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여창가곡 연주회
시간의 균형을 잡아주는 풍류, 잊혀져 가는 비밀을 살려내는 인간문화재 김영기의 탐사가 넷째바탕을 이룹니다.
판소리, 범패와 함께 한국의 3대 성악에 속하는 가곡은 조선 중기 이후 전성기를 이룬 음악으로 3장 형식의 시조(時調)시를 5장 형식의 반주 음악에 얹어서 부르는 노래이다. 시조시를 얹어서 노래하다 보니 여러 가지 가사가 나오게 마련이고, 반주 또한 다양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수십 가지로 늘어난 가곡을 부르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다가 선호도가 높은 곡만 불려짐에 따라 점차 전승되는 곡들이 줄어들게 되었다. 현재는 그 중 88곡만이 악보화 되어서 전해지고 있어 우리의 풍부한 문화유산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 다.
음악이란 자꾸 무대에 올려져야 그 생명력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그 어떠한 명곡이라 하더라도 책상위에서만 논의되는 음악은 음악의 그 본질에 어긋나게 된다. 다양한 가사와 선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 전통 가곡이 둘째바탕 이하는 잘 연주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첫째, 가곡을 배울 때 첫째바탕만 주로 배우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연주 또한 주러 첫째 바탕을 하게 되는 것이고 둘째, 반주를 정리한 악보가 첫째바탕만 있어 둘째 바탕 이하를 연주할 시에는 수성가락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른다. 이렇게 하여 그나마 88곡이 남은 현시점에서도 15곡의 첫째 바탕을 제외한 나머지 곡들은 또다시 망각의 수렁으로 빠져가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보유자인 김영기는 여창가곡 88곡 복원을 목적으로 2002년 둘째바탕 발표에 이어 2004년에 세째바탕을 발표하고 올해엔 넷째바탕을 기획하였다. 여창가곡은 15곡이 한바탕이나 무대공연의 제한적인 시간을 고려하여 10곡만을 채택하여 부른다. 곡과 사설 선택이 가능하므로 사설의 내용도 현재 음반으로 미발표된 곡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악보는 김기수 님의 ‘여창가곡 여든여덟잎’을 참고로 하였다.
단순히 둘째 바탕 이하의 가곡들을 청중에 알리려는 목적만이 있는 것이 아니며 사라질 위험에 처해 있는 문서상의 곡들을 본인을 통해서 무대에 올림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현재 남아 있는 여러 바탕의 가곡이 고루 발전하게 하기 위함이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김영기 프로필
* 1973-1980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전수장학생
* 1980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이수
* 1984-2001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전수조교
* 2001.11.30 중요무형문화재 30호 보유자 지정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국악과, 동 대학원 졸업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 단원 역임
-중앙교육연수원, 경기문화재단 강사 역임
-원광대, 한국예술종합학교,국악고등학교 강사 역임
-일본, 미국등 해외공연
-개인발표회 7회, 협연 다수
-정가극 황진이 ‘진현금’으로 출연
현 -중요무형문화재 30호 가곡 예능보유자
-KBS국악관현악단 연주원
-월하여창가곡 보존회 회장
-(재)월하문화재단 이사
-서울대, 영남대, 백제예전,국악예고 출강
-월하전통문화원, 정농악회, 한국음악사학회 회원
-KBS국악대상 수상(‘82, ’92, ‘99)
-CD- 김영기 여창가곡 Ⅰ·Ⅱ.Ⅲ
21세기를위한 KBSFM의 한국전통음악시리즈⑲ 한국의 전통음악 시조
<석사학위논문>
女唱歌曲 羽樂의 시김새 變化硏究
-1920년대에서 1980년대의 음반을 중심으로-
[가곡 반주 협연]
가야금: 송인길 / 거문고: 이오규 / 피리: 곽태규 / 해금: 양경숙
대금: 임대원 / 단소: 이두원 / 장구: 박문규
[연주곡목]
우조 이수대엽(왕상에 잉어잡고)
우조 평거(꿈에 왔든 님이)
우조 두거(적무인 엄중문한데)
우조 우락(앞논의 올혀를 비여)
계면조 중거(은하에 물이 지니)
계면조 두거(설월이 만정한데)
계면조 평롱(옥돝이니 돌돝이니)
반우반계 환계락(물아래 그림자 지니)
계면조 계락(한자 쓰고 눈물지고)
계면조 편수대엽(저 연화는 오예소생으로)
1. 우조 이수대엽
왕상(王祥)에 잉어잡고 맹종(孟宗)의 죽순(竹筍)걱어
검든 머리 희도록 노래자(老來子)의 옷을입고
평생에 양지성효(養志誠孝)를 증자(曾子)같이 하리라
왕상: 중국의 효자, 계모가 잉어를 구하자 한겨울인데도 옷을 벗고 얼음을 깨려하니 잉어가 나왔다
맹종: 중국의 효자, 어머니가 죽순을 즐기나 겨울이 되어 죽순을 구할 수 없자, 대밭에 들어가 슬퍼 하니 죽순이 나왔다
노래자: 중국의 효자로 나이 칠십에 색동옷을 입고 노부모를 즐겁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양지성효: 뜻을 기르고 효성을 다하다
증자: 공자의 제자로 뜻을 다해 어버이를 섬긴 효자였다.
