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비정규직 관련 법안을 놓고 노-사간, 노-정간 쟁점이 많다. 지난 20일동안 노사간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내용적으로 노사가 합의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지 못하고 서로 입장만 확인하는 상태다.

정부여당은 오늘 이후 바로 입법화 과정으로 들어가겠다고 한다. 정부 여당은 내일 10시 환노위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노사 의견을 청취하고 2일 상임위를 열어 비정규 관련 법안을 처리하려 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 보호법안이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실제 지금 정부가 처리하고자 하는 법안이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늘 한국노총에서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기간제 사용한도 2년 설정 및 그 이후 무기계약 간주 혹은 1년+1년(사유제한) 및 그 이후 고용의무 △파견기간 초과시 즉시 고용‘의제’ 및 불법파견시 즉시 고용‘의무’, △당사자의 차별시정 청구권 및 사용자의 차별여부 입증책임 등이 그 내용이다.

이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은 있지만, 과연 이 법안이 850만이 넘는 비정규직을 축소하고 극단적으로 차별받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을 해소할 수 있을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노총이 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연내에 어떤 형태로든 입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판단 하에서 고심 끝에 위와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이고, 그 내용을 최대한 실효성 있게 하고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보이며, 그 결과 현재 정부안보다는 다소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본인은 유감스럽게도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

그간 한국노총이 본인이 대표 발의한 비정규직 권리 쟁취 법안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고 그와 같은 수준의 법안을 김영주 의원(열린우리당)을 통해 입법청원 하였으며 비정규직 권리 쟁취 법안의 통과를 위해 국회와 거리에서 우리 민주노동당과 한 목소리를 외쳐 왔는데, 지금에 와서 이런 입장 차이를 보이게 된 것에 대해 심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본인이 의회 내에서 적절한 역할을 하지 못해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은 아닌지 자괴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 표명이 비정규직 보호 방안 마련 및 의회의 입법 심의 과정에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부득불 이처럼 입장을 표명하고자 한다.

본인이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첫째, 한국노총이 기간제에 대한 사유제한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본인은 기간제에 대한 사유 제한 없이 기간제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기간제 문제의 핵심은 사용자가 오로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함부로 기간을 설정해 근로기준법상의 해고 제한 규정을 회피하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자는 끊임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고 노동기본권은커녕 기본적인 인권조차도 주장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리게 된다. 최근 우리 민주노동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성희롱을 당하고도 아무런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는 여? 볐逾오湄湧?실태가 밝혀졌는데, 그것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점을 단적으로 드러내어 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어야 하고 다만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돼야 한다. 기간제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법안을 만든다면서 이런 원칙을 포기할 수는 없다.

한국노총이 제시한 ‘2년 기간 설정 후 고용의제 규정’이나 ‘1년+1년(사유제한) 후 고용의무 규정’ 중 어느 하나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2년이나 1년 단위의 기간제가 양산될 것은 자명합니다. 그것은 파견제 실시 후 파견노동자들이 2년 단위로 주기적으로 해고되었던 것을 떠 올리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현재 2년 미만 근속한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약 68%(200만명 정도)이고, 1년 미만 근속한 기간제 노동자의 비율은 약 56%(153만명 정도)인데, 산술적으로 셈해 봐도 이 노동자들이 이 법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될 것은 자명하다. 이 법 시행 후에는 사용자들이 고용 의무 회피를 위해 기간 관리를 할 것이기 때문에 2년 미만이나 1년 미만의 노동자의 범위는 훨씬 더 늘어날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방식의 기간 제한은, 그 기간의 장단에 따라 상대적인! 차이는 있지만, 다수의 노동자들을 주기적인 교체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것이다. 특히 미숙련·여성 노동자들은 거의 100% 교체의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렇다면 이 안은 혹 소수의 숙련노동자들에게만 모르겠지만 다수의 최하위 노동자들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안임이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둘째, 불법파견에 대한 고용의제 규정을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한국노총이 불법파견 및 무허가 파견에 대해 즉시 고용보장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은 현행 파견법 규정 및 정부 개정안에 비춰 진척된 것이다. 그러나 그 보장의 정도가 고용‘의무’에 그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부분은 현행 파견법에 비추어서도 후퇴한 것이다. 현행 파견법의 고용의제 규정이 불법파견에 대해서도 적용되는지 논란은 있지만 노동부처럼 적용된다는 입장에 서면 현행법은 불법파견에 대해 고용의제를 규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이를 후퇴시켜 고용의무규정으! 로 변경했는데 한국노총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나는 이것은 명백한 개악이라고 판단한다.

현재 고용의제 규정 하에서는 고용관계가 법적으로 강제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불법파견을 2년 이상 받고서도 고용절차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그 노동자는 사용자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이나 종업원지위 확인의 소 등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고용의무 규정 하에서는 그런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대신 노동자는 사용자의 온정이나 노동부의 행정조치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것이 얼마나 무망한 것인지는 달리 말할 필요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상이 내가 한국노총의 위와 같은 입장 선회에 반대하는 이유다. 나도 이번 회기 내에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기를 강렬히 바라고 있다. 누구나 다 그런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번 기회에 비정규직 법안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지금 허기에 지쳐 있다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독이 든 빵’을 권해서는 안 된다. 그 빵을 먹는 순간 그 독이 전신에 퍼져, 지금 비정규직은 영원히 비정규직이 될 것이고, 지금 정규직은 어느 시점에선가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것이며, 그 모두의 자손은 정규직이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처음부터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법안의 심의 과정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누차에 걸쳐 밝혀왔고 그런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또한 현재 우리가 다루는 비정규직 법안이 우리 사회의 일상의 모습과 삶의 행태를 바꾸어 나갈 수도 있는 매우 중요한 법이라고 생각하며, 우리 시대 노동자들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우리 자손들에 대해서도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이 법안의 심의에 임하고 있다. 나는 노동자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해야 할 가장 큰 임무가 비정규직 권리 보장 입법임을 명심하고 있다. 내게 부여된 그러한 사명을 국회에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수행해 나갈 것임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밝힌다.

- 30일 (수) 14:00 국회 기자회견장
- 단병호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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