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공무원이 “단지 파산했다는 이유만으로” 직무상의 불이익을 감수하는 것은 불합리할 뿐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한 진전이다.
이미 민주노동당은 지난 9월6일 파산선고 등으로 인한 차별 해소를 통해 개인 연체자들의 신속한 경제적 재기를 도모하고자 국가공무원법·경비업법·변호사법·의료법 등 총 79개에 달하는 법률 개정안을 입법 발의한 만큼 대구지법의 위헌 심판 제청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
정부의 무분별한 카드경기 활성화 대책, 이에 편승한 채권기관들의 ‘묻지 마’ 카드 발급 및 무차별 대출에 따라, 등록된 채무 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만 315만 명에 이르는 등 이른바 신용대란 문제가 국가경제와 가정을 파탄상태에 빠트린 지 오래다. 과중채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법원은 개인파산제나 개인회생제 같은 공적 채무조정을 통해 적극적으로 구제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개인파산의 경우 채무자는 파산선고(지급불능 확인)에서 면책결정(빚 탕감 및 복권)에 이르는 동안, 각종 관련법에서 직업 및 자격상의 불이익을 받는다. 예컨대 채권에 대한 변제능력의 상실이 의료행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의료법은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도 의료인(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또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 받지 않은 사람은 소방대원이나 경비업법상의 경비원이 될 수 없으며, 국비 유학시험에 응시조차 할 수 없다. 더구나 자격 상실은 곧 해직 등으로 이어져 향후 면책결정을 통해 복권되더라도 한 번 잃은 직장을 되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연방파산법은 1978년 정부기관에 의한 파산자의 차별을 금지했으며, 1984년부터는 파산선고만을 이유로 파산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인파산은 빚을 갚을 수 없는 과중채무자에게 유일의 탈출구며, 면책·복권을 통해 구제받은 파산자가 빚 독촉에 시달리는 과중채무자보다 업무능력 등에서 뒤떨어진다고 볼 수 없으므로, 파산만을 이유로 직업이나 자격상의 불이익을 받는 상황은 빨리 사라져야 한다.
더불어 민주노동당은 과중채무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파산제, 개인회생제 같은 법원 중심의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실무 지원기구를 마련할 것 △파산선고 등에 따른 신분상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이 입법 발의한 79개 직종 관련 개정법안 통과에 적극 협력할 것 △미성년자·저소득층 등 정부와 채권기관의 명백한 귀책사유로 카드를 발급받은 뒤 채무상환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에 대해 연체채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시적인 특별법을 제정할 것 △폭리 수준에 달하는 이자율을 규제하고, 규제 대상을 모든 금전대차 거래에 확대할 것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운동본부장 이 선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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