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문화연대, “전세계 문화예술인과 함께‘문화다양성 협약’을 적극 환영하며”

서울--(뉴스와이어)--‘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협의과정을 거쳐 공식 채택되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3차 유네스코 총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찬성 148, 반대 2 라는 회원국의 압도적 지지로 ‘문화다양성 협약’이 채택됐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21세기 인류 문화사에 길이 남을 쾌거를 전세계의 모든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환영하고 기뻐하는 바이다.

인류의 문화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지난한 투쟁에서 거둔 결실인 인류문화의 대장전, ‘문화다양성 협약’은 크게 세 가지 핵심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로써 개별 국가는 자국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수립·채택할 권리를 보장받게 된 것이다. 둘째,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국가의 지원을 국제법으로 의무화하고,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WTO DDA 서비스협상이나 FTA(자유무역협정) 등에서 제외되도록 하고 있다. 셋째, 국가간 문화분야의 분쟁해결 절차를 명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문화 분야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의된 원칙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한 분쟁이 일반상품을 다루는 WTO 등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협약의 채택으로 인해 시장의 논리가 아닌 문화의 논리로 이 분야의 분쟁을 해결할 합의된 메카니즘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국제법과 인권 기구가 보편적으로 인정하는 원칙인 UN 헌장에 따라 당사국은 자국의 문화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며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할 수 있는 수단을 채택하고 국제적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주권을 지니고 있음을 재확인하고 있는 ‘문화다양성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제6조] ‘자국내에서의 당사국 권리’ 에서는 ‘제2항 (a)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을 보호하고 증진하기 위한 규제적 수단, (b) 자국내 가능한 문화활동, 상품 및 서비스가 ... 생산, 보급, 유통, 향유될 수 있는 기회를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하는 수단’을 채택할 권리를 명시하여 스크린쿼터제를 포함하여 방송에서의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비롯한 다양한 컨텐츠 쿼터제를 보장하고 있다. 또 (c) 항에서는 독립문화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고, (d), (e), (f), (g) 항을 통해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공공적 성격의 문화 인프라 구축, 예술가와 관련 인력 양성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h) 항에서 공영방송을 비롯한 미디어의 다양성 강화를 위한 수단을 명시해 방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제11조에서는 문화다양성 증진을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을 인정하고, 협약의 실행에 있어 시민사회의 적극적 참여를 장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20조] ‘다른 협약과의 관계’ 에서는 기타 협약과의 상호 보완 형성과 함께 ‘제1항 (b) 당사국은 이미 가입한 기타 협약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혹은 기타 국제협정에 가입할 때, 본 협약의 관련조항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존하는 국제협정 중에 문화 분야를 명확하게 다루고 있는 협정은 없다. 따라서 이 조항은 기존 협정을 존중함과 동시에 문화와 관련된 조항의 해석과 적용은 ’문화다양성 협약‘에 의거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분명한 인식을 담고 있다. 미국이 협약의 채택을 반대했던 핵심조항이기도 한 제20조는 문화와 무역간의 지리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을 명확한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제25조] ‘분쟁해결’은 당사국 사이의 협상이나 제3국의 주선, 중재를 통한 분쟁 해결을 권고한 후, 이러한 방식으로 분쟁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의 절차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조정절차에 대한 부속서는 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 구성에 따른 해결절차와 분쟁당사국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의 결정절차까지 명시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다양성 협약’은 문화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기존의 국제협약의 빈 곳을 채워 넣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합의였다. 대립과 분열, 갈등과 폭력으로 얼룩진 지구촌이 모처럼 하나가 되어 실로 인류 문화사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 전세계 문화예술인과 함께 한없이 기뻐하면서도 또 다른 한켠에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지금까지 ‘문화다양성 협약’ 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한국 정부의 태도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지난 6월 3일 ‘유네스코 제3차 정부간 전문가회의’의 ‘문화다양성 협약 예비초안’ 채택과정에서 ‘지지’가 아닌 ‘반대하지 않는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미국이 협약을 저지하기 위해 극소수 몇몇 나라들과 함께 연 ‘WTO 비공식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본회의 채택을 앞둔 17일 문화분과위원회 회의에서는 미국이 제안한 28개 수정안에 대한 표결에서 3~4개 회원국(이스라엘, 호주, 르완다, 키리바티)만이 미국을 지지했을 뿐이고, 140~150개 회원국이 압도적으로 반대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4~5개국(태국, 필리핀, 호주, 스와질랜드, 한국)과 함께 기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하면 유네스코 총회 본회의의 표결 이후 ‘문화다양성 협약’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여 미국이 끈질기게 시비를 걸었던 제20조에 대해 ‘다른 협약의 권리와 의무를 변경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혀 미국의 의사에 반해 협약에 찬성한 것을 만회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협약 채택이후 발표한 외교통상부의 보도자료는 협약의 의의에 대한 설명보다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여 미국의 입장을 전하는데 애쓰고 있다. 또한 재정경제부의 관계자는 인터뷰를 통해 “문화다양성 협약이 스크린쿼터를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게 사실이나, 동시에 다른 조약의 권리나 의무를 수정하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어 양면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여기서 더 나아가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유네스코 협약과 같은 다자간 협약과 FTA협상과 같은 양자간 협상은 별개의 문제“라며 벌써부터 협약의 구속력을 약화, 훼손시킴은 물론 아예 무력화시키려는 시도까지 하고 있다.

우리 문화예술인들은 일각의 협약 훼손 시도에 단호히 대처할 것이며, 향후 국회에서의 조속한 비준과, 국제사회의 약속을 성실히 준수토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와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지키기 영화인대책위>는 오천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문화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도록 ‘문화다양성 협약’의 완성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더한층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오늘 우리는 문화예술인 뿐 아니라 시민사회와 사회의 공기인 언론,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우리와 함께 손을 잡고 협약을 무력화시키려는 불순한 책동에 함께 맞서 나갈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프랑스 문화부 장관의 말처럼 문화다양성은 「평화의 기초」이다. 지금까지 자유무역의 시장질서가 공존과 교류를 저해해 왔기 때문에 국제사회는 초강국의 집요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문화다양성 협약’에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보낸 것이다. 국제사회는 지금 진정한 문화간 대화를 통해 인류 평화를 이루기 위한 대장정을 시작하려 한다. 「평화의 기초」를 마련하는 이 길에 대한민국이 첫걸음부터 잘못 디디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간절히 당부한다. 다시한번 ‘문화다양성 협약’의 채택을 60억 지구촌 세계시민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
2005년 10월 26일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
한미투자협정 저지와 스크린쿼터 지키기 영화인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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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연대 김상민 02-754-8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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