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진화하는 특허 비즈니스’

서울--(뉴스와이어)--지금까지 특허는 연구개발의 부산물로 사업활동 보호를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특허 전문기업이 등장하고 미국 특허 거래시장이 2000년 2억 달러에서 2008년 14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이제는 특허가 독립적인 수익창출 도구로 변화하고 있다.

1. 특허 생태계 변화

특허가 비즈니스 수단으로 부상

연구개발의 부산물로 사업활동 보호를 위한 방어적 수단으로만 인식되던 특허가 독립적인 수익창출 수단으로 진화. 1474년 처음 특허제도가 만들어졌을 때부터 발명자에게 실시(상품을 제조, 판매)를 전제로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해왔음. 1990년대 TI(Texas Instrument), 폴라로이드 등의 기업이 몇 개의 특허만을 가지고 수억 달러의 수익을 거두자 특허의 가치에 대해 재인식하기 시작. 2000년대부터 제조활동을 하지 않고 특허 라이선싱 및 소송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NPE(Non-Practicing Entity)가 급성장. 2001년 IT 버블 붕괴로 파산한 벤처기업의 특허를 인수한 NPE가 잇달아 고액의 로열티 수입을 창출

2000년대 들어 특허가 독립적인 자산으로 취급되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다양한 특허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기업이 등장. NPE와 분쟁 방어를 위한 제조기업의 특허 매입이 확대되면서 거래시장이 급성장. 미국 특허 거래시장(라이선싱 제외) 규모는 2000년 2억 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이었으나 2008년 14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 특허 비즈니스의 확대와 함께 이를 지원하기 위한 중개, 평가, 금융 등의 전문 서비스 기업이 증가함에 따라 특허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

특허 생태계가 변화하면서 개인, 대학, 기업 등 기존 특허 생산자도 수익 활동을 강화. 그동안 발명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던 개인과 대학 등이 권리를 찾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전개. 경제위기 이후 경영실적이 악화된 기업을 중심으로 특허 수익 극대화를 위해 특허 매각 및 라이선싱 활동이 강화

특허 생태계의 변화는 한국 제조기업에 위기로 작용

한국은 적극적인 특허출원으로 양적인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 2009년 한국은 8,066건의 PCT(Patent Cooperation Treaty) 특허를 출원하여 미국, 일본,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 한국은 2008년 GDP 10억 달러당 102.6건, R&D 비용 100만 달러당 3.3건의 특허를 출원하여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특허활동을 전개

한국기업은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창출과 방어 역량이 모두 취약. 2008년 한국은 31억 달러의 기술무역 적자를 기록하여 OECD 국가 중 스위스의 44억 달러(2007년)에 이어 2번째로 큰 적자를 기록. 최근 경쟁기업의 견제와 NPE의 증가로 해외기업과의 특허 관련 분쟁이 증가. 한국기업의 해외 특허분쟁 건수4): 47(‘06) → 89(’07) → 127(‘08) → 106(’09)

2. 新특허 비즈니스 모델

① 라이선싱

상업화 역량이 부족한 개인, 벤처기업 등으로부터 매입한 특허를 이용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제조기업으로부터 라이선싱 수익을 획득. Acacia, Rate Technology 등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불리는 일부 라이선싱 전문기업들은 특허법상의 발명자 권리를 남용하여 공격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 라이선싱 전문기업이 제기한 소송 건수는 2000년 100여 건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500건 정도로 급증. 최근 사모펀드 형태로 투자자를 유치하여 다량의 특허를 매입한 후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하는 기업도 등장. Intellectual Ventures는 50억 달러 이상의 펀드를 모금해 3만 건 이상의 특허를 확보

특허를 위탁받아 소송, 협상 등을 대행하는 전문기업이 등장. 1990년대 말 개인 발명가 등으로부터 승소 조건부로 특허소송을 수임받는 법률 회사가 생겨나면서 라이선싱 전문기업이 등장하기 시작. 최근 제조기업에게 라이선싱 업무를 컨설팅해주거나 일부를 위탁 받아 소송, 협상 등을 진행해주는 기업이 증가. 2001년 설립된 IPvalue는 BT, 제록스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라이선싱 대상의 발굴에서부터 협상까지의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 Sisvel, Via Licensing 등은 다수의 기업에 흩어져 있는 관련 특허를 모아 특허 풀(Pool)을 만들고 이를 위탁 관리

라이선싱 전문기업에 의한 제조기업의 피해가 늘어나면서 전문적으로 방어해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 RPX 등 방어형 펀드회사는 가입한 기업을 대신하여 특허 유통시장에서 라이선싱 전문기업으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는 특허를 매입. PatentFreedom 등은 라이선싱 전문기업 관련 동향을 모니터링하여 기업에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

