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최근 경제상황 점검과 한국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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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경제연구소
2011-10-12 12:30
서울--(뉴스와이어)--대외 변수의 향방에 주목할 필요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불안으로 국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주요 은행이 해외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금융불안이 실물경제의 둔화로 전이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2008년과 같은 위기상황을 다시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와는 위기의 성격과 대응 능력 측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2008년은 금융기관 부실에 따른 금융충격이 글로벌 신용경색을 초래하여 실물경제로 빠르게 전이되었다. 반면, 지금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미국, 유럽 은행의 부실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금융기관 도산, 전면적인 신용경색 등 금융위기가 전개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2008년에는 신속·과감한 금융 및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부양이 가능했으나, 지금은 경기부양을 위한 금융 및 재정 정책 여력이 거의 없기때문에 위기가 다시 발생하면 실물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장기화될 우려가 있다.

대외여건 변화의 3대 시나리오

현 유럽 재정위기가 금융기관 부실화, 신용경색 심화 등 금융위기로 전개될 것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세계경제 불안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 방향에 대한 3대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① 시나리오 1(확률 70%): 그리스의 자구노력과 유로존 내 사전 대비책으로 ‘질서있는 그리스 채무조정(Orderly Default or Restructuring)’이 진행되어 유럽 재정위기가 크게 악화되지 않는 상황이다. 그리스와 유로존 모두 디폴트보다 질서정연한 채무조정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어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나 유로존의 유럽 금융기관 지원 등으로 심각한 신용경색 등 금융위기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② 시나리오 2(확률 25%): 사전 준비가 미흡한 상태에서 그리스가 디폴트(Disorderly Default)와 유로화 탈퇴를 선언하나, 유로존과 국제사회의 고강도 대응으로 스페인,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파국은 차단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럽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고 일부 은행이 도산하는 등 금융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다만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유로존 회원국 및 국제사회의 공조 강화로 그리스 디폴트 사태가 유럽 중심국인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전이되지는 않을 것이다.

③ 시나리오 3(확률 5%): 가능성은 극히 낮으나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이후에도 유로존의 대응이 미흡해 스페인과 이탈리아까지 위기가 확산되고 유로화 해체 논의도 본격화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유럽 은행의 도산, 글로벌 신용경색, 신흥국 외환위기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으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

현재로서는 유럽 재정위기가 ‘질서있는 그리스의 채무조정’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서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 및 은행 건전성이 크게 개선되었고, 각종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것도 금융충격의 강도를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경제의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선진국은 재정긴축 등으로 저성장이 예상되며, 신흥국도 수출부진으로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012년 한국경제 성장률은 2011년(4.0%)보다 낮은 3.6%를 기록할 전망이다. 만일 유럽 중심국으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 선진국 경제는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한국은 유럽계 자금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 이탈하는 등 신용경색이 발생하고 실물경기가 급랭할 것으로 우려된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응책을 마련

결론적으로 한국경제가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에 직면하고 경기가 급랭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사전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단기적으로 외환 당국은 미국, ECB와의 통화스와프 체결, 민간은 미국, 유럽 등에서 중동, 아시아 등으로 차입선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국제공조를 통해 과도한 자본유출입 억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강화 등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 대외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편 기업도 환율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재점검하고 신용경색에 대비해 금융권 및 대형 거래선의 재무 안전성 파악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울러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실적악화에 대비해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 외 www.seri.org]

*위 자료는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의 주요 내용 중 일부 입니다. 언론보도 참고자료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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