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2010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론과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서울--(뉴스와이어)--삼성경제연구소는 SERI 경제 포커스 제316호 ‘2010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론과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1. 2010 노벨 경제학상 수상 이론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은 노동시장 매칭이론이 수상

다이아몬드(P. Diamond), 모르텐슨(D. Mortensen), 피사리디스(C. Pissarides)는 탐색-매칭에 따른 마찰(frictions)의 특징을 갖는 시장이론을 정립한 공로로 2010년 10월 11일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

매칭이론은 노동시장 참가자들의 이질성(heterogeneity)과 정보 불완전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업을 마찰적 관점에서 설명. 시장 참가자들의 이질성 및 정보의 불완전성 등이 노동시장에 내재
●시장 참가자들의 이질성: 근로자들의 숙련도와 교육 수준, 사용자의 기술 수준, 고용시장으로부터 획득한 정보, 거주 지역 등
●정보의 불완전성: 좋은 일자리(구직자)가 많은 지역에 대한 정보, 구직-구인활동 결과 만족스러운 상대방을 찾을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사용자-근로자(구인자-구직자) 간 거래는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수반되는 경제 행위. 중개인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조정의 문제가 발생하여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 시장 참가자들 사이의 수요, 공급 마찰로 인해 수요자들과 공급자들이 시장에 지속적으로 竝存하는 상황이 발생. 노동시장에서 구직-구인활동이 끊임없이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실업자(공급자)와 빈 일자리(vacant jobs, 수요자)는 여전히 존재. 1980년대 초 발표된 매칭이론은 현재 노동시장 관련 정책부터 통화금융 및 재정 정책 등의 거시경제정책에까지 폭넓게 활용

※매칭(matching)
모르텐슨은 매칭을 “서로 다른 사람이나 대상이 단독으로는 성취할 수 없는 공통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결합하는 모든 과정”이라고 정의. “any process by which persons and/or object are combined to from distinguishable entities with some common purpose that none can accomplish alone” (자료: Mortensen, D. T. (1982). The Matching Process as a Noncooperative Bargaining Game. In McCall, J. (Ed.), The Economics of Information and Uncertainty (pp. 233-258). Chicago and London: University of Chicago Press.)

전통적 노동시장이론과 매칭이론의 차이

기존의 노동시장이론에서는 실업의 존재를 임금의 경직성을 통해 설명하는데, 이는 현실과는 상당한 괴리. 경기변동 과정에서 가격 및 임금이 신축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는 것은 전통적인 케인지언의 견해. 그러나 현실에서는 임금의 경직성 외의 다양한 이유로 실업이 존재하며, 노동시장이 유연한 선진국 경제도 실업률이 상당히 높은 수준

매칭이론은 기존 임금-고용 사이의 경쟁적 수요-공급 관계를 임금-구인배율 사이의 수요-공급으로 대체하여 현실에서 발생하는 실업을 새로운 각도에서 설명. 일자리 창출(Job Creation) 곡선이 기존 수요곡선을 대체하고 임금곡선이 기존 공급곡선을 대체하여 두 곡선이 만나는 수준에서 균형 협상임금과 균형 구인배율이 결정
●일자리 창출 곡선: 임금이 상승하면 기업의 이윤이 감소하여 일자리 창출은 저하되고 구인배율은 하락하는데, 임금과 구인배율 사이의 逆의 관계를 표현
●임금곡선: 구인배율이 상승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임금협상력이 높아져 임금이 상승

균형 구인배율과 함께 구인자 수와 구직자 수 사이의 逆의 관계를 나타내는 베버리지(Beveridge) 곡선으로 현실을 반영한 실업률을 설명. 베버리지 곡선은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이 둔화되면 실업률이 상승하지만, 반대로 일자리 창출이 늘어나면 실업률이 하락하는 관계를 나타냄. 노동시장에서의 매칭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때 베버리지 곡선은 안쪽으로 이동하고 실업은 감소

2. 매칭이론의 기여와 함의

매칭이론의 학문적 기여

노동시장의 탐색-매칭에 따른 마찰 요인으로 현실의 다양한 실업상태를 분석하고, 구직-구인자들 사이의 만남(매칭)과 임금협상이 이루어지는 방식, 그리고 이로 인해 초래되는 비효율성을 규명한 선구적 업적. 탐색 이후 구직자와 구인자 사이의 매칭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매칭함수(matching function)의 개념을 도입.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의 탐색활동이 지속되지만 마찰이 존재하여 그중 일부만 고용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

탐색-매칭에 따른 마찰이 노동시장에 존재할 때 임금은 단순한 수급이 아니라 매칭을 이룬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협상을 통해 결정. 매칭 이후 사용자-근로자 사이의 임금이 반복적인 협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협상이론을 도입. 매칭을 이룬 사용자와 근로자는 향후 생산활동을 통해 발생할 이윤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협상을 통해 암묵적으로 결정

