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형식적 사과와 휘발성 대책은 필요없다.

서울--(뉴스와이어)--폭력은 가장 몰인권적이며 가장 비문화적인 행동이다. 한 사회의 민주주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는 바로 폭력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는 가를 지켜보는 일이 될 것이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중차대한 범죄이다.

그러나 지난 19일(목) 한국배구연맹(이하 연맹) 상벌위원회는 민주주의와 사회의 발전에 정면으로 반하는 대단히 실망스러운 결정을 내렸다. 연맹은 선수들을 가혹하게 구타한 LG화재 배구단의 신영철 감독과 대한항공 배구단의 문용관 감독에게 각각 6개월과 3개월 자격정지라는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이는 폭력을 바라보는 연맹의 인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무책임한 결정이며, 폭력을 가벼이 여긴다고 밖에 달리 이해할 여지가 없는 궁색한 결정이다.

이번 폭력 사건의 발생 이후 많은 팬들과 여론은 한 단계 높은 배구 문화와 체육계의 만연한 폭력 관행 근절을 위한 단호한 징계를 요구하여 왔다. 그러나 구단과 연맹은 갖은 핑계를 대어가며 폭력을 행사한 감독들을 보호하기 위한 시간을 끄는 일에만 급급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폭력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기만한 행동이었으며, 선수들의 기본적인 인권을 외면한 행동이었다. 폭력을 행사한 감독들 역시 구단과 연맹이라는 ‘형식적 질서’만을 앞세우며 반성과 책임을 회피해왔다.

우리는 이번 폭력 사건과 그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배구장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배구장의 주인은 경기장에서 혼신을 다하는 선수들과 이들에게 갈채를 보내는 배구팬들이어야 한다. 그러나 구단과 연맹은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해 폭력을 남발한 몰인권적인 감독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기본적인 인권의 보장과 수준높은 경기를 기대하는 팬들의 염원을 져버렸다.

우리는 이번 징계가 결과적으로 자격이 정지된 무적격 감독이 훈련을 지휘하는 저열한 프로 배구단을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연맹의 징계는 프로배구의 활성화와 배구발전을 위한 장기적이고 건설적인 선택이어야 하며, 사태의 본질을 해결하는 유의미한 징계이어야 한다. 연맹의 이번 징계가 폭력을 행사한 감독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면피용/휴가용 징계’가 된다면 이는 연맹 스스로 전근대적인 파벌주의와 후진적 인맥 문화를 스스로 드러내는 동시에 공멸의 길로 가는 불행한 선택이 될 것임을 우리는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징계가 ‘위로’성 징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연맹이 향후 어떠한 조치들을 취하고 배구계에 만연한 폭력 근절을 위해 어떻게 대응해나가는지 분명히 지켜볼 것이다. 연맹 스스로도 자신들의 권위와 지도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당당한 태도를 지녀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기자회견이 면피를 위한 형식적 사과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연맹 차원에서 마련한 구타방지 대책이 시간이 지나면 증발되는 휘발성 대책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체육시민연대와 문화연대는 앞으로도 배구계를 비롯한 체육계의 구타 관행 근절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 갈 것이다. 우리의 요구사항은 아래와 같다.

- 요구 사항 -

1. 폭력을 행사한 신용철 감독과 문용관 감독은 폭력 사건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라!
1. 한국배구연맹은 배구계에 만연한 폭력 문화 근절을 위한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즉각 시행하라!

2005년 5월 20일

문화연대 / 체육시민연대

웹사이트: http://www.culturalacti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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