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 대본 유통 활성화 프로모션 사업 진행
대본 공모 사업으로 선정된 우수 작품의 사장을 방지, 무대화를 위한 프로모션
2019년 대본 공모 당선작 연극 분야 8개, 뮤지컬 분야 4개 작품 대상으로 낭독 공연 및 피칭 대회 개최
우수 작품의 지속적인 공연화 목표로 창작자, 제작사, 투자사 연계 위한 네트워킹 지원
대본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창작, 제작, 유통이 하나로 연계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수 공연 레퍼토리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이번 프로모션 사업은 2019년 공연예술 창작산실 대본 공모에 선정된 연극 분야 8개 작품과 뮤지컬 4개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연극 분야는 낭독 공연 형태로 연출가와의 매칭을 통한 무대를 선보이고, 뮤지컬 분야는 국내 뮤지컬 제작사의 제작 담당자를 초청해 각 작품에 대한 피칭과 쇼케이스를 구성한 피칭 데이로 진행된다.
낭독 공연으로 진행되는 연극 분야 작품은 △봄의 균형 밥의 희극(김상진 작, 김국희 연출, 11월 4일) △언제나 늘 함께(김순영 작, 연출, 11월 7일) △달문을 찾아서-부제: 전기수 이야기(하우 작, 윤우영 연출, 11월 5일) △나무는 서서 죽는다(신성우 작, 김관 연출, 11월 6일) △낮은 칼바람(신안진 작, 정승현 연출, 11월 6일) △루나의 욕조(원인진 작, 최치언 연출, 11월 7일) △바이러스 키드(차근호 작, 최원종 연출, 11월 5일) △아이, 동학을 만나다(한윤섭 작, 전지혜 연출, 11월 4일) 총 8개 작품이다.
피칭데이로 진행되는 뮤지컬 분야 작품은 △동네(극 강남, 작곡 김효은) △Forever 27 Club(극 남현정, 작곡 유수진) △지미베어(극 양소영, 작곡 이현영) △행방불명 복수 해결사(극 이현수, 작곡 유지혜)로 총 4개 작품이 선보이게 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본부는 대본 공모 선정 작품의 지속적인 공연화를 목표로 제작 및 투자사 연계를 위한 낭독 공연과 피칭 행사를 통해 콘텐츠가 사장되지 않도록 여건을 마련하고, 앞으로 이 플랫폼을 통해 우수한 대본 콘텐츠가 더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확산돼 문화 소비자와 만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창작자들의 공연 예술계 네트워킹 확대로 창작 토양을 다지게 될 이번 프로모션 사업은 11월 3일부터 12일까지 동양예술극장 2관과 3관에서 진행된다. 이번 사업을 주관, 시행하는 스튜디오 반(대표 이강선)은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운영진 및 기술진을 갖추고 창작자들의 발표를 도울 계획이다.
◇연극 분야 작품 목록 및 상세 소개
△‘아이, 동학을 만나다’ - 작 한윤섭, 연출 전지혜
보부상인 아버지를 따라 장을 떠돌아다니는 아이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으로 세상에 혼자 남게 됩니다. 아무 데도 갈 곳 없는 아이는 아버지의 유품 가운데 아버지가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했던 한 가지 임무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전하는 일이었습니다.
아이는 아버지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전라도로 떠납니다. 그러나 누구의 편지인지, 어디로 가는 편지인지 알지 못한 채 편지를 가지고 떠납니다.
결국 아이는 그 편지가 전봉준 장군에게 가는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전봉준 대장을 찾아 나섭니다. 그런 아이가 전봉준 장군을 만나러 가는 길에서 겪는 이야기입니다.
△‘봄의 균형 밥의 희극’ - 작 김상진, 연출 김국희
치매 노모를 돌보다 쓰러진 아내 정숙의 회복을 위해 사과 농장 옛집에 돌아온 철탑 설계를 정년 퇴직한 현경.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서로를 의지해 옛집과 농장을 가꾸고 가족이 다 모여 살아갈 계절을 꿈꾸며 기대에 부푼다. 그런 지긋지긋한 희망 이야기이거나 혹은 그 같은 순간에 얽힌 우리 다 함께 목격한 절망 이야기. 봄 아직도 봄.
