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의원, “농촌지역구 의원님께 호소 드립니다”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정성과 노고가 담겨져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께서는 농사를 천직으로 삼고 곡식을 생명으로 여기며 ‘농자는 천하의 근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조상 고유의 전통사상을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산업화라는 미명하에 우리 농촌·농업은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한 저곡가 정책 등으로 숱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으며, 마침내 쇠퇴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우리 농민들은 농업 희생을 발판으로 삼아 선진 통상국가로 나아가려고 농업포기를 기정사실로 몰아가고 있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쌀은 우리 농업의 중심 기둥이며, 식량자급률 5%중 9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식량자급에 절대적 품목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진행된 쌀 협상은 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에서 관세화 유예를 강력히 주장하고 요구했지만, 막상 협상결과가 알려지면서 10년 유예를 받아내는 대가를 너무나 크게 지불하여 최악의 관세유예협상 결과라는 평가를 받아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50년 동안 유지해오던 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점진적 도입과 충분한 검토 후 도입 요구를 무시하고 하루아침에 전환함으로서 쌀값 대란을 불러왔고, 점진적으로 10년 동안 하락할 것이라는 쌀값이 지난 몇 개월 만에 최저 20%까지 떨어지는 결과까지 초래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변화로 농민단체나 민주노동당은 관세화가 유리할지 관세유예가 유리할지 판단해 보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러기 위해서는 홍콩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 시점인 12월 13일 - 18일 이후 처리해 줄 것을 요청하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의 자동관세화 주장이나 비준거부시 관세화 주장은 많은 문제점과 과수, 축산물 개방의 물꼬를 조기에 터 주는 의무를 지게 되어 있어 농업과 국익에 커다란 손실을 초래하게 됩니다.
존경하는 농촌지역구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
우리 농민들을 생각해 주십시오. 이처럼 한국 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쌀협상 결과를 비준하려 하면서도 그 결과가 초래할 우리 농업의 충격과 피해에 대해서는 발등의 불 떨어내는 식의 피상적 대책으로 어떻게 농업을 몰락의 길에서 구할 수가 있겠습니까?
그동안 정부는 이렇게 큰 농업희생을 요구할 때마다 긴급수혈식 대책을 내어놓았지만 그때마다 게등허리에 소금뿌리는 수준에 불과하였습니다.
이번 쌀 비준안의 협상결과를 들여다보면 중국, 아르헨티나의 과수, 축산뿐만 아니라 미국에는 28%의 시장 점유율을 정례 점검회의에서 챙겨주겠다는 언급까지 하였으며, 미국쌀을 1년 만에 신곡(新穀)으로 공매하고 소·도매까지 허용하는 약속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은 10년 전의 이면합의를 들고 나와 우리정부에 압력을 행사하며 미국의 중립종 쌀만 응찰할 수 있도록 2차례나 입찰 규격을 변경하도록 종용하였고, 이를 빌미로 이집트와 중국이 최혜국 대우 위배라며 동등한 요구를 하자, 두 나라에 대해서도 입찰 규격을 변경해 주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 쌀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는 장립종 쌀의 수입이 가능토록 해 줌으로서 이후 엄청난 후폭풍의 여지를 만들어 주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말씀 올리지 않겠습니다.
우리 농촌지역구의원들은 그동안 농촌당이라는 언론의 편파적 질책을 받아온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농업을 살리고 농촌을 지키는 것이 어찌 농촌 농업만을 위한 것이겠습니까?
농업은 우리 사회에 미치는 공익적 기능이 년간 50조원에 이르고, 생명산업으로 국민건강과 환경보전에 절대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업은 언제나 통상의 자리에서 희생재물이 되어야 하고 수출 증대를 위하여 어쩔 수 없는 대세라며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고 호도되기도 하였습니다.
농업을 사랑하고자 농촌을 살리겠다고 약속하신 의원님들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지금 농민들은 자기 자식같은 벼가마니를 야적해 놓고 절규하며 국회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쌀협상 비준안은 결코 성급하게 처리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며 잘못된 것은 시정까지 요구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입법부가 이렇게 정부의 일방적 유권해석과 일정요구에 요식적인 절차형식으로 비준해 줄 수는 없습니다. 이미 상정 요건이 미비하여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청구소송까지 청구해 놓은 상황입니다.
이것은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도 아니며 농업희생을 줄이기 위하여 신중하게 처리하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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