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오늘 서울대 2008년 입시안의 한 축인 통합논술로부터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고자 논술고사의 판별 기준을 제시하였다. 발표한 기준에 의하면 그간 각 대학들이 논술이라는 이름으로 현행법으로 금지한 본고사를 실시해 왔음이 분명해졌다. 이는 사실상 교육부의 묵인이나 방조하에 대부분 대학들이 범법 행위를 자행해 왔음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각 대학의 학생선발의 자율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기회의 평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기본 기제인 3불(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본고사)의 법제화를 왜 그렇게 대학과 교육부가 반대해 왔는지 저간의 사정을 송두리째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판별 기준 발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남아있는 논란은 본고사의 정체이다. 본고사는 문제 유형을 가지고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본고사는 예비고사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대학이 학생의 선발을 위하여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치르는 시험이다. 그런 점에서 오늘 교육부는 논술고사에 관해서는 개념을 규정했으나 본고사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의 본질은 대학입시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결과가 중심이 되지 않고 대학별 전형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이다. 서울대는 2008년 입시 방안을 발표하면서 내신의 비중을 실질 반영률이 4.5% 수준인 현행대로 반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전형이 이루어질 경우에 논술의 비중은 정시 모집에서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교육부는 논술 가이드 라이 발표 이전에 각 대학의 전형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원칙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지난 8월4일 교육부는 한술 더 떠서 '논술을 위한 사고력 신장, 학교 수업 혁신으로 충분하다'라는 제목으로 추후 시행될 학교 수업방법 혁신방안의 골자를 발표하였다. 주요 내용을 보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함양을 위한 교육과정 보완, 교과서 개발 보급, 교과교육과 독서교육 연계강화, 협동학습과 토의·토론학습 등 다양한 교수학습방법 개발이다. 또 전문성과 교직관 함양을 위한 교원 양성 제도 개편, 방과후 사고력 신장 프로그램, EBS 논술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의 방안도 제시되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청에서는 교사 대상의 논술 교육 강좌를 늘이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서울대에서 통합논술 시험을 치른다니 논술교육 강화를 위해 교사양성 체계를 개편한다는 것은 상식 이하다. 학교 교육이 아무리 땜질식 처방이라 하더라도 교사 양성이야말로 최소한 사범대학 교육과정 개편까지 이어지는 10년의 장기 계획이다. 도대체 대학의 논술반영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이기에 초중등교육 전반은 물론 교사양성 체제까지 손질을 한다는 것인가? 서울대가 기침을 하니 고등학교의 교과 편성까지 바뀌고 있다. 교육부가 나서서 한국의 중등교육은 입시 교육에 다름 아님을 선언한 것이다. 교육부가 우선해야 할 일은 앞장서서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왜곡시켰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 잡는 것이어야 한다.
오늘 교육부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논술이 본래의 취지로부터 벗어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일 뿐이다. 각 대학들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여기에 세부적인 기준들이 더 추가될 것이다. 이제 대학들은 수시 2학기부터는 논술고사가 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바란다. 나아가 대학의 선택이 전체 중등교육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여 사회적 책무를 인식한 결정을 하기 바란다.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전형 확대정책이 그간 자행해왔던 과오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등교육이 입시에 종속되지 않도록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논술고사 이외에는 지필고사를 금지한 현행법의 정신이 지켜지도록 분명한 원칙을 견지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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