△‘바이러스 키드’ - 작 차근호, 연출 최원종
지폐를 감염시키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은 나라를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만든다. 바이러스는 마치 숙주인 지폐를 보호하는 것처럼 지폐를 만지는 사람을 감염시켜 죽인다. 정부는 바이러스 창궐을 막기 위해 시중의 모든 지폐를 회수해 소각하고 전자 화폐로 전환하기로 한다.
주인공 오정진은 10대 시절 서울 시내를 누비며 오토바이 경주를 했던 문제아. 경주에서 사람을 죽게 한 이후, 죄책감에 빠진 정진은 무당인 어머니 예자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삶을 산다. 정진은 어머니가 줬던 합의금을 갚기 위해 회수조가 된다. 그러나 회수조의 일은 말 그대로 전쟁을 치르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정진의 후배인 최도해는 10대 시절부터 함께 했던 인물. 도해는 바이러스 방호 세트를 파는 사업으로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중국에서 수입하는 방호 세트는 대부분 불량품이다. 그럼에도 도해는 돈을 벌기 위해 서슴없이 물건을 판다.
자본과 권력을 지배하는 세력은 이 기회에 자신들이 숨겨놓은 불법 자금을 양성화하기로 한다. 그들의 압박을 받은 정부는 새로운 시행령을 발표한다. 돈을 회수하는 속도를 높여 바이러스 사태를 조기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시민들에게 직접 돈을 은행에 입금하게 한다. 그리고 지하 경제를 양성화해 선진 금융 시스템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불법성이 있는 돈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한다. 회수조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이제 목숨을 걸고 돈을 은행으로 가져가야 한다. 나라는 또 한 번 아수라장이 된다.
이 사이, 정진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동시에 족쇄이기도 했던 예자가 죽는다. 그리고 도해는 정진에게 한 가지 일을 부탁한다. 그 일은 누군가의 돈을 은행까지 날라주는 것. 정진은 도해가 불량 방호 세트를 판 것이 약점이 되어 협박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망설이던 정진은 자신의 가장 절친한 후배이자 과거의 삶을 함께한 또 하나의 족쇄인 도해의 부탁을 받아들인다.
정진은 10여년 만에 다시 오토바이를 탄다. 정진은 ‘그분’의 돈을 실은 오토바이들을 은행까지 신속하게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돈을 나르는 작업은 실패한다. 돈을 탈취하려는 종말론자들의 공격으로 은행으로 가던 모든 사람이 죽는다. 그리고 도해는 길을 안내하는 조건으로 돈을 요구하다 ‘그분’의 심복에게 죽음을 맞는다.
혼자 살아남은 정진은 예자와 도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정진은 어머니 예자가 했던 유언을 따르기로 한다. 그것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라는 것. 정진은 꼭 가고 싶었던 곳, 지평선이 보이는 초원을 새로운 목적지로 정하고 오토바이를 몬다.
△‘달문을 찾아서-부제: 전기수 이야기’ - 작 하우, 연출 윤우영
소문에 소문이 더해져 나라에 난리가 난다는 소문이 무성했던 조선 후기, 한양의 이야기꾼인 태암은 도성을 돌아다니며 광대 달문의 이야기를 통해 요전(要錢)을 하며 생활한다. 이야기 속 달문은 무진년(戊辰年) 봉기에 장두로 섰던 광대다. 시정의 백성들은 광대 달문의 생존 여부와 행방을 궁금해하며 태암의 이야기에 점차 빠져든다. 아울러 이야기에 몰입될수록 자신들을 옭아매는 봉건적 굴레를 서서히 인식한다. 한편 민중 봉기를 통해 기존 체제의 전복을 꾀하는 떠버리는 엿장수로 변장해 소문을 통해 백성들을 선동하고 봉기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자신의 정통성과 생모(生母)의 출신 성분에 대해 열등감을 갖고 있던 임금은 선정(善政)을 통해 성군(聖君)이라는 칭송을 받고자 하나, 왕위 계승에 의혹을 품은 신하와 고혈을 빨리는 백성들의 불만과 울분의 소리에 극도의 불안을 느낀다. 이에 도승지는 왕에게 허균의 ‘호민론(豪民論)’을 거론하며 ‘역적의 꾀’를 통해 달문으로 대표되는 호민과 그에 동조하는 백성들을 모조리 참살할 것을 주장한다. 하지만 정치적 맞수인 신하들은 도승지의 주장에 대해 임금 앞에서는 덕치(德治)를 앞세우면서도 뒤에서는 소문을 통해 임금의 정통성에 흠집 내기를 시도한다.
