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지난 수개월동안 논란을 빚어왔던 한나라당 혁신위원회의 당헌개정안(혁신안)이 드디어 오늘 당 운영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었다.

그러나, 오늘 확정된 당헌개정안은 ‘혁신안’이라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난도질당한 ‘누더기’ 안이자 과거로의 회귀를 선언한 ‘무늬만’ 혁신안이다.

우리는 왜 혁신위를 구성하고, 왜 혁신안을 만들 것을 결의했던가?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국민 의식에 발맞춰가지 못한 한나라당의 구태를 반성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 끊임없이 국민들의 목소리를 당으로 흡수하기 위함이 아니었는가?

그러지 않고서는 정권창출의 희망은 물론 당의 존립 기반조차 허물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는가?

지난 2월 한나라당 의원연찬회에서 만장일치로 혁신위원회 구성을 결의하고 모든 기득권을 버린,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결의했던 그 초심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오늘 누더기로 개악된 ‘혁신안’과 함께 우리의 ‘혁신의지’는 한나라당의 현실안주적인 체질과 당 지도부의 환골탈퇴 의지의 박약이라는 칼날에 의해 생명을 잃어 버렸다.

결국 개방과 혁신의 깃발은 절반도 올리지 못하고 폐쇄와 후퇴라는 낡은 깃발을 다시 달게 된 것이다.

이번 혁신안 개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국민참여경선제’라는 기본 정신이 훼손된 ‘대통령후보자의 선출 선거인단 구성’이다.

당초 혁신위의 원안은 대통령후보 등 당의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선거인단을 ‘전당대회 대의원 20%, 당원선거인단 30%, 일반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로, 당원 대 일반국민의 비율이 50:50으로 하는 것이었다.

이는 각종 경선 때마다 반복되어왔던 불공정 경선 논란을 방지하고 국민들의 지지와 선택이 당의 후보자 선출에 직접 반영됨을 보장하기 위함이었다.

두 번의 대선패배를 통해 몸으로 느낀 소중한 경험에서 나온 것이며 국민의 힘으로 ‘정권창출’을 반드시 실현하고자 하는 절박감에서 마련된 방안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 이것이 ‘당원 80% 대 일반국민 20%’라는 ‘그들만의 잔치’로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안으로 개악된 것이다.

전당대회 대의원 20%는 당소속 국회의원, 광역·기초의원과 각 선거구별로 선정하는 당원 대의원으로 구성된다. 물론 이들은 모두 책임당원이다.

그런데 오늘 운영위에서는 일반당원으로 구성하기로 했던 당원선거인단 30%조차 책임당원으로만 구성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되면 “당원 50%”라는 취지가 일반당원은 제외되고 100% 책임당원으로만 구성되도록 변질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반국민선거인단 30%에 책임당원과 일반당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애초 당원 대 일반국민의 비율을 나눈 것은 비당원 국민의 참여를 염두에 둔 것이고 이 비율을 50%로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당원도 국민이라는 논리로, 혹은 당비를 납부한 책임당원들의 요구를 무마시킨다는 이유로 일반국민선거인단에 당원을 참여시킨다는 것은 국민참여경선제의 근본취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일반국민선거인단에 당원 참여를 가능케 하면 결국 경선에 참여한 후보들은 조직적인 동원을 통해 당원들을 일반국민선거인단에 참여시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게 되면 자발적인 참여를 하고자 하는 일반국민보다 당원의 비율이 월등하게 높아지게 됨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온갖 불공정 시비(금권, 동원선거)가 일어날 것이고, 이는 결국 자발적인 국민들의 참여마저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과연 이런 방식으로 당원들이 80%가까이 참여하게 되는 경선제도에 ‘국민참여’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겨우 여론조사 20%로 국민들의 의사가 반영된 후보자를 선출했다고 국민들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한명이라도 더 많은 국민들을 경선과정에 참여시켜 대통령 후보 선출 경선을 국민적 관심 속에서 치러내기 위해 노력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국민들의 참여를 철저히 차단하는 구시대적 제도로 어떻게 정권창출을 기대한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가 40%를 넘었고 다수의 국민들이 한나라당의 정권 창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각종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에 투표한 유권자의 70%는 한나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여당이 싫어서 지지했다는 것이 여전히 우리의 아픈 현실이다.

반사이익의 오아시스에 빠져 미래를 준비하지 못한다면 조만간 막막한 사막 한가운데 홀로 서 있는 한나라당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현명하며 또 냉정하다.

한나라당의 변화와 혁신 의지에 대한 진정성이 국민의 가슴에 전달되지 못한다면 사년을 이기고도 한달만에 무너지는 과오를 또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정권 창출의 첫 단추가 될 혁신안에 대한 개악은 중단되어야 할 것이며, ‘대통령 후보자 선출 선거인단’과 관련한 운영위원회의 결정은 즉각 재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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