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첫 사회과학서점 건국대 앞 ‘인서점’ 30년 맞아

- 대학가 첫 사회과학서점 건국대 앞 ‘인서점’ 30년 맞아

서울--(뉴스와이어)--국내 대학가의 첫 사회과학 전문서점이자 1980년대 시대의 등불이자 민주화 운동의 아지트였던 건국대 후문앞 ‘인(人)서점’이 올해로 개점 30주년을 맞았다.

대학가에서 사라져가는 이 사회과학 전문서점을 후원하고 있는 건국대 민주동문회 ‘청년건대’는 지난달 27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국제회의장에서 인서점 심범섭(70)대표와 김성민 건국대 문과대학장(철학) 등 동문과 재학생 등이 참석한 가운데 개점 30주년 기념 행사를 열었다.

인서점은 1982년 국내 첫 사회과학 전문서점으로 출발했다. 개점후 80년대 중반까지 판매금지된 사회과학 도서를 취급했다는 이유로 심 대표는 경찰 등 공안기관에 쫓겨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학생들에게 토론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줬다.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던 시절 문을 연 인서점은 학생과 민주화 운동 인사들이 모여 생각을 나누고 금지된 서적을 공유하는 민주화운동의 아지트였던 셈이다.

당시 심 대표를 아저씨라 부르던 졸업생과 재학생들은 인서점을 자신들의 공간으로 적극 활용했다. 이렇게 맺은 끈끈한 인연이 90년대 이후 어려움에 처한 인서점을 두 번 씩이나 살렸다.

심 대표는 “1995년 경영적인 어려움으로 서점이 문을 닫을 위기에 있을 때 건대 민주동문회 등이 중심이 돼 서점을 살렸고, 2005년에는 건물주에 의한 강제철거로 문을 닫게 될 때에도 건대 동문 등이 후원회를 결성해 또 다시 인서점을 살려줬다”며 당시의 감동적인 상황을 설명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군사정권이 무너지자 인서점을 비롯한 사회과학서점이 암흑기를 벗어나 전성기를 맞았으나 90년대 들어 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수요가 줄어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실제 1995년과 2005년 두 차례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폐점위기를 겪었으나 건대 동문회와 총학생회가 후원회를 결성해 모금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심 대표는 “나이도 있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에서 나서줬다”며 “어두웠던 시절 등불 역할을 했던 과거를 기억한 많은 분이 서점을 지탱하는 힘이 돼주었다”고 말했다.

이어 심 대표는 “인서점은 80년대 막걸리를 마셨던 추억의 공간이자 아름다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바람이 모인 곳”이라며 “여전히 적자지만 그들의 꿈을 간직하게 하고 싶은 공간으로 영원히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인서점 30주년 기념회에서 정찬수(사학·82)씨는 “인서점은 단순한 서점을 넘어 과거에 선배들이 꿈과 열정을 나누는 곳이었다”며 “그 시절의 체험들을 잊을수 없다”고 회상했다. 또한 “몇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30년 동안 인서점을 지켜 오신 심 대표께 고맙고 감사하다”고 인서점 심범섭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기념식에는 문과대 김성민 교수, 자율전공학부 김석 교수, 대진대 허훈 교수 등 우리대학 출신 교수들도 자리를 빛냈다. 김성민 교수는 축사에서 “여러 역경을 겪으며 30주년을 맞이하신 심범섭 선생님께 어떤 말로 감사함을 표할지 모르겠다”며 인서점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성민 교수의 축사 이후, 행사는 심범섭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됐다. 토크쇼에서 심 대표는 “양심 있는 지성인들과 국민들의 눈물로 어둠이 가고 밝은 시대가 왔다”며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에 걸맞게 새로운 도구가 나와야하는데 토론 문화가 협소해 생각을 쌓아 올리는 것이 어렵다”고 현재 청년들의 토론 문화가 활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기념식에 참가한 오도엽(경제·86)시인은 “후배들이 애니팡에 빠져있을 때, 기득권들에게 세상을 도둑질 당할 수 있다”며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지식을 쌓고 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인서점에 간다는 것은 단순히 서점에 가는 것이 아니고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을 구하는 길”이라고 학생들에게 인서점을 방문해 볼 것을 권했다. 심 대표 또한 “서점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지식의 소통을 담당하는 곳”이라며 “학생들이 자주 인서점에 들러 시대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과학 서적을 멀리하는 세태에 대해 심 대표는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공동체적 가치보다는 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회가 흘러가기 때문에 당연히 학생들이 사회과학 책보다는 처세술이나 시험서 등 실용적인 도서 위주로 책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책을 너무 읽지 않아 어려운 점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에도 심 대표는 “무한경쟁속에 사는 학생들을 원망하거나 그들에게 서운한 감정은 없다”며 “취업을 위해 이력서를 적게는 20번에서 많게는 100번 이상 써야 하는 그들의 눈물을,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싶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최근 인문학의 위기를 청년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 된다”며 “잘못은 오히려 가치관이 다양한 시대에 그들의 열정을 끌어낼 만한 가치와 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지식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민주화라는 가치가 그랬듯이 젊은이들이 지금 처한 상황에 맞는 보편적인 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사회과학서점이 옛 영광을 찾기는 어렵다”며 “앞으로 인서점이 할 역할은 인문학적 가치가 다시 꽃 피울 때까지 그 씨앗을 보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국대학교 개요
독립운동의 맥동 속에서 태어난 당당한 민족사학 건국대학교는 1931년 상허 유석창 선생께서 의료제민(醫療濟民)의 기치 아래 민중병원을 창립한 이래, 성(誠) 신(信) 의(義) 교시를 바탕으로 ‘교육을 통한 나라 세우기’의 한 길을 걸어왔다. 서울특별시 광진구 능동로 서울캠퍼스와 충북 충주시 충원대로 GLOCAL(글로컬) 캠퍼스에 22개 단과대학과 대학원, 4개 전문대학원(건축전문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경영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10개 특수대학원을 운영하며 교육과 연구, 봉사에 전념하고 있다. 건국대는 ‘미래를 위한 도약, 세계를 향한 비상’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새로운 비전인 ‘르네상스 건국 2031’을 수립, 2031년까지 세계 100대 대학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신지식 경제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창의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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