한때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 앞에서만 검무(劍舞)를 춘다는 소신을 가진 기생 채령은 딸조차 몰라보는 정승 아비의 생일 잔치에서 춤을 추기를 거부해 장(杖)을 맞고 다리를 절게 되나,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달문을 정인(情人)으로 가슴에 품으며 검무를 추는 대신 소리를 통해 기생의 삶을 이어간다. 그녀의 주변을 맴도는 동복(同腹) 오라비 초평은 약점이 잡힌 하수인 나발통을 통해 달문의 소식 캐내어 출세를 도모한다.
난리가 나기 며칠 전, 떠버리는 태암에게 이야기를 통해 혁명의 힘을 보태 달라고 청하나, 태암은 떠버리가 세우고자 하는 새로운 나라의 허구성에 대해 꼬집으며 자신은 일개 이야기꾼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한다. 그 순간, 나발통을 통해 제보를 받은 초평이 이들을 덮치나, 떠버리는 달아나고 태암만 옥에 갇혀 고문을 당한다.
떠버리는 태암 대신 전기수가 돼 형(兄)을 짓밟고 하늘에 오른 사악한 용의 목을 베는 달문의 이야기를 통해 백성들을 선동한다. 뒤이어 도성을 뒤엎을 난리가 시작되나,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기획한 도승지의 함정에 빠져들어 혁(革)의 깃발은 꺾이고 봉기에 참여한 백성들 모두가 참살된다.
태암은 옥에 갇힌 자신을 찾아온 채령에게 달문이 꿈꾸는 세상과 달문이 있는 곳을 일러준 후 교수(絞首)된다. 시간이 흘러 중년이 된 채령은 동기(童妓)들에게 세상을 품었던 정인(情人)의 이야기를 하겠다면서 달문과의 재회의 꿈을 보여주며 이야기의 끝을 맺는다.
△‘나무는 서서 죽는다’ - 작 신성우, 연출 김관
1971년 대전 형무소. 찌는 듯한 더위에 숨이 턱턱 막혀오는 여름. 살인범과 마주하는 독방에 갇혀 있는 초로의 강복. 진료도 받지 못한 채 위통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그는 자신과 살인범의 독방 사이 어두운 복도에 샛노란 은행잎을 통해 사형수를 연극이라는 환상 세계로 인도한다.
1945년 여름. 해방을 맞이한 좌익 연극인들은 ‘조선 연극 건설 본부(연건)’를 구성하는 등 새 세상에 대한 기대에 들떠 있다. 그들 중 한 명인 강복은 연극인이라면 어떤 정치 활동이라도 연극을 통해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러시아 볼셰비키 작가인 키르숀의 ‘폭풍의 거리’를 무대에 올린다. 투르크의 침략을 물리쳐준 영국군이 떠나지 않고 또 다른 점령군이 된 영국 군정 치하의 아르메니아를 그린 폭풍의 거리는 일본이 축출되고 미국과 소련의 군정이 들어온 조선의 상황에 절묘하게 들어맞는 작품이다.
그러는 와중에 맞선을 보게 된 강복은 상대인 순옥에게 한눈에 반한다. 행여 그녀가 퇴짜를 놓을까 두려워 자신이 실은 와세다대 중퇴자에 좌익 연극인이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강복. 신탁 통치를 둘러싼 탄압에 이어 우익 깡패들의 극장 난동, 군정 경찰의 체포와 고문이 이어지는 상황. 탄압이 견디기 힘들만큼 거세지자, 당시 신극의 주류였던 좌익 연극인들은 하나 둘 월북을 감행한다. 절망감에 휩싸인 강복. 그런 그에게 순옥이 찾아와 ‘좌익에 연극쟁이’인 그와 결혼하겠다고 한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두 사람.
다시 71년의 대전 형무소. 살인범은 강복이 보여준 연극이라는 신세계와 좌익 연극인들의 삶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살인범은 강복을 비롯한 좌익 연극인들이 ‘진짜 세상’은 모르는 먹물들일 뿐이라고 한다.
