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4대 폭력(학교 조직 사이버 정보지 폭력) 근절대책 관계장관회의에 대한 문화연대 입장

정부는 지난 14일 이해찬 국무총리 주재로 제2차 ‘4대 폭력(학교 조직 사이버 정보지 폭력) 근절대책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사전 등급심사, 주민등록 정보를 바탕으로 하는 인터넷실명제, 전국 739개 중고등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폭력근절 대책을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의 단속 과정에서 거둔 긍정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산시키기위해 입법미비점 등 제도의 보완·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폭력 근절을 위한 정부의 이번 대책은 폭력 문제에 대한 정부의 ‘빈곤한 철학’을 그대로 드러내는 심각하고 위험한 내용이다.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계장관회의까지 개최하여 발표한 한 대책이 고작 ‘사전 등급심사’, ‘인터넷 실명제’, ‘CCTV 설치’라는 사실은 실망을 넘어 실소를 자아낸다. 정부의 대책에는 폭력을 강요하는 사회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지 않다. 오히려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또다른 폭력을 동원하려는 성급함과 미숙함만 보일 뿐이다.

우선 정부가 내놓은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사전 등급심사 계획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는 점에서 ‘낡은 계획’이며, 온라인 문화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여 현실적인 실효성을 전혀 가질 수 없을거라는 점에서 ‘공허한 계획’이다. 이미 96년과 99년 사전검열기관인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윤)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이하 공진협)의 법적 근거들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은바 있다. 기본적으로 영상물 등의 창작물에 대한 사전 심의는 개개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민주주의적 태도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행위이며, 헌법 정신을 유린하는 태도이다. 현대사회에서 규제의 방법으로 창작물을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너무나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과 원칙을 고려하여 대부분의 국가들은 온라인 콘텐츠에 관한 심의를 국가 주도의 ‘규제’가 아닌 사회 인식의 변화를 존중하는 민간 ‘자율’에 맡기고 있는 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민주주의의 원칙과 시대의 변화를 무시하는 것이다.

인터넷실명제의 경우, 지난 2004년 3월 18일 ‘인터넷 실명제는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에서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함으로 헌법 제21조 표현의 자유 및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이 청구되어있는 상황이다. 인터넷 공간은 공간의 특성상 실명이 아니더라고 ‘IP’나 ‘쿠키’등 사용자를 확인할 수 있는 무수한 방법들이 있으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행 체계에서도 아무런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 사이버 폭력에 있어 ‘익명성’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이데올로기는 과장된 신화일 뿐이다. 오히려 우리는 지금 인터넷 실명제의 도입을 거론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다름 아닌 통제에 대한 욕구일 뿐이다.

학교 폭력을 CCTV 도입의 확대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폭력 문제를 대하는 정부 정책의 저열한 수준을 그대로 보여준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하는 것은 모든 학생을 폭력사건의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불온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또한 학교 내에서의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모든 방법들을 배제하고 오로지 ‘피해자와 가해자’의 구분을 통해 해결하려는 비교육적 태도는 정부가 교육을 책임질 수 있는 주체인가를 의심하게 만든다. 모든 공동체가 그러하겠지만, 특히 ‘학교’라는 공동체에서는 결과보다는 과정과 원칙이 훨씬 중요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현행 입시제도의 근본적 개혁과 학생 자치운동에 대한 지원을 통해 ‘경쟁의 원칙’아니 ‘상호 존중의 가치관’을 만들어가야 한다. CCTV 도입을 통해 수치상의 폭력을 줄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폭력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는 ‘자율적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다.

폭력은 본질적으로 반복적이며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따라서 폭력에 대한 해결을 특단의 대책 따위로 의존할 수 없다. ‘범죄와의 전쟁’, ‘일진회 완전 소탕’ 등 무시무시한 용어와 방법을 통해 폭력과 맞서왔지만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확대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4대 폭력 근절’을 위해 정부가 제시한 일련 대책들은 폭력을 몰아내기 위해 또다른 폭력을 동원하려 한다는 점에서 실패한 과거의 정책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폭력과 반인권적 정책을 제도화하는 결정적 오류를 저지르는 대책이다. 폭력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고 성과가 더디더라도 폭력에 대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교육을 반복해야 하며, 끊임없이 경쟁을 강요하며 약자를 희생시키는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나아가 일상 아주 미세한 곳까지 인권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인권 지향적인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한다.

우리는 폭력을 해결한다는 명분아래 또다른 폭력을 저지르게 될 정부의 이번 대책이 법률적 지위를 획득하거나 제도화 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 온라인 영상물에 대한 사전심의를 가능케 할 ‘영화진흥에관한법률’의 제·개정에 반대한다. 통제의 욕망에 기인한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반대한다. 모든 학생을 잠재적 범죄자로 사고하려는 ‘CCTV 설치’에 반대한다.

우리는 지금이라도 일시적이고 외향적인 대책 남발이 아닌 폭력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바탕으로 한 철학이 있는 정책을 고민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 또 다른 폭력을 동원하는 것으로 영원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2005. 6. 16
문화연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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