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와이어)--DDA 서비스협상은 교육, 보건, 환경, 통신, 건설, 유통, 금융 등 서비스업 전반에 관한 각국의 제도변경을 통해 시장개방을 추구하는 협상이다. 서비스협상은 상대국의 양허요청과 그에 응한 양허계획안의 제출을 반복하는 양자간협상방식(request-offer 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양허’한다는 것은 예를 들어 외국기업 등의 영업규제와 관련된 제도를 철폐하고 향후에도 그러한 규제를 부활하지 않겠다는 법적 약속을 의미한다.

정부는 우리 서비스업이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DDA 협상을 통해 서비스업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진국과 같이 상대국에 적극적 양허를 촉구하고 우리 측의 포괄적인 양허계획안을 제출하며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나 서비스협상은 개도국들이 적극적인 참여를 하지 않아 진전이 많지 않은 상태이다. 이번 홍콩각료회의는 소수국이 주도하는 다수국협상(plurilateral negotiations)의 개시를 비롯한 각종의 조치를 통해 협상의 실질적 진척을 위한 발판 마련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WTO는 공적서비스를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하라

정부의 서비스 개방의지는 교육, 의료, 문화 등 공적 서비스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고등교육과 성인교육에 대한 양허계획안을 이미 제출하였으며, 앞으로도 시청각 서비스(영화상영, 방송 등), 우편, 보건·의료, 뉴스제공업 등을 적극적으로 양허한다는 입장이다.

공적서비스는 공익적 기능을 가진 분야로서 시장과 무역의 논리로만 접근할 의제가 아니다.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저렴하고 양질의 교육, 보건의료, 우편, 환경(식수, 폐수, 쓰레기 등) 등의 서비스를 공급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가 이윤추구의 대상이 될 경우 국가안정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시청각서비스, 뉴스제공업 등은 국가,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 형성하는 분야로서 개방에 의한 시장화는 독자적 언론과 문화 형성에 심각한 훼손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WTO는 공적서비스를 협상에 대상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캐나다는 국가정책 목표의 달성을 위한 국가의 서비스업 규제권한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특히 통상협상을 통해 공공교육과 의료체제가 위태롭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과 국가의 문화정책을 성취하는 능력을 제한하는 어떠한 시장개방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캐나다와 같이 공적서비스를 협상에서 제외를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공적서비스를 DDA 협상의제에서 제외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최소한’ 정부는 민생서비스업에 대한 대책을 추진한 후에 개방을 고려하라

최소한 정부는 민생관련 서비스업을 양허하려는 경우 그에 대한 대책을 우선 수립, 집행하고 경쟁력이 확보된 것이 확인된 경우에 양허를 고려하여야 한다. 정부는 우르과이라운드 협상에서 유통시장을 대폭 양허하고, 그에 대비하기 위해 국내 대형유통자본을 중점적으로 육성하였다. 그에 따라 내국대형할인점 및 외국대형할인점이 급격하게 증가하게 되고, 영세도소매업자는 그 피해를 대책 없이 감수하고 있다. 정부는 그 피해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WTO 개방이니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또다시 대책 없이 민생서비스업의 양허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DDA 협상을 통해 외국 백화점과 쇼핑센터의 설립, 음료제공업, 관광업, 부동산업, 일부 개인사업 등에 대한 양허계획을 제출하여, 영세유통업자의 추가적인 피해와 민생서비스 업자의 피해가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개방하면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환상을 먼저 버려야 한다. 개방 전 대책마련은 필수적 전제라는 것을 각성하고 최소한 똑같은 실책을 반복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헌법질서를 유린하는 월권을 중단하라

정부가 지금과 같이 양허의 폭을 확대하여 협상을 타결한다면 최소한 100여개의 법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협상이 타결되면 정부는 그 많은 양허사항에 대해 국회에 비준동의를 포괄적으로 요청할 것이다. 이때가 되면 협상은 이미 타결되었기에 정부는 국제적 신뢰를 거론하며 국회의 비준동의를 압박할 것이고, 국회는 깊은 심의 없이 비준동의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것이다. 국회가 비준동의하게 되면 국회는 필요한 법률개정을 순차적으로 할 수밖에 없으며, 양허에 위반하는 입법은 더 이상 하지 못한다. 양허는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을 의미하며, 비준된 양허는 사실상 법률보다 상위의 효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력을 가진 양허를 정부는 국회와 어떠한 공식적인 협의를 거치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입법권은 국회에 있다. 정부는 편법을 통한 국회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아야 한다. 그간의 서비스협상은 진척이 느렸고, 개방압력에 몰리지도 않았으며, 향후 협상 역시 급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국회의 정당한 입법권을 인정하고 향후 법률개정이 필요한 양허사항은 국회에 동의를 사전에 얻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정부는 그러한 사안에 대해 국회와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양허에 대한 승인을 얻는 것이 최소한의 헌법질서이다.

최근 정부는 경제적수요심사(economic need test, 외국자본 등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한 조건 등)기준을 현행법에 따라 양허표에 구체적으로 기술하였다. 이는 작은 문제로 보일지 모르나 그것이 확정되면 국회는 그 기술한 기준을 위반하는 입법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다. 역시나 정부는 이러한 입법권 제한에 대해 국회와 한마디의 상의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국가의 헌법질서를 문란하게 만드는 작태를 중단하고 국회의 사전심의와 검증을 통해 서비스협상에 임할 것을 촉구한다.

2005년 12월13일
민주노동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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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섭 정책연구원 (207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