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국회와 정부, 그리고 예산 권한’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는 SERI 경제 포커스 제313호 ‘국회와 정부, 그리고 예산 권한’을 발표하였다.

1. 예산과정에서의 행정부와 국회

국정감사 직후 예산안 심의에 착수

정부는 2011년 예산안을 2010년 10월 1일 국회에 제출했으며, 국정감사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심의 절차에 들어갈 예정. 기획재정부장관은 각 중앙관서의 장이 제출한 예산요구서 및 중앙관서 결산보고서에 따라 예산안과 국가결산보고서를 작성하여 국회에 제출. 기재부장관은 확정된 예산을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배정하는 업무도 수행. 국회에서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후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공청회, 표결을 거쳐 본회의에 부의한 뒤에 심의·의결하여 예산을 확정

예산과정은 경제적·정치적 고려가 복합적으로 작용

예산의 배분 과정에서 국회와 정부는 효율성, 사회후생 등 경제적 관점과 공정성, 형평성 등의 정치적 관점을 동시에 고려. 국회는 사업의 우선순위, 투자효과, 경제전망, 정치적·사회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예산안을 조정. 지역구의 현안, 관련 이익단체의 민원 등과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국회의원이 중요하게 고려할 사항.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제출한 예산안을 삭감 없이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심의 과정에서 삭감된 경우 집행 과정에서 이를 만회하려는 유인이 발생

예산안의 국회 심의과정과 확정된 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힘겨루기가 지속적으로 표출. 국회는 헌법 제54조에 따라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분석한 후 일부 항목에 대하여 삭감 또는 증액하는 심의과정을 거쳐 예산을 확정. 국회가 2008년 정부예산(추경 포함)을 심의하면서 삭감한 예산은 299개 사업, 3조 3,811억 원이며, 증액된 예산은 413개 사업, 1조 9,360억 원. 헌법 제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안의 각 항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증액이 다수 발생

2.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 강화 움직임

국회의 사업비 조정에 대한 행정부의 전략적 대응

행정부는 국회에서 삭감한 사업을 증액하거나, 증액된 사업을 타 사업으로 이·전용 또는 불용하여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 이는 국회가 헌법 제57조3)에 따라 정부의 동의절차를 거쳐 시행한 것이지만, 부처는 국회의 조정에 대해 사실상 불만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 2008회계연도 국토해양부 예산안 중 국회 삭감 사업 70건(4,809억 원) 중 국토해양부가 증액 집행한 사례는 12건(1,052억 원)이고, 예산증액사업 159건(7,224억 원) 중 감액 집행한 사례는 58건(2,219억 원)

국회에서 증액한 예산을 국토해양부가 집행과정에서 감액한 58개 사업 중 54건이 도로, 철도 등 SOC 사업비. 국토해양부는 사업추진이 부진한 사업의 예산을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는 사업으로 조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주장. 토지보상 지연, 사업계획 변경, 사업타당성 미흡, 지방자치단체 등 사업수행기관의 사업추진 실적 미흡 등이 원인.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국회가 증액한 사업을 정부가 감액하여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견해

최근 들어 국회의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정부안에 대한 조정 폭이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추세. 세출예산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조정 폭은 2008년 1.9%에서 2009년 3.0%, 2010년 4.7%로 점점 확대. 2010년 예산안 중 취약계층 복지사업(1,389억 원), 일자리 창출 사업(677억 원) 등을 증액하였고, 4대강 사업(3,589억 원), 외화예산 등을 감액

국회는 무리한 증액을 지양하고, 예산 권한이 집행과정에서 제대로 이행 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 지역구 현안 또는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무리한 증액 사업은 실제 집행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

예산 심의를 피해가려는 BTL 사업

2005~2010년까지 6년간 시행된 BTL 사업의 확정된 미래(2007~2033년) 정부지급금 총액은 약 43조 5,000억 원으로 추정. 2005년부터 도입된 BTL 사업은 재정사업에 비하면 당장 큰돈을 들이지 않고 단기간에 사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당시 정부가 적극 추진. 한편, 시행 초기부터 국가의 부담이 되는 계약인데도 국회의 동의절차 없이 사업을 시행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 2009년 이전까지는 각 연도에 실시할 한도액만을 국회에 사전 보고하는 데 그침으로써 사실상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예산이었음

국회는 BTL 사업의 예산 심의권 강화를 위해 2007년 결산 심사 시 제도시정요구를 하였고, 2008년 12월 ‘민간투자법’을 개정. BTL 사업의 총한도액, 대상시설별 한도액과 예비한도액을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과 함께 국회에 제출하여 사전 의결을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 재정건전화 및 국회의 예산 권한 강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3개의 유사한 의원발의 법안이 제출되었으며, 이를 종합하여 개정안을 확정

실시계획 승인을 받은 BTL 사업에 대해 5년간의 정부지급금추계서 작성을 의무화하도록 2010년 5월 ‘민간투자법’을 개정하여 국회의 권한을 더욱 강화. 기존 규정은 차년도의 정부지급금 규모만을 국회에 제출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인 국가 부담과 재정위험요인의 파악이 곤란하며 심의가 불가능. 중장기적으로 재정부담을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국회의 체계적인 예산심의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의원입법으로 발의

