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북,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킹조지섬’ 출간

탄생과 죽음, 먹고 싸고, 뺏고 뺏기고, 쫓고 쫓기는 생존의 현장

극과 극, 남극동물들의 진짜 살아 있는 이야기가 시작된다

남들은 모르는, 남극동물들의 남다른 이야기를 만난다

뉴스 제공
지오북
2019-01-17 15:00
서울--(뉴스와이어)--자연생태 관련 도서를 전문으로 출판하는 지오북이 남극과 북극 전문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남극생물학자의 연구노트’ 시리즈를 2019부터 5년 동안 전 9권을 출간한다.

이 시리즈는 남극생물학자들이 연구 활동을 하면서 겪은 경험이나 연구 관찰 기록, 아이디어를 적어놓은 노트와 현장 사진을 생생하고 풍부하게 엮은 책이다. 그 첫 번째는 김정훈 박사의 <사소하지만 소중한 남극동물의 사생활>로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 편이며, 이어서 장보고기지가 있는 ‘남극대륙’ 편이 준비되고 있다. 또한 남극의 해양생물 연구 이야기와 남극의 육상을 뒤덮은 선태류와 지의류 이야기 등 다양한 시리즈의 남극생물학자의 이야기가 출간될 예정이다.

2018년 12월, 국제 과학학술지 네이처에서 ‘2019년 주목해야 할 과학분야 이슈’ 1순위로 남극 빙하 연구를 꼽았다. 이는 남극 환경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더욱 중요해졌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도 30년 전부터 남극 연구를 시작했다. 해마다 소수의 연구자들이 남극의 세종기지와 장보고기지를 방문하여 남극의 자연환경과 기후, 그리고 육상생물과 해양생물 연구를 한다. 남극생물학자인 김정훈 박사가 지난 15년 동안 세종기지가 있는 남극의 킹조지섬의 바톤반도에 방문하여 펭귄의 천적 도둑갈매기 연구를 비롯한 남극의 동물을 연구한 이야기를 책에 쏟아 냈다.

김정훈 박사가 만난 남극동물은 새하얀 눈 위에 뒤뚱거리며 걷거나 뒹굴거리는 펭귄과 물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매년 녹아내리며 후퇴하는 빙하, 하얀 눈이 아닌 하얀 배설물에 덮인 땅, 갑작스런 날씨 변화로 부화도 못한 채 죽어버린 펭귄의 알이 오물에 섞여있고, 살아남기 위해 동족까지도 잡아먹는 동물들의 사투의 현장을 소개한다. 어쩌면 더럽고 추하여 선뜻 다가가고 싶지 않은 남극동물의 진짜 모습을 담아냈다.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남극을 방문하고 남극동물을 소재로 삼아 남극동물의 신기한 모습과 웃음을 전하는 때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남극동물에 대해 모르는 이야기가 더 많다.

이 책은 가능한 ‘동물’들의 관점과 시각에서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으로 풀어내었다. 필름을 여러 컷을 이어붙인 것 같은 연속 사진을 비롯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말풍선은, 남극동물들의 삶을 더욱더 생생하고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는 완성된 연구의 결과와 정제된 자연의 모습만을 접해왔다. 그러나 이 책은 결과가 아닌 연구의 과정에 더욱 집중하여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과정은 늘 아름답지만은 않고, 결과는 예상한 대로 도출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이 진짜 남극의 현실이자 남극생물학자들이 경험하는 현재이다.

별의별 생물, 남극에 사는 펭귄의 이웃들

남극 이야기에서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동물은 남극 펭귄이다. 우리는 펭귄의 깜찍함에 매료되어 종종 중요한 사실을 잊는다. 그것은 남극에 서식하는 펭귄에도 다양한 종류의 펭귄이 있고, 펭귄 외에도 많은 종의 동물들이 남극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펭귄들에게서는 각기 다른 특징과 외형을 볼 수 있는데, 턱끈펭귄은 공격적인 데에 비해, 젠투펭귄은 온순하고 겁이 많은 편이다. 그리고 때때로 바톤반도를 찾아오는 멋진 외모의 임금펭귄은 세종기지연구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남극의 비둘기’라는 애칭을 가진 칼집부리물떼새는 남극을 닮은 하얀 외모이지만, 알면 알수록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표범물범은 남극 물속에서 최강의 포식자로 군림한다.

이 책에서는 남극 중에서도 바톤반도에 살고 있는 주요 동물과 때때로 바톤반도를 방문하는 동물들의 이야기까지 만날 수 있다. 길을 잃고 바톤반도로 흘러들어온 동물들을 만나는 순간은, 남극에서 긴 시간을 머무는 생물학자들만이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이기도 하다. 우리는 남극생물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생물의 다양성을 접하고 또 의외의 즐거움을 공유하게 된다.

