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성명 -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 폐기하라

서울--(뉴스와이어)--3월 8일, 올해도 어김없이 학생들은 새롭게 만난 교사의 얼굴도 제대로 익히기 전에 소위 ‘기초학습 진단평가’라는 이름의 일제고사를 치른다.

교사가 새롭게 만나는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의 학습상황과 능력 및 적성 등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이 필수적이며, 교사들은 학기 초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과 교감하면서 기초학습능력 등을 파악한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동일한 문제지를 가지고 강행되는 진단평가는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끼칠 뿐 어떠한 교육적 효과도 없다. 학생과 교사가 새롭게 만나 인간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 신뢰의 관계를 맺기도 전에 진행되는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는 교사를 단순한 지식전달자로 폄훼하고 학생은 성적의 우열이 매겨지는 대상으로만 치부하게 되어 교수-학습에 필요한 진단활동의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일제고사 방식의 시험을 통한 진단평가는 교사가 학생들의 개별적인 특성과 능력을 발견하기 어렵다.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가 아니더라도 쪽지시험이나 문화예술창작활동, 면접과 대화 등 학업스트레스를 만들지 않으면서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가르칠 교사가 가르쳐야할 아이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진단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지 꼭 정형화된 시험지만을 가지고 학생들의 출발점을 평가하거나 진단해야 한다는 단순한 사고방식으로는 미래세대의 교육을 책임질 수 없다. 교육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사와 학생을 들러리로 세우는 획일적인 진단평가는 폐기되어야 한다.

획일적인 방식의 진단평가로는 교육청이 목표로 삼는 소위 학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육당국은 동일한 시험지로 평가된 성적만으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무모한 교육관을 버려야 한다. 개별학교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평가의 내용과 방법, 시기를 판단하여 개별 학교·학급·학생들에게 맞는 학력향상 방안을 설계하고,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를 중단하고, 교과부는 반교육적 활동인 전국단위 일제고사 실시계획을 폐기해야 한다.

진단평가를 핑계로 다수의 학교들이 0교시와 7교시를 강행하며 6월 전국일제고사를 대비하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교과부는 학교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몰아가는 주범인 일제고사 실시 계획을 폐기하고, 시도교육청은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 강행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강원, 경기, 광주, 서울, 전남, 전북 지역의 경우 예산배정을 하지 않거나 삭감하여, 동일한 날, 동일한 문항으로 실시하는 일제고사 형태의 진단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 진단활동에 대한 교육적 효과를 고려하여 학교와 교사에게 자율적 시행의 권한을 부여한 이들 교육청은 일제고사식 진단평가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지역의 조건과 상황에 맞는 교육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방교육자치의 시행에 따른 의미 있는 교육현장의 변화이기도 하다.

교과부는 학생을 교육하는 교사에게 교육과정 운영권과 평가권을 돌려줘야 한다.

정부는 일제고사 방식의 획일적인 평가활동을 금지하고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교사가 학생의 학습수준에 맞게 교육활동의 내용과 방법, 그에 따른 평가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단평가라고 하는 교육적 활동은 새롭게 담임 및 교과학습 지도를 담당할 교사들이 학생들의 선수학습 상황 및 출발점을 파악하고 학생과 학급 수준에 맞는 교수학습 방법과 지도내용을 재구성 하는 등의 교육과정 편성과 운영에 관련된 사항이다. 진단평가가 학생에게는 학습의 장이 되고 교사에게는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학교와 교사들에게 평가의 내용과 방법을 결정하고 책임질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여 획일화된 상품형 인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교육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진행되어온 대부분의 교육정책은 학교를 획일화된 인간을 만드는 곳으로 변질시켰고 대표적인 것이 일제고사였다. 개개인의 적성과 능력은 아랑곳 하지 않고 상급학교 입시를 위해 계획된 학교교육과정속에서 경쟁을 통해 획일화된 기준에 맞춤형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민주적인 인간상, 창의적인 인간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전교조는 교사와 학부모는 물론 교육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일제고사 방식의 진단평가를 폐기하고, 중단 없는 학교 혁신 운동으로 협력과 지원을 통해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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