이제 그들 앞엔 1948년의 세상이 펼쳐진다. 상연 금지와 체포, 투옥이 반복되자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 강복과 좌익 연극인들. 마침내 절친한 사이였던 황철마저 월북을 결심한다. 강복은 같이 떠나기로 했던 황철에게 자신은 남겠다고 한다. 월북을 포기하고 돌아와 순옥과 아기를 끌어안는 강복. 거리엔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하는데....
△‘낮은 칼바람’ - 작 신안진, 연출 정승현
1930년. 눈보라가 몰아치는 만주 하얼빈 북쪽의 외딴 객점. 투전판에서 중국인들 사이에 발생한 살인 사건에 객점에서 일하던 조선 사람들과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까지 얽혀 들게 된다. 각자의 목적에 따라 그 곳에 머무르고 혹은 떠나려는 사람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의 미래는 점점 더 앞을 볼 수 없는 눈보라 속으로 빠져든다.
△‘언제나 늘 함께’ - 작, 연출 김순영
5월의 어느 하루. 서울 근교의 요양원 병실에서 장수인(52세)은 간병인으로 박수희(43세)를 면접하고 있다. 장수인은 무척 세련되고 매력 있는 미대 교수로 후줄근한 차림에 사투리를 쓰는 박선희와는 대비되는 사람이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아버지 장인호(83세)의 간병인을 구하지 못해서 박선희에게 꽤 많은 수고료를 제의하며 거의 부탁을 하는 상황이다. 박선희는 이혼녀로 고3 아들 뒷바라지를 위해 성격이 괴팍하고 간병하기 힘들다는 장인호의 간병인 면접에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와 있었다. 장수인은 장인호의 성격이나 행동을 좋게 말을 하고 박선희는 다른 간병인들 사이에서 들은 사건, 사고들을 물어보지만 돈이 급한지라 간병인직을 수락한다. 설마 죽이기야 하겠냐는 심정으로.
△‘루나의 욕조’ - 작 원인진, 연출 최치언
HIV 양성 확진. ‘민구’가 에이즈에 걸린다. 민구의 애인인 ‘블루’는 지금 살아있음에 감사하자고 말하며 파티를 계획한다. 한편 조금은 극성스러운 ‘엄마’가 지배하고 있는 민구의 집. 민구는 엄마에게 거짓 진단서를 내밀고 엄마는 민구에게 파티를 제안한다. 파티에 블루가 초대되고 파티는 민구의 동성애를 고치기 위한 자리로 변해간다. 전환 치료를 향한 엄마의 집착과 폭력으로 파티는 점점 엉망이 된다. 원망과 비난, 분노와 죄의식으로 난무하는 대화들이 계속되고 엄마와 민구의 광기는 블루의 죽음으로 점점 더 선명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뮤지컬 분야 작품 목록 및 상세 소개
△‘동네’ - 작 강남, 작곡 김효은
숫자와 수치로 기록된 사건 속에서 생명과 이름을 기억하는, 뮤지컬 ‘동네’
기록하는 목소리
현재를 살아가는 배우들은 자신들이 조사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한 숫자와 수치로 이루어진 기록물(앞으로 자신이 연기하게 될 인물들과 관련된)을 읽는다. 이어 무대 위 버려진 물건들과 접촉하면서 그것을 사용했던 이들의 마지막 기억 속으로 들어간다.
1장. 소방관과 아내
폭발 사고 후 처음 출동한 소방관이 피폭되면서 발전소와 병원, 격리,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추적하는 임신한 아내의 이야기. 눈앞에 놓인 남편의 죽음 뒤에 보이지 않는 태아의 죽음까지 경험하게 된 한 여자의 고백을 통해 원전 사고가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을 빼앗아 가는 것에 대해 말한다.
2장. 할머니와 마루
2차 대전 이후 또다시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할머니와 이유도 모른 채 버려져야만 하는 마루라는 강아지의 기다림에 대한 이야기.
