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인문학이 경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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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2011-08-24 12:10
서울--(뉴스와이어)--한국 CEO: 인문학에 큰 관심, 실제 접목은 취약

경영의 복잡성이 증대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기업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등 통계적 분석 기법으로는 예측이 곤란한 현상에 대해 인문학적 통찰력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기업 간 기술 및 가격 차별화만으로 경쟁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인문학은 경영의 새로운 돌파구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CEO도 인문학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CEO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인문학 과정이 개설되어 있으며, 인문학 서적에 대한 CEO의 독서량도 증가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CE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97.8%가 인문학적 소양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으며,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답변도 82.7%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CEO는 인문학을 실제 기업경영에 접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한 접목 방법을 시도하기보다는 인문학 과정을 통해 CEO와 임직원의 소양을 함양하는 등의 다소 소극적인 방법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인문학 전공자의 채용이나 전문 조직 운영은 아직 활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 보고서는 인문학을 기업경영에 접목함으로써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제고한 기업 사례를 분석한다.

① 조직의 창의성 제고와 인문학

기업은 우선 조직의 창의성 제고를 위해 인문학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사내 교육기관인 픽사 대학을 운영하여 글쓰기, 문학, 철학 등 100여개 이상의 인문학 과정을 개설한 픽사의 사례처럼 내부적으로는 CEO와 임직원의 인문학적 소양을 증진하고, 외부로부터는 인문학적 소양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려고 노력한다. 구글은 2011년 신규 채용 인력 6,000명 중 5,000여명을 인문학 전공자로 충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기업문화를 진단하고 변화 방향을 제시하는 데에도 인문학의 방법론을 활용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종교학적 방법론을 활용하여 부족했던 매장 직원의 자부심과 긍지를 이끌어냈다.

② 미래 경영환경 예측과 인문학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고 역사적인 안목을 중시하는 인문학은 미래 경영환경 예측에도 활용된다. 조지 오웰의 ‘1984’,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에서 나타난 인문학적 상상력은 인류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중세역사를 전공한 HP의 전 CEO 칼리 피오리나는 르네상스의 출현과 디지털 新기술의 등장을 동일한 관점으로 파악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였다. 한편, IBM, 지멘스, 인텔 등은 인문학자를 포함한 전담조직을 구성하여 미래를 전망하고 이를 기업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 수립에 활용하고 있다.

③ 제품개발·디자인과 인문학

마지막으로 스티브 잡스가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은 기술과 인문학을 접목한 결과라고 언급하여 더욱 주목받고 있는 제품개발과 디자인 영역이다. 인간의 본질적인 행동 패턴과 직관에 대한 인문학적 이해를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인에 반영하여 ‘단순하고 편하고 재미있는 것을 원하는’ 인간의 본연적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인문학 전문가의 역할은 시각을 중시하는 디자이너와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엔지니어 사이에서 인간의 본질적 특성을 제품에 주입하는 것이다.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에는 15%가 넘는 인문학 관련 전공자가 있어 커뮤니케이션 매개 역할뿐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허브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한편, 일부 기업은 실제 소비자가 활동하는 공간에서 행동과 감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인류학의 ‘민족지학’ 기법 등을 활용해 소비자와 시장에 대한 직관을 획득하고 있다. 이러한 기법은 전통적인 설문조사나 핵심 고객 인터뷰 등으로 드러나지 않는 잠재 니즈를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단순한 인문학 기법이 아닌 관점을 경영에 접목

경영과 인문학의 접목은 상호 간 지식의 접목이 아니라, 관점의 접목이다. 그러므로 인문학의 가치와 인간의 본질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단순히 유행에 편승한 기법의 도입이나 일회성 교육 이벤트로는 큰 효과를 올릴 수 없다. 기업 차원에서 인문학으로부터 얻은 가치관과 세계관을 경영철학을 확립하는 데 활용해야 한다. 인문학의 접목은 조직의 다양성 배양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인문학적 관점 및 사고가 기존 기업문화와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인문학 전공자의 직접 채용에서 사내 강좌 활용에 이르는 다양한 방법 중 조직의 상황에 맞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끝으로 경영과 인문학의 접점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매개자(Facilitating Unit)가 필요하다. 기술이나 경영의 전문성을 강조하는 조직에서는 자칫 인문학적 사고가 소외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소한 2가지 사고가 양립할 수 있도록 조직적 토양을 만드는 CEO의 역할이 중요하다.[삼성경제연구소 한일영 수석연구원 www.seri.org]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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