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부동산대책고위당정협의회에 대한 토지정의 논평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쏟아내는 부동산 대책을 보면, “헌법처럼 바꾸기 힘든 부동산 정책”,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투기는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의지와 내용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여느 때처럼 정치적 수사는 거창했지만, 그 말을 담을 수 있는 내용은 너무 빈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현 정부가 꼭 명심해야 할 것은, 만약 이번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투기를 제거할 수 있는 근본적 처방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정말로 헤어 나오기 어려운 절망적인 처지에 빠질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솜방망이 처방은 기회만 보고 웅크리고 있던 투기꾼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부동산 투기대열에 끌어들일 것이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모든 부면에서 진행된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고, 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잘 살 수 있다는 사회적 정의감은 크게 훼손될 것이 자명하다. <토지정의>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내놓을 부동산 정책에 현 정권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명운이 걸렸다는 사실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명심할 것을 당부하면서 , 다음의 두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Ⅰ. 판교 등 신도시에는 “토지공공임대·건물민간분양”의 공영개발방식을 도입하여 평당 500만원 이하의 아파트를 공급하라.
보도에 따르면, 어제(3일) 열린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제5차 부동산 대책 고위 당정협의회’에서는 개발이익환수와 분양가 하락을 목적으로 판교 등 신도시에 공영개발을 도입하는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구체적인 공영개발방식은 논의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서 <토지정의>는 개발이익을 확실하게 환수하고 분양가를 평당 1000만원 이상이 아니라 500만원 이하로 만들 수 있는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의 공영개발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토지정의>가 토지와 건물 둘 다를 공공이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토지만 임대하는 방식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토지만 임대해도 개발이익환수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고, 평당 500만원 이하에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기를 생각할 때 우리가 명심해야할 분명한 사실이 있는데, 그것은, 부동산투기의 진정한 원인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그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토지의 가치는 증가한다. 그러므로 부동산문제의 해결은 토지문제의 해결이며, 토지문제의 해결의 정공법은 토지불로소득의 환수인 것이다.
부동산문제의 본질이 이러하기 때문에, 토지만 임대하여 임대료를 확실하게 징수해도 개발이익뿐만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불로소득을 원천적으로 환수하고 저가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토지를 임대하면 건물가격에서 토지비용이 빠지기 때문에, 평당 500만원 이하에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 공급하는 아파트의 낮은 분양가가 전체 아파트가격의 하향 안정화를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공공이 건물까지 임대하면 품질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토지정의>가 건물까지 임대하는 ‘공공임대아파트’방식의 공영개발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임대아파트의 ‘품질저하’이다. 이런 생각이 기우가 아닌 것은, 이 방식이 민간 건설업체가 아파트를 지어 발주처인 정부 또는 공사에 납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① 건설사는 소비자의 관심과 취향보다는 공공기관의 눈치를 보게 되고, ② 공급이 수요와 동떨어지기 쉬우며, ③ 공공기관과 건설회사와의 유착으로 인한 비능률과 부정부패가 발생하기 쉬워진다.
그러나 토지만 임대하는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은 민간이 아파트를 건설하여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의 ‘품질저하’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민간 건설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오로지 소비자의 취향과 선택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토지정의>는 건물은 민간이 건설하여 분양하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건물까지 임대하면 사용자의 아파트관리가 소흘해지기 쉽다.
건물까지 임대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건물소유주가 공공기관이고 거주자는 임차인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건물을 알뜰하게 사용하지 않게 된다. 반면에 건물을 민간이 지어 분양하는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이런 일이 발생할 염려가 없다. 왜냐하면 주택 관리 소흘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소유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토지공공임대ㆍ건물민간분양”방식은 작은 정부 큰 시장의 흐름에 맞다.
건물까지 분양하는 공공임대아파트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비대화를 초래하게 되는데, 이것은 작은 정부ㆍ큰 시장을 지향하는 시대흐름과 맞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는, 시장에 방임하는 것보다 정부의 개입이 효과적일 때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도로와 가로등처럼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용배제가 불가능한 상품의 공급은 정부의 영역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사용배제가 가능한 건물은 시장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다시 말해, 토지임대를 통해 부동산투기의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이 환수된 상태에서, 건물과 같은 상품은 정부라는 매개자 없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대면하여 공급자가 수요자의 소비성향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추어서 생산이 이루어지도록 놔두는 것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Ⅱ.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토지보유세 강화의 일정표를 제시하고,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토지보유세 강화의 일정표를 내놓아야 한다.
부동산 투기는 무엇보다 앞으로 토지불로소득에 대한 규모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근절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 대안은 이 불로소득의 규모가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고, 시장참가자들이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불로소득의 규모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핵심되는 정책인 토지보유세 강화의 일정표를 내놓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5.4대책에서 2017년, 그러니까 차차기 정권 말에 보유세 1% 실시를 약속했지만, 그것이 지켜질 것이라고 믿은 시장참가자들은 거의 없었고, 발표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그 이후에 부동산 투기는 광풍처럼 일어났다. 따라서 정부는 현 정부 임기 내에 토지보유세 1% 달성을 약속하고, 그 이후의 강화 일정표를 제시하여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다음 정권도 이를 후퇴시키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지보유세강화 일정을 밝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이를 법률로 명시해야만 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한다.
지난달에 발표한 국세청 자료에서 확인했듯이, 우리 사회의 토지소유편중도는 너무도 심각하다. 전 국민 중 5%가 사유지의 82.7%를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현재 우리사회의 모든 부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의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따라서 <토지정의>는 정부가 이번 기회에 천부적인 자원, 사람이 필요하다고 만들 수 없는 자원인 토지에 대한 공공성을 강화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기를 강력 촉구한다.
과거 90년대 초에 도입되었던 토지공개념은 그 정신은 옳았지만, 그것을 도입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반시장적이고 졸렬하여 위헌판정과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바 있다.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바로 토지공개념은 시장친화적인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란 ① 개발이익환수장치의 부활과 토지보유세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강화를 통하여 토지의 효율적 이용도를 높이면서 토지에서 나는 이익을 국민전체가 점차적으로 공유하고, ② 건물의 신축ㆍ개조활동에 부담을 주었던 건물분보유세, 거래에 부담을 주었던 부동산 거래세, 유통과 소비에 부담을 주었던 부가가치세, 그리고 생산 활동에 부담을 주었던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순차적으로 감면하여 눌렸던 생산의 용수철을 높이 튀어오르게 하는 ‘패키지형 조세개혁’을 말한다. 이런 방법으로 실시하는 토지공개념은 시장기능을 정상화 내지는 강화시키면서 ‘형평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추진은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가깝게는 남한의 토지문제를 해결하는 차원도 있지만, 멀게는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차원도 있음을 명심하기 바란다. 단언컨대, 현재의 남한과 같은 토지사유제가 지속되는 한, 통일 이후 북한에도 분명히 이런 망국적인 토지사유제를 이식시키기 쉽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통일은 우리에게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통일독일의 동독과 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토지사유제 도입이 그 사회에 수많은 문제를 야기 시켰는데, 여기에서 우리는 분명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번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단순히 남한의 토지문제해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다가오는 통일한국의 경제통합과 사회통합을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연대단체(17개):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경실련), 균형사회를 여는 모임, 민들레공동체, 보은예수마을, 복음적 사회선교를 위한 새벽이슬, 생명평화연대, 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예수원, 작은손길, 전국철거민협의회, 주거권 자유를 위한 시민연대회의, 코람데오선교회, 하남YMCA,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빈곤문제연구소, 헨리조지 연구회, 환경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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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8월 26일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