3장. 체르노빌의 영웅
원전 사고 이후 수습돼 가는 과정을 기록한 사진사의 이야기. 영웅을 찍겠다고 나선 사진사는 죽어간 펌프 기사, 광부, 인부들과 만남을 통해 ‘재난의 현장에서 영웅은 누구이며, 나(재난 밖의 사람들)는 어떤 거리에서,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갖게 되고, 그 답을 찾은 순간 피폭돼 죽는다.
4장. 버려진 동네
사람들이 대피한 후 동네에 버려진 동물들을 사살하는 두 군인의 이야기. ‘어차피 죽을 거라면 더 고통스럽게 전에 죽여야 한다’는 입장과 ‘우리는 그 어떤 생명을 사살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이 대립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이들이 대체 왜 이런 고민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기억하는 목소리
프롤로그와 같은 장면의 반복.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숫자와 수치로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는 것, 폐허가 된 그 땅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것과 같은 ‘동네’가 있었음을 말한다.
△‘Forever 27 Club’ - 작 남현정, 작곡 유수진
27살에 요절한 천재 뮤지션들 다시 지상에 내려오다
천재 뮤지션인 제니스 조플린, 지미 핸드릭스, 커트 코베인은 죄다 27살을 넘지 못하고 마약 중독과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하나님은 그들의 죄는 괘씸하나, 음악으로 세상을 이롭게 한 업적을 높이사 천국 안에 ‘Forever 27 Club’를 마련 그들을 구원한다. 하지만 무대가 너무 그립고, 쓸데도 없는데 넘쳐나는 영감이 고통스럽기만한 천재들. 하나님께 지상으로 한 번만 다시 내려가게 해달라고 조른다. 하나님은 영감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고 온다는 조건 아래 지상으로 7일간의 여행을 허락한다.
“신은 왜 제게 재능은 주지 않고, 꿈만 줬을까요?”
3명의 유령들은 지상으로 떨어진다. 사탄교의 교주가 락 음악으로 교리를 세뇌시키고 있는 곳으로. 무대(교단) 위로 갑자기 주인공 딕이 난입해 “사탄께 복종하오니 빛나는 영감을 내려달라”고 간청하다 졸도한다. 유령들은 하나님이 맡긴 영혼이 딕임을 직감한다. 커트 코베인의 생전 연습실에서 기거하는 딕은 ‘너바나’의 커버밴드로 음악 생활을 연명하지만, 자작곡을 쓰는데도 재능이 1도 없다. ‘27Club은 모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천부적인 재능을 받았다’는 소문을 믿고 열심히 사탄교를 믿지만 별다른 응답도 없다. 락스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이뤄줄 마지막 기회인 콘테스트 ‘라이징 락스타’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그 어떤 영감도 떠오르지 않아 고통스러운 딕. 설상가상 집주인은 밀린 월세를 내지 않으면 쫓아낼 거라 경고하고, 엄마는 음악을 접고 당장 고향으로 내려오라고 난리다. 그런 딕을 보며 제니스와 커트는 영감 주는 것을 포기하자고 주장하고 지미는 딕을 딱하게 여겨 돕자고 설득한다.
그때 시각 디자이너 프랜시스가 등장한다. 프랜시스는 사례는 얼마든지 할 테니 연습실을 자기에게 넘기라고 제안한다. 생전 섹스 중독자로 유명했던 제니스는 두 사람을 자게 하면 오르가즘 상태에서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3명의 유령은 딕과 프랜시스를 자게 하려고 노력하고, 제니스는 못 생긴 외모로 왕따를 당해 성공 후 남자와 문란한 잠자리를 갖는 것에 집착했던 과거와 마주한다. 하지만 소심한 딕이 프랜시스를 쳐다보지도 못해 실패로 끝난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공연장. 약에 취해 공연을 망친 에이미를 만난 딕은 “나는 내가 27살에 요절할 것을 알고 있다”는 인터뷰를 봤다며 어떻게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는지 가르쳐 달라고 조른다. 에이미는 불운한 가족사와 연인관계를 떠올리며 자신의 재능에는 대가가 있었다며 천재로서의 삶이 불행했다 말한다. 유령들의 존재를 알아본 에이미는 팬들에게 음악 선물을 한다는 생각으로 딕을 도와줄 것을 부탁한다. 하지만 딕은 에이미와의 대화 속에서 ‘악마와 소통하기 위해 마약을 해야 한다’는 엉뚱한 깨달음을 얻어 마약을 구하러 다닌다. 생전 약물 중독자였던 3명의 유령들은 어쩌면 환각 상태에서 영감을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심에 영감을 하나씩 전달해주고, 딕은 곧잘 따라한다. 하지만 환각에서 깨어난 딕이 제대로 기억하는 게 없어 다시 한 번 실패로 끝난다.
