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항공사, 병원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고 있다.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어야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제대로 지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측은 해결책을 내지 못하고 공익성을 내세워 긴급조정을 요청하고 있다.

노동위원회는 보건의료노사 문제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중재재정을 하였다. 언론은 노조의 요구와 관철수단 등의 문제에 대하여 뭇매를 때리고 있다. 각계와 학자들도 나름대로의 처방을 내놓고는 있지만, 매년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당사자들 모두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한다면서 제각기 자신들이 가장 합리적인 양 말하고 행동을 한다. 아전인수격의 공허한 공방전이 난무한다. 그러나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정작 피해 받고 있는 시민만 헷갈리고 짜증이 날 뿐이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차라리 자신의 속내를 솔직히 드러내야 한다. 자신의 이익이 침해되니 노조가 파업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거나, 힘으로 싸워서 이기는 자만이 권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이 훨씬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이걸 드러내고 인정한 연후에야 해결의 길도 열린다.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제도가 대안

직권중재제도에 대하여도 노동계는 파업이 노동권의 본질이라면서 이를 제한하는 직권중재제도를 폐지해야할 악법이라고 주장한다. 노동조합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이다.

재계는 노동계가 파업만능주의에 빠져 있으니, 직권중재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여 국가가 적극 나서서 파업을 막아달라고 한다. 공권력에 의한 강제적 방법으로 노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공익과 국민의 생명,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직권중재 제도는 필요하다고 보지만, 막상 터져 나오는 노사갈등에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자율적 노사관계 존중과 불법 파업에 대한 엄중대처라는 원칙론만을 되풀이 한다. 당장 노사 갈등으로 국민의 일상이 파괴되고 나라 경제가 어려워져도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이다.

내용은 각기 달라도 각 주장들은 외국의 사례가 그 근거로 깔려 있다. 미국이, 영국이 어찌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각국의 다기한 사회역사적 전통과 경험 속에서 만들어진 제도나 ILO 나 OECD와 같은 국제기구의 보편적 규칙을 기계적으로 적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다만 참고 대상일 수는 있다. 그럴듯한 임시방편적 대응으로는 국가의 생존능력과 경쟁력을 성장시킬 제도적 환경을 갖추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우리 나름의 제도적 틀을 모색해야 한다. 본의원은 노동조합을 운영한 체험을 통해서 인간의 본성에 기초한 해결방안이어야 노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또한 무엇보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며, 책무는 무엇인지, 노사가 투쟁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본질적 인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자유주의와 시장경제 그리고 공동체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에게는 노동3권을 부여하도록 되어있는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을 살려야 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전제 위에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유연하고 생명력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성격과 헌법 정신의 구현이라는 뼈대위에 인간의 본성에 부합하는 제도라는 살을 입힐 때 비로소 ‘작동가능하고 효율적인’ 대안이 만들어 질 것이다.

사람은 자기 알몸은 감추려 하면서 남의 알몸은 드러내려는 습성, 자신의 이익을 구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다. 이 질기고 오랜 습성을 운명적으로 지녔기에 갈등하고 싸우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국가와 민족위하여’, ‘인간의 기본권 수호를 위하여’라는 가치를 다툼의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 뒤에는 자기 이익추구라는 본성이 숨겨져 있다. 이 같은 본성의 발로를 이해하지 못할 때, 이익갈등을 조정하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차선 변경이요, 남이 하면 끼어들기이고, 내가 하면 투자요, 남이 하면 투기고, 내가 하면 변화요, 남이 하면 변절이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습성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속 깊이 뿌리내리고 지배하는지를 지적하는 말이다.

이렇듯 자기 알몸은 감추려 하면서 남의 알몸은 드러내려는 습성, 자기 이익을 구하는 본성, 그것을 가면 속에 숨기고서는 제대로 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는다.

당사자 책임의 원칙위에 국가 책무 강화되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문제는 기본적으로 개별기업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합의를 하던 파업을 하던 그것은 당사자들의 문제일 뿐이다. 그에 따른 손해도 이익도 당사자들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파업이 무엇인가? 노사가 자신들의 노동조건을 놓고 협상을 하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할 때,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일하는 것을 거부하는 행동이다. 공기업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인 한 일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강제로 일을 시킬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병원노사의 경우 노동위원회는 노조의 요구를 사측이 들어 줄 수 없다고 하는데도 중재재정을 통하여 강제하였다. 잘못이다. 자본주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끼어들어 감 내놔라 배 내놓아라할 이유도 없다. 노사가 미숙아 이거나 정신 이상자도 아닐 터이고 자신들 손익을 계산해서 전략적으로 행동하는 매우 이성적인 성인들이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일하지 않겠다는데 그리고 사용자가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데 배부른 자가 더 큰 걸 원한다느니, 요구와 주장이 몰상식하다느니 사측이 원만히 해결하라느니 해서는 안 된다. 파업은 꼭 임금 때문에 하는 것만도 아니고 노조 요구의 수용 여부는 회사의 경영진이 판단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사가 법을 어기면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지극히 상식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국가의 책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다. 노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국민 불편이나 손해가 발생하면, 그 부분에 대하여는 국가가 해결해 주어야 한다. 국민이 4대 의무를 이행하고 공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국가가 이러한 역할을 해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적인 부문에서 노사분쟁으로 국민의 이익 침해가 예상될 경우, 국가가 먼저 각종 수단과 자원을 동원해서 공공활동이 멈추지 않도록 해결함으로써 공적 이익을 수호하고, 사후적으로 그에 따르는 비용을 당사자에게 징수하여야 한다.

항공사 같은 경우를 보면, 국가가 외국과의 항공협정을 체결하던가, 국가가 보유한 수단을 동원하던가 해서 국민의 공공시설 이용권과 국가 간의 수송계약을 지켜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을 노사 당사자에게 징수해야 한다. 예컨대, 노동자가 파업할 경우 무노동 무임금 원칙이 적용되므로 이때 지불하지 않은 임금분을 비용으로 징수하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요구 수준이 무리하거나 무리한 요구사항에 합의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적으로 노사가 결정할 문제이지 국가와 언론이 개입할 일이 아니다. 만약 공기업의 경우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여 경영상 어려움이 야기되었을 경우 관련 공무원이나 해당 경영진이 책임을 지면 그뿐이다.

노사는 모두 자신의 이익과 명분을 둘러싸고 갈등한다. 따라서 의도한 결과가 오히려 자신들에게 손해라는 것이 예측될 때 대화도 하고 합의도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합의하는 것보다 파업을 하면 더 많은 것과 더 큰 명분을 얻을 수 있는데 누가 힘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야할 규칙은 이러한 사익의 추구에는 반드시 책임이 동반된다는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공익사업장의 법위를 확대하고 직권중재를 강제하는 방법으로는 노사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자기 알몸은 감추려 하면서 남의 알몸은 드러내려는 습성, 허영과 탐욕과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려는 본성이 스멀거리는 가면 무도회장에는 절망적인 비극이 춤출 뿐이다. 가면을 벗고 본성에 기초한 제도를 만들 때다.

2005. 7. 27.
국회의원 배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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