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한 복지정책의 축소와 실업 악화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함으로써 지방선거에서 연이어 참패하였다. 사민당내 일부 세력들은 금년 초에 도입한 노동시장개혁(Hartz Ⅳ)2)의 철회를 요구하고 일부는 탈당하였고 슈뢰더 총리는 정치적 승부수로 총선을 조기 실시하기로 결정하였다. 개혁정책의 신임 여부를 묻기 위해 총선을 1년 앞당겨 2005년 9월 18일에 치루기로 결정하고 일부 의원들의 이의 제기에 대해 사법재판소는 조기 총선 결정이 적법 하다고 판결하였다.
이번 총선은 독일에 있어 2차 대전 이후 가장 중요한 선거. 슈뢰더 총리의 세 번째 집권이냐, 아니면 '변화'를 내세운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 탄생이냐에 관심. 유럽은 물론 전세계가 유럽 최대 경제대국의 정치환경 및 경제정책의 변화 여부에 촉각. 선거 결과에 따라 장기침체로 고전 중인 독일경제의 회생 여부가 좌우. 赤綠(사민당-녹색당) 聯政의 경제 실정에 실망한 독일인들이 강도높은 경제개혁을 기치로 내건 기민당을 선택할 지가 관심사.
선거 쟁점.
'잃어버린 7년'
90년대 후반부터 독일경제는 '유럽의 성장엔진'에서 '유럽의 병자(Sickman of Europe)'로 전락. 슈뢰더 총리 하의 독일경제는 1983∼98년 동안의 콜 정부 집권기(연평균 2.4% 성장)에 비해 성장률이 절반(1.2%)으로 하락. 최근 7년간 독일경제 성장률은 미국은 물론 이웃국가인 영국, 프랑스보다 크게 하회. 슈뢰더 정부가 추진한 경제개혁의 성과는 실망스런 수준. 슈뢰더 정부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03년부터 '아젠다 2010'을 추진. 소득세 인하 등 세제 개혁, 노동시장 유연성 확대, 사회복지 축소 등으로 2차 대전 이후 최대 경제개혁으로 평가됨. 하지만 현재 실업자 수는 2차 대전 이후 최대규모인 480만 명을 돌파(실업률 11.6%)3). 많은 독일기업들이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인력을 대폭 줄이거나 동유럽 등 해외로 생산공장을 이전.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해법 경쟁
이번 총선의 최대 쟁점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에 모아짐. 사민당과 기민당 모두 경제회생을 위해 개혁의 중요성을 역설. 하지만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을 어떻게 할 것이냐하는 방법론과 개혁 속도에서는 양당 간에 차이. 사민당은 사회적 시장경제의 기본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개혁하는 '新中道(Neue Mitte)' 노선을 주장. 슈뢰더 총리는 2003년부터 추진한 '아젠다 2010'에 힘입어 독일경제가 점차 회복 중이라며 좀더 인내해줄 것을 촉구. 독일은 2003년부터 세계 최대 수출국의 위상을 다시 회복. 기민당은 과감한 친기업적 개혁을 통해 사회적 시장경제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 독일병을 치유하려면 영국의 대처리즘(Thatcherism)과 같은 과감한 개혁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 해고제한규정 완화, 노조 영향력 약화, 개별 사업장 단위의 단체협약 허용,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고용확대를 위해 고용주가 부담하는 실업보험요율을 인하하는 대신 세수 확보를 위해 부가가치세율 인상(16%→18%). 사민당은 기민당의 개혁프로그램을 비판. '메르켈은 독일을 연대(solidarity)가 실종된, 냉혹하고 비인간적인 사회로 전락시킬 것'(슈뢰더 총리). 양당은 외교정책에서도 이견. 對美관계, 터키의 EU가입 문제, 獨佛관계 등에서 기민당과 사민당은 상당한 차이. 기민당은 親美성향에 터키의 EU가입을 반대하고 있으며 영국과의 관계를 중시.