책임과 방향성이 필요한 국가재정운용계획

참여정부는 재정이 수반되는 국가정책의 비전과 방향을 설정하고 재정투자계획을 제시하기 위해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국정과제로 채택. 이전에도 중기재정계획을 작성하였으나 내부 참고자료로만 활용하였고, 2004년 10월 최초로 ‘2004~200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국회에 제출. 2007년 1월 제정된 ‘국가재정법’에 정부의 제출의무, 재정운용 기본방향, 중기재정전망, 통합재정수지 등 포함해야 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명시. 재정건전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중장기 전망 하에 국가재원을 전략적으로 배분하고, 재정수지·국가채무 등 총량 목표를 제시하고자 함

국가재정운용계획은 국회에 예산안 제출 시 참고자료로 제출하지만 구속력이 없고 사후 검증과정이 미흡해 정부의 책임성이 결여되고, 철저한 계획수립 의지가 낮았음. 제출 이후에 국회의 검토나 심의 절차가 없으며, 전망 위주로 구성되어 예산 심의 과정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함. 경제 전망은 기획재정부가 관련 기관의 의견을 수렴하여 작성하고 있으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며, 국회의 의견은 거의 반영되지 않음. 한편, 국회예산정책처는 자체적으로 경제전망치를 발표하고 있어 국회의 예산 심의 시 혼란이 가중될 우려. 대체로 국회예산정책처의 전망은 보수적이며, 정부는 낙관적인 경향으로 양 기관의 경제 전망은 상당한 괴리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목표의 명확성이 결여되어 있고, 목표달성을 위한 전략이 미흡해 정부의 정책의지를 홍보하는 차원에 불과하다고 폄하. 2004년 이래로 6회에 걸친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평가한 결과 ‘수립’되었을 뿐 실제로 ‘운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 법적 구속력이 없으므로 행정부 입장에서는 경제성장 목표치를 전망치로 제시하려는 유인이 커진다는 것

국회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0년 4월,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대하여 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국가재정법’을 개정. 최근 국회에 제출된 ‘2010~2014 국가재정운용계획’은 지출 증가율에 대한 분야별 전망과 근거 및 관리계획, 재정수입 증가율 및 근거, 통합재정 수지, 국가채무의 증감 등에 대한 전망과 근거 및 관리계획을 포함. 전년도에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의 평가·분석보고서, 중장기 기금재정관리계획, 국가채무관리계획도 첨부

예산안에 앞서 국가재정운용계획시안을 확정하고, 이를 부처별 지출한도 결정시점에 제출하도록 하여 국회에서 동 계획이 충분히 논의될 필요. 현재는 예산안과 함께 제출해 예산심의 기간 동안 계획을 충분히 살펴보지 못함으로써 예산과 연계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

3. 시사점

국회의 예산 권한은 강화되는 추세이나 국민의 관심은 저조

2004년 예산제도 개혁 이후 한국의 예산제도는 크게 발전했고, 특히 국회예산정책처 출범과 함께 국회의 예산권이 더욱 강화되는 추세. 2004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및 ‘총액배분 자율편성(Top-down) 제도’의 도입과 2007년 ‘국가재정법’제정 등 중장기적 시각에서 재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들이 등장. 초기에는 운영과정의 미성숙으로 당초의 취지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지만 제도 개선과 함께 점점 정착단계로 발전해가는 과정

예산의 확정 및 집행이 국가경제와 국민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국회의 심의 기간이 부족하며, 국민의 이해와 관심도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 약 3개월 동안 계속되는 정기국회 기간 동안 절반은 국정감사에 할애하고, 나머지 기간도 잦은 정쟁으로 인하여 변칙적인 심의가 다수 발생. 미국은 관리예산처(OMB)가 제출한 예산제안서를 의회가 연중 심사하는 구조이며, 일본, 프랑스, 독일 등도 예결위를 상설 위원회로 운영. 국민 대다수는 예산 과정에 대해 무관심한데, 이는 외국에 비해 예산심의 기간이 짧아 요식행위에 거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임. 그 결과 예결위의 예산액 수정은 전체회의나 본회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예산안및기금운용계획안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위)’에서 이루어짐. 동 소위는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으며 전화나 구두로 수정·동의한 내용을 취합·정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므로 투명성과 합리성이 낮음

보다 내실 있는 예산 심의와 책임 있는 집행이 필요

예산 심의기간을 현행 60일에서 90일로 늘리고, 국정감사 기간을 조정하여 정기국회 회기 중에는 예산 심의에 집중하도록 할 필요. 헌법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2000년 이후 대선이 있었던 2002년 외에는 법정시한에 맞춘 적이 없음. 국회는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견제하고 예산낭비를 막는다는 원칙에 충실하여 민원성 증액을 지양. ‘예산안및기금운용계획안조정소위원회’의 회의록을 작성하여 공개하거나 발언자의 실명 및 내용을 공개하여 ‘밀실타협’이라는 오명을 불식시킬 필요. 예산 심의 과정에서 학계, 언론계, 이해 당사자 등의 의견을 듣는 공청회를 분야별로 여러 차례 개최하고, TV를 통해 전 국민에 공개. 현재는 예산 심의 시 1회 개최되며, 참석인원은 5~6명에 불과

정부는 예산집행 내역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회의 예산 권한을 존중하는 협조체제 구축.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 시 국회 예결위 및 예산정책처와 협조해 강화된 ‘국가재정법’을 준수하기 위해 주력. 예산 당국은 정당한 불용에 대한 불이익을 줄이고, 불용으로 예산을 절감한 경우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이·전용에 대한 유인을 줄이는 제도 마련. 행정 각 부처나 지자체 홈페이지에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인건비나 기관장 업무추진비, 주요 사업비 등 세부집행 내용 공개를 제도화 [삼성경제연구소 도건우 수석연구원 www.seri.org ]

*위의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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