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소통과 남아공 월드컵’

서울--(뉴스와이어)--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스페인의 우승으로 끝났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인 이탈리아와 준우승팀인 프랑스가 나란히 예선에서 탈락했고, 잉글랜드가 조별 예선을 2위로 통과하며 16강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는 등 이변이 속출했다. 이변의 뒷면에는 소통부재, 선수 간의 불화, 리더십 약화 등의 요인이 있었는데, 객관적인 전력 못지않게 이러한 ‘보이지 않는 요인’들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축구는 단체스포츠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능력만으로는 승리하기가 어렵다. 승패를 좌우하는 주요인으로 팀 응집력(Team Cohesion)을 꼽을 수 있는데, ‘소통활성화’를 통해 팀 응집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특히, 월드컵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소집하여, 짧은 기간 동안의 훈련만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더 소통의 힘을 빌려야 한다.

남아공 월드컵 승리의 요인은 소통경영의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승리의 전제조건은 ‘신뢰구축’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잉글랜드 등은 신뢰관계가 무너져 초반 경쟁에서 탈락하였으며, 스페인, 네덜란드, 우루과이 등은 갈등이 발생했지만 감독의 리더십, 목표에 대한 열정으로 신뢰를 구축하며 갈등을 극복하였다. 둘째, 16강의 비결은 소통의 정확성이다. 패스의 정확성이 높고, 선수활동량이 많은 팀들이 상대방을 압도하며 16강에 진출하였다. 셋째, 8강의 비결은 소통 채널 다변화이다. 패스를 한두 사람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선수들끼리 골고루 분산하고, 롱패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기장을 넓게 활용한 팀들이 8강에 진출하였다. 넷째, 4강의 비결은 가치공유와 일체감 확보이다. 자국 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동질성과 일체감을 확보하고, 젊은 선수와 외국계 선수들을 받아들여 다양성까지 확보한 스페인, 네덜란드, 독일, 우루과이가 상대 팀을 제압하고 4강에 진출했다. 다섯째, 우승의 비결은 소통의 스피드이다. 빠른 패스 타이밍을 바탕으로 수비수도 공격에 빠르게 가담하며 ‘21세기형 패스축구’를 완성한 스페인이 우승트로피를 안았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뿐 아니라 조직 전체의 소통 역량을 강화해야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그리고 소통역량 강화는 리더가 현장과 소통하며 조직 간 장벽을 없애기 위해 노력할 때 이뤄짐을 알 수 있다.

1. 파란과 이변, 2010 남아공 월드컵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파란과 이변이 반복되며,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을 집중시킴. 스페인의 첫 우승, 우루과이와 가나의 약진 등 다양한 화제를 낳으며, 월드컵 관중 수 역대 3위(총 318만 명)를 기록. 반면, 축구 강호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조별 예선 탈락, 잉글랜드는 8강 진출에 실패하여 자국 팬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으며, ‘우승후보 0순위’ 브라질도 8강전에서 패배

파란과 이변의 중심에는 소통력, 선수 간 불화, 감독의 리더십 등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요소가 내재. 월드컵 개막 전, 객관적인 경기자료 및 선수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측기법이 도입되었으나 대부분 결과 예측에 실패·기존의 예측기법은 선수 개인별 데이터를 우선시하여 소통 및 팀워크와 같은 선수 간 상호반응 요소들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 노출

2. 월드컵과 소통, 그 상관관계

각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소집하여 짧은 훈련기간 동안 ‘팀’으로 엮어내야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이 가능. 각 팀의 주력 선수들은 대부분 ‘유럽 5대 리그’ 소속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국가별로 상향 평준화. 2010 월드컵 출전국 중 아프리카 6개국은 팀당 평균 13.1명이 유럽5대 리그 소속이고, 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5개국은 9.8명이 해외에서 활약 중

개개인의 능력을 팀의 성과로 승화시키는 팀 응집력(Team Cohesion)을 높이기 위해서는 ‘소통 활성화’가 중요. 스포츠 심리학자인 Carron(2002)이 ‘집단 응집력 설문(GEQ)’을 통해 종목별로 실증 조사한 결과, 축구와 같은 팀 스포츠에서는 팀 응집력과 승패 간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존재. Voight(2001)는 개방적이고 정직한 소통을 통해 팀 응집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고, 응집력 향상이 다시 소통강화로 선순환된다는 사실을 설문조사 등을 통해 확인