총선 결과
야당인 기민·기사당이 제1당이 되었으나 과반 확보에는 실패. 메르켈(Angela Merkel)이 이끄는 기민·기사당은 당초 예상(40∼42%)보다 크게 밑도는 35.2%의 득표에 그침. 9월 4일 실시된 TV토론회 이후 기민당의 개혁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이탈표가 속출. 반면 자유주의적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FDP)은 예상을 뛰어넘는 善戰을 기록(9.8% 득표). 현 녹색 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사민당은 득표율 34.3%, 녹색당은 8.1%로 모두 부진. 사민당 득표율은 2002년에 비해 4.2%p 하락하여 1990년 이래 최저수준. 좌파연합 정당인 Left Party는 8.7%의 득표율로 의회 진입에 처음 성공. 모든 정당이 과반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이 본격화. 당초 예상되었던 기민·기사당과 자유민주당의 우파 연립정부 구성은 기민·기사당의 저조한 득표율로 물건너 감. 우파 연합은 득표율 45%, 의석수 286석을 차지하여 집권에 필요한 득표율(48.5%)과 의석수(307석)에서 미달. 사민당과 녹색당도 득표율(42.4%)과 의석수(273석)에서 과반수에 크게 미달.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은 10월 18일까지 연립정부 구성을 위해 다른 정당과의 연정 협상에 주력. 독일 헌법은 총선 후 30일 내로 하원에서 총리를 선출하도록 규정.
□ 현재 거론되고 있는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4가지
①대연정(기민·기사+사민)
②좌파 연정(사민+녹색+좌파연합)
③'신호등'7) 연정(사민+녹색+자유민주)
④'자메이카'8) 연정(기민·기사+자유민주+녹색)
기민·기사-사민당의 대연정(grand coalition) 가능성이 가장 유력. 이념과 정책 차이로 인해 '신호등' 연정과 좌파 연정은 상대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음. '자메이카' 연정도 자유민주당과 녹색당 간의 불편한 관계로 인해 구성에 어려움 예상. 대연정은 현재 기민당과 사민당 모두 반대하고 있으나 정치 안정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차선의 선택이 될 것으로 예상. 이 경우 동독 출신의 메르켈(51세)이 최초의 여성총리로 유력시. 1966∼69년 대연정 이후 사상 두 번째로 양대 정당인 기민·기사당과 사민당이 대연정을 형성하게 됨. 1966년 12월 기민당 주도 하에 사민당이 참여한 대연정이 효시.
< 메르켈 기민당 당수 >
◇ 1954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출생(51세)
◇ 동독 라이프찌히 대학에서 물리학 전공, 물리학 박사
◇ 1991년 콜 정부 하에서 여성청소년부 장관, 1994년 환경장관 역임
◇ 2000년 4월 기민당 당수로 취임
◇ '독일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
新정부의 과제와 향후 전망
1) 新정부의 과제
독일병의 치유가 최우선 과제
연립 정부는 실업문제 해결과 경제 회생이 급선무. 메르켈은 '아젠다 2010'을 뛰어넘어 대처리즘(Thatcherism)에 버금가는 개혁을 추진할 것을 선거공략으로 제시. 기민당은 독일경제를 회생시키기에는 '아젠다 2010'이 미흡하다고 생각. 연립 정부의 3대 과제는 노동시장, 세제, 의료 개혁.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대. 해고제한규정의 적용대상 기업의 종업원 수를 10명에서 20명으로 확대하여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
- 규제 혁파
ㆍ'규제공화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9만여 개에 달하는 규제를 과감히철폐
- 세제 개혁
ㆍ소득세율 인하
ㆍ법인세율을 현행 39%(지방세 포함)에서 33%로 인하 추진
ㆍ부가가치세(VAT)율 인상은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시행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
- 동독경제의 재건도 중요한 숙제
ㆍ그동안 동독 재건에 약 1조 2,500억 유로(1조 5,500억 달러)가 투입
ㆍ하지만 동독지역의 평균 실업률은 18.6%로 독일 전체 실업률(11.6%)보다 월등히 높음
주요국과의 관계도 변화
對美관계 개선을 통해 미-EU 협력관계를 강화. 기민당 주도의 연립 정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소원해진 독-미 양국 관계를 복원하는데 주력할 것임. 양국간 관계 개선으로 미-EU 관계도 점차 강화될 전망. 한편 연립 정부는 도쿄의정서 이행 등 국제환경 문제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그동안 기민당은 러시아내 인권 문제, 유코스 사태 등 푸틴정부의 反기
업정책 등을 비판해왔음. 하지만 에너지의 안정적인 확보 차원에서 러시아관계를 우호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으로 예상. 독일은 전체 천연가스 소비량의 47%를 러시아에서 수입. EU확대 문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의 2007년 EU가입 일정은 존중할 것으로 예상. 연립 정부는 터키의 EU가입 협상에 엄격한 잣대를 적용할 방침. 10월 3일로 예정된 EU-터키 가입협상은 예정대로 착수. 하지만 기민당은 터키의 EU가입에 부정적으로, 정식 회원국 대신 '특별파트너십(Privileged Partnership)' 자격을 제안
2) 향후 전망
대연정 하에서 메르켈의 개혁 색채는 약화 불가피
독일병을 치유하려면 세제, 노동시장, 정부부문 등에서 전방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 대연정으로도 개혁정책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시각도 없지 않음. '아젠다 2010'의 입법 과정에서 보여준 슈뢰더 총리와 기민당 간의 협력이나 일부 州정부의 대연정 성공사례 등이 근거. 하지만 기민당의 개혁프로그램에 聯政파트너인 사민당이 사사건건 반대할 경우 추진은 불가능. 세제 개혁(소득세율 인하), 노동시장, 보건제도의 개혁 등에서 양당은 분명한 노선 차이. 대연정 속성상 메르켈 정부가 슈뢰더 정부보다 강한 개혁정책을 펼칠 수 없을 가능성도 있음.
