 물을 공급하며 나무와 진심 어린 대화를 나눈 것이 전부. 숲 속 토양의 풍요로움을 깨닫고 잡초 등을 방치한 결과 자연의 균형이 유지되었고 사과나무는 스스로 건강을 회복

Ⅲ. 슬로 경영(Slow Management)의 부상

경영에 느림을 접목하여 스피드 경영을 보완

스피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남보다 빠르게 제공하는 데 꼭 필요한 핵심역량. 글로벌 선진기업은 경쟁사보다 앞서 新제품을 출시하고, 위기 시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등 스피드 경영을 체질화. “덩치가 큰 기업이 언제나 작은 기업을 이기는 것은 아니지만, 빠른 기업은 언제나 느린 기업을 이긴다”(존 챔버스, 시스코시스템스 CEO). 특히 스피드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특징일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의 압축성장 및 IT 강국을 만든 밑거름. ‘빨리빨리’로 대변되는 스피드 경영이 한국기업의 경쟁력

최근 스피드 경영의 부작용과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기업경영에 느림을 접목한 슬로 경영이 부상. 스피드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제품력 저하, 경영자원의 남용, 낮은 수준의 혁신 반복, 조직 구성원의 피로감 누적 현상 등이 발생

생산 효율성 제고, 성과 추구 등과 같은 스피드 경영의 장점에 여유와 자율, 일과 삶의 균형 등 슬로 경영의 장점을 결합하여 창의성과 직원만족도, 기업가치 등을 제고. 슬로 경영은 스피드 경영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는 개념

① 여유와 자율을 통해 창조성을 제고

글로벌 경쟁의 축이 노동과 자본에서 지식과 창조로 이행함에 따라 자원 투입과 효율성 추구만을 중시하는 관리형 경영이 한계에 직면. 적절한 시간압박(Time Pressure)은 업무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과도한 시간압박은 임직원이 좌절감을 느끼게 되어 오히려 창조성 발휘를 억제

임직원에게 적당한 여유와 자율을 부여함으로써 창조성을 제고하는 경영방식이 선진기업을 중심으로 확산. 경영에 있어서 느림은 낭비와 비효율이 아니라 창조적 사고를 잉태하고 업무에 대한 몰입과 열정을 유도하는 일종의 재충전으로 평가. 구글은 근무시간의 20%를 자신의 담당업무와 관련이 없는 창조적인 일에 사용하도록 장려

경영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CEO일수록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바쁜 일상을 벗어나 여유와 휴식이 필요. 빌 게이츠는 매년 2주간의 생각주간(Think week)을 통해 아이디어를 충전. 일본 게이단렌(經團聯) 회장을 역임한 도코 도시오(土光敏夫)는 “경영자는 최소한 하루 30분 이상 휴식하며 혼자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라며 느림의 가치를 강조

② 휴식과 재충전을 제도화함으로써 직원 만족도를 극대화

삶의 질을 희구하는 성향이 강화되면서 기존의 일 중심적 근로관이 개인 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 장시간 근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개인생활보다는 직장의 일이 우선이라고 여기던 가치관이 점점 약화. 서울의 직장인 중 31.6%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둘 수 있다고 응답. 선진국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Work & Life Balance)이 핵심인력유지를 위한 중요 조건으로 정착. 인사관리 컨설팅업체인 타워스페린의 조사에 따르면 핵심인력이 이직하는 이유 중 1위가 승진·상사와의 관계 문제이며, 2위가 일과 생활의 균형 문제

인재를 확보하고 직원 만족도를 제고하기 위해 다수의 선진기업이 직원의 휴식과 재충전을 제도적으로 보장. 재택근무제, 출퇴근 시간 자율화 등 유연근무제도를 통해 직원에게 여유와 자율을 부여함으로써 직원 만족도를 제고. 소프트웨어기업 SAS는 육아지원 및 건강관리 프로그램, 각종 편의시설 구축 등 업무환경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행→2010년 Fortune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1위에 선정

③ 꼼꼼한 공정관리로 품질혁신을 모색

최근 토요타 리콜사태 등 기업을 일시에 위기로 몰아넣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꼼꼼한 공정관리에 기반한 품질경영의 가치가 재조명. 무리하게 생산을 강행하는 것보다 원칙과 기본을 준수하여 결함 없이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재확인. 브레이크 결함으로 인한 리콜에서 시작된 토요타 사태는 경영목표달성을 위해 장시간 노동과 지나친 비용절감을 감행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

