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성명 - 반교육적 교과부 훈령 폐지하라

서울--(뉴스와이어)--정부의 백화점식 학교폭력 대책이 개학과 함께 학교현장에 적용되면서 예상되었던 다양한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처벌과 통제 강화를 주요한 내용으로 하고 있는 정부 대책은 학교에 적용되는 과정마저도 폭력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효과보다는 폐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수급조건으로 볼 때 객관적으로 불가능한 중학교 복수 담임제 추진, 완성되어 있는 수업시간표를 강제로 조정해서 시행해야할 체육수업 확대로 학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학교폭력 대책들이 폭력적으로 학교와 교사들에게 업무의 부담(3월 만 학교폭력 공문 40여 종)과 교육과정의 파행을 야기할지 매우 우려스러운 지경이다.

더구나 학교폭력 대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결정에 의한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사항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초·중학교는 5년, 고등학교는 10년 동안 졸업 후에도 기록을 유지한다’는 교과부 훈령은 참으로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이다.

학교폭력이 용납될 수 없는 문제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성인의 범죄행위와 동일하게 또는 그보다 더한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는 사람 역시 많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인 범죄에 대해서도 응분의 벌을 받으면 일정 기간 이후 사면, 복권 등을 통하여 사회적 낙인과 배제를 방지하는 제도가 존재하며, 현행 소년법은 장래 신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소년원 경력의 공표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형사 범죄로 인해 소년원 교육을 받은 경우라 할지라도 생활기록부에 기록을 남기지 않는다. 그런데 법의 권한을 넘어 교과부장관 직권으로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기록하고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에 연계하여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위헌적 소지도 높다.

청소년 시기에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었던 학생들이 교육활동에 의해 교화되고 나아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순간의 잘못에 의하여 청년기 가장 중요한 시기인 20대에 진로와 연결된 다양한 선택의 기회가 제한되거나 박탈될 우려가 있는 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기록과 유지는 가혹할 뿐만 아니라 교육적 활동에 의한 치유와 회복의 과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해도 새로운 기회가 제공될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의 교육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는가?

이러한 사회적 우려를 반영하여, 경기도 교육청은 2월 15일 ‘학교폭력 징계 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및 보존’을 재고해달라고 교과부에 공식 요청한 바 있으며, 전라북도 교육청은 3월 26일 ‘학생간 폭력 징계사항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는 명백한 형사범죄수준으로 엄격히 제한한다.’ 는 방침을 발표한바 있다. 또한 전교조 광주지부 소속 교사들은 4월 2일 ‘안전하고 평화로운 학교만들기 토론회’를 갖고 현장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생부 입력의 부당성을 알린 뒤 거부운동을 전개할 방침을 밝힐 예정에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폭력기록 관련 생활기록부 관리 훈령을 즉각 폐기하라.

교과부의 학교생활기록부 학교폭력 가해자 처벌사항 입력방침은 심각하게 공동체를 위협하고 교사와 학생간의 비교육적인 갈등을 조장할 뿐이다. 교사들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의 장래를 잿빛으로 만드는 주홍글씨 새기기를 강요하는 것이 교육을 포기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전교조는 학교폭력기록 관련 생활기록부 관리 훈령 폐지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며, 교사를 비롯한 학부모, 학생과 함께 헌법소원을 비롯한 다양한 방법을 통하여 반인권적이고 비교육적인 교과부 훈령 폐지 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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