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의사회 국제 회장 조앤 리우 “심지어 전쟁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7일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유럽본부인 팔레 데 나시옹에서 쿤두즈 폭격에 관한 연설문 발표
국경없는의사회 “아프가니스탄 폭격에 대해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의 조사를 요청한다”
연설문 전문은 아래와 같다.
10월 3일 토요일 아침, 쿤두즈에서 목숨을 잃은 국경없는의사회 환자들과 직원들은 세계 곳곳의 분쟁 지역에서 목숨을 잃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과 운명을 같이 했습니다. 그리고 ‘부수적인 피해’ 혹은 ‘전쟁의 불가피한 결과’라고 언급되었습니다. 국제인도법에 ‘실수’라는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의도, 사실, 이유에 근거한 것입니다.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대한 미국의 공격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단일 공습으로서는 가장 많은 생명을 잃었습니다. 쿤두즈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심지어 전쟁에도 규칙이 있습니다.
쿤두즈에서 우리 환자들은 병상에서 불에 타 숨졌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간호사, 그리고 다른 직원들도 일을 하다가 숨졌습니다. 우리 동료들은 서로에게 수술을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 의사들 중 한 사람은 사무실 책상에 임시로 마련한 수술대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의 동료들은 그의 생명을 살리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 끔찍한 공격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동료들이 죽어 가고 병원이 불에 타들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한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에게도 경의의 뜻을 표합니다.
이것은 단지 우리 병원에 대한 공격만이 아닙니다. 이것은 제네바 협약에 대한 공격이었습니다. 결코 묵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 협약은 전쟁의 규칙들을 다스리며, 환자들과 의료진, 의료 시설을 포함해 분쟁 지역에서 민간인들을 보호하고자 수립된 것입니다. 이 협약들은 비인간적인 상황 속에 인류애를 불어 넣습니다.
제네바 협약은 추상적인 법 체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협약들은 교전선에서 활동하는 의료팀들에게는 죽느냐 사느냐를 가릴 수도 있는 중요한 사항들입니다. 이 협약들 덕분에 환자들은 우리의 의료 시설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고, 우리는 공격의 목표가 되지 않는 가운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호를 받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은, 전쟁 지역에서 병원을 공격하는 일이 금지되어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동 3명을 포함한 환자 1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공습으로 숨진 국경없는의사회 직원은 12명에 이릅니다.
이번 공격을 둘러싼 사실과 당시 정황은 모두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조사되어야 합니다. 특히, 공격 이후 수일간 미국과 아프간이 내놓는 해명이 계속해서 어긋나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미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아프간 군이 실시하는 내부 군사 조사에만 의존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 우리는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를 통해 쿤두즈 공격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요청합니다. 제네바 협약에 대한 추가 의정서(제1의정서)에서 구성된 사실조사위원회는 국제인도법 위반 사항을 조사한다는 구체적인 목적으로 수립된 유일한 영구 기관입니다. 진실을 바로 세우고, 분쟁 지역에서 병원이라는 장소가 안전하게 보호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사실조사위원회 활동을 개시하도록 해줄 것을 서명국들에 요청합니다.
사실조사위원회는 1991년부터 존재해 온 기관이지만, 그 동안 단 한 번도 활동을 벌인 적이 없습니다. 활동을 위해서는 서명국 76개국 가운데 한 나라에서 조사를 요청하고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각국 정부들은 너무 정중하거나 혹은 두려워서 전례를 세우지 못했습니다. 방법이 존재하고 있는 지금, 활동을 개시할 때입니다.
서명국들이 ‘신사들의 합의’ 뒤로 몸을 숨기는 바람에, 죄를 지어도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자유롭게 놓여나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용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병원을 폭격하고 직원들과 환자들을 죽이는 것을 부수적인 피해로 치부한다거나 일종의 실수라고 털어버린다는 것 또한 용인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 우리는 제네바 협약이 존중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싸움에 나섭니다. 의사인 우리들은 우리들의 환자들을 대신하여 다시 싸움에 나섭니다. 여러분이 필요합니다. 대중의 일원으로서, 심지어 전쟁에도 룰이 있다고 주장하는 우리와 같은 편에 서 주십시오.