대연정 기간 중 정치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
프랑스의 동거정부(Co-habitation)처럼 색채가 다른 정당인 기민-사민당간에 정책상의 불협화음이 초래될 수 있음. 사민당 내에는 개혁정책에 부정적인 시각을 지닌 좌파 세력이 여전히 존재.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연륜이 짧아 대연정내 조정능력이 의문시된다는 지적. 정치 및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될 경우 독일 정치권에서 극우파와 극좌파가 더욱 약진할 가능성. 이는 독일경제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 이 경우 대연정은 2009년까지 지속되지 못하고 조기 총선이 치루어질가능성이 큼.
독일의 노사관계가 점차 불안해질 가능성
독일 전통의 안정된 노사관계는 노조의 경영참여 등 조합적 노사관계
(corporatism)에 바탕. 독일 기업들은 산업평화를 위해 '노동자의 경영참여'라는 값비싼 당근을 제공. 기민당이 내걸었던 노조의 영향력 약화 정책이 실제 추진될 경우 전국적인 파업 등으로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 있음.
유럽경제의 체질 강화 작업도 차질 예상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EU의 경쟁력 확보도 기대하기 어려움. 사민당과 공조해야 하는 기민당이 EU차원의 '리스본전략'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임. 사민당은 실업 악화 가능성을 이유로 EU집행위의 역내 서비스시장 개방안(Services Directive)을 반대해옴.
독-불 관계는 당분간 소강상태
슈뢰더-시라크 당시의 돈독했던 독-불 관계는 메르켈-시라크 간에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임. 세대 차이와 아울러 對美인식 등 정치성향의 차이에 기인. 2007년 프랑스 대선 이후 독-불 관계가 회복될 전망. 내무장관이자 집권당(UMP) 총재인 사르코지(Nicolas Sarkozy)(50세)가 현재 유력한 대통령 후보.
시사점
大聯政은 독일식 해법
변화를 싫어하는 독일인들의 국민성이 이번 총선 결과에 반영. 사민당의 경제 失政을 비판하면서도 기민당의 앵글로색슨식의 급격한 개혁정책을 바라지 않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 과감한 개혁을 취할 수 없는 대연정이 출범한 것은 과감한 개혁을 기치로 내걸어 압승한 일본의 고이즈미 정부와는 대조적. '잃어버린 10년'을 경험한 일본과는 달리 '잃어버린 7년'의 심각성을 독일이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 독일병 치유를 위한 경제개혁은 지속되나, 개혁의 속도나 폭은 기민당과 사민당의 중간 정도에서 추진 불가피.
독일의 강력한 리더십 부재는 EU경제의 회복에 악영향
대연정은 정치적으로 최적의 조합이나, 독일경제는 물론 EU경제에 좋지 않은 선택이 될 가능성. 경제학자들이나 재계는 구조개혁의 지연으로 독일병의 악화를 우려. 독일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주가와 유로화 환율의 변동성을 심화. 총선의 실망스런 결과로 독일 주가(DAX 30)는 1.1% 하락, 유로화 환율은 1.22달러 이하로 급락. 對EU 수출여건의 악화와 유럽내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은 세계경제 성장에도 악재로 작용.
시혜적 복지는 자제하고 생산적 복지에 주력
독일의 예에서 보듯 기 시행된 복지혜택을 줄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많은 어려움이 따름. 복지정책의 경제적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되, 복지지출 확대로 인한 국민들의 모럴 해저드를 엄격히 경계.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경제살리기'와 '일자리 창출'의 전제조건임을 인식.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기업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여 주어야 투자가 살고 일자리 창출도 가능. 소득세 및 법인세 인하, 준조세 부담 경감 등.
삼성경제연구소 김득갑 수석연구원
웹사이트: http://www.ser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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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갑 수석연구원(이메일 보내기 )02-3780-8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