극한의 환경, 남극으로 향하는 남극생물학자

남극의 대표적 동물인 펭귄부터, 코끼리를 닮은 남방코끼리물범, 나이마다 생김새가 다른 남방큰재갈매기까지. 우리가 이러한 남극동물을 가만히 앉아서 만나기까지는, 남극에서 활동하는 많은 남극생물학자들의 노고가 있었다.

우리에겐 남극으로 떠나는 모든 연구자들이 그저 멋있게 보이지만, 남극에서 시간을 보내는 생물학자들은 연구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갖은 어려움을 겪는다. 남방큰풀마갈매기의 위장 기름을 뒤집어써 세 번을 빨아도 냄새나는 작업복은 1년이 지나도 그 지독한 냄새가 나서 입을 수가 없다. 극한 날씨를 뚫고 남극동물들의 탄생과 양육을 관찰하지만 정작 아내의 출산과 첫 아이의 탄생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남극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추위와 싸우며 텐트 안에서도 연구를 하고 글을 쓰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극한의 환경, 그러나 그보다 더 남극의 생물학자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때때로 느끼는 인간으로써의 어려움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극의 생물학자들은 끊임없이 연구를 거듭하고, 오늘도 남극으로 향한다. 많은 것들을 희생하여 얻어낸 현장 연구자들의 값진 기록. 흔히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소중하고 진귀한 보물이 되는 연구기록들이다. 지저분하고 매스꺼운 것들마저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치열한 생존, 함께 지켜나가야 할 남극동물의 삶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에도 많은 고난과 역경이 있듯이, 남극동물의 삶에도 여러 종류의 고난과 역경은 있다. 동물들 간에 벌어지는 먹이와 영역 다툼, 서식지를 침입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계. 남극의 동물들은 매일을 투쟁하며 살아간다.

젠투펭귄은 새끼와 알을 지키기 위해, 자리를 떠나지 않은 채 배설을 하기도 하고, 도둑갈매기들에게 필사적으로 저항하기도 한다. 젠투펭귄의 천적인 포식자이지만, 도둑갈매기도 수많은 위협에서 자신과 새끼들을 지키기 위해 대항한다. 사람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온힘을 다해 머리로 들이받고, 물건들을 훔쳐 둥지를 떠나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영역,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동물들은 치열하게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에 비해, 사람들은 그들의 서식지와 삶을 너무도 쉽게 망치기도 한다. 저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황제펭귄 서식지의 파괴 등에 대한 현실을 꼬집는다. 환경 보호가 더욱 중요해지는 이 때, 그저 막연한 끄덕임이 아닌, 우리가 지켜주어야 할 동물들의 삶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순간이다. 먹고, 배설하며, 가족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낯설지 않은 그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그들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될 것이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김정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의 책임연구원이다. 2007년에 경희대학교 생물학과에서 ‘한국의 간월호에서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의 번식생태’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어린 시절(1980년대)에 방영되었던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를 통해 대자연의 경이로움을 접하고 동물학자의 꿈을 키우게 되었다. 대학생 때는 도감과 허름한 쌍안경을 들고 야외로 새를 관찰하러 다니는 것이 일상생활이었다. 대학원 석사과정 때는 장다리물떼새의 번식생태를 연구하였다. 박사과정에 들어서면서 바닷새의 일종인 쇠제비갈매기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나중에 남극 킹조지섬의 조류생태 연구에 초청받는 동기가 되었다.

작은 체격이지만 ‘남극의 매’라는 사나운 도둑갈매기를 맨손으로 잡아채고 간단하게 제압하는 명실공히 킹조지섬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이다. 가짜머리를 달고 있는 독특한 복장과 종종걸음으로 바위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 때문에 먼 거리에서도 모두가 알아본다.

2004년부터 15년 동안 도둑갈매기와 펭귄을 포함한 극지조류의 생태와 분포를 조사해왔으며, 나레브스키 포인트(Narębski Point)가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펭귄과 기타 조류의 장기 모니터링을 수행하고 있다. 남극특별보호구역 관리와 보존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1회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환경부장관 표창장(2016년)을 받았고, 연구 기여도를 높게 평가받아 극지연구소로부터 모범극지인상(2008년)과 전재규젊은과학자상(2011년)을 수상했다. 2018년 현재에는 킹조지섬에서 축적된 극지조류 및 펭귄 연구의 경험과 성과를 발판으로 남극대륙에 진출하여 아델리펭귄과 황제펭귄 연구를 위한 과학영토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공저서로 ‘희망의 대륙, 남극에 서다(2008)’, ‘남극동물 핸드북: 남극특별보호구역 No. 171 나레브스키 포인트 펭귄마을의 조류와 포유류(2014)’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04
바톤반도 동물의 주요 서식지 …10
바톤반도의 동물들 …12
프롤로그 …16

