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자, 장미여관’ 출품작 ‘RITES OF SPRING’에 관한 Marcus Verhagen의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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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Inverness Street
2012-01-08 12:21
서울--(뉴스와이어)--전시회‘돌아가자, 장미 여관으로’ 의 출품작 Chad McCail의 작업 ‘Rites of Spring’(봄의 의식, 2011)에 대한 Marcus Verhagen의 에세이다. Marcus Verhagen은 런던에서 활동하는 미술 평론가, 미술사 학자이며 런던 Goldsmith College, Sotheby’s Institute of Art 에서 강의하고 있다.

Chad McCail의 작업 ‘Rites of Spring’(봄의 의식, 2011)은 사춘기 청소년이 성에 처음으로 눈뜨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국의 신화를 보는 듯이 위엄성과 기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그림 이야기이다. 여행을 떠날 채비를 갖춘 소년과 소녀가 마을의 어른들로부터 단도를 선사 받는다. 길을 걷다가 어느 협곡으로 내려간 이들 앞에 고대의 구덩이처럼 생긴 장소가 펼쳐진다. 구덩이의 가장 자리에 서 두 사람은 입고 온 옷을 벗는다. 구덩이 가운데에는 바오밥 나무같이 생긴 거대 한 나무가 있고 이 나무에는 인간의 생식기를 가진 커다란 꽃들이 피어 있다. 소년 과 소녀가 이 꽃과 성교를 하기 시작하자 나무의 뿌리가 뻗어나와 이들의 몸을 휘감기 시작한다. 소년과 소녀는 가져온 단도로 몸에 감기며 조여드는 나무의 뿌리를 자르고 구덩이를 탈출한다. 연못에서 목욕을 한 후 다시 길을 떠나는 그들의 팔에는 잘린 나무의 뿌리에서 나온 뱀이 감겨져 있음을 볼 수 있다. 성인식을 치루었던 장소를 뒤로하고 소년과 소녀는 마을로 다시 돌아 오는데 이 때 그들의 팔에 감겨 있던 뱀은 투명하게 변해 있다.

맥케일은 명확한 순서에 입각하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마치 만화를 보듯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의 순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 어떻게 보면 단정한 신체 비율의 주인공들, 분명한 제스처와 밝고 단조로운 색채 사용의 기법 때문에 만화보다는 교과서나 이야기 책의 삽화, 특히, 1960~70년대 영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Ladybird’란 동화책 시리즈의 일러스트레이션 그래픽 스타일이 연상되기도 한다. 이런 순서에 따른 배열과 스타일 때문에 ‘Rites of Spring’은 교육 프로젝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신비주의적인 성향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흥미를 끈다. 대부분의 이미지들이 대칭의 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런 화면 구성이 구 덩이가 그려진 이미지들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구조면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첫번과 마지막 그림에서 평행선을 그리고 있는 담이다. 이런 대칭의 구조는 이미 운명 지어진 순서 또는 패턴을 보는 이에게 환기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Rites of Spring’이 어떤 이에게는 교훈적인 요지와 형식적인 명확성을 보여주는 14~15 세기경 이탈리아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제단화를 연상 시킬 수도 있다. 교회 중앙의 제단 밑에 있는 작은 이야기 책 같은 이미지들 말이다. 이렇게 성경을 참조한 듯한 유사한 논조를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리즈가 기독교의 교리는 결코 아니다. 맥케일의 나무와 뱀이 에덴 동산의 뱀과 선악과 나무를 연상시켜서 혼란을 일으키는 건 분명하다. 그러나 성경에서의 뱀과 나무가 기독교 교리의 중심인 원죄의 상징인 반면에 맥케일은 성에 대한 지식이 잘 조절되고 활용될 경우, 우리를 성숙하게 하고 죄의식 없는 쾌락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 몸을 휘감는 나무 뿌리나 나무 밑둥에 있는 해골은 아마도 배신이나 집착 등의 심리적 상처를 상징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맥케일의 주인공들은 이런 위험을 무릎쓰고 역경을 극복해 낸다. 이 작품에서의 뱀은 성숙하게 동화된 관능적 욕구와 능력을 상징한다. 남자와 여자는 성경에서처럼 신의 은총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고 위험을 극복하고 성숙해져서 앞으로 펼쳐질 삶의 여정을 계속하게 되는 것이다.

