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가을과 고독의 시인 다형 김현승 시인의 3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을 기리는 작업과 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가 생전에 남긴 시를 총망라하는 시 전집을 발간하고, 시전문지 ≪시인≫지 2005년 후반기호에서는 다형 김현승 특집호를 마련하여 집중적으로 재조명할 예정이다.

또한 전집 발간을 계기로 그의 시 세계를 토론하는 세미나를 숭실대학교 인문과학연구소(소장 하정식)주최로 오는 11월 11일 오후 2시부터 종로에 있는 아트선재센터(02-733-8945)에서 갖는다.

“김현승은 한국시사에서 본격적인 의미에서의 순수의 개념을 최초로, 그의 시대에 유일하게, 체득한 시인이다. 그는 기독교적 원죄의 개념과 결부되어 있는 인간의 육체성과 세계의 물질성을 순결하고 투명한 유일 관념으로 바꿀 수 있는 언어를 발명하려고 노력했으며, 거기에서 그의 시적 주제와 방법이 결정되었다. 그러나 그의 시작에서 미학적 원동력이 된 것은 관념이 되지 않으려는 육체와 물질의 저항력이다. 시인의 관념 의지에 길항하는 육체와 물질은 마침내 단단한 보석, 투명한 눈물, 금속성의 외마디 소리 같은 순수의 이미지 속에 응결된다. 이 마지막 이미지는 관념의 사실성과 물질의 추상성이 교호하는 자리이기에 아름답다”. (황현산)

김현승 시인은 1934년 숭실전문 재학시절 당시 영문과에 재직했던 양주동 교수의 추천으로 ≪동아일보≫를 통해 등단한 후, 신사참배 거부로 학교가 폐교되는 동안 학업과 시작활동을 중단하는 신고(辛苦)를 거쳐 광복 후 본격적인 시작활동을 전개하였다. 타계할 때까지 300편이 넘는 시를 남긴 김현승은, 기독교 신앙과 양심을 바탕으로 한 화해와 갈등의 시적 여정을 통해 한국시단에서는 보기 드문 형이상적 시세계를 구축하였다. 생득적으로 형성된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시작활동을 시작하였지만, 그의 종교의식은 인간의 본질적 상황에 대한 진지한 탐구로 변모되어 ‘고독’이라고 하는 독특한 시정신을 보여주었다.

이달 초순 민음사에서 새롭게 발간하는 ≪김현승시전집≫은 일제강점기 시인이 재학하고(숭실전문), 광복 후 교수로 봉직하였던 숭실대학교의 김인섭교수(문예창작학과)가 새롭게 발굴된 시편을 보태 엮고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김현승의 시전집은 시인이 생전에 출간한 ≪김현승시전집≫(1974, 관동출판사), 사후 10주년을 맞아 시인사에서 총 267편을 모아 발간한 전집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전집은 그동안 발굴된 미발표 육필원고 등 모두 33편을 추가하여 총 300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그러나 1930년대 숭실전문 시절 교지 ≪숭전(崇專)≫에 실렸던 작품 2편(<유리창>, <철교>) 과 1950년대 미발표작으로 알려진 <해방의 눈물> 등 6편의 작품은 게재지가 보존되어 있지 않은 사정 등으로 싣지 못하였다. 이로써 김현승의 작품은 300편을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 전집은 무엇보다도 시집 간행 당시의 원본을 그대로 재현하여 ‘정본’ 시전집이 될 전망이다. 한자를 배제하고 표기를 현대화하는 요즘의 시집발간의 시대적 흐름을 거슬러 원본의 체제와 표기를 그대로 따르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시인의 언어적 체취를 직접 접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체적인 구성은 시인이 생전에 발행한 단독 시집 4권(≪김현승시초≫, ≪옹호자의 노래≫, ≪견고한 고독≫, ≪절대고독≫)과 1974년에 간행된 ≪김현승시전집≫ 등 총 5권의 시집, 그리고 사후 창작과 비평사에 발행한 유고시집 ≪마지막 지상에서≫를 발간된 순서대로 싣고, 발표는 하였으나 기존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작품과, 발표되지 않은 채 육필원고로 남아 있던 것을 한 데 묶어 마지막 부분에 실었다.

생전에 시인이 발간한 시전집은 이전에 발간한 시집 4권의 작품을 다시 실은 것인데, 일부 작품은 내용이 부분적으로 바뀌고 상당수 작품은 표기상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어느 시집에도 수록되지 않았던 시들은 ≪날개≫라는 시집명으로, 광복 이전에 씌어진 초기 시편들은 ≪새벽교실≫이라는 이름으로 덧붙여 발간한 것이다. 그리고 첫시집 ≪김현승시초≫의 작품은 제2시집 ≪옹호자의 노래≫에도 그대로 수록된 뒤 생전의 시전집에 또다시 실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재수록되는 과정에서 표기와 내용이 달라진 것들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어, 새로 발간되는 시전집에서는 해당 작품의 하단에 엮은이의 주석으로 그 내용을 자세하게 대비하여 밝혀 놓았다.

시 전집 발간을 계기로 숭실대학 인문과학 연구소는 <다형 김현승의 삶과 문학>이란 제목으로 기념 세미나를 주최하였다. 이 모임에서 김윤식 교수는 김현승의 시가 현대 시 문학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되짚는 거시적 진단을 시도하는가 하면, 섬세한 독법으로 정평 난 황현산 교수는 다형 시의 깊은 울림의 세계로 인도하는 해석을 제안할 것이다. 또한 일본 혜천대의 모리타 스스무 교수도 기독교 정신과 연관된 그의 시세계를 해석하고, 학창 시절 다형의 인도로 시인의 길에 들어선 권영진 교수의 회고와 평가도 귀중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 증언이 될 것이다. 앞의 분석과 평가가 주로 학술적 의미에 치중한다면 김광일 기자의 분석은 주로 현장비평가의 입장에서 바라본 다형 시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에 집중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다형을 사랑하는 유안진, 최승호, 천양희, 이성부 등의 다형 시 낭송은 늦은 가을 저녁을 풍성하게 물들이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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