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미성년 피의자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관련 경찰서장 주의조치 및 진정인 법률구조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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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2005-12-26 11:46
서울--(뉴스와이어)--진정인 K(남, 55세)씨는 2005년 5월 “경찰이 미성년자인 아들(17세)을 긴급체포하고도 보호자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는 등 부당하게 조사해 자살에 이르게 했다”며 경기도 의정부 소재 경찰서 경찰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에 진정을 접수했다.

국가인권위는 진정사건 조사 결과 인권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경기도 지방경찰청장에게 해당 경찰서장에 대한 주의조치 및 담당경찰관에 대한 징계를 권고하고 △대한변호사협회에 진정인에 대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진정사건의 피해자(진정인의 아들)는 △2005년 3월 7일 00:00경 성폭행 혐의로 임의동행해 경찰 조사를 받기 시작해 △3월 8일 06:00경 긴급체포를 당한 후 계속조사를 받다 21:40경 검사지휘로 석방될 때까지 약 46시간 동안 야간·심야 조사를 받았으며 △석방된 당일 자정 무렵 집으로 일시 귀가했다가 2005년 3월 9일 06:10 의정부 소재 야산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되었고 △피해자의 부모는 아들이 경찰조사를 받은 사실을 자살 후에 알게 되었다.

국가인권위는 진정사건 조사 결과 다음과 같은 인권침해 및 법위반 사실을 확인하였다.

헌법 제12조 제4항 및 제5항은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자의 가족 등 법률이 정하는 자에게 그 이유와 일시·장소가 지체 없이 통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체포 또는 구속된 자가 미성년자라면 성인에 비하여 자기방어능력이나, 법률적 지식, 판단능력 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에 보장된 피의자의 권리는 아무리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들은 ‘피해자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 ‘집으로 전화 했으나 받지 않았다’, ‘서면통지를 하였다’는 등의 이유을 들어 피해자의 가족에게 연락하지 못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피해자 최초 연행 시각(24:00경), 미성년자인 피해자가 중범죄로 고소를 당한 사실, 당시 고소인과 그의 부모 등이 출석하여 피해자의 부모를 만나기를 원하였다는 사실 등으로 볼 때 피해자가 연락처를 알려주지 않았다고 그대로 방치할 상황은 아니었고 △피해자로부터 연락처를 최초 입수한 시간 이후에도 곧바로 피해자의 집으로 연락을 시도했던 것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피진정인들이 피해자의 집으로 연락했다는 시간에 진정인은 집에 있었으나 아무 연락을 받지 못했고 전화상에도 이상이 없었다고 주장하는 바 피진정인들의 주장 자체의 신빙성도 없는 것으로 판단하였다.

또한, 피진정인들은 서면으로 통지의무를 다했다고 주장하나 △발송했다는 체포통지는 경찰서 자체 발송 기록 대장에만 표시되어 있을 뿐 진정인에게 결국 도달하지도 않았고 △우편 통지가 최소 하루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피진정인들이 보호자 연락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보호수사준칙 제17조’ 및 ‘소년경찰직무규칙 제31조’는 형사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하여 부득이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심야에 피의자를 조사하는 것을 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야간조사 내지 밤샘조사의 경우 그 지속시간과 방법, 정신적 및 육체적 효과, 피해자의 성별, 연령 및 건강상태 등에 따라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처우 나아가 가혹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이는 헌법 제10조에서 연유하는 피의자의 수면권, 휴식권은 물론 헌법 제12조의 신체의 자유의 침해에 해당한다.

진정사건의 피해자는 2005년 3월 7일 00:00경 임의동행 되어 다음날 18:50경까지 약 43시간 동안 적절한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계속 조사를 받았다. 피해자가 △야간조사가 불가피한 경우(피조사자나 변호인에게 동의를 받은 경우, 공소시효 임박의 경우, 체포기간 내 구속여부 판단을 위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임의동행자 신분에 불과한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러한 방법의 조사는 비인도적 처우에 해당하는 것으로써 헌법 제10조의 수면권, 휴식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의 피해자에 대한 임의동행 및 긴급체포는 부당한 공무집행으로 판단하였다.

피해자 연행 현장에 있었던 친구의 진술, 피진정인들이 자정무렵에 미성년 피해자를 경찰서로 동행시킨 점 등에 비추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전제로 한 임의동행’ 조사 방법이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의 예외를 구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형사소송법’ 등에도 이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소년경찰직무규칙’에서는 미성년자에 대한 체포, 구금 등 강제조치를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하고 이 때에도 당해 소년에게 미치는 정신적 영향 등을 신중히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피진정인들이 작성한 피해자에 대한 긴급체포서의 긴급체포 사유는 “판사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음”으로 막연히 긴급성만을 설명할 뿐 도주우려나 증거인멸 등의 요건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체포 당시 피해자는 순순히 연행된 상태에서 아무런 저항이나 도주시도 없이 경찰관서 내에서 밤샘 조사를 받고 있었던 상태로 강제조치인 긴급체포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

국가인권위는 피진정인들이 미성년 피해자를 긴급체포한 것은 그 시간 및 당시 상황에 비추어 ‘부득이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이는 형사소송법 제199조(임의수사) 및 200조의3(긴급체포)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써 헌법 제12조에 규정되어 있는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국가인권위는 경찰조사가 피해자 자살의 직접적 원인이었다는 구체적 입증은 어려우나 피진정인들의 위법·부당행위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피해자 부모의 진술, 보호관찰상황일지, 분류심사 결과, 보호관찰소 직원의 진술(피해자는 자살 당시 보호관찰 중이었음) 등을 종합할 때, 경찰 조사를 받기 전까지 피해자에게 달리 자살의 동기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피해자가 경찰 조사 직후 자살하였다는 사실은 피진정인들의 위법·부당 행위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이미 유사한 범죄로 처벌을 받고 있는 피해자는 처벌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불안감 등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었을 것인데, 만약 이 과정에서 피해자의 부모나 변호인 등이 조사 과정에 참여하여 적절한 조력을 했거나, 적어도 석방 후에라도 피해자의 부모가 그 사실을 알고 적절한 보호조치를 할 수만 있었다면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을 예방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위원회는 피해자의 자살과 경찰관들의 위법사실 및 인권침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진정인이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하였다.

웹사이트: http://www.humanright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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