‘Rites of Spring’은 가르침과 폭로의 시각적 코드를 정렬, 조합하여 만든 신비스런 지침서 같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작업에서 소통하고자 하는 진실은 기독교리가 아니고 자연과 신의일체, 즉 범신론적인 진리이다. 맥케일이 보여주는 성의 입문의식은 자연을 발견해 가는 인생 여정의 한 부분이다. 길에서 만나는 잠자리나 부엉이는 소년과 소녀가 앞으로 경험할 성적 즐거움을 예시하며 그들이 몸을 씻는 연못과 주위를 둘러싸고 무성히 자라나 있는 식물은 성적 성취의 자연스런 결과물인 생식력과 활력을 상징하고 있다. 잘려진 나무 뿌리에서 마치 껍질을 벗듯이 나오는 뱀은 재탄생 또는 앞으로 남과 여가 함께 또는 따로 잉태할 아기들을 암시하는듯하다. 그러므로 뱀은 남여가 새롭게 발견한 성적 성숙과 자연의 생식력을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뱀은 이 젊은 남녀가 그들의 성입문 의식을 미리 예견했던 나이든 커플의 자리를 언젠가 때가 되면 대체하리란 걸 보여 주면서 자연 의 순환하는 사이클에 남녀를 연결 시켜주는 매개체의 역할도 하고 있다. 동시대의 맥락에서 본다면, 이렇게 우화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이 이 작업에서의 가장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장 인물, 장소, 동물들은 현실보다는 더 큰 상황과 능력의 대역 역할을 하고 있다. 풍자란 언제나 역사의 바깥쪽이 나 역사를 초월한 곳에서 풀어지는 이야기이므로 맥케일의 이야기에 암시되어 있는 순환하는 시간은 이런 우화적인 시간대와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풍자는 교훈적인 목적으로 흔히 이용되어 왔다. 예를 들면 자유의 여신상이 프랑스가 국민들 의 어머니임을 가르치는 목적으로 제작 되었다거나 Puvis de Chavannes의 벽화가 예술은 문화적 교화의 의무가 있음을 시사하였듯이 말이다. ‘Rites of Spring’은 명확하고 친밀한 상징을 이용하며 특정 장소나 시간으로부터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이러한 풍자의 특성을 시종 일관 분명히 지킨다. 그러나 이렇게 노골적으로 교훈적인 풍자가 요즘 시대에는 보기 드물게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대 미술이라기 보다는 낭만주의 전 시대의 미술에서 쓰던 미사 여구법이나 19세기 Puvis의 작품같 은 공식 미술(official art)을 연상시키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맥케일의 작업은 너무나 시대에 뒤져 보여 오히려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그리고 이 아이러니의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은 분명히 희망이다. 왜냐하면, 위험한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의 발견을 통해 개인이 사회와 자연의 질서에 궁극에는 더 강하게 속하게 된다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정말 대단한 긍정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초기의 성경험은 충격적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2009년 NSPCC의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영국의 젊은층 성인 9명 중의 한명은 유년기에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첫 성적 경험이 술과 연관된 상쾌하지 않은 경우도 아주 흔하다. 쾌락과 친밀감보다는 죄의식을 느끼기 쉬운 첫 경험은 맥케일이 보여주는 대서사시 같은 발견과는 현실적으로 거리가 먼 이야기일 것이다.

‘Rites of Spring’에서는 청소년이 정답게 성을 탐험하고 즐길 수 있다는 관점이 아이러니로 표현되어 있다기 보다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성이 억압이나 착취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게 아니라 더욱 관대하게 인식돼야 한다는 관점이 아이러니로 표현되어 있는 것이다. 맥케일의 풍자 기법이 오래된 미사 여구 같듯이 그가 제시하는 성에 대한 관점도 신화적 과거와 더 나은 미래의 중간 어딘가에 떠돌듯 걸려 있는 어떤 다른 시대에 속하며 유토피아적 사고에 대한 권태감만이 팽배한 현실에서 는 아직은 상상으로만 만족해야 할 듯 하다.

‘돌아가자, 장미여관’
전시 기간: 2012.1.12~2012.2.10
초대 일시: 2012.1.11 수요일 오후 6시
전시 장소: 꿀/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683-31
전시 문의 : 이정은mail@43inverness-street.com
관람 시간: 오후 12:30~11시, 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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