◇ 국경없는의사회 - 쿤두즈 병원 공격 개요
10월 3일 토요일 오전 2시 8분부터 3시 15분까지,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외상 병원이 약 15분 간격으로 벌어진 미군의 공중 폭격으로 수차례 타격을 받음. 폭격이 일어날 때마다 집중치료실, 응급실, 물리치료 병동이 있는 병원 본관이 반복적으로 정확히 타격을 입었고, 주변 건물들은 대부분 피해가 없었음.
이번 공격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22명(국경없는의사회 직원 12명, 환자 10명). 부상자는 총 37명(국경없는의사회 직원 19명 포함)임.
쿤두즈 시에서 주요 교전이 일어난 9월 28일부터 공격이 일어날 때까지, 쿤두즈 병원에서 국경없는의사회 팀들은 총 394명의 부상자들을 치료함.
공중 공격이 일어날 당시, 병원에는 환자 105명, 그리고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국제 직원 및 현지 직원 80여 명이 있었음.
직원 보고에 따르면, 공습 전에 병원 내에는 무장 전투원들이나 교전이 없었다고 함.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시설은 완전한 기능을 수행하는 병원으로서 환자들과 국경없는의사회 직원들로 가득했음.
이번 공격은 국경없는의사회가 연합군, 아프간 군, 민간 관계자들에게 외상 병원의 GPS 좌표 정보를 제공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음. 가장 최근에 정보를 공유한 것은 9월 29일 화요일이었음. 병원이 타격을 받았다고 카불과 워싱턴에 있는 미국, 아프간 군 관계자들에게 처음 알린 후로도 30분 넘도록 공격이 지속됨.
공격 직후, 국경없는의사회 팀은 부상자들과 아픈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자 절박한 노력을 기울였으며, 피해가 없는 방에 간이 수술실을 마련하여 부상 입은 동료들과 환자들을 살리기 위해 노력함.
환자들에게 구명 치료 및 팔다리 부상 치료를 모두 무료로 제공했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전역에서 이와 같은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유일한 시설이었음. 2014년 한 해 동안,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는 2만2000여 명이며, 이곳에서 진행된 수술도 5900건 이상임.
쿤두즈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부분적으로 훼손되었고, 더 이상 운영되지 않음. 이로써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한 긴급 의료 지원에 접근하지 못하게 됨.
국경없는의사회는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International Humanitarian Fact-Finding Commission, IHFCC.org)에 의해 이 사건이 독립적으로 조사되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기를 요구함. 국제인도주의사실조사위원회는 유엔 기구가 아니라, 전쟁의 규칙들을 다스리는 제네바 협약의 추가 의정서(제1의정서)에 따라 설립된 기구임. 국제인도주의사실위원회는 바로 이와 같은 목적을 위해 존재함. 즉, 인도법 위반 사항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기 위함인데, 분쟁 지역에서 보호를 받는 병원을 공격하는 일과 같은 사안이 이에 해당됨.
국경없는의사회는 1980년에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시작함. 아프가니스탄 내 다른 지역에서와 같이 쿤두즈에서도 아프간 현지 직원과 국제 직원이 함께 활동하며 최상의 치료를 제공하고자 노력해 옴.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카불 동부의 아마드 샨 바바(Ahmad Shah Baba) 병원, 카불 서부의 다쉬트-에-바르치(Dasht-e-Barchi) 산부인과, 헬만드 주(州) 라슈카르 가 지역의 부스트(Boost) 병원 등에서 보건부 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아프간 동부 코스트 지역에서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음.
모든 프로젝트에서 동일하게,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들은 오직 의료적 필요에 근거하여 모든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으며, 민족성 혹은 종교적 신념, 정치적 성향 등을 이유로 환자들을 구분 짓지 않음.
국경없는의사회는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위한 재원을 모두 민간 기금에 의존하고 있으며, 정부 기관의 지원금은 받지 않음.
국경없는의사회 소개
국경없는의사회(Medecins Sans Frontieres / Doctors Without Borders)는 세계 70개 이상의 나라에서 분쟁, 전염병, 영양실조, 자연재해로 고통 받거나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긴급 구호를 하는 국제 인도주의 의료 구호 단체이다. 1971년에 의사와 기자들에 의해 설립되어 현재 세계 28개국에 사무소를 둔 국제 단체이며, 한국 사무소는 2012년에 문을 열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그 동안의 인도주의 의료 활동을 인정받아 1996년에는 서울평화상을, 1999년에는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웹사이트: http://www.ms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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