단기간에 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 조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은 월드컵 축구와 유사. 조직 성과 및 응집력을 높이기 위해서 원활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점(Zander, 1982)도 월드컵과 경영의 공통점

3. 월드컵 우승을 위한 소통비결 5가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승리의 요인을 소통의 측면에서 설명 가능. 축구 경기에서 선수 간에 공을 주고받는 패스는 조직 내 소통과 유사·원활한 패스(소통)가 이루어져야 득점(목표달성)을 할 수 있으며, 팀의 성과(조직성과)에 패스가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함. 선수 간에 소통의 문제가 생긴 팀은 초반 탈락하며 부진한 반면,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원활하게 소통한 팀은 좋은 성과를 창출

소통 활성화를 위한 5大요소들을 고루 갖춰 차별화에 성공한 조직이 극한 경쟁을 뚫고 최고의 자리에 등극. ①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② 소통의 정확성을 높이고 ③ 소통 채널을 다변화했으며, ④ 핵심가치를 공유해 일체감을 확보하여 소통 장벽을 제거함과 동시에 ⑤ 소통 스피드를 극대화

① 승리의 전제조건: 신뢰구축

단기간에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팀 내 갈등요인을 제거하고 소통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 팀을 둘러싼 사건사고, 악성 루머 및 선수 간 불화가 발생할 경우, 소통과 신뢰관계가 와해. 프랑스와 잉글랜드는 월드컵 개막 전부터 잇단 사건사고로 선수단사이의 불협화음이 발생하며, 각각 조별 예선 및 16강 탈락

선수단 불협화음이 발생했을 경우 감독이 신속히 대처해 문제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 필요. 프랑스, 이탈리아는 선수가 감독을 비방하고, 선수 간 갈등이 표출되는 등 내홍(內訌)을 겪었으나 감독이 방관하여 갈등 증폭. 반면, 네덜란드의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16강전에서 주전 공격수인 판페르시와 스네이더르가 불화 조짐을 보이자, 경기 직후 긴급회의를 소집해 두 선수에게 주의를 주며 조기 진화

신뢰구축과 소통증진을 위해서는 관리자인 감독의 리더십이 중요. 감독과 선수 간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감독이 포용력을 발휘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지나친 강경 대응은 팀워크 분열을 자초

사심 없는 공정한 대우로 조직 내 갈등 치유에 주력. 스페인팀의 고질적 병폐(카탈루냐-카스티야 지역 출신 선수 간 불화)를 치유하기 위해 델보스케 감독은 본인이 카스티야 출신임에도 카탈루냐출신 6명을 주전 선수로 기용하고, 양측 고참 선수가 서로 의기투합하도록 배려하여 스페인 첫 월드컵 우승 위업을 달성

갈등을 무조건 무마하기보다는 조직의 목표를 향한 열정으로 전환. 인간적으로 친밀하지 않더라도 목표를 공유하고 업무적으로 응집(Task Cohesion)해 있다면 팀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 우루과이는 에이스 공격수 로드리게스의 대표팀 탈락 과정에서 갈등을 겪고, 수비진 팀워크가 부족했지만 타바레즈 감독이 ‘축구강국의 영광재현’이라는 목표 아래 선수단을 응집시키며 4강 돌풍을 실현

② 16강의 소통비결: 정확성

16강 진출 팀은 정확한 패스(=소통 정확성)와 함께 상대방의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임. 높은 패스 성공률을 통해 득점 기회를 높이고, 선수 활동량을 증가시켜 상대방 압박을 통해 패스 미스를 유도. 조별 예선 48경기 내용 분석 결과, 패스 성공률이 높고 선수 활동량이 많은 팀이 16강 진출에 유리

조직 내 소통과정에서도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에게 누락 없이 전달하는 것이 중요. 특히, 기업의 전략방향이나 업계 동향, 새로운 트렌드를 직원과 공유하는 것은 팀 응집력을 강화하는데 기여. “직원들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면 알수록 문제가 발생했을때 더 열정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개방형 경영’으로 유명한 SRC홀딩스社Jack Stack 회장)

③ 8강의 소통비결: 채널 다변화

8강 진출 팀은 탈락 팀에 비해 패스를 특정 선수에게 집중시키지 않고, 롱패스를 적극 활용하여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소통 채널을 다변화. 선수 및 경기장 전체를 활용한 패스를 통해 팀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롱패스를 통해 멀리 떨어진 선수와도 소통을 시도. 소통 채널 다변화는 팀 내 선수 간 역량 편차가 작고, 팀 전체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가능