2년치 월세를 자신이 지불했다며 다짜고짜 밀고 들어온 프랜시스는 사사건건 듣기 괴로운 바른말로 딕을 자극한다. 딕은 프랜시스가 커트 코베인의 딸인 것을 알고 있다며 부모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사람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 못한다고 말한다. 커트는 장성한 딸을 못 알아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그때 경찰이 연습실로 들이닥쳐 딕을 마약 거래법 위반으로 경찰에 체포한다. 콘테스트를 3일 앞두고 구치소에 수감될 위기에 처한 딕을 프랜시스가 돕는다. 커트는 딸의 뜻을 존중해 딕을 돕겠다 다짐한다. 하지만 이제 지미가 딕을 돕지 말자고 설득한다. 자신의 최후가 기억나지 않았던 지미가 지상으로 내려와 사랑했던 아내와 믿었던 매니저가 살해 용의자였단 사실을 알게 된 것.
“다들 천재라서 행복했던 적 있어? 그걸 누리는 사람들이나 행복한 거지.”
잠에 들었다 몽중에 유령들을 알아본 딕. 커트와 에이미는 함께 즉흥 연주를 하며 딕에게 영감을 주고자 하고 지미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때 기타 케이스에서 총과 실탄이 발견된다. 딕이 교주의 사주를 받고 콘테스트에 떨어지면 총기를 난사할 계획이었던 것. 일단 딕을 콘테스트에 붙여야 무모한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한 유령들. 지미도 함께 힘을 모아 콘테스트에서 부를 노래를 완성한다. 콘테스트 하루 전, 딕은 자신의 첫 번째 자작곡을 프랜시스에게 처음으로 들려주는데, 프랜시스는 멋있는 거 말고 자기 것을 하라고 지적한다. 상처받은 딕은 결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거라며 돌아선다.
콘테스트 당일. 유령들이 영감을 준 익숙한 전주가 시작되더니 갑자기 전혀 새로운 곡이 연주된다. 딕이 밤새 프랜시스를 위해 자작곡을 만든 것. 딕은 콘테스트를 다 망쳐버렸는지 모르지만 너의 미소면 충분하다고 노래한다. 그제야 유령들은 딕의 잠재력을 몰라봤음을 깨닫는다. 하나님은 최선을 다한 유령들에게 무대 위 빙의를 허락한다. 한 명씩 딕에게 빙의해 신들린 보컬, 신들린 연주, 신들린 무대 매너를 선보이고, 후련한 마음으로 천국으로 다시 떠난다. 에이미의 비보가 전해진다.
3년 후. ‘Forever 27 Club’이라는 이름의 작은 오픈 마이크가 있는 락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딕. 이번에는 에이미가 지상으로 영감을 주기 위해 내려온다. 프랜시스가 찾아와 음악을 포기한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 묻고 딕은 다른 형태로 음악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때 소년 한 명이 들어와 오픈마이크 무대에 올라가고 싶다고 말한다. 에이미는 영감을 줄 대상이 소년임을 직감한다.
△‘지미베어’ - 작 양소영, 작곡 이현영
한때 평범한 학생이었으나 끔찍한 사건의 ‘가해자 가족’이 되어 버린 ‘수’ 사건의 ‘피해자 가족’인 ‘폴’. 같지만 다른, 다르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두 사람과 그 주변의 이야기.
