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에 모인 전세계 예술인,“우리는 스크린쿼터 등 주권국의 문화정책 자주권을 보장하는‘문화다양성협약’예비초안을 지지한다”
이날 지지선언에서 예술가들은 각자 자국의 현 상황을 통해 WTO, FTA 등의 국제통상협정들이 자국 문화를 황폐화시킨 사례를 고발하고, 주권국가의 문화정책 수립의 권리를 국제법으로 보장하는 <문화다양성 협약>의 절박함을 강조하였다. 문소리씨는 영화, 방송, 음반 등 한국의 시청각서비스 분야의 문화정책에 대한 미국의 포기 압력을 설명하고“<문화다양성 협약>이 이번 유네스코 총회에서 수정없이 전체적으로 온전히 채택되기를 바란다”며 협약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혀 참석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냈다. 프랑스의 영화감독 베르뜨랑 따베르니에는“협약은 시장 자유경쟁 시스템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구이며 자국의 문화를 살릴 수 있는 정책을 보장해 줄 것이다”고 언급하였고 말리의 영화감독 술래이만 시세는“세계의 창작자들이 그들의 문화를 영속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협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협약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프랑스의 작곡가 롤랑 쁘띠지라르는 문화 분야의 거대 독점기업들의 위험성을 지적하였고, 프랑스의 작가 다니엘 삐꿀리는 문화를 시장적 가치와 연결시켜서는 안된다고 언급하였으며, 전 프랑스 문화부 장관인 까뜨린느 따스까는 문화다양성 협약은 국제적 법률 장치를 채택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회이며 이 협약이 문화의 공공성을 국제법으로 보장해줄 것이라며 협약이 갖는 중요한 의의를 강조하였다.
한편,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지난 4일 WTO 회원국 통상장관들에게 서신을 보내“<문화다양성협약>이 채택될 경우, 현존 통상 협정하의 권리를 침해하고 WTO의 세계무역자유화에 지장을 초래하는 쪽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다”며“협약이 표현의 자유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폈다. 또 유네스코 총회에서 정당한 토의기간을 거치지 않았다며 협약의 논의절차에 대한 트집을 잡으면서 협약을 위한 활동을 연기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서신은 협약체결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다급해진 미국이 협약 저지를 위해 유네스코 회원국들에 보다 직접적인 압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통상협정의 폐해와 <문화다양성 협약>의 필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한 만큼 21일 예정되어 있는 표결에서 협약이 별 무리없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문소리씨의 연설문과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의 서신을 발췌한 내용이다.
('문화다양성협약’ 지지 예술인 선언 문소리 연설문)
반갑습니다. 한국의 영화배우 문소리입니다.
(…중략…)한국의 스크린 쿼터제는 상대적으로 풍부한 컨텐츠를 안정되게 배급할 수 있는 할리우드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 독점을 획책하는 것을 막고, 한국영화가 일정기간 동안 극장에서 한국관객과 만날 기회를 제공하는 반독점적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중략…) 할리우드는 한국과 미국간에 형성되어 온 특수한 역사적 관계, 특히 미국의 영화산업과 미 행정부의 외교위원회, 한국의 경제계와 외교, 경제부처 관료 사이의 커넥션을 배경으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스크린쿼터를 폐지하라고 제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은 지난 8년 동안 끈질기게 한미투자협정(BIT)을 빌미로 스크린쿼터 폐지압력을 행사해 왔고, 정당한 문화정책을 지키려는 한국의 영화인들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집단 이기주의자’로 매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지렛대 삼아 스크린쿼터 축소, 폐지를 또다시 주장하고 있습니다.(…중략…) 미국의 압력은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음반분야로 확대하면서 방송과 음반 등 다양한 문화정책들을 비관세장벽으로 분류하여 폐지할 것을 요구, 시청각서비스 분야의 모든 영역을 독점하려 하고 있습니다. (…중략…) 그러나 방송의 공공성은 포기될 수 없으며, 문화가 시장의 논리로만 재단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협약은 세계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는, 인류 문화사에 새로운 신기원을 이루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인들이 한국말로 한국인들의 삶을 표현하고 이것을 한국인들이 향유할 수 있는 권리는 어떤 이유로도 포기될 수 없는 것이며 또한 이러한 권리가 아프리카, 남미, 유럽 등 모든 나라들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문화다양성 협약>의 예비초안이 이번 33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수정없이 전체적으로 온전히 채택되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 강력한 협약만이 각 나라의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보장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유네스코 <문화다양성 협약>은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을 국제법으로 의무화하고, 스크린쿼터제 방송쿼터제 등의 컨텐츠쿼터제를 보장하며, 나아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WTO, 자유무역협정 등 국제통상협정에서 WTO GATT 등에 규정되어 있는 협소한‘문화적 예외’를 뛰어넘어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특수성에 기반한 새로운 국제규범을 만드는 역사적 진보입니다.(이하 생략)
<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의 WTO 회원국 통상장관에게 보낸 서신 >
본 서신을 통해 유네스코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 협약 초안>에 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자 합니다.(…중략…)문화 다양성 협약은 그 범위가 통상적 수준을 벗어나고 일부 문구가 모호하기 때문에 만일 채택될 경우 현존 통상 협정하의 권리를 침해하고 WTO의 세계무역자유화에 지장을 초래하는 쪽으로 잘못 해석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부 정부가 문화다양성 협약을 악용하여 정보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소수민족의 견해나 소수문화의 관습을 억압하려는 노력을 정당화하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문화다양성 협약은 표현의 자유와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악용될 수 있습니다.
이달 유네스코 총회에서는 정당한 토의기간을 거치지 않고 문화다양성 협약을 채택하려 하고 있습니다. 총회에서 협약을 서둘러 채택하게 되면 유네스코의 이미지가 손상될 것이며 협력보다는 혼란과 마찰이 초래될 것입니다. 문화다양성 협약을 위한 활동을 연기하여 협약의 심각한 결함을 해결할 시간을 좀더 갖는데 협조해줄 것을 여러분께 촉구합니다.(이하 생략)
※ 문소리씨 연설문 전문과 콘돌리자 라이스 서신 전문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홈페이지(www.screenquota.org) 자료실-국내자료- 글모음을 참조하십시오.
연락처
쿼터연대 김상민 02-754-8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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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8일 16: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