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자살예방센터, 자살예방을 위한 국제 세미나 성료
마을단위의 효과적인 자살예방을 위해 선행된 일본의 사례를 중심으로 서울의 마을단위 자살예방 사업을 다짐해 보는 시간 ‘이제는 널 자살시키지 않겠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2019년부터 국제 세미나(심포지엄)를 진행 중이다. 올해로 6회를 맞이하는 국제 세미나는 일본 마을단위 자살예방사업 공유를 주제로 진행됐다. 일본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는 자살예방사업과 아키타현의 실제 사례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서울시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마을단위 자살예방사업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모색했다.
이번 국제 세미나는 자살예방, 상담, 복지, 보건의료 분야의 다양한 실무자와 시민 등 약 200명이 오프라인 현장과 온라인 줌으로 참여해 자살예방에 대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OECD 자살률 1위 탈출에 먼저 성공한 일본의 지역사회 자살예방사업, 서울은 어떻게 탈출할 것인가
국제 세미나는 총 네 명의 일본 연사가 참여해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강연, 토론, 발표를 순서로 진행됐다. 일본 연사는 오카 마유미(정보·시스템 연구기구 통계수리연구소 의료건강데이터 과학연구센터 특임 준교수), 시미즈 야스유키(NPO법인 자살대책지원센터 라이프링크 대표), 로즐린 용(아키타대학교 교수), 사토 히사오(NPO법인 아키타 자살대책센터 쿠모노 이토 이사장)가 참여했다.
오카 마유미 교수는 ‘일본에서 자살률이 가장 낮은 도시의 특성’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 주제의 특이한 점은 자살률이 높은 곳의 연구가 아니라 자살 희소 지역 연구를 통해 정반대의 접근법을 살려 자살 대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오카 마유미 교수가 연구한 자살 희소 지역의 특성은 다음과 같았다.
1. 인간관계: 인사나 서서 이야기하는 정도의 가벼운 교제가 형성돼 있다.
2. 낮은 동조(집단) 압력: 집단이 하기에 나도 하는 것보다 자유롭게 말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3. 자기 긍정감: 미약하지만 결코 제로인 힘은 없다.
4.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인생: 실수를 하더라도 항상 기회는 있다고 이야기한다.
5. 병은 알려라: 고민을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광범위하게 공개한다.
오카 마유미 교수는 이런 특성을 바탕으로 자살 위험을 줄이는 방법을 제시했다.
1. 연결돼 있지만 구속하거나 구속받지 않는 관계
2. 다양성 중시
3. 자존감 키워주기
4. 항상 재출발 가능하다는 메시지 제시
5. 힘들다는 약점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
특히 골목길에서 잠깐이라도 만나 인사할 수 있는 ‘골목의자’, 주거지의 접근성에 영향을 미치는 ‘경사도’는 이러한 특성을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시미즈 야스유키 대표는 ‘지역자살대책추진 : 체계 정비, 계획 수립, 지역 만들기로서의 실천’을 주제로 강연했다.
시미즈 야스유키 대표는 일본의 자살대책 목적, 이념, 라이프 활동에 대해 설명했다. 3계층 자살 대책 연동모델, TIS 모델(Three-level model of Interconnecting Suicide countermeasures)은 ‘사회제도’, ‘지역연계’, ‘대인지원’이라는 3가지 수준의 유기적인 연동에 의해 종합적인 자살대책을 추진한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 연계 추진을 위해 사회체계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미즈 야스유키 대표는 민간 상담을 지원하는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필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해 해결해 나가고, 구체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료, 교직원, 민간단체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행정지도자, 정치지도자의 자살예방정책에 대한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일본에서의 살아있는 경험과 함께 전달했다.
로즐린 용 교수는 ‘커뮤니티 강화 : 히키코모리를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자살을 예방하는 피어 모델 활용’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히키코모리는 다양한 요인의 결과로써 사회적 참여를 회피하고 원칙적으로는 6개월 이상에 걸쳐 대체로 가정에 머무르는 상태를 가리키는 현상이다. 3년간의 연구 결과, 일본 아키타현에서의 히키코모리는 이유와 시기와 관계없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현재 히키코모리는 최소 1만 명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히키코모리는 비밀을 유지하는 특성으로 알기 어렵고, 부모는 ‘왜 내 아이가 이렇게 됐을까’라고 생각하며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이는 한국의 문화에서도 발견되는 것으로, 가족끼리 해결하려 하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로즐린 용 교수는 일본 아키타현에서 직접 운영 중인 히키코모리의 인간관계를 회복하고 집 이외의 갈 곳으로 마련된 ‘후랏토’를 소개했다. 이어 피어 스탭, 자원봉사자 등 많은 사람과 연결해야 히키코모리들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들에 대한 수용적인 태도가 변화의 시작을 일으킨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토 히사오 이사장은 ‘당신을 자살하게 만들지 않겠습니다 : 자살예방의 최전선에서 전하는 리포트’를 주제로 강연했다.
아키타현은 2003년 자살자 519명으로 자살률이 가장 높았지만 2013년 176명으로 66.1% 감소했다. 아키타 모델’의 특징은 5가지다.
1. 작은 마을 규모가 아닌 아키타현 전체의 모델이다.
2. 과거 자살률 1위로 자살대책기본법 제정보다 4~5년 앞선다.
3. 민간단체, 의사회, 행정, 대학, 보도의 제휴가 진행되고 있다. 민관 협동이지만 ‘민’이 중심이 돼 활동한다.
4. 민간단체 ‘아키타 마음의 네트워크(37개 단체)’가 결성돼 활발한 지역 활동을 펼친다.
