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숙의원, “국군의 이라크파견 재 연장을 반대한다”

서울--(뉴스와이어)--존경하는 국회의장!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민주당 손봉숙 의원입니다.

본 의원은 지난 해에 이어 다시 정부가 제출한『국군의 이라크 파견연장 동

의안』에 반대하기 위하여 이 자리에 섰습니다.

부시행정부가 감행한 대(對)테러전쟁에 전 세계가 지쳐있습니다. 2003년 3월 발발하여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5월 1일 전쟁종식이 선언되었지만, 그 후 2년 8개월여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이라크는 여전히 전쟁 상황입니다. 이라크 전쟁 발발 후 최소 3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사망하여 하루평균 30명 이상의 민간인이 전쟁에 희생되었습니다. 이라크 지역에서 저항군으로 참여하였다 사망당한 사람은 무려 5만 3,470명에 달합니다. 전쟁을 감행한 미군을 비롯한 연합군 병사도 모두 2,339명이 사망하였으며, 교전 중에 부상당한 미군의 숫자는 1만 5,955명으로 하루 평균 16명의 미군병사가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가 전해진 바 있었습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희생을 치르고 3년여 가까이 끌고 있는 전쟁에서, 전쟁 발발의 유일무이한 명분이었던 대량살상 무기는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아니 개발흔적조차 없었습니다. 이라크 전쟁 첫 2년간 미국은 1,70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이라크 서베이그룹’(Iraq Survey Group)을 구성하여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흔적을 찾는데만 수백만 달러를 소요하였지만, 올해 1월 12일 이라크 서베이그룹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아무런 흔적도 찾지 못한 해 활동을 종식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4년 7월 영국 상원 버틀러를 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원회의 보고서에는 “2002년 9월 블레어 정부가 발표하였던 ‘이라크는 45분 이내에 생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가 입증할 수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이 정보가 심각한 결함을 가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동료의원 여러분!

전쟁의 유일한 명분이었던 대량살상무기는 흔적조차 없었지만, 수만 명을 희생하고 수백만 명이 고향과 일터를 잃은 전쟁에 대해 부시대통령은 “이 전쟁은 절대적으로 가치가 있었고,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다”는 억지주장만으로 일관해 왔습니다. 전쟁 발발 3년을 향해 가는 지금, 미국 내 여론도 점점 더 냉엄해졌습니다.

이라크 전쟁 발발 당시 “45분 만에 사용가능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공포와 분노로 미 국민의 전쟁 지지여론이 70%를 넘어섰지만, 이제는 명분 없는 침략전쟁임이 드러나자 64%의 미 국민이 전쟁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 부시대통령의 지지율은 워터케이트 사건으로 하야하였던 닉슨대통령과 함께 역대 최저 기록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의회도 비관적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달 11월 4일 미 하원에서 의결된 「2006년 도 예산안」에서 ‘이라크의 경제·안보 계획을 위한 지원금’으로 당초 부시가 희망한 4억 5,900만 달러가 대폭 삭감되어 그중 13.3%인 6,100만 달러만이 확정되었습니다.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 내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무력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를 재건할 수는 없습니다.

얼마 전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퍼스트(Human Rights First)는 미국이 자국 내 인권론자들의 간섭을 피하는 동시에 테러용의자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하여 전 세계 30여 곳에 비밀수용소를 설치·운영해 왔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쿠바의 관타나모 기지와 이라크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 등 10여 곳은 이미 소재지까지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이들 비밀 수용소에서 CIA 요원들은 차마 상상하기도 힘든 고문을 자행해 왔다고 하며, 이 고문기술이 전 세계 권위주의 정부하의 공권력에 보급되기도 하였다는 믿을 수 없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동유럽 일부 국가들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 이 수용소는 대부분 알카에다와 연루가능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이슬람권 출신이라고 합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이것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재건하겠다는 명분으로 침략 전쟁도 불사하는 우리의 우방 미국의 이중적 면모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력침략의 결과 지금 이라크는 얼마나 안전해졌습니까? 이라크 국민은 후세인의 폭압에서 해방된 기쁨으로 자유민주주의를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까? 경제가 안정되었습니까?

