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홍콩각료회의에 이르는 그간의 DDA협상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농민, 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WTO ‘무역’만능주의는 세계경제를 양극화로 몰고 있다.
WTO의 전신인 GATT체제는 2차세계대전 이전 선진제국의 경쟁적인 관세인상에 따라 발생한 무역전쟁을 반성하고 과도한 무역왜곡 조치를 제한하기 위한 ‘최소’한의 권력으로 출범하였다. 그러나 우르과이라운드 타결과 WTO출범으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무역에 장애가 되는 모든 관세, 비관세장벽의 철폐를 통해 각 국이 비교우위 산업에 특화한다면 모든 국가가 이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이념이 부상하고, 이에 따라 WTO체제는 무역과 조금이라고 관련된 국가제도와 세계의제를 통제하는 ‘최대’한의 권력으로 부상하였다.
세계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거래·소비하고 있으며 무역은 이러한 인류경제활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또한 무역은 빈곤, 인권, 고용, 발전, 양성평등, 환경 등 세계의제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 의제로서 그 독자적인 영역은 넓지 않다.
예를 들어 수억의 세계민중은 소규모 농업생산에 의지하고 있기에 농업은 무역뿐만 아니라 생산과 고용의 문제이고, 광범위하고 빈번한 기아·영양실종이 발생하는 것과 같이 농업은 소비와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며, 농업은 세계생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에 환경의 문제이기도 하다. 즉 농업은 무역의 독자적인 영역이 아니며, 무역만을 강조한다면 농업문제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세계민중은 중소기업에 고용되거나 영세기업을 운영하며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있고, 그로 발생한 소규모 수입에 의존하여 소비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산업의 생산과 소비의 구조를 무시하고 무역만을 강조하여 국가간 산업특화를 추진한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각국의 중소기업과 영세업자는 도산에 내몰리고, 이로 인한 대규모 실업발생, 그에 따른 내수감소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WTO가 모든 세계의제를 자유무역의 관점으로 독식하면서 세계경제는 왜곡되고 있다. 우르과이라운드 이후 국가간 빈익빈부익부와 각국내 빈익빈부익부 현상 심화가 목격되고 있으며, 세계 각국에서는 소농의 몰락,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의 경영악화와 도산, 내수침체가 만연하고 있다. 이는 모든 세계경제를 무역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WTO의 무역만능주의와 과도한 권력확대에 따른 것이다.
WTO는 최소한의 권력으로 돌아가야 한다.
WTO는 더 이상 세계경제를 왜곡하여서는 아니 된다. WTO는 각국이 적정한 관세수준을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한 국가의 정책결정권을 인정하여야 한다. WTO는 무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의제는 보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국제기구가 논의하게 하여야 한다. 무역 고유의제 이외는 논의테이블에 올리지 말고 ‘최소’한의 권력으로 돌아가야 한다.
WTO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내부 민주성에 대한 논의를 확대하여야 한다. WTO협상은 사실 미국, EU를 위시한 주요국에 의해 주도되고, 그들의 합의가 나머지 국가에 강요되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가고 있다. 또한 협상에서 논의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하지 않다는 비판이 높아가고 있다. 내부의 민주적인 의사절차수립과 투명성 확보는 무역자유화 추구 전에 먼저 추구하여야 한다.
WTO는 UN등 여타 국제기구와 더욱 밀접한 관계를 수립하여야 한다. 무역 이슈는 여타 경제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환경, 인권, 국제분쟁 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WTO는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를 함께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너무 크다. UN은 국제사회의 총괄적 의제를 논의하는 장이기에 무역을 총괄적으로 고려하기에 적합한 조직이다. WTO는 UN과 관계를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UN산하로 편입하여 무역이 진정한 인류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홍콩각료회의에 참여하는 각국의 협상대표들은 그 결정이 인류경제를 좌우하는 것이기에 신중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무엇보다 우르과이라운드가 세계의 발전, 빈곤, 고용, 양성평등, 환경에 미친 영향을 충분히 검토한 후 협상에 임하여도 늦을 것이 없다. 급할 것이 없기에 무리한 협상타결시한 설정을 비롯한 각종의 재촉에 냉정하길 촉구한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일관된 자세를 취하라.
정부는 농업협상에서 개도국지위 확보를 협상의 주요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비농산품과 서비스 협상에 있어서는 주요 선진국들과 입장을 같이하면서 개도국을 압박하는 모순 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더구나 개도국 발전의제에 관하여 ‘개도국의 시장개방이 개도국의 발전에 실질적으로 기여 한다’는 개도국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의 경제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여야 한다. 우리의 대부분의 중소업체는 세계적인 경쟁력이 없으며 그에 근접하지도 않다. 정부는 우리의 주된 경제과제는 수출대기업의 해외시장 확대가 아니라,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에 있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한다. 수출시장 확대를 위한 무리한 시장개방은 중소기업 경영악화, 제조업공동화, 경제사회 양극화를 가속하여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저하할 뿐이다. 중소기업의 보호육성의 관점은 개도국 ‘발전’의제와 맥을 같이 한다. 정부는 선진국 중심의 협상전략을 벗어나서 개도국의 처지와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우리의 이익이라는 점을 인식하여야 한다.
2005년 12월 10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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