기존의 上意下達식 소통과 함께 下意上達및 수평적 소통을 가미하여, ‘쌍방향 소통 채널’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 최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면, 다른 조직과 차별화된 쌍방향 소통 활성화가 가능. 2009년 조사에 따르면, Fortune 100대 기업 CEO 중 2명만이 트위터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블로그를 운영하는 CEO는 없는 것으로 조사. 직원에 대한 신뢰를 갖고 회사 내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개함으로써 직원 간 정보량 격차 최소화에도 노력해야 함

④ 4강의 소통비결: 가치공유 및 일체감 확보

4강 진출 팀은 자국 리그 선수들을 주축으로 대표팀을 구성해 일체감을 확보하고, 신세대·외국계 선수들의 다양성을 포용. 같은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은 플레이 스타일 및 패스 패턴이 유사하여 짧은 훈련기간에도 높은 팀 응집력과 원활한 소통이 가능. 원활한 소통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과 외국계 선수를 통한 세대교체에 성공하였으며, 창의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플레이로 경기 주도. 독일은 1999년 외국계 선수에게 국가대표 문호를 개방했으며, 현재외질(터키계), 클로제, 포돌스키(폴란드계) 등 23명 중 11명이 외국계

조직 내 구성원들이 핵심가치를 공유해 일체감을 유지하면서 원활한 소통을 이루어야 다양성 관리가 가능. 구성원들에게 구체적으로 핵심가치를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제도와 프로세스도 핵심가치에 어긋남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 외국인, 여성, 장애인 등 증가하는 소수인력이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회사 내에서 조직과 융화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 임직원 4만여 명의 항공우주기업 Textron社는 아시아계 미국인 모임, Y세대 모임, 여직원 모임, 장애인 모임 등의 사내 동아리제도를 통해 소수인력을 배려하고 이들의 의견을 회사 정책에 반영

⑤ 우승의 소통비결: 스피드

우승 팀 스페인은 다른 팀과 차별화된 패스 타이밍을 바탕으로 소통의 스피드를 극대화하며 ‘21세기형 패스 축구’를 완성. 상대방이 압박해오기 전, 한 발 빠른 패스를 통해 패스 정확도를 높이고 지속적으로 공간을 창출.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결승전에서 스페인은 14.3초, 네덜란드는 26.4초마다 1회의 패스를 기록(성공률도 스페인 76%, 네덜란드 62%로 스페인이 압도). 수비수가 빠르게 공격에 가담하여 공격진에서의 패스 활성화를 도모. 결승전에서 스페인 수비진의 공격가담률은 7%로, 네덜란드(3.5%)보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참여

불확실한 경영환경 및 지식·정보의 절대량 증가로 인해 빠른 의사결정을 위한 소통 스피드 향상은 조직역량 극대화의 핵심 포인트. 소통의 스피드는 규모가 큰 기업의 생존여부를 좌우하는 주요인. 美GE社는 조직이 관료화, 공룡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Faster is always better” 라는 슬로건을 통해 소통과 의사결정의 스피드를 꾸준히 제고. 의사결정 단계를 최소화하고, 모바일, 소셜미디어 등 실시간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여 소통 스피드 향상에 주력해야 함. 日ALPS社는 사용이 편리한 모바일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하여 전 세계 40개 거점 어느 사무실에서나 실시간 Face-to-Face 회의를 진행하며 소통 스피드를 극대화

4. 시사점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전력을 향상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조직의 소통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함께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소통 채널을 다변화하여 소통 스피드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함. 日후지쓰社는 1993년부터 개개인의 역량과 성과 극대화를 위해 MBO 평가 및 연봉제를 도입하였으나, 내부 파벌 간 갈등과 소통 부재를 겪으며 제도 정착에 실패해 이직률 상승과 실적부진에 시달림

소통 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경영진과 관리자가 현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조직 간 장벽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필수. “샘 월튼(월마트)이나 허브 캘러허(사우스웨스트항공)같은 CEO가 뛰어난 리더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장에서 솔직한 대화를 자주하고, 이를 통해 리더의 생각과 지식을 전파했기 때문이다”(차란, 램 & 보시디, 래리 (2004).‘실행에 집중하라’中에서) [이일한 선임연구원]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 http://www.seri.org

연락처

삼성경제연구소 이일한 선임연구원
02-3780-8256
이메일 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