어버이 섬기는 것은 마음을 다하는 것만 한 것이 있으랴. 시인은 불가능 속에서도 진심으로 부모 섬기기를 다했던 왕상, 맹종, 노래자, 증자를 떠올리며 자신도 그들처럼 온 뜻을 다해 효를 하겠노라 노래한다.
2. 우조 평거
꿈에 왔든 님이 깨여보니 간데 없네
탐탐이 괴든 사랑 날 버리고 어디간고
꿈속이 허사라 만정 자로나 뵈게 하여라.
탐탐이: 흡족하게 좋아하는 모양
괴든: 사랑하던
허사(虛事)라만정: 헛된 일이라 할망정
자로: 자주
꿈속에서 잠시 만난 님. 그러나 깨어보면 그 님은 내 곁에 없다. 아 날 그토록 사랑하던 님이여 어디로 가셨는지요. 비록 꿈이 현실은 아니지만 꿈속이라도 자주 오셔 당신 모습을 보여주소서.
3. 우조 두거
적무인(寂無人) 엄중문(掩重門)한데 만정화락(滿庭花落) 월명시(月明時)라
독의(獨倚)사창(紗窓)하여 장탄식(長歎息) 하는차에
원촌(遠村)에 일계오(一鷄嗚)하니 애끓는듯 하여라
4. 우조 우락
앞논의 올혀를 비여 백화주(白花酒)를 빚어두고 뒷도산? 송지(松枝)의 전통(箭筒)위에 활지워 걸고
흩어진 바둑 쓰르치고 고기를 낚아 움버들에 꿰어 물에 채워두고
아희야 날 볼 손 오셨드란 뒤여흘로 살와라
올혀: 올벼, 일찍 익는 벼
비여: 베여
백화주(白花酒): 온갖 꽃을 넣어 빚은 술
송지(松枝): 소나무 가지
전통(箭筒): 화살을 꽂는 통
활지워: 활 지어, 활을 얹어
쓰르치고: 쓸어버리고
움버들: 움이 돋아난 버들
볼 손: 보러온 손님
뒤여흘: 뒤 시냇가
살와라: 말씀드려라.
이 노래는 시인이 그리는 행복한 삶을 노래한다. 일찌감치 올벼를 베고, 백화주는 맛나게 빚고, 활은 화살 통에 얹어서 소나무 가지에 걸어놓고, 두던 바둑돌은 잠시 저리 제쳐두고,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낚아 버들개지에 꿰어 물에 채워두면 세상 그 무엇이 부러우랴. 때마침 날 찾는 손님이 오신다면 이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손님이 왔다고 뒷여울로 와서 내게 말해다오.
5. 계면조 중거
은하에 물이 지니 오작교 뜨단 말가
소 이끈 선낭이 못 건너 오리로다
직녀에 촌 만한 간장이 봄눈 슬듯 하여라
은하: 은하수
지니: 불어나니
오작교(烏鵲橋): 칠석날 견우와 직녀가 만날 수 있게 까막까치가 모여 은하에 놓는다는 다리
뜨단말가: 뜨단 말인가
선낭(仙郞): 선인, 신선
촌(寸)만한: 한 치 길이만한, 즉 아주 작은
슬듯: 녹듯
견우와 직녀, 두 연인은 옥황상제의 허락 하에 혼인한다. 혼인 후 이들은 행복에 취한 나머지 목동일과 베짜는 일에 그만 게을러지고 만다. 노한 옥황사제는 이들은 은하서 양편으로 나누어 놓고, 일년의 단 한번 칠월칠석날에만 만나게 했다. 그런데 이 은하수에 장마가 지면, 배를 띄울 수 없게 된다. 그러면 소를 모는 목동 견우는 못 건너게 되니, 베짜는 여인 직녀의 작은 간장은 그마저 봄눈 녹듯 할 터이니, 아 이 연인들의 안타까운 사랑을 어찌할까.
6. 계면조 두거
설월(雪月)이 만정(滿庭)한데 바람아 부지마라
예리성(曳履聲) 아닌 줄은 판연히 알것마는
그립고 아쉬운 마음에 행여 긘가 하노라
설월(雪月): 눈 위에 비치는 달빛
만정(滿庭): 뜰에 가득함
예리성(曳履聲): 신 끄는 소리
판연히: 확실히
귄가: 그인가.
