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운노련성명, “정부는 항만 실태를 무시한 상용화 추진을 즉각 중지하라”
국민여러분,
지난 3월부터 불거져 나온 항운노조 관련 비리에 노조간부가 깊숙이 연루되어 일부가 법의 심판을 받아 구속되는 등 있어서는 안될 사건들이 발생한 바 있습니다. 도덕성과 투명성을 생명처럼 삼고 활동해야 하는 노조간부들이 채용 등 운영상의 비리에 개입한 것은 추호의 변명의 여지도 없는 잘못된 행위이기에 국민여러분들의 따가운 질책과 비판을 달게 받아 왔습니다.
이러한 속에서 항운노조는 간부들의 자세 뿐만아니라 조직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가물류대동맥의 핵심인 항만하역작업에 한치의 차질이 없도록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국민여러분,
항운노조의 뼈를 깎는 자성과 국가발전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항운노조를 이참에 무력화하고 항운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박탈하려는 정책을 추진하여 왔고 급기야 의원입법형식을 빌어 ‘항만노무의 공급체제 개편을 위한 지원특별법안’을 지난 6월 3일 국회에 일방적으로 입법발의 하였습니다.
특별법안을 접한 우리 12만 항운노동자와 가족들은 현 정부가 과연 국가 발전·국민 생활향상·국민통합을 위한 장기적이고 치밀한 계획에 의한 항만발전정책을 수행할 능력이 있는 정부인지, 특별법이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파생될 문제에 대해 제대로 판단은 하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국민여러분,
특별법안대로 항만의 노무공급체제(상용화)가 일방적으로 개편된다면 우리나라가 세계 12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는 수출입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혁혁한 공헌을 해온 항만산업이 극한 대립과 갈등이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말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라 할 것입니다.
50여년간 지속되어온 항만의 평화가 깨진다는 것은 단순한 노사문제를 넘어 우리나라의 국가신인도 뿐만아니라 경기침체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해온 수출입국의 한국경제마저 헤어나지 못할 파탄의 늪으로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지난 3년간 정부의 정책오판으로 인해 모든 피해와 사회적 비용이 고스란히 우리나라 산업과 국민 모두에게 전가되어 왔습니다.
항만산업에까지 정책오판이 또다시 반복된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희망이 없는 절망의 나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나라 항운노조에 의한 항만노동자 노무공급체제는 계절·작업시간·기후조건 등에 따른 물동량의 격심한 격차(파동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여 노사 모두가 고유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100여년의 역사 속에서 진화되고 발전·정착되어 온 제도입니다.
또한, 항만의 기계화·정보화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노사정 합의에 의해 노무직을 제외한 관리직과 핵심장비 조작원을 꾸준하게 상용화하여 노사양자의 윈윈(win-win)전략을 선택해 왔습니다.
그런데, 금번 특별법안은 항만노무공급체제의 합리적 개편이 아닌 항운노조로부터 노무직에 대한 노무공급권을 일방적으로 박탈하여 항운노조를 무력화함은 물론 항운노동자들을 인력관리회사 산하의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시키려는 음모가 숨어 있는 악법이라 할 것입니다.
특별법안은 그 시효가 2010년까지로 한정되어 있습니다.
이윤창출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 특별법의 시효가 만료된 이후 비용절감을 위해 항만하역부문을 아웃소싱하거나 일용노동자들을 사용하려 할 경우, 항만노동자들은 고용이 매우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로 전락하거나 열악한 임금 조건 등을 감내하면서 노동조합으로부터도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생활을 전전하는 신세가 되고 말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또한, 공용부두의 경우 항운노동자들이 인력관리회사에 고용되어 하역회사로 파견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될 경우 현재 노동력 착취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파견업체와 같은 성격의 인력관리회사에 고용된 항운노동자들은 임금 삭감은 물론 항만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원천적으로 봉쇄당하고 말 것입니다.
이러한 이면에, 인력관리회사의 적정이윤과 관리비 보장 등의 이유로 인해 추가비용의 발생하게 되어 항만물류비가 증가하여 결국 항만의 국제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한 가정의 가장이 당사자간의 원만한 합의도 없이 고용불안·임금삭감 등에 처해 진다면 주어진 운명을 탓하면서 그대로 앉아 있지는 못할 것입니다.
특별법안은 인력관리회사에 항운노동자를 고용시켜 착취구조를 합법화해주는 전근대적 발상에서 출발한 시대에 뒤떨어진 법안이며, 이로 인해 대립과 갈등을 유발시키는 법안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민여러분,
항운노동자들이 헌신하고 있는 항만산업은 우리나라 물류의 대동맥입니다. 따라서 정책방향과 제도개선 또한 대단히 신중하고 안정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즉 현재와 같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나서서 노동조합을 배제한 채 인위적 재편을 시도한다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 초래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항운노동자들은 항만의 안정과 항운노동자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전국적 투쟁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 항운노동조합은 지난 6월 4일 ‘일방적 상용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를 전국적 단위로 발족하였습니다.
우리의 투쟁은, 참여정부가 몇일전 밝힌 ‘한국사회에서의 증오와 분노를 해소하겠다는’ 정치적 과제 자체가 얼마나 국민을 기만하는 이중적 태도인가를 밝히는 의미도 될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특별법안을 만들어 순수한 항운노동자들 가슴에 분노와 증오가 가득 차게 만드는 것도 모자라 여당도 아닌 한나라당 의원들을 앞세워 갈등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고 있는 특별법안 철회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항운노동자들은 졸속적이며 독선적인 법안의 폐지와 한국사회를 증오와 분노로 몰아가는 참여정부 심판을 위해 국제운수노련(ITF)과의 연대투쟁은 물론 유래없는 항만파업도 불사한 강력한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희 항운노조는 국민들로부터 무엇 때문에 지탄받아왔는지 깊이 자각하고 있으며, 뼈를 깎는 자정노력에 대해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국가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국민생활 안정, 생존권 보호를 위한 항운노동자들의 정당한 주장과 투쟁에 귀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의 투쟁은 이제 시작입니다.
금번 투쟁은 끝장을 보는 투쟁이 될 것입니다.
항운노조의 파업을 불사한 투쟁으로 인해 국가신인도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다만, 잘못된 정부정책을 확실히 심판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 항만산업, 나아가 우리경제가 새롭게 거듭나는 것이라 확신합니다.
반드시 우리 항운노동자들이 승리해서 국민을 무시하는 정부정책을 철회시킴으로써 국가의 물류대동맥인 항만산업의 평화와 안정적 발전을 반드시 지켜낼 것입니다.
2005. 6. 8.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일방적 상용화 저지를 위한 투쟁위원회
위원장 최봉홍 외 43개 단위노조 대표자 일동
웹사이트: http://www.fkt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