지미는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수에게는 별로 자랑스럽지 않은, 부족해 보이는 동생이었지만 조이와 민우에게는 선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 날의 사건 이후로 모든 게 변했다. 악마가 된 지미베어. 수와 가족들은 날마다 그들이 알지 못했던 지미의 괴물 같은 모습을 새로이 알게 되며 괴로워한다. 하지만 울면 안 된다. 울 자격도 없는 ‘가해자 가족’이기 때문에.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밖에서도 안에서도 가족들은 공격받고 있다. 부모님도 수에게는 기댈 곳이 되지 못한다. 매일 유가족에게 의미 없는 편지를 쓰고 있는 엄마는 오히려 수를 더 괴롭게 할 뿐이다. 어떻게 하든 살아남을 길을 모색하던 수는, 아빠의 뜻에 따라 ‘추모의 벽’ 벽화 작업을 마친 뒤에 한국으로 떠날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추모 행사에 참여한 수가 진짜 유가족인 폴, 그의 친구 앨빈에게 ‘피해자 가족’으로 오해를 받으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설상가상으로 셋은 벽화 작업을 함께 하게 되는데, 이들은 수가 누구의 가족인지도 모르는 채 마냥 반가워한다. 수는 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죄책감을 느끼는 동시에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셋의 평화로운 시간은 얼마 가지 못한다. 수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일은 점점 어려워진다. 수는 폴과 앨빈이 조이의 편지를 읽으며 조롱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심지어 앨빈이 자신의 집에 돌을 던지는 장면까지 목격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과 자신의 처지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체감하는 수. 하지만 폴과 앨빈은 여전히 수가 피해자 가족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폴은 수에게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으며, 동생 켈리의 생일을 맞이하여 열리는 추모식에 초대한다. 수는 폴에게 진실을 고백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수의 계획은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켈리의 추모식 당일, 앨빈은 조이에게 유가족을 사칭한 가짜 편지를 보내 집밖으로 불러낸 뒤 비어 있는 지미(수)의 집에 사제 폭탄을 설치한다. 가해자 가족을 처단하기 위해 집을 폭파시킬 거라고, 함께 하자고 열에 들떠 소리치는 앨빈. 위기에 몰린 수는 자신이 지미의 누나임을 고백하며 용서를 구하지만, 폴과 앨빈은 받아들이지 못한다.
수는 잠시나마 ‘우리’라고 생각했던 이들이 떠난 자리에 서서, 자신이 저지른 일의 무게를 실감한다. 가족을 떠나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었던 수. 하지만, 결국 나약하고 짐만 된다고 생각했던 엄마, 조이가 혼자 남은 수의 손을 잡아준다. 수는 가족을 저버리는 대신 곁에 남아 함께 비바람을 맞기로 한다.
△‘행방불명 복수 해결사’ - 작 이현수, 작곡 유지혜
취준생 문대일은 번번이 면접에 떨어지다가 마침내 취직을 한다. 취직의 기쁨도 잠시, 집요하게 괴롭히는 상사 조영경 때문에 괴로운 나날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홀연히 나타난 송민규는 문대일에게 조영경을 향한 복수 행을 제안한다. 송민규는 제안을 받아들인 문대일의 복수를 실행하다가 실패하고 문대일은 회사에서 쫓겨나 실업자가 된다. 송민규는 일자리를 잃은 문대일에게 ‘행방불명 복수 해결사’ 동업을 제안하고, 제안을 승낙한 문대일은 ‘행.복.해.’ 동업자가 된다. 복수 대행을 이어가던 중 이지민을 만난 문대일은 연정을 품게 된다. 갑작스레 취직이 되었다며 떠나간 송민규를 대신해 문대일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복수 대행을 실행한다.
문대일은 남자친구를 떠나보낸 이지민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이지민은 그런 문대일에게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소개팅에서 만난 김영우와 진명선은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직장 동료인 박상엽과 윙퉁도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대일이 퇴사한 회사에 취직한 송민규는 조영경 팀장과 극적으로 화해한다.
복수가 아닌 서로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상처를 감추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면서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게 된다.
스튜디오 반 개요
공연예술창작집단 ‘스튜디오 반(叛)’은 2007년 이강선 대표를 중심으로 서울에서 결성됐다. ‘반(叛)’이란 이름은 ‘자본’과 ‘권력’으로 대변되는 현실에 대한 도발과 전복의 의미를 담고 있다. 스튜디오 반은 ‘연극’이라는 자산과 무기만을 가진 연극인이 모여 있는 집단이다. 결성 이후 한국의 창작극, 창작 뮤지컬 및 번역극(일본)을 중심으로 더 역동적이고 창조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튜디오 반은 연극 운동의 하나인 ‘이야기의 복권(復權)’을 한국 연극의 한 축으로서 받아들여 국내외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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