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학풍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학문을 연구하는데도 지역이나 시대 혹은 나라별로 그 차이가 크다. 심지어는 학교 마다도 다르다. 특히 역사가 짧은 미국의 경우 그 학풍은 상당히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유럽에 대비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의 5 단계설과 같은 이론을 보면 전혀 현학적이거나 무언가 포장 하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새로 소개하는 [의사결정의 가이드맵] 역시 실용주의의 미국의 학풍을 매우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Decision-Making 의사결정을 연구한 이 책은 단순한 실험실이나 연구실의 연구 보고서가 아니다. 책을 읽어 보면 사실 실험실이나 연구실 근처도 가지 않은 듯 하다. 탱크, 장교훈련소, 화재현장 그리고 응급실이 저자인 게리 클레인 박사와 그 연구팀의 연구장소이자 실험실이었다. 6주간의 산불화재 현장을 쫓아다니고 화생방 훈련 속에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구역질을 하는 연구원들의 노력의 산물이 바로 이 책 안에 있다.

이 책의 부제는 How People Make Decisions 즉 어떻게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가에 대한 얘기이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저자는 한 분야의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전문가들 - 소방대 대장, 체스마스터, 응급실 간호사, 구축함 함장들의 의사결정 과정을 연구했다. 부족한 정보와 시간 그리고 사람의 목숨이 달린 중차대한 일을 결정하는 전문가들은 어떤 유용한 의사결정 방법을 가지고 있는가? 이 책은 그들에게 일반인에게 발견할 수 없는 특별한 ‘능력’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의 의사결정 방법은 ‘직관력’과 ‘멘탈 시뮬레이션’ 이라는 두 가지 능력이 일반인들에 비하여 탁월한 점이라고 전한다.

직관력은 보통 경험의 축척에서 나온다. 소방대장은 언제 부하대원들을 진입 시켜야 할지 혹은 철수시켜야 할지 경험에서 나온 직관으로 파악한다. 레이더에 나타나는 아주 미묘한 차이 하나로 -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 구축함의 사령관은 아군과 적을 구분하여 함대 승무원 전체의 생명을 살린다. 단순하고 일정한 경험의 반복에서는 이런 직관력을 얻을 수 없다. 유능한 소방대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농촌과 같은 한적하고 비슷한 유형의 화재가 일어나는 지역 보다는 대도시의 잦고 다양한 화재진압의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일 이런 경험을 직접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면 이미 경험을 한 경험자의 Storytelling 을 통한 간접경험도 좋은 능력 향상의 방법 중에 하나라고 말한다.

조금 특이한 단어 ‘멘탈 시뮬레이션’은 쉽게 바둑이나 체스의 수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바둑의 해설에서 만약 이 지점에 돌을 놓으면 상대방은 당연히 이렇고 그에 대응은 저렇고 해서 적게는 3~4수 많게는 20여 수까지 그 앞을 예측하는 경우가 있다. 즉 현재의 이 작은 변수나 변화 하나가 미래에 어떤 결과로 나올 것인가를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에 맞게 판단하는 작업을 ‘멘탈 시뮬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머릿속에서 하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면서 그에 허점이나 결점이 없는가를 판단한다. 만일 문제가 있다면 그 즉시 또 다른 시나리오를 만들게 되는데 실제적으로 이렇게 구성하는 시간은 약 2~3초에서 10초 정도의 매우 짧은 시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고 한다.

게리 클레인 박사의 이 연구 이전에는 어떤 이론이 있었는가? 보통은 사람을 실험실이나 연구실에 가두어 두고 문제를 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사람의 모습을 관찰한다. 그런데 이 실험의 가장 큰 결점은 그 해답을 실험자들이 이미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실험실의 쥐가 미로를 찾는 것을 관찰하는 것과 같이 - 실험자의 일정한 가설 속에 사람들을 집어 넣은 후에 그 가설이 맞는지 혹은 틀리는지를 찾는 실험일 뿐이다. 이 책의 저자는 전문가들을 따라 다니면서 그들은 알고 있고 실천하는 그 능력의 비밀을 찾기 위해서 노력을 했다.

위와 같은 이유 때문에 MIT 즉 매사츄세츠 공과대학 출판부에서 인문서로는 드물게 이 책이 출판되었다. 우리나라에도 학술지로 유명한 Nature 네이쳐지에 이 책의 서평이 실린 것은 이 책의 중요성이나 품질로 볼 때 당연한 일이겠다. 그러나 월스트리트 저널에서도 이 책의 서평을 실은 것은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의외로 받아 들었다. 그러나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닫으면서 왜 월 스트리트 저널이 이 책을 자신들의 지면을 통하여 소개 했는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당신이 기업의 인사담당자라면 신입사원이나 혹은 여전히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영업사원이나 기획팀원을 빠른 시간 안에 능력을 발휘하는 사원으로 만들고 싶을 것이다. 그 방법이 이 책 안에 있다. 당신이 초짜 변호사이거나 보험 세일즈맨일 때 어떻게 해야 유능한 변호사 혹은 백 만불 원탁에 앉을 수 있는 세일즈맨이 될 수 있을까 고민 할 것이다. 그 방법 역시 이 책 안에 있다. 물론 [치즈]를 찾아 준다거나 혹은 물고기나 선물을 받는 것처럼 30분 안에 읽을 수 있는 우화나 에세이를 통해서 알려주지는 않는다. 장장 411페이지 이르는 - 읽기에 상당히 고역스러울 수 있는 문체와 어투로 이 책은 당신이 전문가로 이를 수 있는 -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책의 값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독자에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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