② 지원 서비스

특허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중개기업과 경매 등 거래시장을 제공하는 기업이 증가. 특허의 경우 매도자, 매수자 모두 신분 노출을 꺼리는 경향이 있어 많은 거래가 비공개시장에서 중개업체를 통해 진행. 특허 비즈니스의 활성화로 중개기업들은 IP 기반 M&A, 특허 전략 컨설팅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종합 컨설팅 회사로 발전하는 중. 듀폰은 광범위한 기술이전 희망업체 발굴 업무를 중개 전문기업인 Yet2.com에 위탁. 최근 경매, 온라인 사이트 등 공개된 시장에서 특허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업이 빠르게 성장. NineSigma, Innocentive 등은 온라인상에서 다수의 기술 보유자와 수요기업을 연결해주는 사업을 전개

평가, 침해조사 등 다양한 특허 비즈니스 지원 서비스 기업이 증가. 美OceanTomo, 日IPB 등은 특허의 인용관계, 서지사항, 분쟁 등의 정보를 종합하여 객관적으로 특허의 質을 평가하는 툴을 제공. 제조기업이나 라이선싱 전문기업을 위해 특허 침해 소송에 필요한 증거를 전문적으로 찾아주는 비즈니스 모델도 등장

③ 금융

특허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지면서 사모펀드 등 금융기관의 참여가 증가. 미국 벤처캐피털 등은 리스크가 높은 벤처기업 대신 특허를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주목. 가장 많은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Acacia는 벤처캐피털 당시 확보한 특허를 기반으로 2001년부터 라이선싱 전문기업으로 변신. 대형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와 사모펀드들은 특허펀드를 운용하거나 라이선싱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 투자

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에게 다양한 금융기법을 통해 보유 특허를 현금화하여 지원. 운영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특허를 매각하는 대신 다시 실시권을 받는 ‘매각 후 라이선싱(Sale/Lease back)’ 기법이 등장. 2009년 이스라엘의 VocalTec은 22개 특허 중 15개를 ‘매각 후 라이선싱’ 방식으로 현금화하여 1,540만 달러를 조달. 대규모 투자와 장기간에 걸친 R&D가 특징인 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IP 기반 구조화 금융기법이 발달. IP 기반 구조화 금융: 미래의 지식재산 수익에 대한 권리를 미리 판매함으로써 R&D 등 현재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

3. 시사점

특허전략을 비즈니스 관점에서 재점검

특허를 R&D 결과물로만 바라보던 시각에서 탈피하여 비즈니스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 지금까지 한국기업은 보유 건수에 의존하여 특허분쟁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수동적 방어전략에만 치중. 양 위주의 방어전략은 융·복합화 심화로 필요 특허가 증가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출현하는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한계. 반면, 歐美선진기업은 특허를 기업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사업 및 R&D 전략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수익 창출 극대화를 추구

변화된 특허 환경을 제품 경쟁력과 R&D 생산성 제고의 기회로 활용. 한국기업은 매출이 많으나 상대적으로 특허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소송 등을 통한 공격적인 수익화 전략은 得보다 失이 많음. 중개기업 등을 활용해 좋은 특허를 매입하고 계속출원과 같은 전략적 출원 활동을 통해 강력한 특허망을 구축. 애플은 2005년 Fignerworks로부터 확보한 멀티터치 기술을 토대로 아이폰 등 경쟁사와 차별된 제품을 개발. 내부에 사장되어 있는 휴면특허를 외부에 공개하여 수익 창출과 함께 새로운 시장 창출의 가능성을 탐색

특허 생태계와의 유기적 연계 강화

특허 유통시장의 유동성과 투명성이 제고되면서 생태계가 더욱 빠르게 변화될 전망. 객관적으로 특허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법이 발달하고, 경매 등 공개적인 거래시장이 성장하면서 특허 유통시장의 투명성이 제고. 지금까지 특허 유통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신분 노출을 기피해서 매물, 가격 등의 거래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는 문제점 보유. 특허의 비즈니스 가치가 높아지면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특허 유통시장이 급성장. 현재 특허 유통시장의 변화는 1980년대 주택 모기지 산업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기업이 등장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했던 패턴과 유사

특허 생태계와의 전략적 연계 강화로 특허 역량을 제고. 현재 특허 비즈니스는 가장 큰 특허 유통시장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특허 전문업체들이 최전선에서 주도하고 있으므로 이들 기업을 최대한 활용하여 부족한 특허 역량을 보완하고 노하우 획득 기회로 활용. 특허 전문회사의 3분의 1 이상이 美실리콘밸리 지역에 집중. 내부 인력의 역량 제고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각 분야의 전문가를 영입하여 최고의 특허팀을 구성하는 것도 고려. MS는 IBM에서 라이선싱 사업 분야를 구축했던 마셜 펠프스를 영입하여 단기간에 특허경쟁력을 제고 [삼성경제연구소 임영모 수석연구원 www.seri.org]

*위의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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