노동시장 탐색-매칭은 외부효과를 발생시켜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초래하므로 마찰과 탐색비용을 줄여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 구직자와 구인자의 구직-구인 확률은 자신의 탐색활동뿐 아니라 타인의 탐색활동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 한 구직자가 구직 강도(intensity)를 높이면 여타 구직자의 구직 확률은 낮아지고 구인자들의 구인 확률은 증가하지만, 구직자들이 구직 강도를 선택할 때 여타 구직자나 구인자들을 고려하지는 않음.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임금협상 과정에서도 고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채 탐색을 지속하고 있는 여타 구직자들은 고려하지 않음. 이러한 외부효과는 구직활동에 따른 기대수익 감소로 구직자들의 구직활동을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바꾸거나 아예 노동시장을 떠나도록 유도하므로 적절한 정책대응이 필요

매칭이론의 함의

정부가 임금의 일정 비율을 사용자에게 지급하는 고용보조금의 경우 실업급여의 형태에 따라 정책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남. 고용보조금은 협상임금을 상승시키므로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도 정책의 수혜자가 될 수 있음. 단, 사용자에게 고용보조금이 지급되면 생산비용이 절감되어 이윤이 상승하지만 매칭잉여의 확대로 협상임금이 상승하여 당초 효과가 일부 상쇄. 실업급여가 임금과 완전히 연동되어 있는 경우 고용보조금의 일자리 창출을 통한 실업 감소와 고용 증대라는 정책 목표 효과가 감소. 현재 임금 수준이 미래 지급받을 실업급여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 고용보조금의 혜택이 임금상승을 통해 사용자로부터 근로자에게 모두 이전

공공부문의 고용확대가 민간부문의 일자리를 구축(crowding-out)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음. 공공부문의 고용이 확대되면 임금협상에서 근로자들의 협상력이 증가하고 임금이 상승하여 사용자의 이윤 및 민간부문의 구인배율은 하락. 공공부문의 고용 확대는 매칭의 효율성을 향상시켜 실업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으나, 민간부문의 구인배율 하락은 구직확률의 감소로 이어져 실업을 증가시킴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정책은 수급자격을 갖춘 실업자와 그렇지 못한 실업자들 사이에 상이한 효과를 발생.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구직자는 매칭 후 임금 협상을 할 때 낮은 수준의 임금도 수용하므로 기업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확대되어 비수급자들의 실업률이 하락. 일단 취업이 되면 다시 실직하더라도 전보다 더 많은 실업급여를 수급 할 수 있기 때문에 낮은 수준의 임금을 수용. 반대로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구직자가 매칭 후 임금을 협상할 때는 높은 수준의 임금을 요구하기 때문에 실업급여 수급자들의 실업률이 상승. 실업급여가 늘어나면 근로자들의 외부대안(실업)의 가치가 상승

3. 한국경제에 대한 시사점

한국 노동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마찰을 최소화하고 균형 실업률에 대한 검토가 필요. 구인자와 구직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보 공유를 확대하여 그에 따른 마찰의 비효율을 경감. 한국의 실업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지만 적정 수준인지 여부를 판단할 필요. 매칭이론에서는 여러 개의 균형실업률이 존재할 수 있으므로 한국 현실에 적정한 실업률을 검토할 필요. 한국의 2009년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62.9%와 3.7%로 OECD 평균인 64.8%와 8.0%보다 낮은 수준

노동시장의 마찰문제를 해소하고자 할 때 탐색비용을 발생시키는 높은 비경제활동인구 비중과 취업 중 구직활동인구(On-the-Job-Search) 등을 고려할 필요. 비경제활동인구의 비중이 높고 고용↔실업보다 고용↔비경제활동 사이의 유·출입이 더욱 빈번하므로 이러한 현상을 고려한 노동시장 정책 수립도 필요. 비경제활동인구를 고려했을 때와 고려하지 않았을 때의 노동시장 마찰에 대한 정책 효과 차이는 상당히 큰 것으로 나타남. 실업정책을 수립할 때 구인자들이 실업상태의 구직자보다 취업상태의 구직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있음을 고려할 필요. 실업으로 인해 직무능력이나 숙련도를 일부 상실하여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음

노동시장 관련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구인배율, 구인·구직 확률, 임금 등 다양한 지표를 수집. 탐색-매칭의 특징을 갖는 노동시장의 주요 지표인 구인배율, 구인·구직확률 관련 자료의 산업별, 지역별 범위를 확대하여 대표성을 높일 필요. 비경제활동에서 고용으로의 이동에 주목하여 향후 고용률 제고에 참고할 필요. 산업별, 지역별, 종사상 지위별 이직률(turnover rate)도 유용한 지표가 될 수 있음. 마찰이 빈번한 시장 환경에서는 임금경직성 정도에 따라 거시경제 정책의 효과가 상이하므로 임금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임금의 경직성 정도를 판단할 필요 [삼성경제연구소 문외솔 수석연구원 www.seri.org]

*위의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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