지난 달 11월 10일경 유엔 환경계획(UNEP)은 전쟁으로 인하여 이라크의 토양 등은 공중보건에 위협을 받을 만큼 심각한 상황이며, 이를 해독하기 위해서는 약 4천만 달러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안전장치가 해제된 각종 무기류에서 방출된 화학물질 및 유해물질, 특히 열화우라늄 등이 빠른 시일 안에 해독되지 않을 경우 지하수를 오염시키게 되며 이렇게 될 경우 이라크 전역에서 각종 질환이 확산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현재 이라크 전역에서 열화우라늄에 이미 오염된 지역은 311군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로 인해 어린이 놀이터로 이용하는 개방 구역에도 수 톤에 달하는 시안화물이 잔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라크에서 우리의 자이툰 부대는 평화를 재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고 합니다. 전쟁을 방불케 하는 군사작전이 이라크 전역에서 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화재건”이라는 명분으로 세계 3대 규모의 국군을 파견한 우리정부를 이라크 현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명분없는 전쟁, 파병의 후유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입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전쟁의 참상이 비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복수와 응징의 명분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미국은 9·11 테러를 통해 이 전쟁의 직접적 명분을 획득하고, 전쟁을 감행하였다고 하지만, 이슬람권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들은 이 전쟁을 계기로 미국과 영국에 대한 극단적 저항의식을 공유하며 전례없이 결집해 왔습니다.

결과적으로 세계 전역은 테러와 테러가능성이 전염병처럼 목을 죄고 있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런던의 아비규환을 불러온 ‘차량 연쇄폭발 사고’를 똑똑히 기억하고 계실 것입니다. 바로 이라크전 참전에 대한 보복테러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입니다. 파병으로 세계는 더욱 안전해졌다는 부시대통령의 억지주장과는 달리 각국 정부는 이제 “테러로부터의 안보”를 가장 긴급한 국가적 현안으로 설정하고 막대한 “對(대) 테러예산”을 책정해야 하는 이중고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국민 중에는 30여 년 전의 베트남전을 기억하지 못하는 세대들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베트남전이 종식된 지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오늘날까지도 당시의 고엽제 살포로 인한 후유증과 2세 환자까지 약 6만 9,000여명에 이르는 국민들이 직접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국민들이 정신질환 및 사회부적응 등의 장애를 겪고 있습니다.

즉, 10만 여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들에게 30여 년 전의 베트남전은 과거가 아니라 육신에 아로새겨진 고통으로 생생히 살아있습니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의 경우 국가유공자와 동일하게 지원됨에 따라 연간 수백억 원의 국가예산이 이를 위해 집행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예산이지만 고통을 당하는 개개인에게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지원일 뿐입니다. 30여 년 전 우리정부는 전후 30여년이 지나도록 전쟁의 후유증을 앓는 국민을 위해 연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지원하여야 할 것이라는 사실까지는 짐작하지 못하였을 것입니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과 연장 그리고 재연장이 한미동맹의 공고화에 어떠한 기여를 했는지, 파병으로 인한 국제사회적 기회비용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혹은 줄어들었는지, 도대체 파병으로 인한 국가적 실익이 무엇인지 국방부와 정부는 단 한번도 명쾌하게 답변하지 못하였습니다. 정부는 “국가적 실익”의 실체에 대한 일체의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또다시 자이툰 부대의 파병연장동의안을 제출하였습니다.

미국의 충실한 우방으로 이라크 전쟁의 공동 당사국인 영국도 이제 이라크 철군계획을 공식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18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하였던 노동당과 20세기 최연소 총리를 기록하였던 블레어의 무모한 야망으로 노동당은 차기 재집권을 거의 포기한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부시대통령은 그 가능성을 부인하지만, 미군의 단계적 감군계획도 여러 차례 저명한 외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습니다.

존경하는 선배동료의원 여러분!

지난 21일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있었던 코피아난 사무총장의 연말 기자회견은 그의 재임 10년간의 성과와 실책, 그리고 소회 등을 주고받는 자리였습니다. 이 회견에서 아난은 10년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유감이 바로 “이라크 전쟁을 막지 못하였던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습니다.

지난 14일 이라크 총선 전날 우드로윌슨센터 외교정책 포럼에서 부시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정보 때문에 개시된 것이 사실이며, 이라크전 개전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인 자신에게 있다”고 과오를 인정하였습니다. 부시대통령은 쏟아지는 비판과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우리가 선택한 것은 전쟁이 아닌 후세인 이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하였습니다. 후세인을 겨냥한 전쟁에 이라크 민간이 수만이 목숨을 잃고 이라크 영토는 피폐한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이 피폐함이 다음 세대의 이라크 인들에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알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사랑하는 동료의원 여러분!

남의 영토를 짓밟고 수만의 민간인을 희생시키고, 아이들의 놀이터를 각종 방사능 물질로 오염시키고도 그 나라에서 민주주의화 평화를 재건한다고 자랑할 수 있겠습니까? 본 의원은 1년 전 바로 이 자리에서 우리 국회가 이라크 전쟁에 대하여 보다 단호해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다시 한번 사랑하는 동료의원 여러분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국회는 이 명분 없는 파병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국회만이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정치생활을 마감하면서 이라크 파병에 반대하지 못했던 것이 크나큰 소회로 남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마지막 결단을 촉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12월 30일
국회의원 손 봉 숙

웹사이트: http://www.sohnbs.org

연락처

손봉숙의원실 02-788-2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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