5. 현민 운동 발전으로 아키타현의 지사, 시장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현 전체가 자살을 큰 과제로 인식하고 대응한다.
사토 히사오 이사장은 “자살은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로, 자살대응책은 지방공공단체, 의료기관 등 밀접 연계로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본의 자살예방도 쉽지 않았으며, 민관이 모두 적극적으로 자살예방에 참여했을 때 비로소 효과적인 자살예방사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다른 기관으로 ‘돌리지’ 않고, 도움을 주려 함께해야 효과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자살예방을 위한 서울시의 노력들과 앞으로의 10가지 가이드라인의 제시
이성주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상임팀장은 ‘서울형 마을자살예방사업의 전통과 역사, 사례 소개’를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에서 진행된 마을단위 자살예방사업을 소개하면서 이성주 상임팀장은 위기일수록 사회적 지지체계 확보가 중요하며, 사회적 유대(결속력)는 심리적 웰빙 유지에 유익한 역할을 한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의 서울형 마을자살예방사업은 생명지킴활동가 양성과 마주단(마음건강주민교육단), 마복단(마음의 가벼운 우울을 상담해 주는 사회복지사 실천단)이 있으며, 현재도 활동 중이다.
마주단은 주민 참여형 자살예방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실천활동 수행을 통한 자살고위험군을 발굴하고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활동으로, 이를 통해 참여한 시민들의 생명존중문화조성 인식도가 9.6% 향상되는 상당한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마복단은 2008년 영국으로부터 실시된 IAPT (Improving Access to Psychological Therapies)의 일반 국민 심리치료 접근성 확대 프로그램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성인의 우울과 불안 문제에 대한 개입을 지역사회 기반의 인간 중심 서비스로 제공해 참여자 중 가벼운 우울증 환자는 40% 이상이 회복기에 올랐고, 17%는 직장에 복귀하는 성과가 있었다.
현재 마복단은 24개 자치구 84개 기관 413명 양성 활동을 거쳤고, 종합사회복지관 내 정신건강전문요원을 배치해 2개 자치구(도봉구, 강서구)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2024년 6곳으로 확대했으며, 25곳은 확대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지난 5월 29일(수) ‘생명사랑 동행촌 만들기’ 시민 제안 토론회를 통해 우리 마을에 자살을 높이는 요인과 자살예방을 위해 필요한 것을 서울시민 10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토론회 결과 5대 과제로 △1. 주체적 주민 참여 △2. 주민주도 콘텐츠 발굴 △3. 문제해결형 정책 △4. 행정지원 △5. 마을 단위 거점 공간 활동 연계가 제시됐다.
한편 서울시 자치구 단위에서 운영 중인 마을자살예방사업은 마포구의 ‘생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을 - 명랑촌’과 강서구의 ‘생명사랑 안심아파트’가 있다.
김현수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센터장은 ‘서울형 마을자살예방사업 동행촌 필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주민이 참여해 이웃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10가지 요소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1. 행정의 리더들이 자살예방회의, 세미나, 조례제정에 참여한다.
2. 적든, 크든 자살예방과 주민참여에 관한 예산이 있다.
3. 자살예방을 위한 조직된 주민 캠페인, 자살예방을 위한 주민 공간이 있다.
4. 자살예방에 참여하는 민관 협의회, 의료기관, 전문가 자문기관이 있다.
5. 지역 특성에 맞는 자살예방사업이 있다.
6. 특별한 고위험 관리 전략이 있다.
7. 환경, 체육, 상담 등 다양한 지원 활동의 자원이 잘 갖춰져 있다.
8. 자살예방에 관한 정보 관리가 되고 있다.
9. 자살예방팀과 경찰, 소방, 금융, 주거, 복지 지원팀이 연결돼 있다.
10. 우울한 사람들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 도움받을 연락처, 효과적인 상담팀이 있다.
김현수 센터장은 이러한 마을의 ‘힘’을 갖게 하는 기본 10가지 장치를 모두 갖춘 동행촌, 즉 지역의 이웃을 살려내는 마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실제 실행을 위한 지표점수들까지 제시하는 한편 서울시자살예방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을 독려했다.
해외에서 선행된 자살예방사업으로 서울시의 자살예방사업을 모색
OECD 자살률 1위의 나라에서 효과적인 자살예방사업으로 자살률을 낮춘 일본의 자살예방사업이 서울시민을 위해 던져준 과제는 무엇일까. 자살예방사업으로 수많은 생명을 ‘자살시키지 않은’ 힘은 무엇이었을까. 일본의 자살 희소지역의 환경적인 지표들을 연구하고 지역사회에서 자살예방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자살의 위험이 높다는 은둔형 외톨이들과 함께하며 돌리지 않고 최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실무자들의 경험에서 서울의 자살예방사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할까.
서울시의 자살률은 17개 지자체 중에서 낮은 수준이지만, OECD 중 1위인 한국에서 안심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번 국제 세미나에서의 주요한 일본의 자살예방사업들을 학습해 보는 귀중한 시간을 통해 서울시의 자살예방을 위한 행정, 정치 리더들의 정책 참여와 민간에서의 전문성 있는 지원과 자살예방사업의 운영, 다양한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행정부서의 지원은 물론 자살을 예방하는 문화의 조성을 도모해 ‘이제는 널 자살시키지 않겠다’는 다짐에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시자살예방센터 소개
서울시자살예방센터는 서울시민의 자살을 막기 위해 24시간 위기상담 전화를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형 생명지킴이 교육, 생명사랑 자살예방 캠페인, 생애주기별 자살예방사업, 자살 유족 긴급서비스 사업, 서울시 25개 자치구 대상 교육/간담회/심리지원연수 등을 운영하고 있다.
웹사이트: http://www.suicide.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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