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평양의 핵실험이 임박하고 있다고 야단이다. 북이 핵 보유를 선언할 때만 하더라도 느긋하게 대응하던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번에는 아주 긴박하게 움직인다. 북의 핵개발 의혹이 터질 때마다 오히려 평양보다 앞서 의문을 제기하며 물 타기를 시도하던 노 정권도 이번만큼은 긴장했는지 말이 없다. 그저 외교통상부 장관이 미, 일, 중 등 외교장관을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정도이다.

나는 이미 글을 통해 북 핵야망의 본질을 밝힌 바 있다. 다시 말하지만 북은 핵보유국가가 된다는 불변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체제보장에 관한 각서 한 장이나, 돈 몇 푼의 보상을 받고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그들은 핵보유국의 지위를 이용하여 대한민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반도를 대표하는 협상의 당사자가 되고자 한다. 한국을 배제한 가운데 휴전협정을 북미간의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킨 후, 우리를 자기들 의도대로 요리하는 것이 그들의 오래된 목표이다.

미국과 일본은 입으로는 아직도 6자회담을 말하나 속으로는 이미 기대를 접은 것 같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상황이 최악으로 갈 때 자기 나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 6자회담의 틀을 고집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중국, 러시아도 객관적 정세의 변화에 마냥 눈을 감을 수 없을 것이다.

노 정권은 쉬지 않고 북에게 6자회담복귀를 요청했다. 잊을 만 하면 미국을 향해 북이 6자회담에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라고 요구했다. 북의 핵실험이 임박한 지금도 6자회담을 말하지만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나의 생각으로는 6자회담의 틀은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다. 북이 그 틀에 들어오고 않고를 떠나 그 곳에서 무슨 문제가 해결될 수 있겠는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든 회담의 틀이 역설적으로 북에게 시간을 벌어주어 핵실험을 도와주는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북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제 대화나 협상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면 모르지만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대화와 협상 대신 힘과 힘이 부딪치는 험악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핵보유를 관철하려는 북의 힘과 이를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힘이 충돌하는 국면에서 노 정권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노 정권이 지금까지처럼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를 수정하지 않는 한 그들이 맡을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양측 모두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될 것이다.

나의 판단으로는 북의 핵실험은 필연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상황을 여기까지 몰고 온 가장 큰 책임은 평양을 제외하면 노 정권에 있다. 노 정권은 북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에 힘을 보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북의 핵개발이 몰고 올 국가적 재앙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오도(誤導)하였다.

그 결과 지금 우리는 안팎으로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화근(禍根)을 키울 대로 키워 호미로 막을 것을 이제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었다.

밖으로는 평양과 국제사회가 충돌을 향해 치닫고 있다. 그 장면에서 우리의 국가이익을 지켜낼 방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 충돌이 몰고 올 국민의 생명과 경제에 대한 위협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형편이다. 안으로는 그 충돌의 폭풍이 몰고 올 재앙에 대해 우리 국민들이 무감각하기만 하다. 그러니 어떻게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여 상황을 극복해 나갈지 걱정이다. 오히려 적지 않은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이 북의 핵개발에 대해 정 반대의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두 이 정권이 낡은 이념과 어설픈 민족주의를 퍼뜨려 낳은 결과이다.

지금도 시간은 흐른다. 모래시계의 마지막 모래알이 빠져나갈 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권은 왜 존재하는가.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지금 이 긴박한 순간 노 정권은 말이 없다. 충돌이 일어나면 부서지는 것은 우리의 경제요, 다치는 것은 우리 국민의 생명이다.

나는 노 정권에게 충심으로 말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라고 말이다.

먼저 어떤 희생을 무릅쓰더라도 북의 핵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가적 의지를 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북핵불용(北核不容)에 대한 국민적 역량을 결집하고 북핵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 노력의 중심으로 들어가야만 한다. 한미 동맹의 틀을 더 튼튼히 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가능한 모든 상황의 전개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빈틈없이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 어떤 상황이든 그 중심에서 밀리면 죽고, 장악하면 살기 때문이다.

10년 이상을 끌어 온 북핵 사태가 이제 절정에 이르고 있다. 북의 핵야망을 좌절시키고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올 시간도 가까이 온 것이다. 노 정권은 국민과 함께 두려움 없이 당당히 나서주기 바란다. 이번이 노 정권에는 국민과 함께 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기회이다.

평화란 자유를 기본가치로 하는 것이며 따라서 굴종과는 거리가 멀다. 일제 침략의 원흉 이또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동양평화를 주창한 사상가였다. 흑인노예를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던 링컨 대통령을 평화파괴자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없다.

오늘 우리 사회에 평화를 외치며 “평화에 대한 위협”을 편드는 황당한 흐름이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노 정권은 이제 그 흐름과 결별해야 한다. 그 흐름은 나라와 국민을 위해 백해무익할 뿐이다. 우리는 이 순간 참다운 평화, 소중한 자유의 가치를 위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를 시험받고 있다.

분단의 터널을 지나 통일로 가는 우리 민족의 역정(歷程)에서 한국전쟁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다. 최대의 위기이니 최대의 기회가 될 것이다. 국민과 함께 할 때 노 정권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노 정권은 자신의 운명을 결정할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바란다.

2005. 5. 11
이 인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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