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해 연말 통일부 장관 중국방문 때 통일부 기자 가운데 일부가 한 기업인으로부터 향응접대를 받은 일과 올해 연초 ‘구찌 파문’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MBC 사태에 이어 또다시 언론윤리를 의심케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MBC의 보도국 간부와 기자들이 브로커로부터 상당 액수의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사장이 즉각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또 MBC노조 위원장이 강력한 책임자 징계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말로, 개인적인 문제로 끝날 성질의 일이 결코 아니다.

이번 일은 없어진 것으로 알았던 ‘촌지’ 관행이 공공연한 향응과 금품 제공의 방식으로 버젓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이에 대해 방송 기자들의 윤리 의식이 한 마디로 천박하고 부진함을 생생히 드러낸 증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준 이하의 비윤리적, 반 전문가적인 행태가 과연 일부의 문제인지, 아니면 방송 저널리즘 전반의 수준인지 물어보고 싶다. 그런 저열한 양심으로 과연 권력을 감시하고, 모순을 고발하며, 대안을 말할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 ‘댓가성이 없다’는 너무나 상투적인 정치적 수사가 어떠한 면피도 될 수 없음을, 이에 얼마나 많은 시청자들이 실망함을 과연 방송사측과 해당 기자들은 알고 있기는 한가?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기간방송인 KBS에서 일어난 일은 한국공영방송의 수준에 대해 근본적 의심을 품기에 충분하다. 외주제작사와 방송사간 종속과 탈법의 사슬이라는 것이 수 천 만원 금품제공이라는 모습으로 구체적으로 밝혀진 것이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2003년부터 제공되었다는 ‘떡값’은 금액의 차원을 떠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매우 체계적으로 관리되어 왔음이 명백하게 드러났다. 이는 공영방송의 배신이다. 공익성의 거역이며, 정연주 사장이 약속한 개혁의 실패다. 공공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방송사에서 특정 업체와 모종의 뒷거래를 맺는 이런 짓은 개인이 아닌 KBS의 추태임을 잘 알아야 한다.

국내 외주 제작의 핵심에는 제작권 및 저작권과 더불어 방송사의 ‘편성권’이라는 절대 권력을 장악한 소수 지상파 TV가 존재함을 우리는 잘 안다. 바로 이 비대칭적 권력관계가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와 간 부적절한 관계를 조장했던 것인가? 높은 외주 제작 비율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바로 그 이면에서 이러한 비리가 저질러지고 있음에 과연 방송사와 제작자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것인가? 아울러 프로그램 수주 독점을 위해 탈법적으로 로비를 일삼는 일부 제작사들은 방송사와 프로덕션의 수직적 관계를 강화하고, 결국 지금처럼 프로덕션 전체의 윤리성 의심을 가져온 사태에 대해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방송의 생명인 공공성과 공정성은 엄격한 윤리 의식 없이 불가능하다. 내부의 엉망인 윤리로 외부의 부실한 윤리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번 KBS와 MBC의 사태는 언론 윤리를 실천해야 할 방송사로서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다. 지속적이며 체계적인 불공정 비리가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촌지가 ‘향응’의 형태로 탈바꿈해 방송의 양심을 갈가먹고 있는 타락 현장을 우리는 결코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이에 문화연대는 KBS와 MBC에 대해 사태에 대한 엄격한 책임을 물으면서, 제도적 장치의 철저한 이행 등 재발방지를 위한 자발적이고 강력한 실천을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하나, KBS와 MBC는 외부의 조사와 무관하게, 관련자 전원에 대해 누구도 수긍할 수 있는 수준의 강력한 징계를 즉각 시행하라.

하나, KBS와 MBC 사장은 이번 사태가 방송개혁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와 어긋난 점에 대해, 방송 개혁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낸 점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지라. 방송윤리 쇄신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 개혁 방안을 제시하라.

하나,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에 드러난 모순과 비리 관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대안을 문광부와 방송위는 즉각 마련하라. 단순 외주제작비율의 양적인 증가가 낳은 각종 폐해에 대해 총체적인 분석
과 전망을 내놓어야 할 것이다.

하나, 검찰과 경찰은 <한겨레>가 보도한 KBS와 일부 외주제작사 사이의 비리에 대해 즉각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하고, 외주제작체제, 나아가 방송문화가 더욱 투명
해 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문화연대>는 방송사들의 이상의 구체적 실천을 만약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때에 범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체계적이며 강력한 대응을 전개할 것을 다시 한 번 밝힌다.

8월 23일
문화연대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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