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이창호와 뤄시허 결승 진출

서울--(뉴스와이어)--결국 결승에는 이창호와 뤄시허가 올랐다.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2명씩 준결승전에 올라 팽팽했던 승부는 결승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한국에서는 이창호 9단이 중국의 후야오위(胡耀宇) 8단을, 중국에서는 뤄시허(羅洗河) 9단이 한국의 최철한 9단을 각각 2 : 1로 물리치고 한국과 중국에서 한 명씩 대망의 결승에 진출했다.

두 선수 모두 준결승1국을 이겨 무난히 결승에 오르리라는 예상은 2국을 내줘 빗나가드는 듯 싶었다. 하지만 12월 16일 인천 파라다이스호텔 1층 에메럴드 룸에서 벌어진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이창호 9단과 뤄시허 9단은 각각 후야오위 8단과 최철한 9단을 이기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세계1인자 이창호 9단의 결승행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뤄시허 9단은 좀 다르다. 세계대회에서 거의 성적을 못 내던, 이번 대회를 포함해 준결승에 진출한 것도 두 번째에 불과한 그가 결승에 처음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뤄시허가 결승에 오르는 과정이 더욱 놀랍다. 하나는 통합예선부터 치고 올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본선에서 강자들을 차례로 물리쳤다는 점이다. 통합예선전에서는 막판 일본에서 활약하는 류시훈 9단만 어려웠을 뿐, 대체로 이길 만한 상대들을 4명 물리치고 본선에 올랐다. 하지만 본선에서는 조한승 8단, 송태곤 7단, 이세돌 9단, 최철한 9단 등 한국에서 내로라 하는 강호들을 꺾으며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3일 동안 열린 준결승전 3번기에서 전부 최철한-뤄시허 대국이 먼저 끝났다. 초속기파 뤄시허가 시종일관 속기로 뒀기 때문. 최종국은 293수까지 적지 않은 수순을 진행하면서도 뤄시허는 오후 3시가 되기 전에 바둑을 끝냈다. 게다가 내용면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투가 연속 나와 이 한판에 관심이 쏠렸다.

또한 이날 바둑은 뤄시허의 냉철한 판단에 같은 프로기사들조차 혀를 내둘렀다. '3패빅'을 만들어 삼성화재 대회 사상 유례 없는 무승부가 나올 수도 있었던 바둑이었다. 그리고 검토실에서도 그렇게 갈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뤄시허 9단은 '3패빅'으로 가지 않았고 불리한 '단패'를 만들어 승부로 갔다. 이 순간 검토실에서는 '이상하다'고 말하면서도 '장고를 한 다음 결행했으니 저 길이 자신한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으로 중론이 모아졌다.

그리고 그 판단은 옳았다. 뤄시허 9단은 중앙의 거대한 대마를 버리는 대신 우변 흑돌을 일부 잡고, 패맛이 남아 있던 좌상귀까지 확실하게 잡으면서 승리를 차지했다.

최철한 9단으로서는 아쉬운 한판이 아닐 수 없다. 중반에 좌변을 접수하면서 상당히 유리했던 바둑을 뒤에서 역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다 잡았던 토끼를 놓친 셈인데, 더욱 억울한 사실은 '3패빅'을 만들어 무승부로 갈 기회를 놓쳤다는 데 있다.

서능욱 9단은 뤄시허 바둑에 대해 "위의 하이라이트 흑231수(참고도 흑2)가 마지막 패착이다. 이 수로는 3 자리에 가만히 늘어야 했다. 그랬으면 뤄시허 9단은 좌중앙에서 3패빅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최9단이 흑2로 젖히는 바람에 나중에 백3으로 끊어 팻감을 만들어줬다. 아마도 최9단이 상대가 이렇게까지 둘 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하면서 "어쨌거나 그러한 바꿔치기로 승리를 확신한 것이니 대단한 선수다."고 총평했다.

가정이지만, 만일 3패빅이 나왔으면 무승부로 재대국을 펼쳐야 했다. 그랬으면 세계대회 역사상 두 번째로 무승부가 나올 뻔 한 것이다. 지난 1996년 5월 21일에 LG배 세계기왕전 예선전에서 '4패빅'으로 무승부가 나온 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해설을 맡은 서능욱 9단이 그 주인공. 서9단은 "은퇴한 홍태선 프로기사와 예선2차2회전에서 대국했다. 빅으로 무승부가 되어 다음날 재대국을 뒀다."고 당시 상황을 전해줬다.

또 이창호 9단의 바둑에 대해서는 "중반 흐름 전까지는 서로 팽팽하게 맞섰다. 중반에 들어서 백88 과수로 인해 흑의 페이스로 돌의 흐름이 바뀌었다. 이 수로는 89 자리에 두었으면 긴 승부였을 것이다. 이창호 9단이 강수(흑103?105)를 두어 백의 고전으로 이어졌다. 그 뒤로 후야오위 8단이 형세 만회를 위해 좌변에서 패로 버티며 마지막 몸부림을 쳤으나 팻감부족으로 돌을 던졌다."고 평했다.

결과적으로 2시간으로 줄어든 이번 대회에서 뤄시허 9단이 가장 큰 덕을 본 셈이다. 그는 또 지난 대회에서 왕시처럼 통합예선부터 치고 올라와 최대 파란을 일으킨 돌풍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결승 진출 자체만으로도 중국으로서는 대단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한편 이창호 9단을 응원하는 팬클럽 '두터미' 회원들이 준결승전이 벌어지는 3일 동안 검토실의 일각을 장악(?)하며 이창호의 결승 진출을 기원했다. 대회가 열리는 인천 회원들은 물론, 청주, 서울 등 각지에서 다양한 계층에서 몰려왔다.

결승3번기는 2006년 1월 10일, 12일, 13일 삼성화재 본사 특설대국장에서 벌어진다. 중앙일보와 KBS가 공동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삼성화재해상보험주식회사가 후원하는 제10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의 우승 상금은 2억원, 준우승 상금은 5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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