눈 쌓인 뜰에는 달빛만 가득할 뿐 고요하기만 하다. 그런데 바람이라도 불어 아주 미세한 소리라도 난다면 나는 그만 님이 오시는 소리로 여기고 말 것이다. 물론 약속이 없는 님이 올리 없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마는. 님을 기다리는 시인의 떨림이 전해지는 시이다.
7. 계면조 평롱
옥돝이니 돌돝이니 무듸던지 월중계수 나낡이니 시위도다.
광한전 뒷메에 잔다복소리 서리여든 아니 어득 저못하랴
저 달이 김의 곧 없으면 님이신가 하노라.
옥(玉)도츼: 옥도끼
돌도츼: 돌도끼
니: 이(치아) 곧 날
무되던지: 무디던가
월중계수(月中桂樹): 달 속의 계수나무
나남기니시위도다: 남기셨도다
광한전: 달 속 궁전으로 항아(姮娥) 선녀가 산다고 함
뒷 뫼에: 뒷 산에
잔다복소리: 잔다복솔이(? )
서리여든: 서리거든
어득 져뭇하랴: 어두침침하랴
김의곳: 기미만.
그 옛날 옥도끼 돌도끼의 날이 무뎠던지, 달 속에 계수나무를 남겨놓았도다. 광한전 뒷산에 잔다복솔(나무들 자라) 서리면 어찌 아니 어두침침하겠는가. 아, 저 달 속에 계수나무만 없으면 님이 보이련만.
8. 반우반계 환계락
물아래 그림자 지니 다리 우에 중이 간다
저 중아 거기 서거라 너 어디 가노 말 물어보자
손으로 백운(白雲)을 가르키며 말 아니코 가더라.
우에: 위에
백운(白雲): 흰구름.
다리 아래 물에 그림자가 생긴 것을 보고, 위에 무엇이 있을까 쳐다보니 마침 중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서 중에게 ‘당신 어디 가오?’ 하고 물으니, 중은 아무 말 없이 다만 손을 들어 흰 구름만 가리키고 제 갈 길을 갈 뿐이다. 우리 인생 가는 길에 어디 뚜렷한 방향을 아는 사람 과연 그 누가 있을까.
9. 계면조 계락
한자(字) 쓰고 눈물지고 두자(字) 쓰고 한숨지니
자자행행(字字行行)이 수묵산수(水墨山水)가 되거고나
저 님아 울며 쓴 편지니 짐작(酙酌)하여 보시소
자자행행(字字行行): 글자마자 행마다
수묵산수(水墨山水): 묵으로 그린 산수화.
임에게 소식을 전하지니, 한 자 쓰고 눈물이요 두 자 쓰고 한숨이다. 먹물과 눈물이 한데 번져 그만 수묵산수화가 되고 말았다. 님이시여, 이 편지가 그만 수묵산수화 같이 되고 만 것은 내가 울면서 쓰느라 그리 되었으니 님께서 내 마음 짐작하며 보아주소서.
10. 계면조 편수대엽
저 연화(蓮花)는 오예소생(汚穢所生)으로 영영미태겸청(英英美態兼淸香)이라
영산(靈山)에 주재(住在)러니 부처님 자비(慈悲)로서 하세진세(下生塵世) 하여
사람의 천부성(天賦性)이 부쳬같음 경계함이라
우리도 청심(淸心)을 공부하여 저 연화(蓮花)같이 되리라.
연화: 연꽃.
오예소생: 더러운 곳(곧 연못)에서 생장한 것
영영미태겸청향: 꽃마다 아름다운 자태에 맑은 향기마저 겸함
영산: 부처님이 설법하단 곳.
주재: 살다
하생진세: 티끌 세상에 내려옴
천부성: 선천적으로 타고난 성품
청심: 깨끗한 마음.
저 연꽃은 더러운 연못에서 피어났지만, 아름다운 자태에 맑은 향기까지 겸했다. 본디 영취산에 살더니 부처님 자비로 이 티끌 인간세상에 내려와 사람의 성품이 부처와 같음을 경계하고 있구나. 우리도 깨끗한 마음을 닦아 저 연꽃 같이 되어야 하리.
이 노래는 김기수 선생님의 <여창가곡여든여덜닙>에 “은사(恩師) 하규일 선생(河圭一 先生)이 1910년대 여악(女樂) 육성(育成)에 전념하던 당시 정재(呈才) 연화대무 창사(蓮花臺舞 唱詞)를 위와 같이 개작(改作)하여 편엽(編葉)에 얹어 부르게 한 것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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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2월 15일 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