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의원, “연정에 덧칠한 ‘야합’ 불명예”
지금 연정이란 말처럼 사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용어도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정치철학적 의미 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정을 중요 아젠다로 설정한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과 복안이 과연 무엇인지 말들이 많은 것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연정을 야합이나 정치협잡 쯤으로 보는 이들도 있는 모양이다. 보수언론과 일부 야당의 적대적 비난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우리의 구겨진 정치 경험이 배경에 깔려 있다. 예컨대 1990년 노태우 정권이 만들어 낸 3당통합에 의한 연정은 ‘야합’이라고 써 온 것이 보통이다.
당시 민정당에다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과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통합해서 민자당이라는 거대여당을 결성했다. 그 통합 과정이 그야말로 밀실 야합이었다. 각정파가 기반으로 삼고 있던 지역간 연정의 성격도 강해서 호남이 더 소외됐다. 그것을 야합적 연정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는 어렵다. 연정에 덧씌워진 ‘야합’이라는 불명예는 여기서 비롯된다.
그러나 본래 연정은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매우 발전된 정치과정이고 여러 가지 형태가 존재한다. 연정이 다반사로 이루어지는 곳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양당제가 아니라 북유럽 같은 다당제 국가에서다. 우리나라도 다당제에 해당하고 내각제적 요소를 많이 혼용한 헌정이기 때문에 연정의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연정의 형태를 보면 첫째, 선거 이전에 후보간 또는 정파간 연대를 이루고 승리한 뒤 연합정부를 이루는 방식이 있다. 1997년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김종필 연합이 그것이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단일화도 그렇게 될 뻔했다.
둘째, 선거 후에 연정을 구성하는 예도 많다. 북유럽의 의원내각제 국가들은 대부분 이런 연정을 취한다. 4~5개의 큰 정당이 존재하는 다 당제 국가에서는 제1당의 득표율 및 의석이 30%를 넘기 어렵다. 그런 정당이 정권을 독점해서야 정통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1당이 다른 정당과 연정을 통해 과반 의석을 가져야 힘 있는 내각이 탄생하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득표율도 36%에 불과했지만 결선투표가 없는 선거제도 덕분에 정권을 독점했다. 국회 의석도 비슷해서 정통성이 취약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3당야합을 강행한 것이다.
전면적이고 지속적인 정책연대나 부분적이고 선별적인 정책공조도 연정의 한 형태다.
보수 언론들은 여소야대를 이 정권의 약점인 것처럼 들먹거린다. 그러나 다당제 아래서는 여당이 혼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는 것이 오히려 희귀한 일이다. 여소야대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리고 거기서 비롯되는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정권 측이 연정을 모색하는 것 또한 자연스런 일이다.
김재홍(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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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9일 1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