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시사논평, 수도이전과 진보주의자

서울--(뉴스와이어)--어떤 사안에 대해서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듯이 수도이전 에 대해서도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것은 의외다. 처음에는 수도이전문제에 대해 무슨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있을까 싶었지만 스스로 진보주의자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몇차례 대화를 나누어보면서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도이전에 찬성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칭 진보주의자들이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이유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 무엇보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 권력과 부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이런 상태를 그대로 두는 것은 평등 내지 공평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수도의 지방이전을 통해 권력과 부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것이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는 듯했다. 그리고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주로 수도권사람들이 집값이 떨어질까 염려되어 그러는 것이고, 특히 고가의 집들을 갖고 있는 강남사람들이 손해보지 않으려고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인 만큼 이에 동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듯했다. ‘강남부자들’에 대한 적대감이 배어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이 수도이전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공감해서 수도이전에 찬성한다는 것이다.

결국 수도이전에 반대하면 수도권이기주의에 동조하는 것 같고, 특히 돈이 많은 ‘강남사람들’의 재산 지키기에 동조하는 것 같아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일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집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경우 자기도 내심으로는 수도이전이 안 되었으면 하고 바라지만 양심상 수도이전에 찬성하지 않을 수 없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뒤에서 밝히겠지만 수도이전이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음은 물론 오히려 강남부자들이 부동산투기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정책이란 점에서 진보주의자일수록 수도이전을 반대하는 것이 옳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수도이전 찬성은 수도권주민의 지역이기주의에 동조할 수 없고, 특히 ‘강남부자들’의 재산 지키기에 동조할 수 없다고 보아 찬성하는 것인 만큼 그들의 ‘양심에 기초한 수도이전 찬성’은 높이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자칭 진보주의자들의 그러한 판단은 너무나 잘못된 판단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대오각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수도이전이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은 물론 국가를 망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지방의 산업과 교육을 육성해서 지방에 살더라도 수도권에 사는 것 못지않게 경제적 안정을 누림과 아울러 자녀교육문제 때문에 수도권으로 이사할 필요를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지 수도를 충청도의 어느 특정지역 곧 연기공주지역으로 옮긴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오히려 각 지방의 산업과 교육을 육성하는데 써야 할 돈을 어느 한 지역에 투입해서 정부청사 짓는 데만 쓴다면 국가의 불균형발전이 더욱더 심화될 것이다.

무엇보다 왜 지방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 이유는 바로 일자리와 자녀교육 때문이다. 지방에서도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자녀교육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공기 나쁘고 교통 복잡한 서울로 밀려들 이유가 없다. 따라서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사람들이 일자리문제와 자녀교육문제 때문에 걱정하지 않도록 지방의 산업과 교육을 육성하는데 국가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어떻게 지방의 산업과 교육을 육성할 것인가? 상당한 연구가 있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지방 특성에 맞는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국가재정으로 지방의 도로와 항만을 정비하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공장부지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세제상의 특혜를 주어서 수도권보다 지방을 선호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방의 각급 학교에 최고급 교육기자재를 공급함과 아울러 지방학교 교사 교수에게 50만원 내지 100만원의 지방근무수당을 지급하여 우수한 교사 교수가 지방근무를 희망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수도를 이전하는데 45조원이나 되는 돈을 투입하게 되면 위와 같은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수도이전은 지방의 산업과 교육을 육성하는 데 역행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수도를 이전한다고 정부청사 옮겨 짓는데 막대한 돈을 투입하게 되면 각 지역의 국책사업에 큰 차질이 발생해 지방경제를 더욱더 어렵게 할 것이며, 실업문제의 해결도 어렵게 할 것이다. 경제가 이토록 어려운 터에 국가재정을 일자리창출과 민생안정에 투입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욱이 앞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민족통일을 이루어야 할 것이고, 통일이 되면 수도를 서울로 하든가 아니면 서울 북쪽 예컨대 철원이나 개성으로 옮겨야 할 텐데, 그렇게 되면 연기 공주지역은 또다시 공동화를 면치 못할 것이다. 막대한 재정의 낭비도 문제지만 연기 공주지역의 박탈감은 어떻게 수습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수도를 꼭 옮겨야 한다면 지금처럼 정부를 쪼개서 옮길 것이 아니라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부처는 물론 국회와 사법부까지 한 지역으로 옮겨야 할 것이다. 국가의 최고기관이 한 곳에 집중해 있어야 국정운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지 수도를 분할해서 대통령은 서울에 있고 국무총리는 연기 공주지역에 있어서는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나라가 망하는 사태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북한핵 문제에다 한일간의 분쟁까지 겹쳐 구한말과 같은 위기가 도래하는 듯한 상황인데 국가균형발전을 내세워 수도를 두쪽으로 쪼개는 것은 엄청난 과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수도이전은 2천 2백만 평에 달하는 자연녹지와 향토문화재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환경보전을 중시하는 진보주의자라면 환경보전의 차원에서도 수도이전을 반대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서 수도를 꼭 옮겨야 한다면 연기 공주지역이 아니라 대전으로 옮기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대전 둔산지구에는 이미 약 16만평의 부지가 조성되어 있어서 그곳으로 옮길 경우 도로나 상하수도를 새로 건설할 필요가 없이 정부청사 10여동만 새로 지어도 되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들은 서울에 사는 사람 가운데서도 특히 강남에 사는 부자들이 수도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알고 수도이전에 찬성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큰 착각이다. 수도이전 때문에 연기 공주지역에 엄청난 부동산투기 붐이 일고 있는데 그곳 땅을 사서 부동산투기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역시 강남에 사는 부자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수도이전으로 득을 보는 사람은 강남사람들이기 때문에 강남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이 싫어 수도이전에 찬성하게 된다는 진보주의자들의 판단은 엄청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자칭 진보주의자들은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 강남사람들에 적대하고 싶어 수도이전에 동조하고 있지만 결과는 국가불균형발전을 심화시키고 강남사람들의 부동산투기를 방조하고 있음을 통찰해야 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길까? 그동안 누적된 업보 때문인 점도 있지만 지역주의에 기초한 편가르기 정치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진보운동을 제대로 해오지 못한 데 대한 콤플렉스와 더불어 아직도 사회주의(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진보이념으로 보는 시대착오적 진보관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스스로 진보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정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 부자들의 부동산투기를 억제하며 경제살리기에 국력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것인지를 따져보고서 수도이전에 대한 판단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2005. 6. 7.
수도분할반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장 기 표

장기표시사논평 개요
철학이 있는 정치, 철학이 있는 삶의 기치아래 인터넷정치의 첫실험이었던 1995년이래 이어져온 장기표시사논평. 대량실업과 빈부양극화의 정보문명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세계관과 가치관에 기초한 우리사회의 중요 현안에 대한 장기표의 독특한 견해를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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