제1부 킹조지섬 동물가족의 탄생과 죽음

펭귄마을에 닥친 시련 …26
야생은 시련을 극복한 자들의 세상이다 …31
바다의 폭군도 자연의 순리를 따른다 …37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44
부화의 순간, 경이로움과 한숨 …49
코끼리처럼 생긴 물범이 살고 있다던데 …53
지구온난화의 수혜자 남방큰재갈매기 …59

제2부 영역을 지키기 위한 거침없는 투쟁

완전무장하고 출발한 도둑갈매기 조사 첫날 …68
도둑갈매기야, 네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73
남극제비갈매기가 머리 위로 날아들면 발걸음을 조심하라 …79
갈색도둑갈매기와 펭귄의 불편한 동거 …85
진흙탕 위에서 벌어진 갈색도둑갈매기의 혈투 …91

제3부 배설도 기상천외한 생존의 기술

가까이 하기엔 공포스러운 남방큰풀마갈매기 …98
독도에는 괭이갈매기가 살고 남독도에는 알락풀마갈매기가 삽니다 …104
붉은 해변에 찾아온 식객 …112
조류 배설물의 양면성 …116
보면 볼수록 기묘한 칼집부리물떼새 …123
새들도 콧물을 흘리네 …128

제4부 뜻밖의 만남이 더욱 반가운 이유

나이를 알 수 있는 남방큰재갈매기 …136
매년 돌아오는 도둑갈매기와 연구자 …142
애틋해서 더 생각나는 잡종도둑갈매기 …149
남극에 찾아온 북극제비갈매기 …154
세종기지를 방문하신 임금펭귄 …161
어인 일로 여기까지 오셨나? …167

참고문헌 …172
찾아보기 …174

◇책 속으로

남극을 다녀온 분들을 통해 사납고 공포스러운 도둑갈매기의 명성을 익히 들어오던 터라 나도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세종기지 도착 첫날에 무방비로 밖에 나갔다가 도둑갈매기에게 머리를 얻어맞고 기지로 도망쳤다. 나의 현장조사 역사에 있어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다행히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도둑갈매기 조사하러 왔다가 이게 웬 망신인지….

첫 번째 도둑갈매기의 알 크기를 재고 나서 기록을 하려고 볼펜을 찾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보이지 않았다. 비상용으로 준비해 온 볼펜으로 기록을 하고 두 번째 알을 측정했다. ‘볼펜이 또 어디 갔지?’ 또 다른 펜으로 기록을 하면서 주변을 살펴보니 도둑갈매기가 내 볼펜을 물고 다른 곳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68쪽, 완전무장하고 출발한 도둑갈매기 조사 첫날

그렇다면 펭귄은 일방적으로 손해만 보는 것일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펭귄 목장의 주인들은 자신의 취식영역에 다른 도둑갈매기들이 침입하면 결사적으로 공격하여 쫒아낸다. 만일 이들이 자신의 영역을 방어하지 않는다면 킹조지섬에 서식하는 모든 도둑갈매기들이 이곳으로 쳐들어와 펭귄 새끼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우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번식지 근처에 사는 갈색도둑갈매기들에게 잡아먹히겠지만,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펭귄 소집단이 남획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이다. 펭귄 입장에서는 이러한 불편한 공생관계가 자신의 새끼가 잡아먹힐 확률을 줄여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번식이 끝날 때까지 잡아먹히는 이가 내 아이는 아니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펭귄들이 안쓰럽다.

86~90쪽, 갈색도둑갈매기와 펭귄의 불편한 동거

2010년 11월 23일, 그해에도 남방큰풀마갈매기가 번식하러 왔나 확인하려고 기지 뒷산으로 향했다. 저 멀리에 앉아있는 희끄무레한 녀석들이 보였다. 남방큰풀마갈매기는 인간의 접근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조심스럽게 둥지로 다가갔다. 이번에는 극지연구소 홍보팀에서 파견한 한승필 씨가 촬영차 동행했다. 둥지에 가까워질수록 녀석은 머리를 곧추세우고 날카로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다가오지 말라는 경고다. “조심하세요! 너무 가까이 가지 마세요!” 이미 늦었다. 갑자기 입을 벌리더니 위속에서 소화되고 있던 기름진 액체를 뿜어냈다. 다행히 사진을 찍느라 좀 먼 거리에서 멈추고 셔터를 누르고 있었기에 이 액체를 뒤집어쓰는 대형 참사는 면했다. 대신 생생한 생태사진 한 장을 얻을 수 있었다.

99쪽, 가까이 하기엔 공포스러운 남방큰풀마갈매기

지오북 개요

지오북은 2004년 3월에 첫 책 를 출간하였으며 지금까지 70여 종의 단행본을 출간하였다. 자연생태 에세이, 각종 생물도감, 자연과학 입문서, 식물학, 생태학, 생태학, 전통생태학, 자연지리학, 천문과 우주, 환경, 자연과 문화에 대한 도서를 중심으로 출판하고 있다.

지오북: http://www.geoboo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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