④ 느림의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기업 이미지를 개선

선진기업은 성장 일변도가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동반 성장, 환경보호 등 느림의 가치도 경영목표에 포함하여 기업 이미지를 제고. 기업은 경제적 성과에만 매달려서는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 단기성과를 지나치게 추구한 결과 분식회계를 자행하거나, 노사갈등 등의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발생. 단기적인 성장을 다소 유보하더라도 환경보호와 거래질서 유지 등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경영활동을 수행한 기업이 결국은 성공. 오린 스미스 스타벅스 前CEO는 노동착취나 미성년자 노동 등 비윤리적 행위로 생산된 커피 원두를 거부하고, 세계공정무역인증기구(FLO)의 인증을 받은 커피 원두를 조달→ 이로 인해 수익이 감소하는 등 단기적인 성장에는 부정적이지만, 기업 이미지가 개선되어 장기적인 성장에는 기여

Ⅳ. 시사점

逆발상을 통해 무한한 슬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

新기술 출현 속도가 빨라지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느림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니즈가 동반 상승함을 명심. 일뿐만 아니라 소비생활에서도 ‘빨리빨리’를 당연시하던 소비자가 전반적인 삶의 속도를 늦추고 소비의 진정한 즐거움을 고민하기 시작. 내용이 부실해도 무조건 화려하고 새로운 것을 선호하는 ‘혁신적소비계층’에 비해 多産多死형 상품들에 싫증을 느끼고 오래 쓸 수 있는 무난한 상품을 선호하는 ‘스마트 소비계층’이 증가 추세. 경제적 불안 및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안정을 찾기 위한 休상품 및 抗스트레스 상품 수요도 확대. 번거롭고 귀찮게 여겨지던 요가, 스파, 명상 등이 각광을 받고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도보체험관광’도 대히트

新사업 기획 시 더 빠르고 더 새로운 것을 탐색하던 습관에서 ‘더느리고 옛 것’의 가치를 재점검하는 방향으로 마인드를 전환할 필요. 속도, 편의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림으로써 의외의 高수익 기회를 발견. 과거의 성, 수도원, 성곽 등을 활용한 스페인 호텔 파라도르(Parador)는 역사적·예술적 가치를 중시하는 여행객으로부터 호평. 입맛이 점차 서구화됨에도 한식 외식메뉴 개발, 전통 발효식품상품화 등의 노력으로 슬로푸드의 대명사인 전통 한식이나 죽, 떡 등을 중식, 양식, 일식, 빵 등보다 선호

CEO의 신념과 리더십을 통해 슬로 경영을 성공적으로 조직에 접목

CEO는 리더십, 조직 및 인재 관리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느림의 가치를 활용. 임직원에게 적당한 여유와 자율을 부여함으로써 조직구성원의 피로현상을 미연에 방지할 필요. 슬로 경영을 비용낭비가 아닌 기업 생산성과 이미지를 동시에 높이고 창조적인 핵심인재 유치를 위한 즐거운 ‘투자’라고 인식. 담당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슬로 창작’을 권장. 업무 효율에만 급급했다면 사장되었을 많은 아이디어가 부서 간토론 및 역량 교류를 통해 대히트할 가능

장기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임직원에게 다소 더디더라도 꼼꼼한 공정관리를 권고하는 것이 바람직. 무리한 효율 추구로 야기된 토요타 사태와 상반되게 루이비통은 철저한 수작업 원칙을 고수하여 변함없는 브랜드 명성을 유지

경제정책의 목표를 시간가치를 활용한 삶의 질 제고로 전환

선진경제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양적 성장률 제고뿐 아니라 시간의 가치를 활용하여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 한국경제는 성장 위주의 정책을 통해 양적 발전을 이루는 데는 성공했으나 질적 측면에서 삶의 질을 제고하는 데는 미흡.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삶의 질 지수는 OECD 30개국 중 24위에 불과. 다양한 공동체 생활과 충분한 여가시간은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요소. 슬로 비즈니스 육성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정책적으로 추진. 대부분의 슬로 비즈니스가 서비스 분야에서 창출됨을 주목해 슬로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및 인력양성을 추진

슬로 비즈니스를 활용하여 속도 경쟁에서 지체되고 있는 지방을 활성화. 농촌 등 지방의 경우 대도시에 비해 슬로의 속성이 강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역에 산재한 매력적인 슬로 자원을 발굴해서 상품화. 지역 특산품이나 지역 전통공예를 활용한 제조, 발효식품, 농촌관광 개발 등이 대표적인 슬로 비즈니스. 경륜이 있는 노년층, 노하우를 갖고 있는 주부 등을 활용함으로써 지역산업에서 슬로 비즈니스를 창출해 취업기회를 확대. 일본의 오가와노쇼(小川の庄)는 고령자의 노하우를 활용해 옛날방식으로 전통식품을 제조하여 도시민에게 호평 [주영민 수석연구원 외]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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