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유럽 재정위기 극복방안과 전망’

서울--(뉴스와이어)--유럽 재정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외에도 회원국 자체 문제와 유로존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유로존의 5개 재정 취약국(PIIGS)은 자력으로 재정적자를 줄이고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재정 취약국의 국채 매입을 꺼리면서 국채 발행이 어려워지고 국채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유로화 가입으로 환율 및 금리 정책을 자국 의지대로 시행할 수 없는데다 경쟁력마저 취약한 국가들은 긴축으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고 재정이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긴축의 덫’)으로 고전하고 있다.

이는 EU-IMF의 구제금융 지원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가 확산 되는 이유다. 유로존 국가들은 무역과 금융에서 서로 강하게 연계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한 나라의 재정위기가 이웃나라로 쉽게 전이되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반해 재정은 통합되지 않아 재정이 양호한 국가가 재정 취약
국을 돕지 못하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고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을 예측하려면 이러한 2가지 극복방안에 따라 단기와 중장기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위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는 방화벽을 구축해야 한다. 2011년 10월 26일에 합의한 포괄적 대책(그랜드플랜)은 EFSF의 대출여력을 1조 유로로 증액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시장상황 악화로 레버리지를 통한 EFSF의 증액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ECB가 국채 매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ECB가 국채 매입을 확대할 경우 시장 불안이 진정되어 EFSF의 증액 작업이 탄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로존의 경제 및 재정 정책을 강제로 규율하기 위한 新재정협약의 비준과 철저한 이행이 중요하다. 新재정협약이 이행되면 재정 취약국의 모럴 해저드(긴축 및 개혁의지 약화)를 예방할 수 있어 ECB의 국채 매입 확대도 가능해질 것이다. 2012년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은 방화벽 구축 여부에 따라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EFSF 증액’과 ‘ECB의 국채 매입 확대’라는 2가지 방화벽을 모두 갖춤으로써 재정위기가 빠른 속도로 진정되는 경우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EFSF의 증액에 성공하지만 ECB의 역할이 제한되어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EFSF의 증액이 실패하고 ECB의 국채 매입 확대도 어려워 유럽 發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경우다. 현재로서는 두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들과 ECB의 최근의 위기 대응 노력을 감안하면 첫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낮지 않다고 판단된다. 물론, 위기 극복을 위한 역내 공조와 국제공조가 모두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는 세 번째 시나리오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의미에서 국채 및 은행 채권의 만기가 집중 도래하고, 新재정협약의 이행 여부가 결정되는 2012년 1/4분기가 유럽 재정위기 해소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한편,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 해결 여부는 채무상환능력의 확보에 달려 있다. 유동성이 지원되는 동안 재정 취약국이 채무상환능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재정위기의 여파로 유로존 경제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경제성장과 긴축만으로는 채무상환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1980년대 중남미 외채위기와 같은 대규모 채무조정이나 재정통합과 같은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재정위기의 근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재정위기는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 세계경제의 골칫거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와 같은 불안이 지속될 경우 유로존은 신용경색에 따른 투자와 소비부진으로 내수가 침체되고 교역이 위축되어 세계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만약 방화벽 구축에 실패해 세 번째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번질 소지가 크다. 유럽 은행들이 해외자금을 본격 회수하게 되면 유럽 자본에 크게 의존해온 신흥국 경제는 타격을 입게 되고, 세계경제의 침체까지 우려된다. 유럽 재정위기는 더 이상 유로존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경제의 공동 현안으로 접근해야 할 만큼 중대한 사안이 되었다. 적기 대응에 실패하면 세계경제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한국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IMF와 G20가 중심이 되어 유럽 재정위기 해소를 위해 국제공조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경제는 향후 유럽 재정위기의 진행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2012년 1/4분기에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국제공조 논의에 적극 참여하되,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두어야 한다.

한편, 유럽계 자본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할 때 국내 금융시장은 유럽 재정위기에 취약하므로 재정위기 악화에 따른 신용경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금 이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여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외환보유고를 보수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화자금 조달 편중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외화자금 조달원을 다변화해 유럽 자본에 대한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 기업은 유럽 재정위기가 악화될 경우 예상되는 금융 불안과 실물경제 위축 가능성에 대비하는 한편, 갑작스런 신용경색에 대비해 금융권 및 대형 거래선의 재무안정성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한 소비의 근간인 중산층이 약화되는 등 재정위기가 유럽의 시장과 소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여 생산 및 판매, 마케팅 전략 등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유로존 경제의 저성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신흥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유럽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재정 취약국의 민영화 프로그램을 M&A 및 역량 확보의 기회로 활용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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